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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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0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74화
제5장 대륙전쟁 (2)
슈욱!
슈욱!
정원 안으로 시즈와 천득구가 도착했다. 시즈는 차린이 주인과 잘되기를 바라며 일부러 천득구와 시간을 보냈다. 동생을 위한 오빠의 지극한(?) 배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옆에 동생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시즈는 오랜만에 눈이 호강한다고 생각했다.
‘소니아 왕국의 여왕이 대륙제일이라더니! 과연!’
얼핏 보니 동생과는 이미 한판 한 모양이다. 아름다운 얼굴을 무기로 고약한 성미를 감추고 있는 동생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시즈는 연적이 있다는 것에 오히려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부터 무진이 여인에게 관심이 없으면 동생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사랑도 얻지 못하고 독신으로 늙어가는 동생은 보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차린은 독신주의를 열창했었다. 어떻게 해서든 시집은 보내고 싶은데, 차린을 상대할 사내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무진이 나타났다. 무진을 놓치면 차린은 평생 사내와는 인연이 없을 것이다.
‘기회가 있겠지.’
시즈와 천득구의 등장에 에이프런의 심기가 편치 않았다.
‘이거 뭐야! 내 정원이 개나 소나 다 출입하는 곳이야!’
1명도 아니고 3명이 정원에 들어왔는데도 병사들은커녕 기사들까지 조용하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이렇다면 둘 중 하나다. 방어가 허술하거나 저들의 능력이 뛰어난 경우다.
‘이놈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또다시 정원 안으로 공간이동을 해온 자들이 있었다.
왕궁에는 마법결계가 쳐져 있는데 결계를 뚫고 공간이동을 해온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슈욱! 슈욱!
남자 3명과 붉은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미녀 1명이었다. 그들은 무진을 보자마자 곧바로 인사를 올렸다.
지그프리트, 제니아, 젠카르트, 바이드론이 무진의 부름을 받고 쏜살같이 공간이동을 해온 것이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들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제법 늘었군.”
“아직 부족합니다!”
지그프리트, 제니아, 젠카르트, 바이드론은 과거에 비해 천양지차였다. 마법에 대한 완숙도와 마나의 양이 엄청나게 진일보했다.
고룡급에 비견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단시간 내에 빠른 성장을 했다.
시즈, 차린, 천득구는 지그프리트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했다. 눈동자 속에 숨겨진 광폭함과 권태로움, 인간의 마나양을 훨씬 초월하는 존재들이었다.
“드래곤.”
‘음!’
지그프리트, 제니아, 젠카르트, 바이드론도 시즈, 차린, 천득구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평범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운과는 달랐다. 전력을 다해도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주군의 주변에는 범상치 않은 자들만 있구나!’
무진은 계획을 진행하기 전에 서로의 정체를 밝히도록 했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고 하지 않는가!
시즈, 차린, 천득구의 정체를 확인한 드래곤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는 돼야 인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에 반해 에이프런은 자신만 소외되는 기분을 느꼈다. 솔직히 이들이 한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얼토당토않았다. 그리고 그들을 무진이 통제하고 있었다. 대륙이 이 사실을 알면 기절초풍할 것이다.
‘빌어먹을! 명색이 내가 여왕인데 너무 작아 보이잖아! 그래도 이대로 포기는 못해!’
에이프런은 전의를 불태웠다. 연적에게는 무엇이든 지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서 대등해지고 싶었다. 대등한 상태에서 당당하게 겨루어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진은 에이프런의 투지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재능은 결코 부족하지 않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강해지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었다.
‘그래야 내 옆에 있을 수 있다.’
무진은 안주하는 자를 옆에 두고 보지 않는다. 쉬지 않고 발전해서 스스로의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무진의 옆에 있을 수 있다.
지금 무진은 에이프런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노력해서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도록 말이다.
무진은 상념을 지우고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한 방안을 내 놓았다.
“곧 대륙은 전쟁에 휩싸일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대륙은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용했다. 터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지.”
“그럼 누군가 전쟁을 조장하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전쟁은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니,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대륙의 혼란은 사전포석이었다. 각국의 분열을 조장해 세력과 세력이 결집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쟁을 막을 생각이십니까?”
“아니, 전쟁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혼란은 극에 이를 것이다.
또한 전쟁은 아군뿐만 아니라 적군의 시야도 가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수록 계략을 꾸민 자는 자신이 정해놓은 시야밖에 보지 못한다. 전략의 성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무진은 다크포트에서 조사한 각국의 상황을 보여주며 각자가 할 일을 정해주었다. 전쟁이 선포되기 전에 이번 일을 모두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들은 무진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적의 계략을 역이용하는 역간계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라고 해도 알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계획이었다.
그렇다 해도 이번 일은 무력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을 세워도 무력과 세력의 차이가 크다면 성공할 수 없다.
“3개월이다.”
“예!”
무진은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두말하지 않고 따랐다.
무진이 드래곤을 개입시킨 것은 마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제압하게 되면 신분이 탄로날 수도 있다.
전쟁이 나기 전까지 신중을 기하며 전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음지에서 움직여야 하기에 드래곤이 마법으로 도와주어야 했다.
서로의 역할을 파악한 그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모두 사라지고 난 후 무진과 에이프런이 정원에 남았다.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나?”
“그래서요.”
“강해질 기회를 주지.”
“정말이요!”
“그러나 과연 네가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군.”
“참을 수 있어요!”
과거였다면 싫다고 앙탈을 부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차린을 비롯한 절대자들을 본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에이프런도 그 자리에 올라서고 싶었다.
절대자를 향한 순수한 욕망을 불태웠다.
‘좋군.’
메카닉 왕국.
브릴란트 제국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는 국가. 대륙제일의 발전된 문명을 이룩한 곳이기도 하다. 천년의 세월 동안 대륙을 양분하는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아직까지도 영향력이 막강했다.
메카닉 왕국의 군사력은 타이탄과 그를 조종하는 자들과 연관이 깊다.
진일보된 마도공학력을 바탕으로 타이탄 제조술을 확보한 메카닉 왕국은 다른 제국과 왕국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타이탄을 가지고 있었다.
메카닉 왕국은 타이탄에 전문적으로 탑승하는 엘리트 조종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기사로서의 실력보다는 타이탄 조종술이 뛰어난 자들을 전문적으로 양성한 것이다.
메카닉 왕국은 타이탄뿐만 아니라 각종 병기에 관해서도 대륙최강이었다.
가공할 살상력을 지닌 대량학살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병력의 우위만 믿고 메카닉 왕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국가는 대량학살병기의 무서움을 겪어야 했다.
30년 전 브릴란트 제국에 맞서 대륙의 평화를 지켜낸 메카닉 왕국은 각 왕국에서 믿고 있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었다.
그런 메카닉 왕국이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분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이룬 왕이 별세를 한 후 1왕자와 2왕자 간의 왕위쟁탈의 치열한 권력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왕을 결정해야 하는 왕국으로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었다.
서로 다투게 된 이유는 1왕자와 2왕자의 성향에 있었다.
1왕자 카세이론은 온유한 성격에 왕도정치를 선호하는 반면에 2왕자 마르크스는 강인한 힘을 바탕으로 패도를 추구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서로의 관점과 추구하는 점이 완전히 다르고, 세력 역시도 균일했다.
다이룬 왕이 살아 있을 당시만 해도 2왕자를 따르는 무리는 많지 않았다. 마르크스 왕자의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메카닉 왕국의 왕위선정은 장자우선승계였다. 귀족들이 카세이론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다이룬 왕이 죽기 직전부터 마르크스 왕자를 지지하는 세력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거의 비등한 상황이 되었다.
서로 간의 치열한 다툼으로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내전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전이 터졌다. 메카닉 왕국 역사상 7번째로 벌어지는 내전이었다.
메카닉 왕국에서 내전이 벌어지자 대륙의 눈과 귀가 주목했다. 전쟁의 향방에 따라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르마탄 요새.
메카닉 왕국 중부전선의 최고 거점지대다. 강력한 방어력을 기반으로 대량살상무기가 장착되어 있는 하르마탄 요새는 하나의 거대한 무기와 같았다.
이곳에 2왕자 마르크스가 직접 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후방에서 전장을 지휘하는 것보다는 직접 전장의 중심에 서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기에 그를 따르는 자들은 패도적이며, 저돌적이었다.
마르크스는 1만의 기사단, 100기의 타이탄과 라이더, 20만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 숨겨둔 무력과 병기까지 감안하면 일반적인 왕국 따위는 반나절 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전력이었다.
어두운 밤 홀로 마르크스가 요새 위에 서서 전장을 보았다. 마르크스는 강자였다. 그의 마음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홀로 움직일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전쟁은 마르크스가 원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에게는 형이다. 골육상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메카닉 왕국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마르크스가 보기에 형의 왕도정치는 이상론에 가까웠다. 현 정세는 3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브릴란트 제국이 호시탐탐 왕국을 노리는 상황에서 평화는 사치였다. 지속적인 군사력의 확보와 병기의 개발이 필요할 때였다.
그래서 형의 의견에 반발했었다. 그것이 화근이 되었다는 것을 마르크스도 알고 있다.
‘응?’
“누구냐!”
마르크스의 검이 허공을 그었다.
슈아아악!
탕!
어둠이 내려앉은 곳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검이 퉁겨져 나갔다. 뒤로 밀린 마르크스는 서슬 퍼런 한광(寒光)을 번뜩이며 재차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무언가가 던져졌다.
휙!
데굴! 데굴!
목 위만 남은 사람의 머리였다. 얼굴을 확인한 마르크스의 얼굴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토피 백작!”
아토피 백작은 마르크스 왕자의 심복 중에 1명이다. 이제까지 그를 보필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눈조차 감지 못한 채 목이 잘려 죽고 말았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정이 드러나지 않은 차가운 얼굴을 한 무진이 마르크스 왕자를 내려다보았다.
“네놈이 감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알아야 하나.”
무진은 태연했다.
마르크스 왕자는 황당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은 하르마탄 요새다. 최강의 전력이 자리하고 있는 요지의 중심이다.
이곳에서 왕자의 심복 귀족을 살인하고 도망가지도 않은 채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무진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았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마르크스 왕자는 신중해졌다. 미친놈이 아니라면 위험한 놈일 가능성이 컸다. 삼엄한 방어진을 뚫고 요새 안으로 진입해서 아토피 백작을 죽였다면 위험한 놈이 확실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무슨 소리냐?”
“네놈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닥쳐랏!”
마르크스 왕자는 참지 않고 무진에게 덤벼들었다. 검력을 있는 대로 뽑아내자 마인드 블레이드가 빛을 뿜어내었다.
놀랍게도 마르크스 왕자는 그랜드 마스터였다. 스물세 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에 엄청난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대륙십강의 반열에 들 수 있는 자질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무진이다.
대륙십강 중 3명을 제압한 무진에게 이제 막 길을 개척한 애송이가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