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9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90화
제2장 대륙정벌 (9)
무진은 공방일체의 완벽한 무력을 선보이는 대신에 공격력에 집중했다. 공수의 조화는 훌륭한 무리(武理)지만 무진이 선호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적의 공격을 공격으로 무너뜨리고, 수비 역시도 공격으로 부숴버리는 것이야말로 무진의 방식이었다.
퍼어억!
케이브의 복부에 권격을 가한 후 달려드는 사론과 멘델프의 팔을 잡아 집어 던졌다.
휘이익!
쌔애앵!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아가 버린 사론과 멘델프는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시야를 가렸다. 너무 빠르게 날아오다 보니 막아서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전력을 모아야만이 겨우 막을 수 있었다.
투아아앙!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물러서자 카이엘 황제는 홀로 무진을 상대해야 했다. 무진의 스피드는 빠름을 초월해 있었다.
일격을 뻗자.
퍼억!
크윽!
이격을 뻗자.
퍼억!
쿨럭!
카이엘 황제는 3번 연속으로 뻗은 무진의 권격을 한 번도 방어를 하지 못하고 일격, 이격, 삼격을 허용해야 했다.
권을 뻗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먹만을 뻗는 것이 아니다. 전신의 움직임, 특히 허리와 상체에 속하는 어깨의 움직임이 보이기 마련이다. 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다 보고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실력의 차이가 높다면 부분을 보건 전체를 보건 무용지물이지만 말이다.
카이엘 황제는 무진과의 차이가 이 정도로 멀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자신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무진의 무력은 카이엘 황제를 한참이나 초월했다.
주르륵!
카이엘 황제는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지도 못했다. 무진이 재차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격의 루트조차 파악할 수 없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공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케이브와 사론이 무진의 양옆을 쇄도해 들어오고 있었다.
퍼퍼펑!
극에 이른 패권이 무진의 옆구리를 쳤다. 사론과 케이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무진이 강해도 정타를 허용하면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무진의 방어력에 부딪친 후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어떻게?”
목소리마저 떨려왔다. 공격을 가한 케이브와 사론이 오히려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주먹 끝을 타고 흘러 들어온 기운이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내부를 휘저었다. 마(魔)에 물들어 버린 마룡(魔龍)처럼 날뛰는 기운을 억제하는 것도 예상보다 어려웠다. 잠시 동안 공격은커녕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렸다.
무진은 무방비라고 해서 자비를 내려주지 않았다.
케이브와 사론의 위기를 본 카이엘 황제가 초월마법을 사용했다.
“초월마법 절대금제!”
염력과 마력의 조합으로 궁극의 마법을 형성해 내는 초월마법의 절대금제였다. 일단 절대금제에 걸리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정지해 버린다. 초월마법의 무서운 점은 시전자의 능력보다 몇 배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카이엘 황제조차도 절대금제에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한다.
그런데 무진은 달랐다. 절대금제마법에 걸리기는커녕 무진의 주변에 펼쳐진 수라탄강기가 절대금제마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파괴적인 속성의 혼돈력과 절대 흡수력을 가진 암흑력이 더해지자 완벽한 반탄기공을 만들어 내었다. 그 어떤 속성의 기운도 받아쳐 버릴 수 있었다.
크윽!
절대금제마법이 통하지 않자 카이엘 황제는 충격을 받은 듯 뒤로 물러서며 비틀거렸다. 초월마법의 반사작용이었다. 상성이 통하지 않으면 역으로 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에 카이엘 황제는 당혹감에 젖었다.
퍼억! 퍼억!
푸앗! 푸앗!
케이브와 사론이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가슴에 권격을 허용하는 순간 심장이 박살나며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 대륙십강의 허무한 최후였다. 무진은 둘을 가볍게 보내버린 후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았다.
대기를 가르며 달려 들어오는 멘델프가 보였다. 멘델프의 특기는 수강이었다. 모든 것을 베어낼 수 있는 수강이 허공을 가로질러 무진의 명치를 잘라내었다. 멘델프의 피스트파이트에 속하는 문커트(분월-分月)이었다. 허공의 달마저 자를 수 있다고 하여 붙여진 가공할 수공이다.
슈우웅!
“아니!”
환영을 자른 것이다. 멘델프는 쉬이 인정하지 못했다. 대륙십강에 속하는 자신이 환영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방어를 하는 게 중요했다.
무진이 유령처럼 멘델프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오른손으로 목을 잡았다. 대륙십강과 무진의 속도차이가 현저하게 컸다. 벗어나기 위해서 무진의 팔을 두 손으로 잡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손아귀를 통해 목으로 흘러 들어오는 무진의 강력한 기운이 멘델프의 오러를 처참하게 짓밟았다. 멘델프가 마지막 기력을 다해 발을 박차며 돌아서려 하자 무진은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멘델프의 목이 꺾였다. 중심을 잃은 몸은 썩은 고목나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무진은 지금까지 대결한 자들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강력한 오러를 동반한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저 압도적인 빠름과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권각술을 선보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륙십강 3명이 손도 못 써보고 죽었다.
“별로군.”
무진은 별다른 감정 없이 다음 목표물을 찾았다. 시야에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보였다. 그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브, 사론, 멘델프에게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무진처럼 일순간에 끝내 버릴 수는 없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떻게 하늘 아래 저런 괴물이 있단 말인가!”
“악몽이다!”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꿈이라면 빨리 깨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서서히 접근해 오는 무진을 방관하며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끄집어내야 했다. 대륙십강이 살기 위해서 발악을 하고 있었다.
“절대 중력!”
“공간 장악!”
쿠웅!
무진의 주변으로 100배에 달하는 중력이 가해졌다. 지형지물이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으그러졌다. 그와 동시에 펼쳐지는 공간장악으로 인해 무진이 서 있던 공간이 이질적으로 흔들렸다.
“빅뱅홀!”
일명 차원의 구멍이라고 불리는 빅뱅홀이다. 공간을 장악할 수 있다면 공간과 공간의 충돌을 일으켜 새로운 차원의 구멍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윈바이크 공작의 특수능력이 발휘되자 무진의 바로 앞에 차원의 구멍이 생기며 사방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이잉!
빅뱅홀의 빨아들이는 압력이 엄청났다.
“끝이닷!”
“잘했다!”
윈바이크 공작으로서는 모험을 한 것이다. 빅뱅홀은 그로서도 쉽사리 제어하지 못하는 수법이었다. 잘못하면 이 일대는 물론 왕국 전체가 전부 빨려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최후의 순간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무진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났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때였다. 소용돌이치며 사방을 흡수하던 빅뱅홀이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윈바이크 공작과 아론 공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법이지만 상성이 좋지 않군.”
무진의 암흑력과 혼돈력은 차원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혼돈력으로 공간과 공간의 충돌을 부숴버린 후 튕겨져 나가는 빅뱅홀을 암흑력이 흡수해 버렸다.
“이럴 리가 없다!”
“제발 죽어랏!”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진력이 실린 오러볼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지상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고 있었다.
퍼퍼퍼퍼퍼퍼퍼펑!
쿠꽈꽈꽈광!
지면을 박살내는 것으로 부족해서 지하까지 충격을 주었다. 하늘 높이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공포심을 느낀 순간 자제를 하지 못했다. 두려움에 가지고 있는 전력을 남김 없이 쏟아 부었다.
휘아아앙!
솟구쳐 오르는 구름 사이를 뚫고 무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기공포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았다. 절대의 방패이자 공격력을 자랑하는 무진의 수라탄강기가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헛!
헛바람을 삼킬 시간이 없었다. 무진의 차가운 눈동자가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뇌리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전력을 쏟아버린 직후라 방어할 수 있는 기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아 있는 것을 쥐어짜는 순간.
“중력… 컥!”
“공간… 컥!”
무진의 양손이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목을 잡아챘다. 특수능력을 펼치기는커녕 손아귀에 잡히자 기력이 소진되어 버렸다. 내부로 스며드는 무진의 차갑고, 잔인한 파괴성이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공포를 자극했다.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명성, 체면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항복을 했을지도 모른다.
“죽…여…라!”
“그러지.”
무진은 동정하지 않았다. 대결에 패하면 죽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쓸모가 있다면 살려주겠으나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무진에게 필요 없는 존재였다.
꽈아아악!
으윽!
목에 힘이 주어지자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눈이 충혈되면서 얼굴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카이엘 황제는 초월마법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이 죽어버리면 다음을 기약하기 힘들다.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만 했다. 하지만 카이엘 황제의 외침은 무진에게 들리지 않았다. 소리 없는 아우성에 불과했다.
“안… 돼!”
우드드득! 우드드득!
뼈가 부서지면서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은 목숨을 잃었다. 무진은 거치적거리는 시신을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그 자리에는 케이브, 멘델프, 사론이 죽어 있었다. 죽은 자로 탑을 쌓고 있는 무진이었다.
으아아아악!
막을 수 없다. 능력의 한계를 체감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극렬한 분노가 카이엘 황제의 가슴을 채웠다. 카이엘 황제는 포효와 함께 초월마법의 반탄력을 이겨냈다.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를 벗어나면서 내부에 숨쉬는 잠재력이 분출되었다. 초월마법의 역량과 무력이 결합해서 새로운 무력을 얻었다.
“죽여주마!”
무진은 카이엘 황제의 변화에 별다른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무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배 이상 무력이 상승했다고 해도 무진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발버둥을 쳐봤자 한계를 체감할 뿐이다.
무진은 얼마든지 오라는 손짓을 했다. 간단하게 부숴주겠다는 오만함을 내비쳤다.
무진의 건방진 모습이 카이엘 황제의 분노를 더욱더 상승시켰다. 카이엘 황제의 분노에 대기가 요동쳤다. 대기의 마찰이 극에 이르며 폭풍이 사납게 불어닥쳤다. 삽시간에 이 일대에 비바람이 소용돌이쳤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카이엘 황제의 신형이 거침없이 돌진해 나갔다. 파공성이 공간을 박살내는 것 같았다.
파파팟!
카이엘 황제의 숨 쉴 틈 없는 맹공이 퍼부어졌다. 일격에 산을 부수고, 이격에 대지를 부수고, 연격에 천지사방을 떨게 만드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떨게 만들 무력도 무진은 넘어서지 못했다.
무진은 카이엘 황제의 권각술에 정확하게 대응했다. 완벽한 후발제인(後發制人)의 역공이었다. 상대의 실력을 간파한 후 위에서 내려다보아야만 가능한 수법이 아닐 수 없었다.
파앙! 파앙! 파앙!
권과 권, 슬과 슬, 퇴와 퇴가 부딪치며 충돌음이 허공을 메아리쳤다. 교차하는 순간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맞물렸다. 마치 거울 앞에서 권각술을 시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이엘 황제는 치욕스럽다는 것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같은 속도, 같은 궤도로 부딪치고 있었지만 한 가지 큰 차이가 있었다. 전신에 스며 들어오는 무력의 차이가 엄청났다. 카이엘 황제는 무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쿨럭!
주르르륵!
잠재력을 격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카이엘 황제의 몸은 점점 망가져 갔다. 누적되는 수라탄강기의 위력 앞에서 내부가 뭉개지고 있었던 것이다. 입가로 핏물이 토해지는데 내장쪼가리가 섞여 나왔다.
“너… 같은 놈이 있…었다니!”
카이엘 황제는 무진만 없었다면 대륙을 지배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비통함과 억울함이 교차했다. 세상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무진은 카이엘 황제의 한탄을 받아주지 않았다. 힘이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 세상의 진리다. 무너져 버린 약자는 동정 받을 가치조차 없었다.
“너는 세상을 지배할 수 없다.”
“닥…쳐라!”
“진실을 외면하지 마라.”
“닥치라고!”
무진의 주먹과 카이엘 황제의 주먹이 마지막을 향해 나아갔다.
파아아앙!
쩌쩌저저저적!
주먹을 시작으로 팔에서 어깨까지의 골격이 버티지 못하고 으스러졌다. 카이엘 황제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지만 왼손을 뻗었다. 무진은 인정을 두지 않고 남아 있는 카이엘 황제의 왼손마저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카이엘 황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황제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았다.
무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카이엘 황제의 전신을 부서뜨려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초월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게 된 카이엘 황제는 바닥에 누운 채 숨을 헐떡였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카이엘 황제를 무진은 내려다보았다. 카이엘 황제는 절망감에 젖어 있었다.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보고 있는 것 같았을 것이다.
“끝이군.”
무진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는지, 카이엘 황제의 목을 발로 밟아 단숨에 끝을 내주었다. 황제로서의 권위, 명예, 자부심도 죽으면 사라지는 것에 불과했다.
파아앗!
뿌드득!
황제의 죽음도 다른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살아남지 못했으니 약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무진은 대륙십강의 시체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대륙십강을 손쉽게 이겼지만 무진은 기뻐하지 않았다. 손쉬운 승리는 원하지 않는다. 피가 끊고, 소름이 돋는 전율을 원하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에 대한 갈증이 더욱더 불타올랐다. 하지만 세상에 대륙십강보다 강한 자들이 있을까! 대륙인들에게 물어본다면 없다고 할 것이다.
“없다면 만들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