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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7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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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71화

제4장 용병통합 (4)

 

끄응!

충격을 받고 물러선 차린이 정신을 차렸다. 마지막 순간에 그녀는 기절할 뻔했다. 잘못했으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그녀는 시즈를 보며 퉁명스럽게 외쳤다.

“여긴 웬일이야?”

“일이 있어서 왔지.”

“누가 도와달라고 했어!”

“너만을 위해서 한 일이 아니다.”

차린과 시즈 둘 다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즈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시즈는 시즈 나름대로 다급했다. 이대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미 네 용병대는 블러드 용병대에 흡수됐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시즈의 대답에 차린에 놀라서 되물었다.

“네가 이놈과 싸우는 동안에 피에 미친놈이 용병들을 통합해서 공격해 왔다는 뜻이다. 바키가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거다!”

“빌…어먹을!”

차린이 무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무진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차린은 한순간에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일은 모두 무진의 계획 안에 속해 있었다. 우선적으로 차린의 아쿠아 용병대를 접수한 후 다음으로 파이어 용병대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시간싸움에서 일이 틀어진 것은 의외였다. 아마 아쿠아 용병대에 제법 영리한 놈이 있어 계획이 빗나간 것으로 보았다.

그렇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이곳에서 시즈와 차린을 제압하면 원래의 계획대로 이어져갈 테니.

시즈는 무진을 쉽게 보지 않았다. 느닷없이 나타난 강자, 이질적인 기운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자 같다.

‘도대체 이놈은 뭐지?’

솔직히 그가 혼자 덤볐다면 무진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무진의 등 뒤를 노려 리미트 파이어(극염-極炎)를 날렸다. 리미트 파이어는 헬파이어를 3배 이상 능가하는 마(魔)의 불길이다. 그런데도 무진은 상처 하나 없다.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마치 불을 잡아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과 불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상극 중에 상극의 존재, 차린과 힘을 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차린, 어쩌면 우리는 상상 이상의 괴물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뭐!”

“힘을 합쳐야겠다!”

“너하고 내가!”

“그래.”

“농담이 지나친데!”

“농담 아니다.”

시즈는 진심이었다. 차린도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긴장되어 있는 시즈는 그녀도 처음 보았다. 평소의 시즈는 쾌활하다. 시답지도 않은 농담을 밥 먹듯이 하며 사람 속을 긁어놓기 일쑤다.

그런 시즈가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무진의 실력이 시즈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뜻이 된다.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차린은 인정해야 했다. 혼자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하늘 밖에 하늘이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대륙십강 둘이 합공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진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기는 듯한 기색이었다. 차린을 만났을 때는 전율을 느끼지 못했다. 적수를 만났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꺾어야 하는 상대 정도였다. 그런데 시즈와 차린이 같이 서자 손끝을 타고 흐르는 벼락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둘이 덤빈다고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세상은 잘 모르는 진실이 있는데 말이지.”

“뭐지?”

“우리의 진실한 힘은 합공에 있다는 거지.”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대던 그들이 합공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믿는 자는 없을 것이다.

“보여봐라.”

“아마 후회할 거야!”

시즈와 차린은 불과 물처럼 상극이다. 하지만 세상은 상극의 묘리가 합쳐져 하나를 이루기 마련이다. 만물의 음과 양에 속하는 불과 물의 합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즈와 차린이 서로의 힘을 합쳤다. 그러자 이제까지와는 상상하기 힘든 거력이 느꼈다. 무진은 그것을 느꼈다.

‘태극!’

시즈와 차린은 음과 양의 합일에 의한 태극의 기운을 뿜어내었다. 서로는 한 가지 속성에 의한 불안정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능력을 합해 하나의 완성된 태극을 이루어 무극에 도달하는 것 같았다.

무진은 전율을 느꼈다. 기세가 이럴 진대 진실한 힘은 그 이상일 것이다.

강자를 대적하는 것은 무진이 원하는 그림이다. 무진은 시즈와 차린의 기세 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물러서서 기다리는 것은 무진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시즈와 차린은 원을 그리듯이 서로의 진형을 유지하고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파아아앙!

무진의 권격이 시즈와 차린의 정중앙을 노렸다. 강력한 패력을 동반한 무진의 패황권은 절대적인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가공할 패력이 실린 패황권이 적중할 찰나 차린의 주변으로 투명한 막이 형성되더니 위력을 좌우로 퍼뜨리는 것이 아닌가!

패력을 받아들여 분산시키고 있었다. 물의 유연함으로 패력이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무진의 무력을 분산한 수막이 물방울이 되어 퉁겨져 나갔다. 사방으로 쏘아지는 물방울은 대지에 수많은 구멍을 만들어내었다.

“어림없다.”

무진은 힘이 분산되는 것을 알면서도 거두지 않았다. 더욱더 압도적인 무력을 발산하여 권격에 위력을 더했다.

하지만 무진의 움직임을 가만히 두고 볼 시즈가 아니다. 시즈의 전신은 화염에 뒤덮여 있었다. 불의 극화점을 도달하여 백색을 띠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녹아 없어질 정도의 화염이었다. 화염에 둘러싸인 시즈가 차린이 방어하는 사이에 무진의 사각에서 공격을 해왔다.

터어엉!

치이익!

무진의 수라탄강기와 극염이 부딪치자 물이 타서 증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진은 주먹을 뻗은 시즈의 팔을 잡아채려고 했다. 극에 이른 화염이 거슬리기는 해도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무진의 의도는 차린에 방어술에 의해서 막히고, 도리어 시즈의 공격에 노출되고 말았다.

‘공수의 조화를 이루었군.’

차린이 방어를.

시즈가 공격을.

양분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방일체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방어가 깨지기 전에 공격이 이루어지고, 공격이 막히고 반격이 이루어질 때 방어가 펼쳐진다.

무척이나 까다로운 조화였다. 전력을 쏟아 부을 틈을 주지 않고 있기에 무진조차도 쉽사리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좋군.’

무진은 완벽한 공수의 조화를 잔인하게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공방일체를 보이고 있는 차린과 시즈는 전력을 쏟아 붓고 있었다. 무진의 패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작은 빈틈이라도 허용하는 날에는 한순간에 저세상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자는 아까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

차린은 확실하게 깨달았다. 시즈와 합공을 하는데도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방어를 해내는 것 같지만 패력을 완벽하게 분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의 패력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았다. 쪼개지고, 분쇄되어도 그 힘은 여전히 무진의 의지 안에 속해 있었다. 무진의 투지가 불타오를수록 패력이 차린의 의지를 흔들어놓았다.

시즈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차린이 제때에 방어술을 펼치지 않았다면 무진에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을 것이다.

‘말도 안 되게 강하다!’

시즈는 차린과의 합공으로 완벽하게 우위를 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무진의 파상공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반격을 허용하면서도 물러서기는커녕 도리어 강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무진의 공격은 지속적으로 빨라지고, 예리해지고 있었다. 움직임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줄어들었다.

무진의 권격이 직선과 직선의 연결이 되었다.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빛이 뿜어지면 차린은 방어를 할 뿐이다. 빠르고, 위력적이다. 차린은 무진의 권격을 받으며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무진은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짧게 끊어 치면서 수라탄강기를 수막에 집중시켰다.

시즈가 차린을 도와주기 위해서 맹렬한 기운을 담은 프레임 캐논(화염포-火焰砲)를 연사했다. 리미트 파이어의 두 배 이상이 되는 화염이었다.

무진은 방어에 주력하지 않았다. 날아오는 프레임 캐논을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수라탄강기를 품은 멸살포가 발사되었다.

꽈아아앙!

주르르륵!

프레임 캐논과 멸살포가 부딪치면서 사방으로 불길이 터져 나갔다. 불길에 닿은 대지가 녹아 용암대지가 되어갔다. 시즈는 프레임 캐논이 멸살포에 막히면서 뒤로 밀렸다. 무력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진은 암흑혼돈력을 3단계 이상 개방하고 있었다. 듀론 공작을 상대할 때도 2단계를 넘지 않았었다. 암흑혼돈력을 개방할수록 무진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기류가 발생했다. 회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는 불길한 기류가 나선으로 맴돌았다. 무진의 수라탄강기에 암흑혼돈력이 스며들었다.

차린은 무진의 기류와 부딪치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수막을 뚫고 전달되는 기류가 차린의 능력을 발산하는 핵심을 건드리고 있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차린의 능력을 먹어치우려는 것 같았다.

‘시즈! 이러다간 안 되겠어! 전력을 다해!’

‘알아!’

시즈도 느끼고 있었다. 극염을 뚫고 내부로 스며드는 기분 나쁜 기운이 능력을 제한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달았다.

무진은 통천안을 극대화했다. 극에 이른 통천안은 흐름 속에 스며들어 있는 본질까지 꿰뚫어 보았다. 청백색의 영안이 번뜩이며 시즈와 차린의 본질을 흔들어놓았다.

통천안은 지배안(地排眼)의 성질까지 가지고 있었다. 적의 성향까지 흔들어놓는 능력을 가졌다.

무진은 수라탄강기를 세밀하게 조절하여 암흑혼돈력을 주입했다. 수라탄강기를 타고 흐르는 미세한 기류가 차린과 시즈의 본질을 와해시키고, 그 안으로 수라탄강기를 퍼뜨렸다.

크윽!

시즈와 차린의 내부에 탑을 쌓듯 충격이 누적되고 있었다.

무진의 무서운 점은 집중력이었다. 전투를 할수록 능숙해지고, 강해졌다. 끊임없이 생각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기에 전투 중에 점점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진의 성향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공격일변도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점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었다. 공격이 점점 완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시즈와 차린의 완벽했던 공수가 파격을 맞기 시작했다. 시즈와 차린은 수비를 중점으로 두면서 반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무진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차린의 방어를 흐트러뜨리고 시즈의 공격을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면서 수라탄강기를 끊임없이 퍼뜨렸다. 암흑혼돈력까지 합세하자 공세는 가일층되었다. 무진의 투지가 주위를 장악해 나갔다.

퍼퍼펑!

파파팡!

짧고, 빠르게 치던 무진의 권로가 점점 더 강권일변도(强拳一邊倒)로 변하기 시작했다. 적의 빈틈을 발견한 무진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고, 파격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졌다. 무진은 거리를 확보하고, 사정권 안에 시즈와 차린을 몰아넣었다.

위기를 느낀 시즈가 화이트 블레이즈 핸드(백염수-白炎手)을 펼쳤다. 화염을 품은 거대한 손이 무진을 감쌌다. 백염은 사막의 열기를 수백 배나 능가했다. 대기마저 지글지글거리며 타들어갔다.

활! 활! 활!

시즈는 멈추지 않고 프레임 캐논과 프레임 피스트(화염권-火炎拳)을 일시간에 뿜어내었다. 모든 전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무진을 태워버리려는 의도였다.

푸아아앙!

무진의 수라탄강기가 영역을 확대하면서 화염을 사방으로 분출시켰다. 불길은 무진의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백염을 완전히 무너뜨린 무진은 시즈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무진이 숨을 고르는 시즈에게 다가서려고 하자 차린이 시간차 없이 전력을 사용했다.

-워터 블레이드(수검-水劍).

압축된 물은 강철도 단숨에 잘라낼 수 있었다. 극도로 응축된 물의 검이 무진의 시야를 양단했다.

탕!

주춤!

무진은 거침없었다. 수검이라고 해도 자연검의 오의에 속할 뿐이다. 무진의 주변으로 대기가 응축되더니 패력을 실은 풍검(風劍)이 수검을 막아내었다. 특수능력이 없더라도 이 정도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무진이다. 무진은 기세를 실어 패력풍검(敗力風劍)을 뿌렸다.

-아쿠아 실드(수간-水干).

차린이 특수능력을 전부 개방한 후 물의 방패를 형성했다. 하나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물의 중첩을 통해 무진의 풍검을 막아내는 데 주력했다. 시즈 역시 차린을 도와 오러를 퍼뜨렸다. 물의 방어에 불의 방어를 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무진은 풍검을 날린 후에 암흑혼돈력을 4단계까지 개방한 후 구룡섬을 펼쳤다. 아홉 마리의 용이 섬광이 되어 차린의 아쿠아 실드를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퍼퍼펑!

크윽!

시즈와 차린이 속절없이 밀렸다. 무진은 그 틈을 노려 시즈와 차린에게 접근했다.

‘응?’

무진은 돌진하다 멈추었다. 눈앞에 물의 기운과 불의 기운이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령!”

물의 최상급 정령 엘퀴네스.

불의 최상급 정령 이그니스.

정령왕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정령으로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차린과 시즈는 물과 불의 속성에 있어서는 초극에 달해 있었다. 정령을 부르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꺼져라.”

최상급 정령이라도 무진에게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승부가 코앞에 있는 상황이다. 귀찮은 방해물로 인해 훼방당하고 싶지 않았다. 무진의 분노가 가공할 파괴력을 뿜어내었다.

우우웅!

팟!

평범한 사람은 한 번도 보기 힘든 최상급 정령들이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정령의 비명성이 울리기가 무섭게 무진이 차린과 시즈를 향해 쇄도했다. 차린과 시즈는 정령을 소환함과 동시에 허공으로 비상해 있는 상태였다.

“무극!”

무진의 음성에서 놀람이 번져나왔다. 엄청난 압력이 무진의 주변을 옥죄고 있었다. 가공할 압력에 무진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무진은 차린과 시즈와 왜 정령을 소환했는지 눈치챘다. 음양합벽(陰陽合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거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무진은 찌릿한 위기감을 맛보았다. 보통이 아니었다. 둘의 합벽에 의해서 뿜어지는 기세가 이럴질대 진실한 위력은 무진의 상상을 불허할지도 몰랐다.

시즈와 차린이 마침내 음양합벽을 완성했다.

-아쿠아!

-파이어!

-퓨전(융합-融合)!

차린과 시즈는 완벽한 일체감을 느꼈다. 힘을 사용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시즈와 차린은 전력을 한곳에 모아 물과 불의 정화를 무진에게 쏘았다. 이번 한 번의 공격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격이었다. 이것이 막히면 그 다음에는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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