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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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3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1화
신룡전설 1권 - 21화
第十二章. 문제를 일으키다(2)
일성검문의 경비를 담당한 지 올해로 5년째인 양우명은 자신의 눈앞에서 억지를 부리는 왕무적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풍운신검만 보여주면 되잖아!”
“허!”
양우명은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굳이 그가 뭐라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를 대신해서 왕무적에게 말을 하는 경비 무사들이 수두룩했다.
“이 미친놈아! 없다니까!!”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없다면 없는 줄 알아!!”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말고 썩! 꺼져!!”
왕무적은 경비 무사들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거짓말! 있다고 들었어!”
한 경비 무사가 걸쭉하게 침을 뱉어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퉤! 말이 필요 없어!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후려 팬 다음에 문 밖으로 내다버려!!”
“하여간 어린놈들은 개념이 없다니까!”
“그러게 말이야!”
왕무적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별의별 말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소린지도 몰랐으며, 더 이상은 그들을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저벅저벅.
말없이 앞으로 걸어오는 왕무적의 모습에 경비 무사 한 명이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며 그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놈아! 가서 네 어미젖이나 더 처먹고 와라!”
경비 무사는 말을 함과 동시에 왕무적의 몸을 뒤로 던져버리려고 했지만……!
“어… 어어!”
철퍼덕!
꼴사납게 땅바닥에 처박힌 경비 무사의 코와 입에서는 빨간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백!!”
“이 자식!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치르릉! 치릉!
저마다 검을 뽑아든 경비 무사들의 모습에 왕무적은 가볍게 눈을 찡그렸다. 웬만하면 싸우지 않고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아!”
왕무적의 외침에 경비 무사들이 저마다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 결국엔 험악하게 인상을 써댔다.
“미친놈! 누가 누구한테 싸움을 걸었는데!”
“너는 도대체 뭘 배우고 자라난 거냐!”
“에이, 퉤! 내 살다 살다 저런 놈은 처음이군!”
경비 무사들은 왕무적이 보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이미 확실하게 느꼈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공격해!”
한 무사의 말에 나머지 경비 무사들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목숨은 살려주마!”
쇄애액!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날아드는 한 자루의 검에 왕무적은 가볍게 어깨를 흔들었다. 아주 간단한 동작으로 검을 피해버린 그는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크헉!”
정확하게 얼굴을 얻어맞은 경비 무사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뒤로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 자식이!!”
슈아악!
동료의 복수를 다짐하듯 날카롭게 내지르는 일검. 결코 앞전의 경비 무사처럼 사정을 둔 공격이 아니었다. 공격이 성공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다.
“쳇!”
왕무적은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의 반응에 작은 불만을 토하며 검을 피했다. 그리고는 발을 차올려 검을 내지른 경비 무사의 어깨를 내려찍었다.
빠각!
“…으악!”
어깨뼈가 박살나 주저앉은 경비 무사를 뒤로하고, 왕무적은 한꺼번에 검을 내질러오는 경비 무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퍽!
“컥!”
콰작!
“크아아악!”
왕무적의 모습은 가장 흔한 말로 표현하면, 양의 무리 속에 뛰어든 한 마리의 호랑이였다.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차올리고, 상대를 잡아채 바닥에 패대기치는 그를 막을 수 있는 경비 무사는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싸움이 시작되고, 아니 왕무적이 움직이고 일각이 되기 전에 12명의 경비 무사들은 한 사람도 제외하지 않고 땅바닥에 널브러져 신음을 흘려대고 있었다.
“으으윽…….”
“내, 내 팔…….”
“아이고! 눈이야.”
“으윽! 허리야…….”
“…괴, 굉장하군!”
넋을 잃은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허풍도의 곁으로 육소빈이 다가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봤죠?”
허리까지 내려오는 파란 머리카락을 바람에 나부끼며 가만히 서 있는 왕무적의 모습을 보며 허풍도가 물었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오?”
육소빈도 왕무적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글쎄요… 저도 그게 궁금해요.”
왕무적을 바라보는 육소빈의 눈빛. 그건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행복 가득한 눈빛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란들이……!!”
50대 초반의 중년인이 소리를 듣고 나왔는지 얼굴을 가볍게 찌푸리다가 널브러져 신음하고 있는 경비 무사들을 발견하곤 입을 쩍! 벌렸다.
“이, 이게 무슨 일이냐!”
중년인의 외침에 어깨를 부여잡으며 양우명이 일어났다.
“저기 저놈이 다짜고짜 찾아와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대더니 결국은 이렇게…….”
중년인의 시선이 왕무적에게로 이어졌다.
‘파란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
신기하다는 듯 왕무적을 바라보던 중년인은 이내 다시 양우명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니?”
“그, 그게…….”
양우명이 우물쭈물 거리자 중년인이 호통을 쳤다.
“빨리 말해라!”
“네, 네! 그게… 풍운신검을 보여달라면서 억지를 부렸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헛소리를 들었는지 본문에 있다면서……?”
양우명은 딱딱하게 굳은 중년인의 얼굴 표정에 빤히 그를 바라보다가 점점 두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서, 설마… 진짜로 풍운신검이 있단 말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살벌한 눈빛으로 왕무적을 노려보는 중년인의 모습에 양우명은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네놈은 누구냐?”
중년인의 물음에 왕무적이 답했다.
“왕무적!”
“왕무적?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군. 그래, 풍운신검을 보여달라고?”
왕무적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 보여줄 수 있어?”
“없다!”
“……?”
“우리에겐 풍운신검인지 뭔지 하는 것 따윈 없다! 더 이상 소란 피우지 말고 돌아가라! 지금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그냥 모른 척해주마.”
중년인의 살벌한 음성에 왕무적은 입을 씰룩거렸다.
“너도 거짓말을 하는군!”
왕무적의 말에 중년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나는 분명 없다고 했으니 당장 돌아가라. 다시 말하지만, 지금 돌아가면…….”
“싫어! 분명히 있다고 들었어! 난 꼭 풍운신검을 봐야만 해!”
고개를 저으며 완강하게 거부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중년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생긴 것과 다르게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처럼 떼를 쓰는 왕무적의 모습과 자꾸만 말끝마다 풍운신검을 들먹여대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들었기에…….’
풍운신검에 대한 존재 여부는 숨길 수 있는 한 최대한 숨겨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일성검문에서도 문주와 몇몇의 최측근 수뇌부들만이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그런데 왕무적으로 인해 그것이 자꾸만 사실화되어 가고 있었고, 실질적으로도 경비 무사들의 눈에 의혹이 깊어지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대처를 못했다!’
중년인은 자신의 실수를 자책했다. 그러자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왕무적에 대한 살의가 솟구쳤다.
“풍운신검!”
고집스럽게 외치는 왕무적의 모습에 중년인은 전신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마지막 경고라는 듯 조용히 말했다.
“없다고 했다. 돌아가라.”
왕무적은 중년인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풍운신검이 여기 있습니까?”
“……!”
허풍도는 대놓고 물어오는 왕무적의 물음에 기겁을 하며 두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왕무적을 움직인 사람이 자신임을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괜히 구경하러 와가지고는!’
“저… 그, 그게…….”
대답을 기다리는 왕무적의 눈이 파랗게 빛났다. 거짓말이라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듯. 최소한 허풍도가 느끼기엔 분명히 그러했다.
“분명히 있네!!”
‘빌어먹을! 이젠 저놈이 일성검문을 박살내도록 비는 수밖에 없군!’
어차피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더군다나 일성검문에 풍운신검이 확실하게 있는 이상 그것을 알고 있는 허풍도를 가만히 내버려둘 일성검문이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중년인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기에 보복은 피할 수 없었다.
허풍도는 어쩔 수 없이 왕무적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건 것이다.
허풍도의 말에 왕무적은 중년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풍운신검은 여기 있다는데?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
중년인은 허풍도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인정할 수는 없는 일!
중년인은 왕무적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끝까지 부인했다.
“없다! 저놈이 널 속인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일성검문의 총관인 내가 없다고 하는 말이 더 믿을 수 있는 말 아닌가?”
왕무적은 잠시 중년인과 허풍도를 번갈아봤다.
두 사람을 번갈아보는 그의 눈은 여느 때완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동자와 같았다.
왕무적은 이내 중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묵직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람의 진실은 눈에서 비롯된다!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거짓을 말하는지는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했어!”
“그렇다면 내 눈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말이냐?”
중년인의 물음에 왕무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엔!”
그 대답에 중년인이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놈이로군! 어디서 그런 어설픈 수작을! 이곳엔 네놈이 말하는 그런 게 없으니 당장 꺼져라! 마지막 경고다!”
중년인은 더 이상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듯 눈을 살벌하게 치켜뜨고 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내라면 진실을 감추지 말고, 거짓을 말해선 안 된다! 그건 사내가 할 짓이 아니며, 비겁한 행동이다!’라고 했어! 넌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어?”
왕무적의 물음에 중년인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붉어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입가를 비틀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책임질 수 있다!”
중년인의 대답에 왕무적은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앞으로 걸었다.
저벅저벅.
왕무적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거짓말. 넌… 사내가 아니야.”
왕무적의 말에 중년인이 두 눈에 살기를 폭출시키며 빠르게 손을 놀렸다.
“분명히 경고는 했다!!”
검을 향해서 돌아가는 손, 검자루를 쥐는 것과 검을 빼어드는 것. 그리고 왕무적의 심장을 노리고 검을 내지르는 모든 동작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텅!
“……!”
“……!”
중년인이 검을 내지르는 동안 왕무적은 여전히 그를 향해 걸어가며 가만히 손을 들어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는 날아오는 검을 향해 검지를 가볍게 튕겼다.
“내게 검을 휘두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해. 넌 그럴 수 있어?”
“…꿀꺽!”
왕무적의 물음에 중년인은 검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이었다.
일성검문의 총관인 손진악은 믿을 수가 없었다.
나이도 이제 갓 약관(20세)을 조금 넘은 듯 보이는 왕무적의 무공이 자신을 훨씬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림에 왕무적처럼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무공을 소유한 후기지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적어도 이름만 말해도 다 알 만한 대문파의 제자들이나 무림세가의 자제들이다.
‘누구란 말인가… 왕무적… 왕무적…….’
왕무적이라는 이름을 아무리 떠올려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란 소리였다.
“풍운신검만 보여주면 돼.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야.”
왕무적의 말에 손진악은 슬쩍 허풍도를 바라봤다.
‘도대체 풍운신검에 대해선 어떻게 알았지?’
이내 손진악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영원한 비밀이란 없는 법이니, 언제고 밝혀질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도 들었다.
“풍운신검은 지금 볼 수 없다.”
“……!”
“……!”
손진악이 인정을 하자 왕무적, 육소빈, 허풍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두 눈을 부릅뜨며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푸, 풍운신검이 정말로 본문에 있었다니…….”
“어떻게 된 일이지?”
“총관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정말로 풍운신검이 본문에 있단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풍운신검은 천하이십육병 중의 하나인데! 그런 병기가 본문에 있을 줄이야…….”
경비 무사들이 너도나도 물어왔지만 손진악은 어떠한 답도 해주지 않았다.
“왜?”
왕무적의 물음에는 답했다.
“문주님이 지금은 없으니까.”
“없어?”
“그래.”
왕무적은 다시 한 번 손진악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곤 한참 만에 물었다.
“어디 갔지?”
“그런 것까지 말을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손진악의 반문에 왕무적은 그를 잠시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물론이지! 나는 풍운신검을 확인해야 하니까!”
“확인? 도대체 네놈이 하려는 그 확인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교묘하게 말을 돌리는 손진악이었다.
“풍운신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 아닌지! 그것을 확인해야 해!”
“…….”
“…….”
왕무적의 대답에 손진악은 물론이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경비 무사들까지도 모두 멍청한 표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풍운신검을 보겠다고 이런 난리를 쳐놓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를 확인한다니! 차라리 지금 배짱처럼 풍운신검을 차지하기 위해서 왔다고 하면 그나마 이런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인지를 확인한다고?”
“응!”
“…….”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손진악은 순간적으로 멍청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뭔가 대단한 말이라도 기대했던 걸까?
“그것뿐이더냐?”
“응!”
“그런 것이라면 내가 답을 해주지. 풍운신검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건이 아니다.”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