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6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68화
제4장 용병통합 (1)
세월의 깊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신성한 울림이 스며들어가 있는 고풍스럽고 웅장한 장소. 저절로 마음을 굴복하게 만드는 위엄이 느껴졌다. 평범한 사람은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세 사람이 원 모양의 탁자에 둘러앉아 있었다.
청색과 백색이 조화롭게 섞여 있고, 창공을 비상하는 천사의 날개가 수놓아진 옷을 단아하게 입은 노인과 역시나 순백의 옷을 차려 입은 아름다운 여인, 기사의 갑옷을 입은 선이 곧은 중년인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만인을 보살피는 신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아그리언 신성제국의 실세이자 중심인 대주교, 성녀, 성기사단장이었다.
대주교 브라이엄은 신성제국을 이끄는 주축이며, 오랜 세월 대륙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신관의 수장이다.
성녀 세이린은 10년 전 성녀로서 각성을 하였고, 전대 성녀의 능력을 초월하여 신성한 예언을 해주는 신의 전달자였다.
성기사단장 바트란은 신성제국의 검이자, 대륙십강의 세인트 소드(성검-聖劍)로 불린다.
이들 셋이 신성제국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트란은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무의 상황을 대주교와 성녀에게 전달했다.
“대륙 곳곳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특히 브릴란트 제국의 4대공작 중 1명인 듀론 공작이 실종되면서 일이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허허! 그것 참 이상한 일입니다.”
“그렇긴 하네요.”
혼란의 주모자로 신성제국은 브릴란트 제국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내부도 결코 좋지 않은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됩니다. 어둠의 무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송구하게도 놈들이 마신의 족쇄를 2곳이나 부순 것 같습니다!”
“예언이 점점 실행이 되는 것 같네요!”
“큰일이 아닙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대륙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신성제국은 대륙의 혼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주신 아그리언이 직접 봉인한 마신의 결계가 무너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성제국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마신을 막기 위한 결계는 역사적 자료를 찾을 수 없는 시기에 만들어졌다. 대륙의 탄생 이전이라는 설도 있고, 아니라는 말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신언의 계시로부터 알려진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혼란한 상황에서 마신의 강림이라는 엄청난 일까지 퍼진다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결과 신성제국은 마신강림을 막기 위해서 모든 전력을 대륙 곳곳에 퍼뜨리고 있는 실정이다. 대외적으로는 신언의 전파라는 설득을 하고 있지만 목적은 암암리에 활동하는 어둠에 물든 자들을 색출하는 것이었다.
“성녀님!”
“왜 그러세요?”
“정말 신의 검이 강림하는 겁니까!”
“어둠이 빛을 위협할 때 신의 부름을 받은 검이 강림할 거예요.”
아그리언의 신언이 성녀를 통해 전달이 되었다. 신의 검이 강림하여 어둠의 지배자를 꺾는다는 예언이었다.
신언에 대한 것은 신성제국의 수뇌부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직 외부로 알려져서는 곤란했다.
“신의 검이 강림하면 반드시 데려와야 해요. 그가 가진 힘만으로도 어림없어요.”
“알겠습니다!”
신의 검으로 강림한 존재에게 필요한 무기가 있다. 그 무기를 손에 넣지 않고서는 어둠의 힘에 대항하지 못한다.
대주교, 성녀는 신의 검의 강림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현 대륙은 주신에 대한 믿음이 점점 옅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신의 능력을 의심한다는 뜻이 된다. 신의 검이 강림하여 주신에 대한 믿음을 대륙에 각인시켜야 할 시기였다.
“모든 것은 주신의 뜻입니다!”
그들은 일체의 의심도 없이 주신의 뜻을 믿었다.
칼스바인 황성.
대륙최강국 브릴란트 제국의 황제가 기거하는 곳.
일반적인 왕국의 규모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크기는 물론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달랐다.
황성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이 교차되어 있었다. 과거부터 이어져오던 고풍스런 양식에 현재의 실용적인 문화, 발전하는 기계적 메커니즘이 섞여 있었다.
초기의 브릴란트 제국은 메카닉 왕국의 등장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왕국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메카닉 왕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제국으로서의 위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황궁의 대전.
대전의 시작에서 황제의 단상까지의 거리가 보이지가 않았다. 높게 치솟은 기둥은 바닥과 천장을 겨우 구분하게 해주었다.
거대한 대전의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게 되면 대륙의 지배자이자 만물을 통제하는 브릴란트 제국의 황제가 앉은 황좌가 있었다.
황좌에 앉은 현 브릴란트 제국의 황제 카이엘을 주축으로 듀론 공작을 제외한 3대 공작이 자리했다. 제국의 공작이 함께 자리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한동안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느라 대면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짐의 말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서슬 퍼런 기세를 풍기고 있는 황제였다. 공작들조차 그 기세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 모두 대륙십강에 속하기는 하나 각각의 실력이 비슷한 것은 아니다. 대륙십강에도 서열이 있다는 뜻이었다.
“고작 혈육에 얽매여 대계를 망치려고 해!”
“하오나 듀론 공작은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만일 듀론 공작이 죽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듀론 공작을 죽일 수 있는 자들이라면 위험한 놈들이다. 4대공작 중에서 서열 4위이기는 해도 대륙십강이다. 그에 비견되는 자들이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위험한 싹은 자라기 전에 잘라내야 한다.
카이엘 황제도 고민이 되기는 했다. 섣불리 움직이면 그동안 세워놓았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카이엘 황제는 이제 기다리는 것이 지겨웠다. 30년의 세월을 참고 기다렸으면 많이 기다린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론 공작이 조사해 보도록.”
“성심을 다해 밝혀내겠습니다!”
“단, 대계가 먼저라는 것을 명심해.”
“명심하겠습니다.”
듀론 공작이 실종된 건지 아니면 스스로 모습을 감춘 것인지 확신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을 투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일단은 제국과 인포메드의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확인을 한 후 움직이는 것이 현명했다.
“그보다 놈들은 잘하고 있는 건가.”
“그렇습니다.”
“쓰레기를 기용하는 것이 좋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어둠을 따르는 무리를 이용함으로써 빛을 따르는 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것이 필요했다. 이제 과거의 빛을 청산할 때가 왔다.
“과거의 굴욕을 갚아주지.”
“반드시 그리될 것입니다!”
카이엘 황제의 전신에 살기가 번들거렸다. 세상 누구도 황제의 아래였다. 그것은 신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소니아 왕국에 개혁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 왕이 된 여왕은 이전의 폐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고 새롭게 시작하고 있었다. 절대왕권을 구축한 에이프런 여왕은 쉼 없이 개혁과 발전을 추구했다. 일부 귀족들의 반발은 단호하게 잘라내었다.
왕국의 일을 정리하고 잠시간의 여유를 가진 에이프런은 무진의 방으로 향했다. 무진은 현재 상처를 치료하고 수련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였다.
10일 전 상처를 입고 돌아온 무진을 본 에이프런은 굉장히 놀랐다. 괴물 같은 무진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수련 성과를 보여주러 왔나?”
“왜 만날 수련 얘기만 해요? 물어볼 말이 그렇게 없어요?”
“없는데.”
“진짜 무드라고는 하나도 없고! 이런 남자가 어디가 좋다고! 내가!”
“할 말 없으면 그만 가지.”
아직 명상수련이 끝나지 않았다. 가상수련에서 얻은 것을 완벽하게 갈고닦아 무력의 단계를 더 높여야 한다. 이제 막 어느 정도는 막힌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에이프런과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걱정돼서 온 사람에게 너무한 것 아니에요!”
“무슨 걱정?”
“어디서 맞고 왔잖아요!”
무진의 눈가에 작은 파장이 번졌다.
“맞은 적 없다.”
“그럼 상처는 왜 난 거예요?”
“그냥.”
“그냥 난 상처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에이프런이 무진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무진은 일일이 대꾸하는 것이 피곤할 지경이었다.
“요즘 들어 기가 살았군. 여왕이 됐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건가.”
기세가 사납다.
에이프런의 나불대는 입이 저절로 닫혔다. 일단 말투와 분위기가 바뀌면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일보 더 전진했다가는 정말 한 대 맞는다. 무진은 여자라고 해서 차별하는 남성 중심의 성격이 아니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상한선이 여기까지구나!’
에이프런도 만만치는 않았다. 무진이 어느 정도까지 참을 수 있는지 한계선을 정하기 위해서 일부러 몰아붙인 것이었다. 여왕이 되더니 사람의 속을 판단하는 능력이 제법 발달했다.
무진은 다물었던 입을 열어 사실을 말해 주었다. 말을 해주지 않으면 쉽게 나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듀론 공작을 죽였다.”
무진은 작게 말했다. 지나가는 듯한 말투였다. 순간적으로 에이프런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요즘 들어 공사가 다망하니 헛소리가 자주 들리기는 했다. 과로에 의한 증상이라는 궁정마법사의 조언이 있었다.
“뭐라고요?”
“듀론 공작을 죽였다.”
“잠깐! 그게 내가 알고 있는 브릴란트 제국의 4대공작 중에 1명이며 대륙십강에 드는 자가 맞는 건가요!”
“맞다.”
에이프런은 별다른 생각 없이 물었다. 설마 진짜일까라는 의심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허억!’
에이프런의 입이 저절로 크게 벌려졌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대륙십강이다. 그들이 죽을 수 있는 건가!
소문의 반만 되어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진은 거짓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무진이 상처를 입은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대륙십강이라면 무진이라도 쉽지 않은 대결을 펼쳤을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강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대륙십강을 죽일 줄이야!’
일대 파란을 예고하는 진실이다. 어느 누구에게 말해도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은 진실이었다.
‘듀론 공작이 실종됐다는 정보가 있었는데, 그 장본인이 여기 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무진이 얼마나 강한지 이제는 짐작하고 싶지도 않다. 에이프런 같은 평범한 자질(?)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틀림없다. 이해하다가는 머리가 이상해져 버릴 수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하더군.”
“무슨 소리예요?”
“고작 1명에게 상처를 입을 줄은 몰랐거든.”
“그게 고작이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요!”
“고작이다.”
‘대륙십강을 고작이라는 표현으로 칭하다니 이게 도대체 사람이야 괴물이야! 죽은 듀론 공작이 불쌍하네!’
다른 사람이라면 대단하다고 치켜세울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무진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되었다. 듣고 있는 에이프런이 미치고 팔짝 뛰는 이유는 무진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것 때문이다. 정말로 자존심 상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 잘못해서 브릴란트 제국이 당신을 잡으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무리 당신이 강해도 그들 전체는 힘들잖아요!”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흔적을 지웠거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무진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 세상은 무진이 알고 있는 세상보다 많은 강자들이 있었다. 도전할 수 없는 절대자는 외롭기 마련이다. 무진은 공허했던 세상보다는 강자들과 힘을 겨루고 싶다. 부술 수 없는 거대한 벽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무진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일이 바빠서 이제 그만 갈게요!”
“가봐.”
“시간 내서 오면 조금이라도 반갑다고 해줘요! 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별로.”
“그렇게 대답할 줄 알고 있었어요!”
“안다면 묻지 마라.”
단답형에 부정적인 대답, 무진의 전형적인 말투다. 에이프런은 그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어린아이의 투정 같기도 해서 에이프런의 모성본능을 자극했다.
“그럼 내일 올게요.”
“내일부터 바쁘다.”
“왜요?”
“할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요?”
“나중에 말해 주지.”
“꼭 말해 줘야 해요!”
“알았다.”
무진은 에이프런이 나갈 때까지 문을 바라보다가 명상에 잠겼다. 그녀와 만나면 자주 티격태격한다.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이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싫지만은 않았다.
‘너라면 괜찮을지도.’
무진은 또다시 수련에 집중했다.
시간은 짧았지만 수련의 성과는 보이고 있었다. 벽을 부수기만 하면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지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할 일이 있었다. 어제 천득구가 연락을 보내왔었다. 대륙5대 용병대 중 3곳을 포섭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용병대전을 해볼 수 있는 전력을 마련한 것이다.
무진은 용병대전보다 파이어 용병대와 아쿠아 용병대의 대장에게 관심이 있다. 둘 다 대륙십강에 드는 자들이다. 그들을 상대로 실력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 무진은 그들이 듀론 공작보다 강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