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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6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8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67화

제3장 듀론 공작 (4)

 

듀론 공작은 남아 있는 전력을 모아 권을 뻗었다.

무진도 권을 뻗었다.

“허! 오러도 사용하지 못하는 놈이 맞서겠다고!”

듀론 공작은 무진의 무모한 저항을 비웃었다.

파아아앙!

“크어어억!”

살과 뼈가 폭발하며 비명성이 울렸다. 어깨 아래 부근에 있어야 할 팔이 폭발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틀비틀!

충격을 받고 물러난 듀론 공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떻게?”

무진은 오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에 반에 듀론 공작은 전력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위력은 여전했다. 무진의 팔을 박살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역으로 듀론 공작의 팔이 폭발해 버렸다. 폭발력으로 인해 스며든 무진의 기운이 듀론 공작의 내부에 남아 있었다. 그것을 느낀 듀론 공작은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스며든 기운은 이제까지 알고 있던 오러의 성질이 아니었다.

“오…러가 아니었구나!”

“운이 좋았다.”

무진이 사용한 힘은 혼돈력 그 자체였다. 공력과 균형을 이룬 혼돈력은 얌전한 호수 물과 같았다. 그러나 듀론 공작이 무진의 공력을 정지시키자 혼돈력은 돌변하여 광폭한 야수가 되었다.

무진이 정해놓은 단계를 무시하고 한순간에 모든 전력을 분출해 버린 것이다.

무진이 폭발의 여파 속에서 빠져나오면서 온몸에 실핏줄이 터진 것은 혼돈력의 분출을 감당한 대가였다.

상황이 역전되었다.

무진은 이제 오러도 원래대로 움직였다. 원래의 무력을 찾은 것이다. 그에 반해 듀론 공작은 충격으로 인해 특수능력까지 풀어져 버리고 말았다.

전력이 반이나 줄어버린 듀론 공작은 승산이 없음을 체감했다. 설마 이런 지경에까지 몰릴 줄은 그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나와는 극상성이었군.”

“그럴지도.”

오러를 동결시키는 듀론 공작의 특수능력은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상대가 무진이라는 것이 상성상 좋지 못했다. 오러 이외의 능력자에게는 듀론 공작의 특수능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전세가 완전히 기울어버린 상황이다. 상대의 역량을 감안하지 않고 홀로 찾아온 것이 실수였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단 말인가!’

듀론 공작은 한 번도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 적이 없다. 그런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언제나 스스로의 능력으로 헤쳐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았다.

‘물러서지 않는다!’

무진이 접근해 왔다.

듀론 공작은 목숨을 걸었다.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적을 쓰러뜨리는 것이 그가 살아온 삶이다.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싶지 않다.

무진은 듀론 공작의 전의를 보았다. 마지막을 알면서도 불태우는 자들의 속성이다.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괜찮군.”

다만 무진은 다 잡은 먹이를 놓아주어 여지를 남겨두는 물러터진 성격이 아니다. 끝을 낼 때까지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듀론 공작은 당연한 선택을 한 것이 되었다. 전력을 다해 가지고 있는 것을 전부 토해내는 것이 듀론 공작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일 테니 말이다.

슈아앙!

무진이 근접 거리까지 다가와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일격 일격에 혼이 실려 있었다. 혼이 실려 있는 권격은 태산을 부수고도 남았다.

듀론 공작은 하나 남은 왼팔과 다리를 이용해서 무진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바빴다. 전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팔까지 하나 없다. 남아 있는 팔로 싸울 수는 있으나, 원래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기 힘들다.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져 버린다. 평소와는 다른 군더더기가 듀론 공작의 움직임에 묻어 나왔다. 그 틈을 무진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듀론 공작은 전사와 같았다. 그에 보답을 하듯이 무진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파탄을 만들어내었다.

타아앗!

왼팔을 무방비로 만들어버린 무진이 듀론 공작의 몸통을 인정사정없이 가격했다.

퍼억! 퍼억!

복부를 강타당한 듀론 공작의 몸이 새우등처럼 휘어졌다. 척추가 부러지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지독한 고통을 참으며 듀론 공작은 왼발을 축으로 무릎을 들어올려 무진의 공격을 막았다.

듀론 공작은 무진이 방어할 것을 예측했다. 그 즉시 반대로 튀어 올라 한 바퀴 회전하여 무진과의 거리를 벌렸다. 기이한 동작의 반격기술로 무진과의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근접전에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무진의 근접박투술은 극(極)을 초월해 신(神)의 범주에 있었다. 온전한 상태였어도 듀론 공작은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공간을 벌린 듀론 공작은 본신의 진기를 하나도 남김없이 회전시켰다.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선천의 진기까지 모조리 다 끌어올렸다. 이후의 일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의 전투를 이기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듀론 공작의 머리 위에 광활한 대지를 비추는 거대한 빛의 구슬이 형성되었다. 본신진기까지 퍼부은 광구(光球)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이 범상치 않았다.

“받아랏!”

-선라이트 크래시(태양광-太陽光).

광구에서 쏘아지는 빛이 주변을 하얗게 만들었다. 뿜어지는 빛으로 인해 시야마저도 가리고 있었다. 기감 역시도 광구의 영향을 받아 정확한 궤적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듀론 공작의 마지막 필살기다운 공격이었다.

청백색의 광안(光眼)이 빛을 투영했다. 통천안은 그 어떤 것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소용없다.”

무진의 몸 주위로 거대한 막이 형성되었다. 막은 짙은 암흑을 품고 있었다.

빛과 막이 교차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은 막이 점차 영역을 넓히며 빛을 잡아먹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극에 이른 순수한 어둠이 빛을 감싸 어둠의 영역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슈우우웅!

암흑이 점점 넓어져 마침내 빛을 토해내던 광구마저 어둠 안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광구가 빛과 오러를 뿜어내며 거칠게 저항해 보았지만 짙고, 순수한 어둠은 점점 더 거대한 바다가 되어 마침내 광구를 암흑으로 완전히 흡수해 버렸다.

무진은 어둠을 통해 빛을 흡수한 것을 보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둠의 정령 둠의 능력을 합일을 통해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둠의 능력을 각성시켜 혼돈력과 공력으로 증폭시킬 수가 있었다. 원래의 둠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령합일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둠의 능력이 강해질수록 무진의 능력도 강해진다는 뜻이 된다.

“좋아.”

무진은 만족한 듯한 기색이었다.

그에 반해 어둠의 능력을 본 듀론 공작의 눈은 휘둥그레져 있었다.

“빛…을 흡수…하다니! 그…건 마…신의 능력일… 텐데!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빛을 흡수하면 안 되는 것인가.”

“빛이야말로 주신께서 내리신 선물이다! 네놈의 능력은 주신의 능력에 반하는 마신의 능력이다!”

“빛과 어둠은 거울의 반대편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을 모르나.”

“그렇다 해도 네놈의 능력은 정상이 아니다!”

“궤변은 들을 필요가 없지.”

빛을 흡수해 버린다는 것은 오러, 마나, 신성력을 흡수한다는 뜻과 같다. 이런 능력은 상식적이지 않다. 듀론 공작의 특수능력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 능력이었다. 그 어떤 능력자에게는 극상성을 띠는 능력이었다.

‘살려두면 안 된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마신의 재림.

생각만 해도 두렵기까지 했다. 대륙십강이 아무리 강해도 마신은 인간이 아니다. 마신의 능력을 인간이 손에 넣는다면 세상은 파멸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듀론 공작도 원하지 않는다.

무진은 다른 이들의 말에 흔들릴 성격이 아니다. 마신의 능력이건, 아니건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면 선택한다는 뜻이다.

“이제 끝을 내지.”

무진이 끝을 내려고 할 때 듀론 공작이 하늘로 날아오른 뒤 무진을 향해 유성처럼 떨어져 내려왔다. 가속된 속도가 엄청났다.

쌔애애애앵!

무진은 떨어져 내려오는 듀론 공작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했다.

“동귀어진이 통할 것이라 여기는 것인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가는 무진이 아니다. 온몸을 무기로 돌진하는 상대를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했다. 듀론 공작 자체가 마력탄을 수천 배나 압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수라탄강기 격살!”

수라탄강기를 손가락 끝에 응축한 무진이 듀론 공작을 향해 강기를 출수했다.

슈우웅!

자기 몸을 폭탄으로 만들었으니 일정 수준의 충격에 터지는 것은 당연했다.

더군다나 무진의 수라탄강기는 보통의 강기를 수백 배나 초월해 있었다. 아무리 몸을 강기막으로 둘러치고 있다고 해도 충격을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리버스 그래비티(반중력-反重力).

듀론 공작이 차고 있는 팔찌 안의 보석이 빛을 발하며 마법이 구현되었다. 떨어져 내려가는 중력의 성질을 역으로 조절하는 7서클 마법이었다.

마법 아이템의 사용으로 반중력 상태로 만들어놓은 듀론 공작은 간발의 차이로 수라탄강기를 피할 수 있었다.

음!

무진의 실수였다. 듀론 공작이 마법까지 사용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듀론 공작은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다. 아들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네놈은 나와 함께 간다! 이야얍!”

-수어사이드 어택(자폭-自爆).

퍼어어어어엉!

투꽈꽈꽝! 꽈꽈꽝!

유성이 떨어진 자리처럼 움푹 들어간 대단위 분화구가 형성되었다. 평원의 대지 전체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형지물이 바뀌고, 지진이 난 것처럼 엉망진창으로 망가졌다. 뜨거운 열기가 평야지대를 달구었다. 솟아오른 지형은 그대로 굳어가고 있었다. 평평했던 평원이 고산지대로 변하는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졌다.

휘이이잉!

어두컴컴했던 구름이 바람에 걷혔다. 비가 쏟아지던 미친 기후가 얌전해진 것이다. 대지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하나도 남지 않은 황폐한 고지로 변했다.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하늘로 솟아올랐다.

폭풍이 지나고 난 후.

부스럭!

땅속에서 손이 뻗어 나왔다. 뻗어진 손이 주변을 휘젓자 공간이 원을 그리며 넓어졌다. 흙더미에 깔려 있던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우! 후우우!

지친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무진은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마지막 순간 듀론 공작의 자폭 공격으로 인한 충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신을 보호하는 극강의 수라탄강기가 찢겨나가고, 금강석을 능가하는 육체에 상처가 생겼다.

무진은 자신의 몸을 보았다.

“내상에 외상까지 입다니.”

폭발의 여파는 무진의 예상보다 더 컸다. 극단적인 방법을 쓸 것을 알면서도 한순간의 방심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무진은 고작 대륙십강의 1인을 상대하는 데 상처를 입은 것이 몹시 분한 듯한 표정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군.”

무진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인지도 몰랐다. 비록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게 만든 대결이었다.

어찌 보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방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둠.”

-예!

“흡수해.”

-알겠습니다.

듀론 공작의 육체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혼은 아직도 이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초극을 넘어선 존재이기에 혼의 역량도 막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둠의 역량이 강해지면 무진의 역량도 강해진다. 그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대지를 훑은 둠이 듀론 공작의 원혼을 어둠으로 감쌌다. 혼의 능력이 강렬해서인지 쉽게 흡수하지는 못했다. 한동안 시간을 들여 서서히 흡수를 해야 했다.

마침내 원혼을 흡수한 둠의 몸이 이제는 완연한 성인의 몸이 되었다. 이제까지 먹어치운 원혼보다 듀론 공작의 원혼이 훨씬 강했다. 점점 더 완성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진은 둠의 모습을 확인하고 난 후 돌려보냈다.

“쉬어야겠군.”

무진은 피곤했다. 그대로 대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하늘과 대지에 몸을 맡겨 몸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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