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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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4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87화
제2장 대륙정벌 (6)
“진격하라! 하나도 남김없이 쓸어버려라!”
진영의 중앙에 선 카이엘 황제의 음성이 퍼져 나갔다. 확성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성은 지평선 끝까지 퍼져 나갔다. 음성에 서린 패기가 전장을 지배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황제가 직접 나섰기에 기사와 병사들의 사기도 충천했다.
“물러서지 말고 용감하게 맞서라! 승리의 영광을 그대들과 나누겠다!”
제국군의 총력전에 왕국연합도 물러서지 않고 결사항전의 각오를 다졌다. 어느 한쪽이 승리하건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것이다. 인간의 대륙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고요함에 전장의 심장 소리가 요동쳤다.
쿠쿵! 쿠쿵!
전장의 긴장된 분위기가 최고조로 올라섰다. 제국이 자랑하는 대륙십강의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이 선두에 서서 전장을 지배했다. 대륙십강이 뿜어내는 기세는 인간의 영역을 한참이나 초월해 있었다. 마주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이에 맞서는 왕국연합 최정예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대륙십강을 상대로 팽팽한 대결을 펼쳤던 메카닉 왕국의 타이탄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타이탄의 등장은 움츠러들었던 왕국연합의 기세를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전장에 감도는 기후조차 요상했다. 기세와 기세가 전장의 중심에 부딪쳐 기후마저도 바꾸어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잔잔하던 바람이 휘몰아치다가도 금세 사라지고, 구름 한 점 없었던 날씨가 어느새 검은 구름이 전장을 뒤덮기도 했다. 요상 망측한 기후의 변덕이 전장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었다.
두둥! 두둥!
고조되는 전장으로 인해 병사들의 두근거림이 들려왔다.
“돌격하라!”
“물러서지 말고 맞서라!”
마침내 대륙의 운명을 결정짓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전장은 삽시간에 인간의 욕망과 좌절의 집합체로 변했다. 이기기 위해서, 죽이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인간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었다. 전장은 그 모든 욕망을 하나로 엮어버리는 무서운 마력을 가졌다.
퍼퍼펑!
크아아악!
비명성이 전장에 울리고, 죽어가는 병사들이 속출했다. 사람의 살을 뚫고, 뼈를 가르던 병사의 표정이 악귀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이처럼 잔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아니면 동료가 죽는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망설임이 사라졌다. 아비규환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기사와 병사들은 전장의 마력에 홀려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다.
치열한 전장의 중심에 대륙십강과 타이탄이 부딪쳤다. 그들의 대결은 기사와 병사들과는 다른 전장에서 벌어졌다. 주변에 있으면 휩쓸려 버릴 수 있었다. 파장의 여파가 반경 3,000미터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간이 넘어설 수 있는 극강의 무력을 소유한 자들과 인간의 마도공학과 마법의 총화로 이루어진 최종병기의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의 합공은 무시무시했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맞서 싸우는 메카닉 왕국의 오헨 공작, 데브론 공작, 오스왈드 자작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셋의 합공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메카닉 왕국을 돕기 위해서 각 왕국이 숨겨놓은 슈페리얼급 타이탄이 동원되었다. 왕국의 숨은 저력들이었다. 그들까지 합세해서 겨우 동수를 이루고 있었다. 대륙십강 3명을 상대하기 위해서 동원된 타이탄의 수만 해도 70기에 달했다.
퍼퍼퍼펑!
철커덩!
카이엘 황제의 검이 수직으로 내려 그어지자 공간이 베어졌다. 합공을 하던 조르스 왕국의 타이탄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반으로 잘려 나갔다. 타이탄의 단단함은 카이엘 황제의 검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정면으로 상대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여실하게 증명되었다.
카이엘 황제의 능력은 무력뿐만이 아니었다.
“홀드!”
멈칫!
카이엘 황제가 공격을 펼치고 난 후 생긴 빈틈을 파고들던 오헨 공작은 기겁하고 말았다. 말이 힘이 되어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더니 오헨 공작의 타이탄을 정지시켰다. 9서클,저항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수만 겹의 거미줄이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카이엘 황제의 역공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카이엘 황제의 특수능력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건 설마!”
오헨 공작은 아주 오래전 들은 기억이 있었다. 마법을 초월한 마법, 과거 마도시대에조차도 3명을 넘지 않았다던 전설의 마법, 바로 고대 에테르(초월)마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이구나! 알고 있다니 그 위력을 알고 있겠지!”
기가 막힐 일이었다. 카이엘 황제는 소드엠페러(검황-劍皇)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었다. 갓소드(검신-劍神)라는 평가를 받아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초월마법까지 숨기고 있었다. 초마검사(超魔劍士)로 불리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검법은 그렇더라도 초월마법은 선천적인 능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염력과 마법의 조화가 필요하기에 태어나면서부터 원천마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초월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두뇌는 발전하게 되지만 육체는 쇠약해진다고 전해졌었다. 그로 인해 20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반면에 카이엘 황제는 어떠한가! 나이와 무력을 초월하는 존재였다.
오헨 공작의 위기를 눈치 챈 오스왈드 자작이 리미트스핀(무한회전-無限回轉)오러심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리미트스핀오러심법은 오러의 끊임없는 회전을 통해 일시간에 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오러심법이었다.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는 반면에 육체와 정신, 재능이 받쳐주지 못하면 익힐 수 없는 마(魔)의 오러심법이기도 했다.
-익스플로젼소드(폭화검법-爆火劍法)-제6절초-라스트임팩트(종폭-終爆).
슈아아앙!
파아아앙!
강렬한 임팩트가 카이엘 황제의 정면을 어지럽혔다. 초월마법을 시전하는 중간에 날아온 검력으로 인해 카이엘 황제는 오헨 공작을 잡아두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검력과 초월마법 간에 존재하는 미세한 틈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제법이군.”
위력이 만만치 않음을 카이엘 황제는 느꼈다.
카이엘 황제의 초월마법에서 풀려난 오헨 공작은 사지에서 겨우 빠져나왔음을 인정했다. 만약 오스왈드 자작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처참하게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오스왈드 자작은 좀 전에 전력을 기울였다. 반면에 카이엘 황제는 물러섰을 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주변의 전투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벌써 10기의 타이탄을 파손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모가 되는 것은 왕국연합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오헨 공작은 여력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카닉 왕국의 보전을 위해서 숨겨둔 타이탄까지 꺼내들어야 한다는 것을 체감했다.
아직도 메카닉 왕국에는 50여 기의 타이탄이 남아 있었다. 슈페리얼급 이상의 타이탄으로 성능 면에서는 그레이트타이탄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타이탄을 타는 라이더의 능력이 한참이나 떨어졌다. 타이탄라이더의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을 주고 싶지만 그럴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미진한 능력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새로운 타이탄의 등장으로 인해 대결은 여전히 팽팽하게 진행이 되었다. 전장은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져도 지속되었다. 하루가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서로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 번 물러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새벽이 밝아오는 시간 어둠과 밝음의 교차점에 무진이 서 있었다. 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였다. 무진은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관전자의 입장을 취했다.
“황제의 능력이 제법이군.”
카이엘 황제는 듀론 공작, 제임스 공작보다 훨씬 강했다. 아마 둘을 합해 놓은 것 정도는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무진은 별다른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강자를 대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는 상태다. 무진에게 대륙십강은 그다지 의미가 없게 되었다. 대륙십강의 상위서열이 저 정도라면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5명 정도면 괜찮겠군.”
대륙십강 5명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을 해보는 무진이었다. 다른 사람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미친놈 취급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군.”
무진의 계획은 막바지에 다가와 있었다.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이 무진의 계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물론 무진은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면 곤란했다. 다가올 환란을 위해서는 어둠 속에서 전장을 지배해야만 했다.
“이제 왔군.”
용병연합이 올 시간이었다. 무진은 카이엘 황제가 총력을 기울이는 시간을 계산하여 용병연합의 진군시간을 앞당겼다. 전술은 전장의 상황에서 따라서 얼마든지 수시로 변할 수 있었다.
“어디 감추어진 전력을 보여봐라.”
무진은 관전자의 입장에서 전장을 더욱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소용돌이치는 전장의 상황 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지금 보여주는 전력이 전부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살고 싶다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어둠이 물러가고, 날이 밝아 오는 시간까지 전투가 지속되면서 기사와 병사들은 지쳐갔다. 무의미하게 검을 찌르고, 베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가 잘려 나가고, 몸이 쪼개지는 잔인한 광경조차 무감각하게 변했다. 기사와 병사들은 그저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욕망만이 남아 있었다.
그와 반대로 전장의 핵심인 카이엘 황제와 타이탄의 전투는 치열해져만 갔다. 카이엘 황제는 기세를 느꼈다. 제국군의 후방에서 강렬한 기운을 지닌 존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용병놈들이 감히!’
하찮은 용병이지만 대륙십강이 포함되어 있다. 타이탄과 합세하여 덤비게 되면 전황이 귀찮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전력을 전부 끌어올렸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여력을 남겨둘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카이엘 황제가 전력을 기울이자 아론 공작과 윈바이크 공작도 최선을 다했다.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이 무력을 하나로 합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강기의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난 무지막지한 포격이 이루어졌다. 황제와 4대 공작은 대륙십강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합공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연수합격이 자연스러웠다.
카이엘 황제는 오만하지만 이성적인 존재였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면서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무력의 합일이었다. 단순한 합일이 아닌 오러의 속성을 합일하여 능력을 증폭시켰다.
일반적인 오러포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 압도적인 무력이 모습을 드러냈다.
퍼어어엉!
투아아앙!
오러포격을 타이탄으로 막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스치고 지나간 대지가 반으로 갈라지면서 파장이 천지사방을 진동시켰다. 터져 나간 자리는 오러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대지는 녹아 내린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소멸되었다. 잔재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은 뼈를 시리게 하는 오싹한 한기를 경험했다. 단 한 번의 포격으로 인해 15기의 타이탄이 분쇄되었다. 그레이트타이탄으로 상대하는 것도 힘들어진 상황이 되었다.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한없이 느리게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찰나였다.
“안… 돼!”
카이엘 황제가 오러포격을 한 이유를 깨달았다. 타이탄과 타이탄 간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최적의 공간을 흐트러트리는 것이 아니라, 오스왈드 자작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것을.
오스왈드 자작은 이제 메카닉 왕국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가 죽게 되면 메카닉 왕국의 존속 자체가 어렵게 된다. 미래를 위해서는 오스왈드 자작은 꼭 살아남아야 한다.
오스왈드 자작은 피할 공간을 잃어버렸다. 이대로 오러포격을 받게 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스왈드 자작은 오러포격의 위력과 동시에 약점을 발견했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오러의 흐름과 순간적인 동체시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스왈드 자작이었다. 약점을 발견하기는 했다. 그러나 당장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가소로운 놈! 죽어랏!”
푸아아아아앙!
막지 않으면 오스왈드 자작의 뒤에 있는 타이탄은 물론 진형자체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었다.
“젠장!”
전력을 다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오스왈드 자작은 죽음을 각오하고 전력을 사용했다. 그가 희생함으로써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목숨을 걸고 왕국에 충성하는 기사다운 배포였다.
오스왈드 자작이 오러포격에 직격 당하는 찰나에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이 정면을 막아섰다.
“왜?”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은 메카닉 왕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들이 나서는 것을 오스왈드 자작은 이해하지 못했다.
“자네는 왕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인재네!”
“우리 같은 노인네야 지금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은 미래를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러포격을 정면을 받아냈다.
퍼어어어어엉!
그레이트타이탄의 외갑과 내갑의 갑판은 메카닉 왕국이 자랑하는 합금공학의 총화였다. 단단함은 오러, 마력저항력의 최고점에 도달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륙십강 3명의 합동오러포격에 의해서 모래처럼 허물어졌다. 타이탄이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오스왈드 자작은 미칠 것 같았다. 자신을 위해서 희생한 두 공작의 마음 때문에 눈물이 났다. 적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의 능력을 한탄했다.
“빌어먹을!”
후우우!
카이엘 황제, 아론 공작, 윈바이크 공작은 호흡을 조절했다. 오러포격은 위력이 강한 만큼 소모되는 양이 만만치가 않았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에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했다.
“이제 마지막이다!”
오스왈드 자작을 제거하지는 못했지만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을 죽였다. 주축이 사라진 이상 흔들리기 마련이다. 이제는 따로 움직여서 타이탄을 부숴버리면 되었다.
그때부터 왕국연합의 타이탄은 속절없이 당했다. 여력을 소모했다고는 하지만 대륙십강은 아직도 강했다. 무력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오헨 공작과 데브론 공작의 희생이 무의미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