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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7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31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78화

제1장 카무하트 (3)

 

무진은 방 안을 나와 다른 방도 불태웠다. 흔적을 일일이 다 지울 시간이 없었던 무진은 태워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강렬한 불의 열기가 방 안을 뒤덮자 타는 것 대신에 녹아버렸다.

삽시간에 수십 개의 방을 모두 태워버린 무진은 마지막 방을 태울 때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헬파이어를 능가하는 수라심혼지력(修羅心魂之力)의 화룡(火龍)이 덮쳤는데도 불구하고 타지 않는 물체가 있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무진은 이끌림을 받았다. 녹아 내리지 않고 유난히 빛을 발하는 것은 반지였다. 겉으로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혼돈력.”

무진의 내부에서 동조하는 이끌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반지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잡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교차했다. 초극을 넘어선 무진은 이성보다 본능이 더 정확할 수 있었다.

“감히!”

고작 반지 따위에 불안감을 느꼈다는 것이 무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카이젠의 설명에 의하면 이번이 마지막 신기일 것이다. 5개의 신기가 하나로 합쳐지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원래의 하나였던 것이 5개로 분리되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완벽한 하나로 합일되기 위해서는 반지를 집어야 한다.

하지만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망설이고 말았다. 망설인다는 것은 두려움을 느꼈다는 뜻이 된다. 무진은 그것이 못마땅했다.

응?

동굴 주변으로 10명의 무리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평범한 존재들이 아니다. 특히 그중에 1명은 범상치가 않았다. 성스러운 기운이 전신에 충만하여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빛으로 몸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인트소드인가.’

아그리언 신성제국의 대륙십강, 세인트소드일 가능성이 있었다. 세인트소드를 보필하는 10명의 기사들은 세인트 기사단일 것이다.

무진은 지금 당장 반지를 취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아공간으로 반지를 집어넣었다.

아공간에 반지를 넣은 무진은 공간이동을 통해 동굴을 벗어났다. 동굴 밖으로 나온 무진은 주변에 동화되어 기척을 숨겼다. 어둠을 흡수하여 어둠에 자리 잡은 무진은 공간에 녹아들었다. 작정하고 은신한 무진을 찾아내는 것은 대륙십강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꽈아아아아앙!

우우우우우웅!

형언할 수 없는 순백의 성스러운 빛이 공간을 잘라냈다. 그러자 공간과 공간을 굴곡시켰던 마법장이 무너지면서 천지를 진동시키는 굉음이 발생했다. 빛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어둠을 잡아먹었다. 세인트소드가 뿜어내는 빛은 최상위를 넘어서는 신성력이었다. 극에 이른 순도 높은 신성력은 어둠을 제압하는 능력이 있었다.

빛으로 무장한 세인트소드가 어둠을 물리치며 나아가자 그 뒤로 10명의 기사들이 따랐다.

“저곳이군.”

신성제국의 세인트소드 바트란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바트란은 어둠을 지극히 싫어한다. 세상을 창조한 주신 아그리언의 뜻을 따르는 독실한 성기사사단의 수장으로서 어둠을 반드시 소멸시켜야 했다. 그것이 세인트소드의 소명이었다.

“가자.”

“예!”

바트란은 마법굴곡장으로 가려진 동굴 안으로 기사들을 이끌고 들어갔다.

그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중삼중으로 어둠을 감싼 무진은 어둠 그 자체였다. 하지만 빛의 중첩된 힘은 어둠을 흐트러뜨리는 능력이 있었다. 가벼이 볼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다.

“역시 세인트소드였군.”

무진의 예상대로 신성제국의 세인트소드 바트란이었다. 그가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것은 흑마법사들이 꾸미는 일을 신성제국도 알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세인트소드가 직접 찾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인트소드는 신성제국의 서열 3위이며, 핵심적인 인물이다.

“아직은 들키면 곤란하지.”

무진은 신성제국의 힘을 얕보지 않았다.

특히 세인트소드 바트란은 듀론 공작보다 강했다. 신성력에 의한 강함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둠을 흔들어놓는 바트란의 능력은 대단했다.

더군다나 특수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무진으로서는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지 모른다.

어둠의 무리가 사라지는 것도 신성제국이 무너지는 것도 무진은 원하지 않았다. 아직은 혼란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진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흔들어놓을 수 있었다.

“곧 승부를 내주지.”

무진은 세인트소드와의 승부를 다음으로 미루고, 자리를 벗어났다.

 

용병연합의 수는 10만에 달했다. 하급용병을 제외한 정예용병들이라 일반병사들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더군다나 대륙 5대 용병대의 연합이기에 용병이 생겨난 이래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0만의 용병이 브릴란트 제국의 서쪽 메가데인 영지에서 황궁을 향해 일직선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영지를 막고 있던 수비군으로서는 용병들을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수적인 차이는 물론, 질적인 차이까지 어느 것 하나 용병보다 앞서는 없었던 것이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10만의 용병을 5개로 나누어서 브릴란트 제국의 요소 요소를 찌르고 들어갔다.

각 용병대의 수뇌부들은 오러마스터를 초월한 자들이었다. 더군다나 소드아머까지 착용을 했기에 제국의 후방병력은 감당해 내지 못했다.

“원하는 재물은 모두 너희들의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예!”

시즈는 용병들이 제멋대로 약탈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사람을 죽이고, 약탈을 하게 되면 전쟁이 끝난 후에 용병들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이 가해질 수도 있다.

용병들의 성격상 당장의 쾌락을 위하는 놈들도 있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선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시즈, 차린, 천득구는 귀족들의 재물을 모두 털어 나누어주었다. 일단 용병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10일 동안 파죽지세로 진격을 한 후 용병들에게 진군을 늦추고, 방어라인을 구축하도록 명령했다.

용병들의 전력이 역대최강이라고 해도 제국은 숨겨둔 전력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안으로 깊게 파고들다 역으로 갇히는 수가 있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숨을 고르고, 재정비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물론 이것은 시즈, 차린, 천득구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달랐다.

용병연합막사 안에 무진이 앉아 있었다.

“대륙전쟁이 소모전 양상으로 길어지게 될 거다.”

“그럼 지금이 적기 아닙니까! 차라리 제국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자유용병제국을 세우는 것입니다!”

용병왕국도 아닌 용병제국.

가히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병은 속박을 원하지 않는 자유로움을 원한다. 그렇기에 한곳에 정착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용병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국가를 형성하지 않는다. 국가의 지배력에서 벗어난 용병들이 이름을 날리지만 대부분의 용병들은 멸시를 받는다.

자유용병제국이 생기면 용병들의 지위가 이제까지와는 달라질 것이다. 용병들의 구심점이 생기며, 대륙 곳곳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용병들이 원하는 지상낙원이었다.

“아직은 아니다.”

무진은 용병제국을 세우든지 말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20년 이상 제국을 다스려본 무진이다. 그 따분함을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다.

무진은 지금의 격전과 혼전이 좋았다. 상대하기 버거운 존재에 맞서 끝없이 싸우고 싶다. 그것이 무진이 원하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세상이 무너진다 한들 무진의 관심사가 아니다.

“소모전 양상을 띤다는 것은 지금부터 제국이 우리에게 눈을 돌린다는 소리가 된다. 이제 곧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하긴 여기까지 너무 쉽게 오기는 했네요.”

시즈, 차린, 천득구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제국의 총력이 메카닉 왕국과의 전쟁에 투입되는 바람에 진입이 예상보다 쉬웠다.

처음에는 용병들도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이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브릴란트 제국은 대륙최강국이다. 대륙십강이 버티고 있는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쉽게 제국 안으로 진입했다. 지속적인 전투의 승리로 인해 용병들이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제국의 전력이 전장에 투입됐다고 해도 남아 있는 전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숨겨진 힘을 아직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아 용병들이 안으로 더 파고들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제국이 원하는 지형에 뜻하지 않은 상황으로 포위가 된다면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먼저 치고 올 수밖에 없겠지.”

“반대로 시간을 끌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제국은 시간이 없지 않나.”

“아! 그렇네요!”

제국군은 용병들이 곧바로 쳐들어올 것이라 예상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일 경우 시간을 끌어봤자 제국은 득이 되지 않는다. 먼저 움직이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현재 급한 것은 제국군이었다.

“천득구.”

“예! 주군!”

“아마 전선에서 누군가 빠져나갔을 거야, 그가 누군지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전선에 투입된 전력 중에 중요한 인물이 빠져 있다면, 그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적이 누군지 알고 있다면 그에 발맞추어 준비를 하면 그만이었다.

“한동안은 이대로 전선을 유지해.”

“예!”

무진은 명령을 내리고, 곧바로 막사를 나왔다. 멀어져 가는 무진의 등 뒤를 차린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순히 여자로서의 반발심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생기는 감정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다. 여전히 답은 오리무중이다.

‘그래도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어!’

괜히 마음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일시적인 감정이라고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일단은 좋아하는 마음에 충실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었다.

 

카이엘 황제의 명령을 받은 제임스 공작은 자이언트 기사단을 이끌고, 황도의 방어선 중에 제3교두보 역할을 하는 쿠란시에 도착했다. 쿠란시는 황도로 진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주요거점 지역이다.

제임스 공작은 용병연합의 규모와 전투력이 만만치 않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에 전략을 수정했다. 용병이라고 무시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제국의 공작이 용병에게 패한다면 그 수모를 감당하기 힘들다.

제임스 공작은 제국의 전력을 쿠란시에 집중시켰다. 전력을 한 군데 집중시켜 역공으로 단숨에 승부를 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제임스 공작은 용병들의 진군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렇기에 황도로 오는 길목 길목에 의심을 사지 않을 만한 함정을 만들고, 용병들이 함정을 돌파했을 때 밖에서 문을 걸어 잠글 생각이다.

함정은 평범하지 않다. 황도는 하나의 거대한 미로와 같다. 지하에 숨겨둔 집과 성벽, 여러 가지 지형지물이 적이 침입했을 시에는 하나둘씩 솟아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게 되어 있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은 안의 지형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황도 안에 갇혀 입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용병들을 각개 격파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제임스 공작의 예상은 시작부터 빗나가고 말았다.

“용병들이 황도 밖에서 방어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정탐병이 확보한 바로는 확실합니다!”

제임스 공작은 예상이 빗나가자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시간을 끈 것이 오히려 용병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말았다.

제임스 공작은 정해놓은 계획 안에서 전략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면 냉정한 판단력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물론 대다수의 일들이 그의 무력으로 충분히 보완이 되었지만 본성이 바뀌지는 않았다.

“화가 나는군.”

크게 분노한 모습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숨막히는 분위기가 방 안에 맴돌았다.

“먼저 공격하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해주지. 하지만 그 대가가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겠다.”

제임스 공작은 진군명령을 내렸다. 일단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기사단을 이끌고 적의 수뇌부를 응징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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