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룡전설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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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4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신룡전설 2화
신룡전설 1권 - 2화
물고기의 배를 가르기가 무섭게 하얀 김과 함께 주변을 차갑게 얼려버릴 정도의 냉기와 내장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장 속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리곤 무언가를 쥐고 옷으로 쓱쓱 닦아냈다.
새파란 구슬이 손에 들려 있었다.
“이번에도… 암놈이네…….”
실망스런 얼굴로 물고기의 알을 바라보던 그는 지체하지 않고 ‘꿀꺽!’ 삼켜버렸다.
부르르르르……!!
한차례 몸을 떤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물에 젖은 파란 머리카락이 딱딱하게 얼어붙었고, 옷은 얼어붙다 못해서 조각조각 깨져버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한기로 인해 배가 갈라진 거대한 물고기는 물론, 주변의 푸른 풀들이 모두 얼어붙어버렸다.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그가 반 시진이 지나서야 천천히 눈을 떴다.
번쩍!
세상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만 같은 파란 눈!
“쳇! 또 옷이…….”
알몸이 되어버린 그.
허리까지 길게 자란 파란 머리카락. 머리카락만큼이나 파란 눈동자. 그리고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얼굴. 하지만 굳은 살 하나 없는 매끈한 상체와 제법 튼실한 그것은 분명 사내였다.
그는 자신의 몸을 한차례 훑어보곤 이내 소도를 다시 들었다. 그리고 물고기의 비늘을 벗겨내려는 순간!
촤아아아아아아아……!!
물보라와 함께 파란 물속에서 둥그런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엄청난 물을 허공에 뿌리며 거대한 무언가를 휘둘렀다.
휘리리리릭!
“……!”
콰아앙!
뽀얀 먼지구름과 함께 대지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고, 방금 전 그가 잡아놓은 물고기는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짓뭉개져 버렸다.
그는 짓뭉개진 물고기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렸다. 그리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이… 이 자식! 감히 먹는 음식을 저렇게 만들다니!!”
대지에 상처를 입힌, 4장 크기의 거대한 물고기를 단 한 번에 짓뭉개버린 위력적인 공격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이 잡은 물고기가 먹을 수 없게 변해버렸다는 사실에 그는 두 눈에 살기를 담았다.
그의 앞엔… 머리통만 3장이 넘어가는 거대한 문어가 14개의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사실 이 문어의 다리는 14개가 아니라 27개였다. 그와의 싸움으로 13개가 잘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이야말로… 네놈의 먹물로 내 몸을 씻어주마!”
타다다다닥-.
그가 나무 창을 꼬나 쥐며 문어를 향해 달려갔다.
7대 선조께서는 금빛으로 빛나는, 전체 길이 5장에 이르는 황금잉어를 잡으셨다.
10대 선조께서는 집채만 한 거대한 거북이를 잡으셨다.
13대 선조께서는 그 길이가 무려 10장이나 되는 엄청나게 큰 붉은 바다뱀을 잡으셨다.
그리고…….
18대인 나는 발이 27개나 달린 괴물 문어와 싸우고 있다.
하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잡아야 하는 것은 고작 발이 27개인 괴물 문어가 아니다.
내가 잡아야 하는 것은…….
우리 선조들께서 잡으려 했던 것은…….
쿠아앙!
문어의 공격에 대지의 이곳저곳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정작 문어가 죽이고자 하는 목표는 빠른 몸놀림으로 이리저리 피할 뿐이었다.
콰아아앙!
다시 한 번 문어의 공격이 대지를 강타했고, 뽀얀 먼지 구름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먼지 구름 속에서 한 자루의 투박한 나무 창을 들고 그가 튀어나왔다.
“차아아아앗-!”
맹수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기합성을 뱉어내며 그는 곧장 문어를 향해서 달려 나갔다.
휘리리리릭!
허공을 짓이기며 문어의 다리가 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문어의 다리가 그의 지척으로 다가온 순간!
타- 앗!
땅을 박차고 그의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3장 이상을 솟구친 그는 상체를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있는 힘껏 숙였다.
“으라라라라!!”
팽그르르르르!
엄청난 회전을 하며 그의 몸이 문어를 향해서 날아갔다. 팽팽했던 활시위에서 화살이 쏘아져 나가는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후아아앙-!
강맹한 바람을 동반하고 휘둘러지는 문어의 다리.
회전을 머금고 날아가는 그와 거대한 문어의 다리가 중앙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서- 걱!!
이제까지 굉음을 내며 대지를 강타하던 문어의 다리는 이렇다 할 힘도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만큼 그의 회전도 반 이상 떨어진 상태였고, 문어의 다리는 아직까지 13개나 남아 있었다.
휘리리리릭!
양쪽에서 2개의 다리가 날았다.
푸우우욱!
“큭!”
오른쪽에서 날아든 다리에 나무 창을 깊숙이 꽂아 넣고 그 끝에 매달린 그는 신음을 흘렸다.
주르륵!
입술을 비집고 붉은 실핏줄이 흘러나왔다.
문어는 다리에 나무 창을 꽂아 넣고 매달려 있는 그를 떨어트리기 위해 다리를 허공에서 흔들어댔지만, 그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리에 박혀 있는 나무 창으로 인해 고통이 커지자 허공에서 흔들던 다리를 세차게 휘둘러 대지를 후려쳤다.
콰아아앙!
뽀얀 먼지 구름이 다시 한 번 치솟았다.
“하아앗!”
먼지 구름을 뚫고 달려 나온 그는 곧바로 문어의 다리를 밟고 달렸다.
타다다다닥.
눈부신 속도로 달려든 그는 문어가 다른 다리를 휘두르기도 전에 머리까지 달려들었고,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받아라!!”
물고기를 잡을 적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주먹, 아니 몸 전체에서 붉은 기류가 넘실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퍽!
주먹은 문어의 머리를 쳤지만 물컹거리는 머리의 살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머리를 터트린다! 으하아앗-!”
그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커다랗게 기합을 내질렀다.
몸 전체를 감싸고 넘실거리던 붉은 기류가 폭발이라도 하듯 사방으로 팽팽하게 뿜어졌고, 곧바로 문어의 머리 부근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퍼퍼퍽!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문어의 살집.
휘리리리릭!
퍽!
“크아악!”
살집에 파묻혀 있던 주먹을 회수하기도 전에 날아든 문어의 다리가 그의 호리호리한 몸을 강타했고, 곧바로 그는 빠른 속도로 허공을 날아 커다란 나무에 부딪혀 쓰러졌다.
“컥! 컥! 쿨럭! 쿨럭!”
그가 기침을 할 적마다 붉은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하얗던 안색은 서너 번 더 기침을 하고 핏물을 쏟아낸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우, 후우…….”
그는 작게 심호흡을 하곤 문어를 바라봤다.
‘역시 놈은 너무 강하다!’
파란 수면 위에 이젠 13개가 되어버린 다리를 사방으로 움직이며 떠 있는 문어의 한쪽 머리통이 처참하게 찢어져 있었다.
문어 역시도 그의 공격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인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문어는 그를 바라보다가 수면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어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꿋꿋하게 버티고 서있던 그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털썩.
“후우, 후우… 역시 아직은 놈을 잡을 수 없는 건가? 쳇!”
조그맣게 중얼거린 그는 그대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눈 안으로 가득 들어찼다.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주변은 평화로웠으며, 파란 수면 위로 1장 크기의 송사리들이 하나, 둘 튀어 올랐다.
나신으로 따뜻한 햇살을 받던 그는 ‘끙……!’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켜 허리까지 자란 풀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하늘을 찌를 듯이 서로의 몸을 꼬며 서 있는 거대한 나무 두 그루. 그 사이엔 조그마한 웅덩이가 파여 있었고, 그 웅덩이 안에는 우윳빛 물이 담겨 있었다.
‘이 물은 6대 조부께서 발견하신 거다. 이것은 네가 어디를 다치던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신비의 약물이다.’
웅덩이 속의 우윳빛 물을 바라보던 그는 그대로 머리를 처박고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카아~!”
입가에 묻은 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며 그는 절반 이상이나 줄어들어버린 우윳빛 물을 바라봤다.
“앞으로 일 년은 못 먹겠군.”
이 우윳빛 물의 놀라운 효과로 인해서 그의 7대 조부는 모든 물을 남김없이 마셔버렸었고, 그 결과 8대 조부는 이 신비의 약물을 한 방울도 마셔볼 수 없었다. 약간이라도 남아 있어야 조금씩이라도 물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을 바라보던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물을 마시고 나면 항상 나타나는 증상.
아랫배부터 시작해서 몸 전체가 뜨뜻해지면서 머릿속이 맑아진다.
고통도 없었으며, 물의 약효는 빠르게 나타난다.
답답했던 가슴과 무겁기만 했던 팔다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정상으로 돌아오자 그는 눈을 떴다.
번쩍!
파란 눈동자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사라졌다.
“오랜만에 바다로 나가볼까?”
환한 미소와 함께 그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빠르다.
마치 한 마리의 표범을 보는 것 같다.
세상을 뒤덮고 있을 정도로 넓고 푸른 바다!
넘실거리는 파도와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
모래사장까지 빠르게 달려온 그는 그대로 바다에 뛰어 들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라?”
파도에 휩쓸려 1남 1녀가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나무 조각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주변으로 다가가 남자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양쪽 어깨에 각각 한 사람씩 짊어졌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괴력!
그가 움직일 적마다 허리까지 기른 파란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