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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룡전설 28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2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신룡전설 28화

신룡전설 2권 - 3화

 

 

 

 

 

왕무적이 서 있는 자리의 앞쪽 땅이 쩍!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주변으로 튕겨져 나간 일성검문 무인들은 저마다 팔과 다리, 허리, 가슴 등등의 부위에서 핏물을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일성풍운검진은 왕무적이 2번 도를 휘두름으로써 완벽하게 와해되고 말았다. 어떠한 위력도 떨치지 못한 채,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저, 저런… 도법이 있었던가?”

 

손진악은 공포로 물든 눈동자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녹슨 도… 아니!

 

“……!”

 

도신의 한쪽 면이 녹을 털어내곤 그 모습을 일부 드러내고 있었다.

 

묵빛!

 

눈이 시릴 정도로 광채를 발산하는 묵빛! 그리고 그 묵빛을 뿜어내는 도신엔 정확하게 구분할 순 없지만 어떠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서, 설마…….”

 

한 자루의 도(刀)를 들고 천하에 뛰어든 사내가 있었다.

 

사내의 앞을 막는 자들은 누구든 몸이 처참하게 쪼개졌다. 사람들은 사내를 도객(刀客)에서 도마(刀魔)라 불렀다. 도마는 이후로도 자신의 앞을 막는 이가 있다면 그가 누구든 처참하게 그를 쪼갰다.

 

3년이 흐르고 5년이 흐른 후에 도마는 도왕(刀王)이 되었고, 도왕은 또다시 5년이 흐른 후에 도제(刀帝)가 되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을 무렵에 그의 도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그는 한 자루의 도를 들고 천하를 쪼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도황(刀皇)이라 부르고 있었다.

 

한 시대의 절대자!

 

도황 구양무휘!

 

도황 구양무휘의 도가 5번 움직이면 하늘마저도 쪼갠다는 오도무적도! 그리고 그가 사용한 애병…….

 

“…….”

 

왕무적은 자신이 들고 있던 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쪽 면만 녹이 슬어 있는 모습은 영 보기가 좋지 않았다.

 

 

 

 

 

-대충 닦아서 쓰면 쓸 만할 거다.

 

 

 

 

 

용이 했던 말을 이제야 떠올린 왕무적은 뒷머리를 긁적거리곤 손에 쥔 도에 내공을 주입하며 힘껏 털어냈다.

 

후두두두둑!

 

녹이 사방으로 떨어져 나가며 도의 전체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번쩍번쩍!

 

사방으로 뿜어내는 묵빛 광채!

 

도신의 양쪽에 새겨져 있는 두 마리의 용!

 

“와아~ 멋있다!”

 

왕무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도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유석군과 손진악, 허풍도가 동시에 놀란 탄성을 터트렸다.

 

“묵룡도(墨龍刀)!”

 

1천 년의 시간 동안 그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그림으로만 전해져 내려온 전설의 도(刀)! 그 존재 여부를 의심하면서도 천하이십육병의 한 자리를 항상 차지하고 있던 묵룡도!

 

그림 속에만 존재하던 묵룡도가 1천 년이라는 시간을 깨고 지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으로만 보았던 묵룡도… 그리고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 오로지 ‘무림실록(武林實錄)’에만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는 무림의 역사!

 

“이, 이건 꿈이야… 꿈이야… 꿈…….”

 

손진악은 자신이 읽은 무림실록에 적혀 있던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었다.

 

무려 1천 년이 넘는 세월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손진악은 연신 ‘꿈이다’라는 말만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도, 도황의 전인이더냐?”

 

“……?”

 

잘게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오는 유석군을 향해서 왕무적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도황의 전인이더냐?!”

 

유석군이 재차 묻자 왕무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황? 그게 누군데?”

 

“…….”

 

왕무적의 되물음에 유석군은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도황 구양무휘 이후로 그 누구도 ‘도황’이라는 칭호를 이어받지 못했다. 구양무휘 이후 수많은 도제들이 나타났었지만 그 누구도 도황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구양무휘가 1천 년이나 된 인물임에도, 도황이라 불리는 인물을 말하면 누구나가 그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양무휘 이후로 누구도 물려받지 못한 칭호!

 

도황!

 

그런데 왕무적은 그런 도황을 모른다.

 

“네, 네놈이 펼친 도법이 무엇이냐?”

 

유석군의 물음에 왕무적은 언제나처럼 정직하게 머릿속에서 맴도는 도법의 이름을 대답했다.

 

“오도무적도!”

 

“헉!”

 

“어, 어떻게!!”

 

“오, 오도무적도라니!!”

 

“도황 구양무휘의 도법!!”

 

여기저기에서 경악스런 음성이 터져 나왔다.

 

왕무적이 도황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그는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를 익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는 명실상부 1천 년의 세월을 지나 이어진 도황의 단! 한 명뿐인 전인인 셈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묵룡도는 더 이상 그를 의심할 여지가 없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들의 놀람에 왕무적은 그들을 멀뚱히 바라보다 생각했다.

 

‘용이 좋은 걸 가르쳐줬구나!’

 

왕무적은 그렇게 생각하곤 용에게 아주 조금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

 

“도, 도황의 전인이라니…….”

 

유석군은 왕무적이 도황의 전인임을 밝히자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클어지기 시작했다.

 

풍운신검에 손상을 입힌 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도황의 전인이 나타난 것보다 중요할 순 없었다.

 

1천 년의 세월을 끊고 무림에 나타난 도황 구양무휘의 전인!

 

이는 무림에 있어서 하나의 대사건이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육소빈은 유석군보다 수배는 더 복잡한 얼굴로 왕무적을 바라봤다.

 

천혈방과의 싸움에서 그는 무림 4대 금기 수공인 천마혈풍장과 절대신창 파도옥의 뇌정칠절창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라니!

 

만약 이 사실을 알면 유석군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니, 무림 전체가 이 사실을 안다면 왕무적을 어떻게 생각할까?

 

도황 구양무휘, 절대신창 파도옥, 혈천신마 오자량. 각기 살았던 시대가 모두 달랐던 절대자들! 그들의 절기를 모두 익히고 있는 왕무적! 도대체 그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육소빈으로서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도황의 전인!’

 

허풍도는 놀란 얼굴을 숨길 수가 없었다.

 

왕무적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강하고, 그가 익힌 무공이 도황의 무공일 줄은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전 무림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모든 무림인들의 이목은 왕무적에게 몰릴 것이 뻔한 일이었다. 1천 년의 세월을 깨고 나타난 도황의 전인이니 당연한 일이다.

 

당장 무림맹만 하더라도 왕무적을 찾아와 무림맹에 소속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도를 사용하는 무인들 중에서는 그에게 한 수 배우고자, 혹은 자신의 도로 도황의 전인을 꺾고자 하루가 멀다 하고 몰려들 것이 분명했다.

 

‘도황의 전인이라니… 이거 참! 여러모로 절정 난감하구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면서도 허풍도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도황의 전인과 함께 하고, 그를 가르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인한 미소였다.

 

왕무적은 모든 이들이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멀뚱히 서 있다가 검을 늘어트리고 있는 일성검문 무인들을 향해 말했다.

 

“안 싸워?”

 

왕무적은 단순하게 물었지만, 그의 말을 해석하는 일성검문 무인들은 전혀 달랐다.

 

“도황 구양무휘의 오도무적도를 가로막겠는가!!”

 

일성풍운검진도 이미 와해된 상황에서 일성검문 무인들은 싸울 의욕과 그럴 만한 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일성검문 무인들은 유석군을 바라봤다.

 

유석군은 일성검문 무인들의 시선에 고개를 저었다.

 

“모두… 물러나라…….”

 

우르르르…….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재빨리 뒤로 물러나는 일성검문 무인들.

 

왕무적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유석군이 천천히 그를 향해서 걸어갔다.

 

저벅저벅.

 

“문주님!”

 

손진악이 급히 유석군의 곁으로 다가왔다.

 

“총관은 물러나게.”

 

“문주님!”

 

“상대가 도황의 전인인 이상 무모한 짓을 할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라도 그에게 도전을 해야만 하네. 그게… 내 무인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네.”

 

무거운 음성으로 말하는 유석군의 모습에 손진악은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턱.

 

유석군은 손진악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런 날 이해해줄 수 있겠나?”

 

“문주님…….”

 

유석군은 이내 무겁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왕무적의 정면에 서서 풍운신검을 들었다.

 

“일성검문의 사대 문주 유석군이 도황의 전인에게 비무를 청하오!”

 

당당한 유석군의 음성.

 

왕무적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대꾸했다.

 

“나는 도황의 전인이 아닌데…….”

 

“도황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과 그의 도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도황의 전인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니 발뺌을 하려고 하지 마시오.”

 

“아… 그, 그건…….”

 

왕무적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유석군이 다시 말했다.

 

“도황의 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견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없겠소?”

 

무인으로서의 강렬한 투기를 발산하는 유석군의 모습에 왕무적도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어쨌든 그가 이렇게 정당하게 겨루고자 청하고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럼… 부끄럽지만 먼저 공격하겠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석군이 풍운신검을 내질러왔다.

 

쇄애애액-!!

 

일성검문의 그 누구보다도 빠르고 정교하며, 날카롭고 강한 파괴력을 지닌 찌름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정확하게 왕무적의 가슴 정중앙이었다.

 

눈부신 속도로 내질러오는 유석군의 공격에 왕무적은 여전히 느릿하면서도 빠르고, 빠르면서도 한없이 느린 속도로 묵룡도를 움직였다.

 

 

 

 

 

오도무적도(五刀無敵刀)! 제삼도(第三刀)!

 

천망(天網)!

 

 

 

 

 

하나의 묵룡도가 2개로, 다시 3개로 나눠졌다. 그리고 나눠진 3개의 묵룡도에선 우윳빛 도기가 실타래에서 실이 풀려나오듯 사방팔방으로 풀려나오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라라락-!!

 

‘이, 이건?!’

 

 

 

 

 

도황(刀皇) 구양무휘의 절대방어 초식!

 

오도무적도(五刀無敵刀) 제삼도(第三刀)! 천망(天網)!

 

도황이 무림에서 활동할 당시, 그의 방어 초식을 뚫을 수 있는 무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구양무휘가 말하길, ‘오도무적도의 제삼도! 천망을 뚫을 수 있는 무인이 있다면 그는 능히 무림에서 가장 강맹한 공격을 할 줄 아는 무인이다!’라고 호언했다.

 

-무림실록(武林實錄) 인물편.

 

도황(刀皇) 구양무휘의 장(章)에서 발췌.

 

 

 

 

 

번- 쩍!

 

따다다다당!

 

눈부신 빛과 함께 요란한 쇳소리가 울렸다.

 

“크으윽!”

 

신음소리와 함께 유석군의 몸이 뒤로 비틀비틀 밀려나더니 이내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의 얼굴은 죽은 이의 그것과도 같을 정도로 창백하게 변해 있었으며, 그의 입가에선 붉은 핏물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주님!!”

 

손진악은 급히 유석군에게로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할 때마다 핏물이 튀어 나왔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공격을 한 유석군이 이런 내상을 받았다는 건 그 정도로 왕무적이 펼친 오도무적도의 위력이 극강하다는 소리였다.

 

“쿨럭! 여, 역시 도황의 전인답군…….”

 

유석군의 말에 왕무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를 바라만 봤다.

 

“오늘의 일은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도록 하겠소.”

 

“문주님…….”

 

손진악이 놀란 얼굴로 유석군을 바라봤다.

 

한참 동안 유석군을 멀뚱히 바라보던 왕무적이 입을 열었다.

 

“안 싸울 거면 나 간다?”

 

“…….”

 

무슨 말을 기대했을까?

 

왕무적의 말에 유석군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시오.”

 

왕무적은 파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몸을 돌려 일성검문 무인들의 곁을 지나 정문을 당당한 발걸음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왕무적이 정문을 나가기 직전, 육소빈이 유석군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리곤 뜬금없이 물었다.

 

“힘들겠죠?”

 

육소빈의 물음에 손진악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걸 말이라고!”

 

유석군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물론이오.”

 

“…하긴, 입이 너무 많으니 어쩔 수 없겠죠.”

 

이내 몸을 돌려 왕무적의 뒤를 쫓아 육소빈이 걸어가자 뒤에서 허풍도가 황급히 따라붙었다.

 

두 사람이 정문을 나가자 손진악이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문주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 무림맹에 이 사실을 알려 본문의 복수를…….”

 

“그가 무슨 이유로 풍운신검을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도황의 전인이네. 무림맹에서 우리와 도황의 전인 중 누굴 택하리라 생각하는가?”

 

“…….”

 

유석군의 말에 손진악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힘없는 미소와 함께 바라본 유석군은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풍운신검을 손진악에게 넘겨주곤 몸을 돌렸다. 그리곤 축! 처진 모습으로 걸어갔다.

 

“문주님…….”

 

손진악은 힘없이 걸어가는 유석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도황의 전인…….”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말을 하며 손진악은 풍운신검을 힘주어 잡았다.

 

쩌저저적!

 

파파파팍!!

 

“……!”

 

풍운신검의 검신이 조각조각 나며 부서졌다.

 

검 자루만 남은 풍운신검!

 

손진악의 넋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풍운신검의 검 자루만을 바라봤다.

 

그렇게 천하이십육병의 하나인 풍운신검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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