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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6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3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69화

제4장 용병통합 (2)

 

“피에 미친놈이 감히 내게 도전을 해!”

“그렇습니다.”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푸른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인이다. 아름다운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녀의 분위기는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 않았다. 절대자들이 지니고 있는 범접하기 힘든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대륙5대 용병대의 대장이며, 대륙십강에 속하는 아쿠아 용병대장 차린이었다.

“쉽게 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야!”

“놈이 겉으로는 미친놈처럼 보여도 실상은 다릅니다. 무언가 다른 속셈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 해도 놈과 나의 격차는 이미 증명이 됐잖아.”

20년 전에 결판이 났다. 당시의 용병대전에서 블러드 스카이를 그녀는 단숨에 제압해 버렸다. 물론 근래에 들어서 가장 강했던 녀석임에도 틀림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차이는 변함이 없었다.

“피하는 것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아. 만일에 대한 대비는 바키가 알아서 해줘.”

“알겠습니다.”

용병의 세계는 잔혹하다. 돈에 의해서 얼마든지 서로를 배신하는 일이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사태를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블러드 용병대장의 도전에 화가 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차라리 잘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음속으로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았다.

‘놈의 세력을 흡수하고, 이번에야말로 시즈를 이기는 거야!’

그 시각.

블러드 용병대의 대장 천득구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용병대를 비밀리에 통합하고 규모를 늘려놓았다. 주변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 흩어놓기는 했어도,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통합할 수 있었다.

3대 용병대를 통합하고, 실력 있는 용병들까지 포섭을 끝내자 그 수가 엄청났다. 일개 왕국의 군사력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왕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천득구는 왕 따위에 관심 없다. 그동안 너무나 조용히 지내왔었다. 천살성은 피를 갈구하는 미친 마귀와 같았다. 피를 봐야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군의 등장으로 인해 혈풍천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좋구나! 이제야 나다운 것 같네!”

천득구는 피에 미친 살인귀지만 승산 없는 대결은 하지 않는다. 주군이 뒤에 있는 이상 승산은 10할이다. 피에 대한 열망이 천득구의 피를 뜨겁게 달구었다.

“내일 바로 출격할 테니 준비해!”

“알겠습니다!”

“그년의 표정이 궁금하기는 하네!”

아마 몹시 당황할 것이다. 주군은 그녀가 생각하는 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이니 말이다.

 

의뢰에 의한 전투가 아닌 용병들 간의 전투는 대부분이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서로만이 알고 있는 것이 암묵적인 관례였다.

과거의 용병대전도 각 용병대를 대표하는 자들과 용병들만이 참석한 상황에서 이루어졌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용병단의 서열은 블러드 용병대를 제외하고는 바뀐 적이 없었다.

블러드 용병대장 천득구의 도전장을 받은 아쿠아 용병대장 차린은 도전을 받아들였다. 대결 장소는 차린이 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도전자는 도전을 할 수 있을 뿐 대결 장소를 따로 정할 수 없는 것이 용병들 간에 지켜지고 있는 원칙이다. 서열에 대한 존중이며, 어드밴티지이기도 했다.

사실 정확한 이유는 도전자가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린을 포함한 아쿠아 용병대의 실력자 3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쿠아 용병대의 5인방에 속하는 이들이다. 부단장 바키, 다리우스, 고든, 이사벨, 소넨이 바로 그들이며, 그 중에서 다리우스, 소넨, 이사벨이 차린을 보좌했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은 오러 마스터를 넘어 그랜드 마스터에 육박해 있었다. 일개 용병이라고 하기에는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이었다. 왕국에 들어간다 해도 백작위 이상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차린이 대결 장소로 고른 곳은 베로니카 왕국의 서북쪽 르베론 영지의 한적한 분지였다. 대규모의 인원이 이동할 수 없으며, 매복이 불가능한 지대를 택한 것이다. 또한 대결 장소는 마법통신구를 통해 당일 전해주었다.

“올 때가 됐는데.”

피에 미친놈이 풍기는 기운을 차린은 잊지 않았다. 놈에게는 짙은 피냄새가 난다. 웃으면서 접근해서 사람의 목을 서슴없이 잘라내는 살인자의 냄새였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린의 기감은 이 근방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군가 접근해 왔다면 반드시 찾아낼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

조용하며 일정한 규칙을 지닌 보폭이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30미터 전방에서 걸어오는 자를 지금에서야 느꼈다는 것에 있었다.

천천히 다가온 인물이 차린의 앞에 섰다. 차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까지 그녀가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얼굴이다.

“너는 누군지?”

“지금은 도전자겠군.”

“네가 블러드 용병대를 대표해서 나와 상대하겠다고!”

“그렇다.”

차린 대신 다리우스가 발끈해서 나섰다.

“이건 용병대장 간의 대결이다! 네가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조무래기는 빠져.”

“뭐?”

무진의 말에 격분한 다리우스가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는 광속의 용병이라고 불리는 쾌검의 달인이다. 차린과 시즈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에게도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 물러서.”

“예.”

차린의 명령에 다리우스는 두말없이 검을 집어넣었다. 아쿠아 용병대는 철저하게 서열에 의한 상명하복의 체계가 자리잡혀 있었다.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적인 자리에서는 대장의 명령을 최우선적으로 들었다.

“다리우스가 말했다시피 이건 용병대장이 아니면 대결의 자격이 없어.”

“블러드 스카이가 내 수하다. 그럼 되었나.”

블러드 용병대의 대장이 바꾸었다는 소문은 듣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놈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차린은 무진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다만 무진에게서 풍기는 기도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내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야?”

“물론.”

“아직 나를 몰라서 하는 소리 같은데.”

“대륙십강 아닌가.”

“알면서 나를 도발한 거야?”

“그렇다.”

차린은 자신 앞에서 이토록 당당한 사내를 처음 보았다. 그녀의 눈빛만 봐도 사내들은 오줌을 지리기 일쑤였다. 적수가 되지 않을뿐더러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반면에 무진은 달랐다. 흔들리지 않는 눈빛, 정면으로 맞서는 기세, 어는 것 하나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렇게 원하면 어쩔 수 없지.”

친근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시리도록 차가운 기운이 차린이 몸에서 풍겨왔다. 한겨울의 거센 바람이 부는 겨울바다를 연상케 만들었다.

대륙십강답게 그녀는 강했다. 그러나 무진의 표정은 전과 다름없이 동일했다. 아니 조금은 미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듀론에 비해 약하다.’

제국의 공작과 용병을 비교하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대륙최강국의 공작의 자리에 올라선 듀론 공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로 인해 무진은 깨닫게 되었다. 대륙십강의 실력이 같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아직은 모르겠지.’

숨겨둔 능력을 발휘한다면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아무도 모른다.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닐지는 대결을 해보면 알 것이다.

“와봐.”

“그러지.”

차린은 선제공격을 양보했다. 보통의 사내라면 무시당했다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진은 사양하지 않았다. 실력은 남녀의 구분이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무진이다.

솨아아!

무진의 신형이 점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너무 빨라서 무진을 본 이는 차린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차린조차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설마 이런 엄청난 실력을 숨기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정면으로 치고 들어오던 무진이 차린의 사각지역에서 무지막지한 강권(强拳)을 휘둘렀다. 여인의 얼굴 옆면을 완전히 뭉개버리려는 의도였다. 흐릿하게 보인 무진의 신형을 간신히 찾아낸 차린이 고개를 돌려 강권을 피했다.

퍼어어엉!

강권에 실린 힘이 상상 이상이었다. 허공을 찌른 권격에 실린 힘이 반경 5미터에 달하는 구덩이를 만들었다.

주르륵!

차린의 오른쪽 뺨이 찢기면서 핏물이 흘렀다. 스치기만 했는데도 차린은 살이 뜯겨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의 눈에 놀람이 가득했다. 몸을 보호하고 있는 오러막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야… 인마! 여자의 얼굴이… 윽! 젠장!”

용병세계를 오랫동안 경험한 여인답게 말투가 상당히 거칠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무진의 공격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권을 찌르고 난 후 고개를 숙이던 차린의 얼굴을 향해 무진이 발을 찼다. 아래서 위로 차린의 안면을 노리며 차올렸다.

휘이이익!

차린은 피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간파했다. 무진이 피하는 범위까지 계산하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차린은 오러를 팔에 집중하여 교차했다.

푸아아아앙!

강력한 충격음과 함께 차린의 신형이 휘청거렸다. 무진의 들어올리는 힘에 차린의 몸이 솟구친 것이다. 위로 뻗는 순간 무진이 차린의 발을 잡아 신형을 흩트려놓았다. 균형을 잡지 못한 차린이 휘청거리며 무진의 힘에 이끌렸다.

허억!

차린이 헛바람을 삼켰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무진의 힘이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발로 무진의 어깨를 차서 물러서려고 했건만 그것을 예측한 무진이 교묘하게 차린의 오른발을 좌우로 흔들어 밸런스를 무너뜨렸다.

무진은 차린의 돌발적인 공격을 알면서 덫을 놓고 등 뒤를 제압했다. 숨소리마저 느껴지는 간격이었다.

차린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찰나지간 무진은 차린의 척추에 무릎을 찍었다.

퍼억!

“크윽!”

최대한 모든 오러를 집중해서 등 뒤를 보호했다. 그녀가 아무리 강해도 중추신경이 밀집되어 있는 척추가 부러지면 힘을 쓸 수가 없다. 활처럼 휘어지는 등에 반동을 주어 충격을 최소화하고, 방향을 틀었다. 뒤를 내주어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선수를 주는 것이 아니었어!’

설마 이런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강자의 상식을 뒤엎어버리는 놈이었다. 무진을 얕보고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틈이라도 있다면 반격의 기회를 노리겠지만 무진은 집요했다. 지금도 돌아설 틈에 또다시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차린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무진은 듀론 공작과의 결전 이후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전투를 치르면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으로 인한 낭패를 무진은 반성했다. 그렇기에 차린에게는 찰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라탄강기를 두르고 있는 무진은 전신이 무기와 같았다. 그 어떤 병기도 능가하는 최강의 무기가 바로 몸이었다.

차린은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파파파파파팟!

그녀의 방어기술은 굉장한 수준이다. 방어에 있어서만큼은 대륙십강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무진의 권격은 방어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위력이었다.

섬광을 능가하는 속도, 패력의 극에 이른 파괴력, 전신요혈을 정확하게 찌르고 들어오는 정확도,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예측력. 어는 것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다. 한 번이라도 실수를 했을 시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왜?’

도저히 반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차린은 대륙십강도 아닌 놈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기 힘들었다.

대륙십강은 인간의 영역을 넘은 초인이다. 초인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과 능력, 기연, 후천적인 피나는 수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완성되기 어려운 것이 초인의 경지다. 이 정도로 완성된 무력을 갖추고 있는 자가 아직까지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다리우스, 이사벨, 소넨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의 대장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파이어 용병대의 대장이자, 차린의 오빠인 시즈조차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저럴… 수가!”

“도대체 저자는 누구야?”

“저런 자가 이제까지 숨어 있었다니!”

“지금 그게 문제야! 대장이 죽게 생겼는데!”

파상공세를 펼치는 무진의 손속에 인정이 서려 있지 않았다. 차린을 죽일 듯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자칫 조금만 잘못되면 차린이 죽을지도 몰랐다.

무진의 공격과 차린의 방어 시에 발생하는 기파가 주변 지형을 산산이 부숴놓고 있었다. 기파를 뚫고 돌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초인의 영역을 넘어선 자들의 대결이라고 할 만했다.

“이대로는 안 돼!”

“정당한 대결에 끼어들자는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이대로 대장이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냐!”

“그럴 수는 없지.”

대장이 방심했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무진이 저런 엄청난 강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특수능력을 처음부터 사용해야 했다.

차린은 무진을 알지 못하는 반면에 무진은 차린을 알고 있었다. 특수능력을 사용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을 봐서는 확실했다. 그들은 불합리함에 자신들만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차린을 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약간의 틈만 벌리면 돼!”

“알았어.”

그 이후는 차린이 알아서 할 것이다. 조심스럽게 움직여 단번에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야 그들이 최강자에 속하지만 무진과 차린에 비하면 어린아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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