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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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5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14화
신룡전설 1권 - 14화
왕무적이 멀뚱히 의원을 바라보는 이유는 그가 돈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것도 있었지만, 지금 그의 수중엔 은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왕무적의 모습에 의원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네가 나에게 진료를 받았으면 자네는 마땅히 나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 아닌가?”
“아… 돈!”
그제야 알겠다는 듯 왕무적은 처음으로 커다란 짐을 풀어 그곳에 든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수놈이 이걸 가져가면 돈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왕무적의 손엔 웬만한 성인 남자 주먹보다도 큰 진주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의원과 육소빈은 왕무적이 내민 진주에 두 눈이 튀어 나올 정도로 치켜떴다.
“세, 세상에…….”
저 정도의 진주는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를 얼마로 책정해야 할지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꿀꺽……!”
의원은 자신을 향해 내미는 진주를 향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
‘어딜!’
육소빈은 재빨리 은자 반 냥을 꺼내 의원에게 건넸다.
“진료비는 여기 있어요. 적랑, 가요!”
“어? 하지만 돈을…….”
“내가 대신 줬으니까 적랑이 나중에 나한테 주면 돼요. 그러니까 가요.”
“아… 그래?”
육소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왕무적은 의원을 향해서 예의바르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럼 건강하세요.”
“…저, 저기…….”
의원의 눈에 생겨난 탐욕에 육소빈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곤, 왕무적의 손을 잡아끌며 하문의당을 빠져나왔다. 아니, 왕무적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한 그녀는 다시 의원에게로 돌아왔다.
“부탁 하나만 하죠.”
육소빈은 그렇게 말하며 의원에게로 금자 1냥을 내밀었다.
“적랑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겠죠?”
“…….”
의원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육소빈은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탁자를 지그시 손으로 눌렀다. 그러자 육소빈의 손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서서히 스며들 듯이 탁자에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
“나이도 드셨으니 어떤 것이 좋은지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어요. 그럼.”
육소빈은 싸늘함이 툭툭! 흘러내릴 정도로 매몰차게 몸을 돌렸다.
그녀가 나가고 난 후에 의원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금자 1냥과 손자국이 깊숙이 나 있는 탁자를 바라보다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허…….”
第八章. 사내는 물러섬이 없다!
“만두 두 개 주세요!”
“여기 있습니다.”
“여기 돈이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만두를 사들고 환한 웃음과 함께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풋!’ 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섬에서만 살아온 왕무적.
그에게 세상 경험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해서 육소빈은 그에게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게 벌써 5일이나 흘러가고 있었다.
돈의 가치와 왕무적이 모르는 물건, 하문시에 존재하는 건물들이 어떠한 일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왕무적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이 알려주는 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육소빈은 왕무적에게 하나하나 그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
“소빈, 하나 먹어.”
“응.”
육소빈은 왕무적이 내민 만두 하나를 집어 들곤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녀의 곁에서 왕무적도 만두를 맛있게 먹었고, 두 사람은 천천히 하문의 저잣거리를 거닐었다.
“허허… 오늘도 여전하구만.”
“그것 참! 매일 보는 거지만 정말로 잘 어울린단 말이야!”
왕무적은 말할 것도 없고, 육소빈 역시도 보기 드문 미인이다 보니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떤 이라도 시선을 한 번쯤은 돌려서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미 수일을 같이 붙어 다녔기 때문인지 몰라도 하문시 내에서만큼은 왕무적과 육소빈은 아름다운 연인 사이라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 내막엔 왕무적만 모르는 모종의 음모가 섞여 있었지만.
“나 이제 잘하지?”
왕무적의 물음에 육소빈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잘해.”
육소빈의 칭찬에 왕무적이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모르는 사실을 알아가고, 그것을 빠르게 습득해간다는 것은 정말로 기쁜 일이다.
왕무적이 그러했다.
“저, 고, 공자님… 한 푼만 주십시오.”
왕무적의 앞으로 늙은 거지가 나타나서는 불쌍한 모습으로 손을 벌렸다.
“여기 있습니다.”
왕무적은 늙은 거지의 손에 정확하게 한 푼만을 건네주었다.
“…….”
늙은 거지는 자신의 손에 들린 한 푼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저… 이왕지사 조금만 더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마나 줘야 합니까?”
왕무적의 정중한 물음에 늙은 거지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누런 이를 씨익 드러내며 말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만… 은자 한두 냥 정도면…….”
“아! 그렇군요.”
방긋 웃으며 왕무적은 늙은 거지의 손에 은자 2냥을 건넸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공자님과 같은 분은 분명히 복 받으실 겁니다.”
인사를 하고 늙은 거지가 몸을 돌리자, 그의 뒷모습을 보며 왕무적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건강하세요.”
이내 고개를 드는 왕무적을 향해 육소빈이 못마땅하다는 듯 물었다.
“적랑, 왜 저런 거지들에게 그렇게 정중한 거야?”
“머리가 하얗잖아.”
“……?”
늙은 거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왕무적은 말을 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머리가 저랬거든.”
“…….”
그 말에 육소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소빈, 저건 뭐야? 저기 가보자!”
왕무적은 하문 저잣거리 한 쪽에서 어설픈 차력과 외줄타기 등을 하는 놀이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랬구나…….”
지금까지 육소빈이 본 왕무적은 예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배우질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바로 머리카락이 하얀 사람에게만큼은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는 것이다. 그건 머리 군데군데 새치가 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왕무적은 머리가 하얀 사람들을 아버지 또래로 보고 공경하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통해 그가 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고 따랐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소빈! 빨리 와!!”
“응.”
손을 흔들며 자신을 부르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환하게 웃으며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야아아앗-!!”
딱. 딱. 딱. 딱.
갈비뼈가 훤히 보이는 마른 남자가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는 각목을 부러트리겠다고 맨손으로 수차례 내려치고 있다. 하지만, 언뜻 봐도 부실해 보이는 그가 각목을 부러트릴 수 있겠는가?
“아이고! 손이야! 내 손 부러진다!”
빨갛게 변한 손을 잡고 죽어라 소리를 질러대는 남자의 모습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폭소를 터트렸다.
“와하하하하~!”
“하하하하!!”
“재밌어?”
육소빈의 물음에 왕무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 사람 너무 재밌어! 하하하하!!”
“훗!”
눈에 뻔히 보이는 연극이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구경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저것이 연극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왕무적은 진정으로 재미있다는 듯 크게 웃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육소빈도 살짝 웃었다.
“멍청한 놈! 내가 부러트려주마!”
이윽고 돌덩어리들을 살 속에 묻어 놓은 듯한 거한이 각목을 후려쳤다. 그러자 ‘빠각!’ 소리와 함께 각목은 산산이 부서졌고, 사람들은 ‘우와~!!’ 하는 소리를 연발하며 굉장하다는 듯 거한을 바라봤다.
“어험!”
어깨에 힘을 주며 거한은 사람들의 시선을 즐겼다. 그러는 사이에 같은 놀이패의 일행 세 사람이 낑낑대며 커다란 바위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에는 저 바위를 맨손으로 박살내보겠다!”
거한은 그렇게 외치곤 바위의 곁으로 다가갔다.
“으하하하앗-!!”
그리고는 우렁찬 기합과 함께 거한이 주먹을 내질렀다.
퍼- 어억!
사방으로 바위의 파편이 튀며 거한의 주먹이 바위에 박혀 들어갔다. 거한은 이어서 다른 손으로 바위를 후려쳤고, 이번에도 역시 바위의 파편이 온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거한의 주먹이 바위를 가격할 적마다 바위는 눈에 띄게 부서지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는 자신의 말대로 바위를 박살내버렸다.
“어험!”
어깨에 힘을 바짝 주며 사람들을 돌아보는 거한의 모습에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눈을 피했으며, 어떤 이들은 대단하다는 듯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적랑, 이제 가자.”
육소빈의 말에 왕무적은 ‘조금만 더 구경하자’고 말했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곁에 나란히 서서 재미없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차력들을 구경해야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 차력사가 입으로 불을 뿜어내던 순간이었다.
“네놈이 왕무적이라는 놈이냐?”
육소빈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무림인!’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이 아닌 듯 보이는 40대 후반의 중년인이 날카로운 눈매로 왕무적을 훑어보고 있었다.
“누구죠?”
육소빈의 물음에 중년인은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는 듯 가볍게 그녀를 무시하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왕무적에게 다시 말했다.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기 싫으니 나를 따라와라.”
중년인의 말에 왕무적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를 바라봤고, 육소빈은 주변 사람들의 불안한 눈초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적랑, 우선 저자를 따라가 보자.”
“왜?”
“여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 힘들잖아.”
“아…….”
육소빈의 말에 왕무적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년인은 왕무적과 육소빈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몸을 돌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왕무적의 물음에 육소빈이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음…….”
“왜?”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모르는 사람은 함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어! 그러니까 난 안 갈래!”
왕무적이 갑자기 걸음을 뚝! 멈추자 육소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의 말씀도 맞지만, 적랑도 이제는 어른이고, 자신의 몸 정도는 얼마든지 지킬 수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그리고 적랑은 나를 처음 봤는데도 따라왔었잖아?”
“아… 그랬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적이는 왕무적의 모습에 육소빈은 배시시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누구지? 하문 검관인가?’
육소빈은 그렇지 않아도 하문 검관에서 천혈방(天血幇)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기에 이런 날이 올 줄 이미 진즉에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육소빈이 본 왕무적은… 고작 하문시 정도에서 패자로 군림하고 있는 천혈방 따위가 함부로 할 수 없는 고수이기 때문이다.
‘멍청한 놈들!’
육소빈은 중년인의 등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