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6화
무료소설 신룡전설: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39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6화
신룡전설 1권 - 6화
천년 동안 도를 닦았다.
이무기는 용이 되었고, 용은 승천을 했다.
아! 승천을 하다가 다시 추락했다.
용은 이후 5백 년간 수차례 승천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용은 허탈해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왜! 어째서!! 왜!!
용은 승천하면 곧바로 천계(天界)의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그동안의 노력을 눈으로 보여줘야 한다. 물론 이무기가 용으로 변하고, 승천까지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옥황상제는 또 하나의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천계로 승천한 용이라면 그 증거로 여의주(如意珠)를 보여라!
바로 그놈의 여의주가 문제였다.
용은 옥황상제에게 ‘나 승천한 용이오!’라는 증거로 여의주를 가슴에 품고 승천했다. 그런데 그놈의 여의주가 산산이 흩어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리해서 용은 양쪽 발로 힘껏 감싼다거나, 입에 머금는다거나, 꼬리에 둘둘 만다거나, 비늘 아래 아무도 모르게 감춘다거나 하는 별별 짓을 다 해서 노렸지만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여의주는 흩어지고 말았다.
어째서 여의주가 흩어지는지 용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언제부턴가 자신이 쉬고 있는 쉼터에 한 인간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피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를 했다.
용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생각했다.
-내 피가 만병통치약이었던가?
인간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헛소문일 뿐이다.
용은 인간의 눈물겨운 효심에 피를 주려고 했지만, 그랬다가 자신의 피가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용 체면상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어렵다고 생각해 인간의 부탁을 거절하고 말았다.
결국 인간의 어미는 죽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매일같이 기도를 하던 인간이 어느 날부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눌러앉아 살기 시작했다.
이유는 피 한 방울도 못 나눠주는 좀스런 용을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용은 분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여기서 저 인간을 죽이면 더 좀스러워지겠지?
결국, 용은 인간 마음대로 하라는 듯 내버려두고 자신은 어떻게 여의주를 온전한 상태로 가지고 승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심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자신을 잡겠다던 인간은 어느새 미련할 정도로 자신으로 인해서 영물이 되어버린 영물들의 내단을 과다 복용하여 신체가 불규칙적으로 변해 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의 아들도 그와 같은 전철(前轍)을 밟고 있었다.
용은 그런 인간의 자손들을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인간의 자손들은 미련스럽게도 선조들의 전철을 밟았다.
용은 인간들의 한심한 짓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서 밑에 있던 만년황금어(萬年黃金魚)를 보내 ‘여기는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니 당장 떠나라!’라는 경고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간의 자손은 만년황금어를 잡아버렸다. 이에 용은 놀랐다. 아무리 인간의 자손이 영물들의 내단을 복용했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강할 줄은 생각도 해보지 못했고, 결국 태극만년금구(太極萬年金龜)를 급파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간의 자손들은 태극만년금구를 잡아버렸다.
용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최측근인 적음태혈사(赤陰太血蛇)까지 보냈다. 용은 믿었다. 적음태혈사라면 저 당돌하고 건방지며, 무식한 인간의 자손을 물리쳐줄 것이라고!
하지만 믿음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제야 용은 인간이 어째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지 깨달을 수 있었고, 마지막 남은 최측근, 괴물 문어에게 간간이 인간의 자손들이 영물들의 씨를 말려버리지 못하도록 훼방만 놓으라고 일러두었다.
그리고 용은 어떻게 하면 여의주를 온전한 상태로 보관해서 승천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에 들어갔다. 그러다 얼마 전에야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다른 존재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존재는 인간이어야만 했다.
“……?”
-알겠지?
용의 물음에 그는 두 눈만 멀뚱멀뚱 뜨고 용을 바라봤다.
-알겠지?
“그런데 그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거야?
-그게 네가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어떻게?”
용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멍청한 인간에게 그런 일을 맡겨도 되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인간을 구할 수도 없었다. 물론 지금 물 밖으로 나가면 욕심 많은 인간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승천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그런 인간과는 거래를 할 수 없다. 차라리 조금 미덥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눈앞에서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인간이 훨씬 나았다.
-네가 내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온다면 나보다 약한, 이제 갓 이무기 수준을 벗어난 용이 어디 사는지 알려주마. 원한다면 용을 잡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도록 하지.
용의 말에 그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그 모습을 여전히 못미덥게 바라보던 용은 인간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제아무리 영약을 밥처럼 먹었다고 하더라도 소위 말하는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인간들과 만나게 되면 한순간에 죽어버릴 것임을 알기에 조금의 은혜를 베풀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인간, 넌 운수대통한 줄 알아라.
“……?”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용의 눈에서 사이한 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새하얀 빛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어라?”
자신의 몸을 감싸는 새하얀 빛에 그는 신기한 듯 몸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고, 이내 새하얀 빛이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스스스…….
새하얀 빛이 모두 스며들자, 그가 조금씩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배, 배가……!”
단전으로부터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그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단전에서 시작된 극심한 고통은 온몸의 전신 혈도로 번져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악-!!”
몸을 뒹굴거리며 죽어라 비명을 질러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용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인간으로서는 꿈도 꿔보지 못한 신체를 만들어주는 거니 잠자코 있어라. 끌끌끌…….
용의 말대로 그의 신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외적인 부분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지만 내적으론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었다.
몸의 모든 혈도가 막힘없이 뚫렸으며, 단전과 몸 가득 채우고 있던 영물들의 내단은 각각 양과 음의 기운으로 나뉘어져 몸의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르륵!!
신체의 오른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신체의 왼쪽의 피부가 갈라지며 얼음이 얼고 엄청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우드득! 우드득!
콰직! 콰직!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뼈가 변화했다.
북궁휘가 봤다면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을 것이다. 환골탈태(換骨奪胎), 그리고 생사현관(生死玄關)의 타통(打通)이 함께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 역사상 이 같은 경지를 이룩한 무인은 없었다. 아니, 인간으로서 환골탈태와 생사현관 타통을 함께 이룬다는 것은 골백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이루지 못할 일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용이니까 이런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그가 고통에 비명을 지르든 말든, 용은 개의치 않고 누군가를 불렀다.
-홍아, 청아.
용의 곁으로 집채만 한 거대한 붉은 물고기와 같은 크기의 파란 물고기가 다가왔다.
전설의 영물!
극양지천어(極陽地天魚)와 극음지천어(極陰地天魚)!
각각 태양금인어와 한빙만년인어가 이무기가 용이 되듯 도를 닦아야 진화할 수 있는 영물 중의 영물들이었다.
극양지천어와 극음지천어를 바라보며 용이 말했다.
-홍아는 뭉텅이로 된 종이 쪼가리 좀 가져오고, 청아는 삐죽한 쇳덩어리들 좀 가져와라.
용의 말에 극양지천어와 극음지천어는 각각 어디론가 헤엄쳐 사라졌다.
-욕심 많은 인간이 혹시라도 날 귀찮게 할지 모르니 바다로 나간 금아에게 미리 일러둬야겠군.
이윽고 용은 또 필요한 무언가가 있을까 싶어 이것저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第四章. 용이 베푼 은혜
“이대로 물러나야 한다니…….”
뱃머리에 선 북궁휘의 모습은 불과 며칠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백발(白髮)! 백미(白眉)!
북궁휘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눈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단순히 그의 머리카락과 눈썹의 색깔만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겉으로 풍기는 그의 기세도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일대 대종사(大宗師)의 기도가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백년거린어의 내단 덕분이었다.
북궁휘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백년거린어를 잡아 내단을 복용했다. 무인이기에 영물의 내단 정도는 얼마든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고, 또 그 기운을 10할 모두 흡수하지 못하더라도 백년거린어는 눈에 차일 정도로 많았기에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약간은 조급한 북궁휘의 마음으로 인해 그의 머리카락과 눈썹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부작용이 일어났지만, 이미 무림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내공을 소유하게 된 그였기에 변화된 모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괴물 문어만 아니었어도…….”
북궁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고, 그의 전신에선 가공할 살기가 폭출되었다.
괴물 문어의 등장으로 인해 북궁휘는 더 이상 백년거린어를 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괴물 문어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떠나서 그 많던 백년거린어가 단! 한 마리도 볼 수 없을 정도로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는 바람에 더 이상은 내단을 취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한 번은 물속으로 직접 뛰어 들었다가 괴물 문어에 의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북궁휘는 더 이상 물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육지에서 괴물 문어와 싸운다면 이길지 몰라도 물속에서는 아주 조금도 승리할 가망성이 없는 무모한 싸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