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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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5화
신룡전설 1권 - 15화
중년인을 따라간 곳은 천혈방 인근의 작은 평지였다.
그곳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중 왕무적에게 치욕을 당한 고여일과 20여 명의 하문 검관 무인들이 섞여 있었다.
살기충천한 모습으로 서 있는 고여일과 생사결전이라도 벌이려고 마음을 먹었는지 저마다 비장한 얼굴로 서 있는 하문 검관 무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육소빈은 아미를 살짝 일그러트렸다.
“네가 왕무적이냐?”
50대 후반의 중후한 멋이 풍기는 남자가 왕무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전신에서 풍겨져 나오는 기세는 능히 절정 무인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철혈검(鐵血劍) 자형광.
현 천혈방 방주이자 복건성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는 검사이다.
“그래.”
“감히!!”
왕무적의 대답에 자형광의 곁에 있던 철혈방의 총관인 철벽도(鐵劈刀) 나조문이 얼굴을 붉혔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새파랗게 어린놈이 예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으니 당연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 총관은 물러나게.”
“…예.”
자형광의 말에, 나조문은 내키지 않았지만 조용히 물러났다. 그러면서 왕무적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문이 어디냐?”
“사문? 나 그런 거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는 왕무적의 모습에 자형광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철혈방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문파나 세가의 후손이었다면 여간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문 검관이면 하문에서 그래도 알아주는 문파다. 그런 하문검관의 관주가 직접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왔으니, 이제 왕무적을 없애버리기만 하면 명실상부 하문 검관은 철혈방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하문은 물론, 인근 지역까지도 철혈방의 영향력 아래 놓아둘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한 일이다.
“네놈이 하문 검관 관주의 검을 부러트리고, 그의 막내아들인 고군보에게 무인으로서는 다시 회생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인 상처를 준 것을 인정하느냐?”
모든 일에는 명분이 필요한 법!
자형광은 내공까지 사용해서 왕무적을 은근히 꾸짖으며, 그의 죄가 무엇인지를 모든 이들이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즉, 넌 내 검에 죽어도 할 말이 없다는 걸 명백하게 밝혀두기 위함이다.
“검이 부러진 건 그 검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의 아들은 내 아버지를 욕하고 무시했기에 그에 마땅한 벌을 내렸을 뿐이야!”
지지 않고 외치는 왕무적의 모습에 자형광은 물론, 그의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검이 아니라서 부러트렸다? 그렇다면 네놈은 내 검도 부러트릴 셈이냐? 그리고 네 아비를 욕하고 무시한다면, 어떠한 사람이라도 그 인생을 망쳐놓겠단 말이냐? 네놈은 지금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대는 것일 뿐이다!”
자형광의 외침에 왕무적도 외쳤다.
“나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무엇인지 물었을 뿐이고, 그걸 알고 찾아갔을 뿐이야! 그리고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은 절대로!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
“흥! 자식 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인간 따윌 아비라고……!”
자형광의 곁에서 비아냥거리던 나조문은 자신의 코앞까지 순식간에 다가온 왕무적의 모습에 뒷머리가 싸늘해졌고, 등 뒤로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버지를 함부로 말하지 마!!”
“흥!”
왕무적이 고함을 내지르자 나조문이 급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확보하며 도를 뽑아 그대로 휘둘렀다. 도를 뽑고 휘두르는 모양새는 이미 일류의 경지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쇄애애액-!
가슴을 가를 듯 날아드는 나조문의 도를 바라보며 왕무적은 손을 뻗었다. 어떠한 무공도 사용하지 않고 단순하게 내공만으로 손을 보호하며 뻗었다.
‘멍청한 놈!’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턱!
“……!”
“……!”
왕무적의 손에 나조문의 도가 잡혔다.
“이… 이……!!”
나조문이 도를 비틀어 왕무적의 손을 베어버리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칼을 휘두른 건 너야.”
나지막하게 말을 마친 왕무적은 손끝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투캉!
“……!”
왕무적의 손에 의해 반으로 부러져버린 나조문의 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나조문은 할 말을 잃었고, 그러는 사이에 왕무적은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퍼억!
“커헉!”
나조문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나마 마지막에 내공으로 가슴을 보호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고군보 꼴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
“……!”
철벽도 나조문이 너무나도 쉽게 나가떨어지자 천혈방은 물론이고, 하문 검관의 모든 이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왕무적을 바라봤다.
오로지 한 사람, 섬전검 고여일만이 이미 예상했다는 듯 조금도 놀라지 않고 왕무적을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었다.
“제법 실력이 있구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자형광은 슬쩍 천혈방 무인들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들은 곧바로 저마다 검을 뽑아들며 왕무적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치릉! 치르릉!
“흥!”
천혈방의 행동에 육소빈이 코웃음을 치며, 신형을 움직였지만 그녀는 이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네년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하문 검관의 관주인 섬전검 고여일이 검을 들고 육소빈의 앞을 막았다.
“비겁하게…….”
“나는 정정당당한 비무 따윌 하자고 한 적이 없다.”
고여일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검을 들어올렸다.
육소빈은 슬쩍 왕무적을 바라보곤 어쩔 수 없다는 듯 양손을 늘어트리고 고여일을 바라봤다.
‘적랑이라면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파팡!
쇄애애액!
육소빈의 손이 움직이고 고여일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왕무적은 자신을 둘러싼 천혈방 무인들을 돌아보며 무거워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게 덤비는 거야?”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한 무인이 대꾸하며 검을 휘둘렀다.
“널 죽이려는 거다!”
슈아아악-!
빠른 속도로 검은 왕무적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검이 왕무적의 목을 막 자르고 지나가려는 순간!
번- 쩍!!
섬광이 터져 나왔다.
푸하아아악!
그리고 이어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으윽!”
따당.
검을 떨어트린 천혈방 무인은 고통스런 얼굴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어깨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그곳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척!
등에 있어야 할 한 자루의 녹슨 창이 왕무적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내는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누군가가 날 죽이려 한다면 내가 먼저 죽여야 한다! 그게 짐승이든, 물고기든, 사람이든!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목숨이다!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죽어주지 않으며,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살아주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라! 최선을 다해서 살아라! 그게 사내다!’라고 했어! 날 죽이려면… 목숨을 걸어!”
파란 눈동자가 시리도록 빛났다.
第九章. 전설의 무공!
왕무적은 자신을 에워싼 천혈방 무인들을 바라보며 손에 쥔 창을 힘주어 잡았다.
‘창이란 아주 간단한 무기다! 찌르면 된다! 그게 창이라는 무기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처음으로 왕무적의 손에 창을 쥐어주며 했던 말이다.
“쳐라-!”
한 무인이 우렁차게 외치며 검을 휘둘러왔다.
“이야아아앗-!!”
왕무적은 마주 기합을 내지르며, 지금까지 창을 사용했던 방법으로 창을 내질렀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뭐, 뭐지?’
아랫배에서부터 시작된 묵직한 기운이 몸을 휘돌았다. 그리고 그 묵직한 기운이 팔로 이어졌다.
파지지지직-!!
창에서 푸르스름한 기류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휘리리릭!
‘어, 어라?’
왕무적의 손 안에서 창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곧바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 푸르스름한 기류가 사방으로 회전했다.
뇌정칠절창(雷霆七絶槍)! 제이초(第二招)!
뇌룡선파(雷龍旋波)!
파파파파팟-!!
창에서 시작된 푸르스름한 기류가 소용돌이치더니 이내 하나의 희미한 형상이 되어갔다. 벼락과도 같은 뇌전의 기운을 머금은 형상은… 용(龍)!
“……!”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던 천혈방 무인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뇌전의 용에 두 눈을 부릅떴다.
콰지지지지- 지직!!
“크아아아아-!!”
비명소리와 함께 천혈방 무인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터지듯 흩어졌다.
“……!”
“……!”
달려들던 천혈방 무인들이 놀란 얼굴로 멈춰 섰다.
창을 내민 자세로 가만히 서 있는 왕무적.
파지직! 파지직!
왕무적이 쥐고 있는 창에서는 아직까지도 푸르스름한 뇌전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
왕무적은 자신이 해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 있었고, 천혈방 무인들은 단 한 번에 동료를 산산이 조각내서 죽여 버린 그의 강함과 잔인함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저, 저게 뭐냐?’
왕무적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자형광은 그가 펼친 창술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단순히 한 번 내질렀을 뿐인데 푸르스름한 기류가 뿜어져 나와 소용돌이를 만들고, 희미하지만 하나의 형상을, 그것도 용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저런 창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생각을 하던 자형광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커졌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경악스런 음성이 터져 나왔다.
“서,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