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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58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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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8화

제2장 왕국점령 (1)

 

우후죽순 튀어나온 잡풀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정원. 많은 인원이 오랜 시간 정성스레 다듬은 흔적이 엿보였다. 푸른 잔디의 결이 반듯하게 깎여 있으며, 다양한 문양을 자아냈다. 그 중심으로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거대한 수목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목의 뿌리 아래로 흐르는 물길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냈다.

가든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수목의 옆에 기대선 자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보고를 올리던 수하조차 평생 보지 못했던 뜻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절대 부동심의 소유자라고 불리는 그조차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해 보라.”

우우우웅!

그의 분노가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보고를 올린 미하엘은 짓누르는 듯한 기운에 감히 항거하지 못했다. 미하엘은 오러 마스터를 능가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실력자조차 변변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미하엘의 입가에 핏물이 흘렀다.

“소니아… 왕국으로 출정을 하셨던 사피로 공자께서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이유는?”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이 없는 것은 불상사를 당하신 것이 틀림없다 여겨집니다.”

“단서조차 없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의 분노는 지극히 차가웠으며 무서웠다. 미하엘은 자신도 모르게 오싹함을 느꼈다.

세상은 그가 얼마나 무서운지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 대륙최강국의 4대 공작에 이름을 올려놓은 듀론 공작을 말이다.

듀론 공작은 대륙십강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대륙십강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항거불능의 존재들이다.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가문의 모든 힘을 쏟아 붓는 일이 있더라도 원인을 밝혀라!”

“그렇게 되면 황제 폐하의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게 됩니다!”

미하엘의 말에 듀론 공작은 잠시 망설였다. 황제와 4대 공작은 오래전 하나의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4대 공작 누구도 빠질 수 없는 일이다. 듀론 공작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다른 일도 아닌 아들의 일이다. 이제까지는 제국을 위해서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원인을 밝혀라. 그러면 내가 직접 가겠다.”

“알겠습니다!”

듀론 공작의 눈빛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사피로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제국의 다른 공작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은 개인의 복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절대 개인이 되지 못한다. 아들과 연관된 모든 것들을 잔인하게 짓밟아버릴 것이다.

스스스슥!

팟!

듀론 공작의 분노가 불기둥처럼 치솟아 올랐다. 수만 년의 세월을 간직한 거대한 수목이 버티지 못하고 불타올랐다. 차가운 불길은 순식간에 수목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의지만으로 초극에 달하는 염화를 뿜어냈다. 상식을 벗어나는 능력이었다.

 

카필드성에 모인 가이만 영지의 귀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마르치니 후작이 전쟁에서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신들만으로 카이겔 백작가의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상대해야 했다.

아무리 많은 병사들을 모아도 솔직히 승산이 많지 않았다. 단지 살기 위해서 발악을 하는 것일 뿐이었다. 병사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사와 병사들을 다스릴 수 있는 상위귀족들은 전부 출병한 상태였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귀족들이 세운 전략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카필드성을 수성하고 있던 제이크 자작이 아니었다면 귀족들은 사분오열되었을 것이다.

귀족들이 허겁지겁 병력을 모으고, 전투에 대비하는 사이에 무진은 카필드성에 당도했다.

무진과 에이프런이 카필드성을 마주 보았다. 카필드성은 철판과 바위가 이중삼중으로 되어 있어 상당히 견고해 보였다. 오러나 마력으로는 쉽사리 뚫어내지 못할 것 같았다. 가이만 영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웠다.

“상황이 조금 웃기네요.”

“그런가.”

에이프런의 말대로 전투의 상황이 우습기는 했다. 페가수스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합치면 수는 고작 350명이다. 반대로 카필드성에 모인 병력은 1만이 넘는다. 수적인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적수가 되지 못하는 차이다.

그런데 가이만 영지의 귀족들은 카필드성의 성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상식적인 전투라면 반대로 되어야 정상이었다.

무진이 페가수스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보며 말했다.

“할 수 있겠지?”

“맡겨주십시오.”

페가수스 기사단과 마법병단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무진이 명령만 내려주면 단숨에 돌진하여 카필드성을 점령할 수 있다고 여겼다.

“가라.”

“충!”

무진의 명이 떨어지자 페가수스 기사단과 마법병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카필드성을 향해 진격해 나갔다. 페가수스 기사단과 마법병단의 기세가 무척이나 사나웠다.

에이프런이 조금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계획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버러지들에게 전략은 사치다.”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오합지졸보다 못한 적을 상대로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실력을 폄하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전투는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 카이겔 백작가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걱정이 된다면 가서 도와라.”

“당신은요?”

“지켜봐 주지.”

에이프런의 예상대로 무진은 나서지 않았다. 반면에 에이프런은 나서야 한다. 카이겔 백작가의 주인은 엄연히 에이프런이었다.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전투를 치르는데 주인으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다.

‘레이디를 이렇게 부려먹다니!’

에이프런은 여인으로서의 배려를 해주지 않는 무진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기에 에이프런은 짜증이 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불친절한 무진이 싫지 않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이어질 수 없는 관계지만 마음으로는 붙잡고 싶었다.

‘나도 참 이상하네!’

에이프런이 보기에 무진은 무례하고, 거칠고, 잔인한 성격을 지닌 남자다. 한마디로 나쁜 남자의 전형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에이프런은 자신의 이런 마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전부터 나쁜 남자를 사랑한 여인치고 제대로 된 삶을 사는 여자 못 봤다. 에이프런이 가장 꼴불견이라고 생각하는 여인이 남자 때문에 울고불고 매달리는 것들이었다. 자신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다짐하고 살아왔다.

에이프런은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당장은 답을 내기 어려웠다.

“에라, 모르겠다! 검질이나 하자!”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다 보면 잡념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에이프런이 나설 때부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카필드성을 수성하기 위해서 귀족들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성 안에 보유하고 있던 무기들을 전부 동원하여 페가수스 기사단의 접근을 막아내기 위해서 발악했다.

무진은 전투의 후방에 서 있었다. 전황은 무진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 정도의 전투에서 패한다면 능력이 없는 버러지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버러지에게 관심을 가져줄 무진이 아니다.

찌이잉!

무진은 가슴속에서 울리는 파동을 느꼈다. 예전에 느꼈던 공명음이었다.

‘신기인가.’

카오스의 검, 카오스의 타이탄, 카오스의 랜스가 동시에 공명을 터뜨리고 있었다. 카이젠의 말에 의하면 신기와 신기는 서로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고 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카필드성의 어딘가에 혼돈의 신기가 있다는 뜻이 되었다.

‘너무 쉽군.’

무진은 흥미롭다는 듯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를 수성하고 있는 귀족들과 기사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막아! 전부 죽여버려!”

“쏴라!”

슈슈슈슉!

슈우웅! 슈우웅!

높고 단단한 성벽 위의 병사들이 페가수스 기사단을 향해 발리스타와 강화궁을 발사했다. 1천 명의 궁수대가 일제히 화살을 발사하자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화살비가 내리꽂히자 대지가 고슴도치로 변했다.

티잉! 티잉!

발리스타와 화살은 페가수스 기사단의 몸에 스치지도 못했다. 익스퍼트 최상급에 이른 기사들의 움직임은 일반 병사와는 하늘과 땅 차이의 간격이 있었다. 또한 기사단을 지원하는 마법사들이 방어실드를 쳐주고 있었기에 화살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거침없이 질주해 거리를 좁힌 페가수스 기사단은 성문 근처까지 도달했다.

제이크 자작이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사용하여 기사들이 성문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하지만 마법을 펼치기도 전에 빈센니 단장이 이끄는 마법병단의 캔슬마법에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마법의 차이가 너무 컸다. 고서클 마법사들은 전쟁에 투입되어 카필드성에서 보유하고 있는 마법사들은 4서클 수준의 마법사들이었다. 한 단계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카필드성의 마법사들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되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는 전쟁에서 거치적거리는 존재 그 이상이 아니었다.

성문 앞까지 전진한 페가수스 기사단을 본 귀족들은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이 열리는 즉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선했다. 무슨 짓을 해서든 막아야 했다. 가지고 있는 화력을 전부 쏟아 붓는 일이 있더라도 성문을 사수해야 한다. 그것이 살길이었다.

“막으란 말이야!”

병사들이 불 기름을 성문 아래로 퍼부었다. 기사들이라고 해도 펄펄 끓는 기름은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마법병단이 지켜보고 있을 리 만무했다. 바람마법과 빙계마법을 사용하여 불 기름의 사용은 원천 봉쇄했다.

-윈드 토네이도(표풍-飄風).

-아이스 프로즌(결빙-結氷).

휘몰아치는 바람과 삽시간에 얼어버리는 마법의 향연이었다. 그와 동시에 칼날 같은 바람이 성벽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투형 바람마법에 속하는 대단위 윈드 커터(풍참-風斬)였다. 수백 발의 칼날은 병사들을 종잇장 가르듯이 갈라내었다.

사아아악! 사아아악!

크아아앗!

병사들은 마법사의 공격에 반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투 경험이 없는 병사들에게 죽음이라는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용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병사들이 공포에 질려 뒷걸음치려 했다.

“물러서는 놈들은 가장 먼저 죽이겠다!”

“어서 죽기 살기로 싸워라!”

귀족들은 병사들의 죽음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들의 목숨만을 중요시할 뿐이다. 병사들 주변으로 기사들이 서슬 퍼런 검을 빼 들고 서 있었다. 물러서는 즉시 즉결 참을 시행했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싸워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알지 못했다.

푸아아앙!

우지지직!

카필드성의 견고한 성문이 부서지고 있었다. 페가수스 기사단이 성문에 접근하여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하자 성문에 균열이 발생하며 무너져 내렸다. 강화마법이 인챈트된 강철 성문이라 오러 블레이드로도 쉽지 않았지만 시간문제였다. 성문을 사수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제이크 자작을 필두로 한 귀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성문이 무너지면 가장 먼저 죽게 되는 것이 귀족들이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1만의 병력이 있소!”

“그래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오!”

“늦기 전에 성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기사와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한 후 성을 빠져나가자는 레이지 남작의 의견에 대다수의 귀족들이 찬성하고 있었다. 제이크 자작은 고민이 되었다. 성에서 벗어난 후에도 문제였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다. 일단 살아 있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었다. 살아만 있다면 가지고 있는 귀물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병사들의 동요가 있을 수 있으니 난전이 벌어지면 그때 빠져나갑시다.”

“알겠습니다!”

카필드성에는 만일을 대비한 비밀통로가 있었다. 성의 지하에 구축한 비밀통로를 이용하면 아무도 모르게 성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퍼어엉!

기어이 성문이 무너졌다.

페가수스 기사단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들어갔다. 성문을 주변으로 수천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궁병이 페가수스 기사단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수천 발의 화살이 페가수스 기사단을 노렸다.

페가수스 기사단은 날아오는 화살을 보자 터틀 포메이션(귀진-龜陣)을 순식간에 갖추었다. 거북이의 단단한 등껍질을 연상시키는 진형이었다.

타타타타탕!

터틀 포메이션에 막힌 화살은 힘을 쓰지 못하고 퉁겨나갔다. 화살이 재차 발사되기 전의 타이밍을 계산한 페가수스 기사단이 거침없이 쏘아져 나갔다. 막아서는 병사들이 죽을힘을 다해 병기를 휘둘렀지만 페가수스 기사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푸욱! 사아악!

일방적인 학살이 되었다. 기사의 검은 오러가 아니더라도 병사들보다 훨씬 강했다. 속도와 힘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삽시간에 수백의 병사들이 차가운 시신이 되었다.

기사단이 병사들 속을 파고들자 난전이 벌어졌다. 전쟁은 마물이었다. 사람의 심성을 갉아먹는 전염병과 같다. 물러서는 병사들과 막아서는 병사들이 한데 뒤엉켜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죽음의 공포, 살고 싶은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전투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검법이 난무해도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전장에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무엘 단장은 냉철하게 주변상황을 살폈다. 기사단의 수장으로서 사무엘 단장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했다.

‘귀족들이 안 보인다!’

병사들은 도구에 불과하다. 전투를 이기기 위해서는 귀족들을 단죄해야 했다. 아무리 찾아도 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병사들의 희생을 줄여야 한다. 너무 많은 병사들이 죽게 되면 손실이었다.

“멈춰라!”

오러를 품은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귀족들이 사라졌음을 알려 병사들이 더 이상 항전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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