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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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8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3화
신룡전설 1권 - 23화
第十三章. 세상을 배우다(1)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한 사내가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음성은 굉장히 낮았으며 꽤나 큰 체격을 지니고 있었고, 온몸은 단단했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는 무수한 흉터가 끔찍할 정도로 새겨져 있었다.
“누구란 말인가?”
사내는 또다시 중얼거렸다.
중얼거리는 사내의 두 눈에서 강렬한 투기가 발산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시뿐. 곧바로 두 눈엔 투기 대신 허탈함이 가득 찼다.
“하문 검관은 물론이고 천혈방까지… 으음…….”
사내는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저벅저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사내는 뒤쪽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에 몸을 돌렸다.
파파파팟-!!
백색 무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20대 후반의 남자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무당파!’
사내는 남자의 무복과 그의 허리춤에 매여 있는 송문고검을 한눈에 알아봤다. 무림 그 어디에서도 알 수 있는 무당파만의 고유의 특징!
‘상당하군!’
사내는 달려오는 남자의 신법이 무당파의 유운신법(流雲身法)이라는 것도 알아봤다. 3년 전에 무당파의 한 무인과 한 차례 비무를 치렀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파파팟-!!
멈춰 서 있는 사내의 곁을 남자는 처음과 같은 속도로 지나쳐갔다.
“무슨 일이지?”
남자의 눈은 터질듯이 충혈되어 있었고, 두 눈으로는 철천지원수를 눈앞에 둔 사람처럼 강렬한 살기를 잔뜩 뿜어대고 있었다.
“사형!! 사형!!”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한 청년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청년 역시도 백색 무복에 송문고검을 허리에 매달고 유운신법을 펼치고 있었다.
“헉헉! 시, 실례지만… 헉헉! 저와 같은 복장의 남자를 보지 못하셨습니까?”
포권을 하곤 정중하게 묻는 청년을 향해 사내가 답했다.
“이 길.”
“혹시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반 각.”
“후우!”
사내의 대답에 청년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리고는 대답을 해준 사내를 향해서 고맙단 인사를 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청년의 인사에 사내는 대답 대신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만.”
포권을 하고 다시 앞으로 신법을 펼쳐 빠르게 달려 나가는 청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내는 나지막이 신음성을 흘렸다.
“으음…….”
이내 사내는 품속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천하제일질풍신법(天下第一疾風身法)!
사내는 천천히 책자를 넘겼다.
첫 장에 아주 거창한 말들이 쓰여 있었다.
천하제일의 신법을 찾으십니까?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죽지 마십시오! 무림 역사상 가장 빠른 신법인 ‘천하제일질풍신법’이 당신의 발이 되어줄 것입니다! 땀 흘리는 자에게는 배신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수련을 시작하십시오!
사내는 걸음을 내딛으며 책자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사천 호랑이를 때려잡고, 박도를 육포처럼 씹어 뱉으며, 6마리의 한혈보마가 끄는 마차에서 뛰어내린 사내! 광투자 진평남!
철왕호신강기만으로 일류 고수가 된 철혈의 무인!
벌써 1년!
진평남은 천하제일질풍신법을 1년째 수련 중이었다.
탁!
책을 덮은 진평남은 심호흡을 하고는 앞으로 내달렸다.
“후우우우…….”
타다다다닥-!
처음은 빠르게 달리는 듯싶더니 얼마 가지도 못해서 이내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비틀비틀!
콰당!
바닥에 사정없이 얼굴을 들이받은 진평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주르륵!
흘러내리는 쌍코피!
진평남은 소매로 쌍코피를 스윽! 닦으며 중얼거렸다.
“…신법은 어려워…….”
툭.
진평남의 품에서 책자 한 권이 떨어졌다.
무림지존신법(武林至尊身法)!
진평남은 얼른 책을 집어 품에 소중히 넣었다.
무림지존신법은 현재 2년 째 수련 중이다.
“글을 배워야 한다고요?”
왕무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허풍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네!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의 덕목(德目)이 있다네!”
허풍도의 말에 왕무적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허풍도는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선 절정 중요한 덕목으로는 인(忍),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꼽을 수 있네!”
“인, 의, 예, 지, 신? 그게 무엇입니까?”
배우려는 사람의 자세가 적극적이면 그만큼 가르치는 사람은 절로 흥겹기 마련이다. 지금 배우려는 왕무적과 가르치는 허풍도의 모습이 딱 그러했다.
허풍도는 크게 헛기침 한차례를 하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에헴! 어떠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참고 견디는 것이 인(忍)이요, 혼탁한 세상의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마음이 의(義)며,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항상 몸가짐을 바로 하는 것을 예(禮)라 부르며,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을 슬기롭게 해쳐 나갈 수 있는 힘이 지(智). 비록! 그릇된 일이라도 한 번 약속한 일에 있어서는 반드시 지키는 것을 신(信)이라고 한다네!”
“와아…….”
왕무적이 입을 벌리며 감탄한 얼굴로 허풍도를 바라보자 그는 더욱더 의기양양해진 모습으로 계속해서 ‘에헴! 에헴!’ 하며 헛기침을 터트렸다.
“자네는 우선 나에게 의와 지를 배우게 될 것이네.”
허풍도의 말이 끝나자 왕무적이 재빨리 물었다.
“그럼 인, 예, 신은 누구에게 배우게 됩니까?”
“예는 육 소저의 어머니인 학 장주님께 배우게 될 것이고, 인과 신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차근차근 알게 될 것이네. 어차피 인과 신 같은 것들은 배운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아니고…….”
“아…….”
허풍도의 말에 왕무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너무나도 쉽게 배움을 허락하자 허풍도가 은근슬쩍 물었다.
“자네는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건가?”
“물론입니다!”
활짝 웃으며 대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허풍도도 커다랗게 웃었다.
“으하하하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왕무적.
“그런 게 있네! 으하하하하하!!”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는 허풍도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던 왕무적도 이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감에 두 눈을 반짝거리며 어서 그 순간이 오길 손꼽아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글을 배운다!’
그렇지 않아도 섬을 떠나고 나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글이었다. 알 수 없는 기이한 모양의 ‘글’이라는 것들을 보면서 왕무적은 항상 배웠으면 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허풍도가 마련해줬으니 그에 대한 고마움이 크지 않을 수 없었다.
‘허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