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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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3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9화
신룡전설 1권 - 9화
그와 하문삼걸이 만나기 약, 한 식경 전으로 시간은 되돌아간다.
만평객잔 2층.
쪼르르르…….
삶의 의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눈빛으로 술잔에 술을 따른 여인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하문의 저잣거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앉은 자리는 만평객잔 2층에서 가장 좋은 자리였다.
“하아…….”
보는 이가 절로 맥이 탁! 풀릴 정도로 여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여전히 하문의 저잣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며 술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초승달을 얹어놓은 듯한 고운 아미(蛾眉)와 그 아래 자리를 잡고 있는 봉목(鳳目). 그리고 얼굴의 균형을 바로잡듯 가운데 앙증맞게 솟아난 콧날과 붉은 입술은 전형적인 경국지색의 미인이었다.
“꿀꺽… 크으~!”
화주의 독한 맛에 여인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의 곁으로 3명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리곤 곧바로 머리를 무릎까지 깊숙이 숙이며 외쳤다.
“누님-!!”
만평객잔을 뒤흔들 정도로 우렁찬 사내들의 외침에 여인은 또다시 아미를 찌푸렸다. 그리곤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그들에게로 내던졌다.
휙!
“억!”
퍽!
재빠르게 고개를 피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대번에 이마가 찢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누, 누님?”
말상의 청년이 ‘왜 그러냐?’는 듯 여인을 바라봤다.
“시끄러워!”
여인의 외침에 사내들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꿀 먹은 벙어리들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와중에 말상의 청년이 보일 듯 말 듯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씨팔! 누가 계집년 아니랄까 봐! 아주 변덕이 죽 끓듯 하군!’
벌써 3개월 가까이를 알고 지내온 사이지만, 매번 여인을 대할 적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을 찾아와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렸던 여인이다.
싸움질을 얼마나 했는지 여인은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물론 단순히 싸움질만 잘하는 여인이었다면 3개월 동안 그녀의 앞에서 이렇게 쥐 죽은 듯 지내진 않았을 것이다.
무림인!
여인은 바로 무공을 익힌, 그것도 제법 한가락 한다는 무림인이었던 것이다.
자신들과 같은 뒷골목 싸움꾼들이 어찌 무림인과 맞상대를 할 수 있겠는가?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던 여인은 곤죽이 되어 축! 늘어진 자신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오늘부터 여긴 내가 접수한다. 니들은 앞으로 내 말만 들어! 그렇지 않으면… 사내도, 계집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주지. 알아서들 행동해.’
그날 이후로 자신들은 여인의 종노릇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여지없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주먹질과 발길질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
탁자에 앉아 저잣거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여인.
“…….”
여인의 곁에서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는 3명의 사내들.
여인과 사내들 사이엔 침묵만이 흘렀다.
“아!!”
멍하니 저잣거리를 바라보던 여인이 갑작스럽게 탄성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저잣거리 한구석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야!”
항상 여인은 저런 식으로 자신들을 부르는 것을 지난 3개월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에, 사내들은 또다시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동시에 대답했다.
“예! 누님!!”
“저기! 저기!”
여인의 새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저잣거리 한구석을 가리켰다. 사내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쟤, 누구야?”
여인의 물음에 말상의 사내가 다른 두 사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그래? 데려와!”
“예?”
퍽!
쿠당탕탕!
말상의 사내는 반문과 함께 몸이 뒤로 밀려 탁자와 함께 뒹굴었다.
“빨리 데려와!”
“예, 옛!!”
여인의 외침에 세 사내는 허겁지겁 객잔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닥-
사내들이 객잔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이 지목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자 여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얼굴을 살짝 붉히며 부끄럽다는 듯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음… 뭐라고 해야 하지?”
여인의 두 봉목엔 파란색이 가득했다.
“씨팔! 진짜 더러워서! 퉷!”
침을 뱉어내는 양구의 모습에 그의 곁에 있던 삼봉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왜 그래?”
삼봉의 물음에 양구가 인상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우리가 누구냐? 하문을 주름잡던 하문삼걸이야! 그런데 어디서 족보도 듣지도 못한 계집년한테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씨팔! 이게 말이 되냐?”
“아서라, 아서! 무림인을 상대로 어쩌겠냐?”
삼봉은 이미 체념한 듯 대답했고, 그의 그런 대답이 양구의 화를 더욱 돋우고 말았다.
“씨팔! 너는 사내새끼가 자존심도 없냐?”
“뭐?”
“그러고 보니까 너… 그 계집년 앞에서 유난히 잘 보이려고 아부 떨더라? 하긴 그 계집년이 생긴 거 하나는 기가 막히니까! 그래도! 너 계속해서 그따위로 행동 했다가는 하문삼걸 족보에서 파버리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하란 말이야! 그리고 새꺄… 꿈 깨!!”
양구의 말에 삼봉이 이를 갈아붙이며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라고, 새꺄! 다시 주둥아리 나불거려봐!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새끼가! 너, 오늘 어디 한 군데 부러지고 싶냐! 앙!”
“어쭈? 왜 찔리냐?”
“이 새끼가!!”
주먹을 들어 올리는 삼봉의 모습에 양구가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못 놓냐?”
“못 놓는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양구와 삼봉이 막 주먹다짐을 하려는 순간, 같은 하문삼걸인 말상의 청년 장식이 끼어들기도 전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엉뚱한 인물이 불쑥 끼어들었다.
“왜 싸워?”
파란 눈에 가득 품은 의구심.
지금까지 하문삼걸의 뒤를 아무것도 모른 채 쫄래쫄래 따라오던 그였다. 그의 그런 참견에 서로의 멱살을 틀어잡고 있던 삼봉과 양구가 헛웃음을 흘리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상대의 멱살을 놓았다.
“이 새끼가 겁 대가리 없이 끼어드네?”
양구의 말이 끝나자 삼봉이 말을 이었다.
“너 이 새꺄! 지금 분위기 파악 안 되지?”
삼봉의 물음에 그가 곧바로 대답했다.
“응!”
“…….”
너무나도 허탈할 정도로 쉽게 나온 대답에 잠시 멍하니 있던 삼봉이 얼굴을 악귀처럼 징그럽게 일그러트리며 그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니가 하문삼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가 바로 하…….”
“지금 나한테 싸움 거는 거야?”
“엉?”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물어오는 그의 모습에, 멱살을 움켜쥐고 있던 삼봉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는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 너 따위가 어쩔 건데!”
삼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내라면 어떠한 싸움에서도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모든 싸움은 승패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는 법! 그 승패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그게 바로 사내다!’라고 했어!”
“뭐라고?”
콱!
“…컥!”
삼봉은 자신의 손목을 움켜쥔 그의 악력(握力)에 두 눈을 치켜뜨며 신음을 흘렸다.
“사내는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말과 동시에 삼봉의 손목을 잡고 휘돌렸다.
휘리리릭!
퍼억!
“크와악!!”
허공에서 크게 한 바퀴 회전하며 땅바닥으로 패대기쳐진 삼봉의 눈동자는 이미 뒤집혀 있었고, 그의 입에선 게거품이 부글부글 흘러내렸다.
“……!”
입을 쩍! 벌리고 선 양구와 장식을 향해서 그가 물었다.
“너희도 나랑 싸울 거야?”
절레절레!
양구와 장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삼봉을 왼손만으로 허공에서 크게 돌려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그의 괴력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외쳤다.
‘씨팔! 무림인이다! 젠장!!’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게 뭐야?”
“아, 아… 그, 그건…….”
장식이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제가 알려드릴게요.”
“누, 누님!!”
장식과 양구는 살았다는 듯 여인을 크게 불렀다.
그러나…….
“네? 누, 누님이라뇨? 무, 무슨 말씀이세요?”
봉목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이 여인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멀뚱히 서 있는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그의 뒤에 조심스럽게 서서 말했다.
“소녀는 저 사람들이 무서워요.”
“누, 누님…….”
장식과 양구는 어이가 없었다.
[니들 당장 안 꺼져!]
머릿속을 울리는 날카로운 외침에 장식과 양구는 급히 등을 돌려 왔던 길로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어, 어……!!”
갑자기 두 사람이 몸을 돌려 사라져버리자 그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지만 그 손을 여인이 냉큼 잡아버렸다. 그리곤 활짝 웃으며 말했다.
“가요!”
“어라? 하, 하지만…….”
어느새 그는 여인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