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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5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0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3화

제1장 내전정벌 (3)

 

무진은 정신과 육체가 너덜너덜해진 사피로를 보았다.

“아쉬워.”

무진은 아쉬움을 느꼈다. 좀 더 수련을 한 후에 만났다면 멋진 승부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무진은 그것이 안타까웠지만 실망하지는 않았다. 사피로의 뒤에 버티고 있는 놈들은 무진조차 방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놈들을 무참하게 유린하고 한계를 초월하고 싶다. 그것이 무진의 진실한 욕망이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끝내지.”

“아…버…지…께서 복…수…해… 주실…!”

“원하는 바다.”

무진의 잔인한 의지가 손목을 타고 손가락에 전달했다. 손아귀에 쥐어진 삶이 피 거품을 물며 죽어갔다.

붉게 물든 피부와 충혈된 눈동자,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사피로는 한계에 부딪쳤다. 생의 마지막 시간이 찰나의 순간보다 짧지만 길다고 느껴졌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가물거리던 삶이 무자비한 폭군에 의해서 꺼졌다.

빠각!

무진은 사피로의 목을 부러뜨린 후 허공으로 던져 올려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사피로는 흔적조차 남지 않고 깔끔하게 사라졌다.

무진은 어둠의 정령 둠을 소환하여 사피로의 잔재를 치우도록 했다. 절망감과 패배감에 죽어간 사피로의 영혼은 둠에게 진수성찬이었다.

지니고 있는 역량이 강할수록 원혼의 능력도 강했다. 사피로의 영혼을 어둠으로 흡수한 둠은 170센티미터로 자랐다. 어린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빠른 성장만큼 역량도 강해진 것을 무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웬만한 빛은 가볍게 흡수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더 주지.”

-감사합니다. 주군!

“들어가 있어라.”

-예.

무진은 사피로에게서 빼앗은 창을 꺼냈다.

“혼돈의 신기라.”

사피로의 윈드 네트에 갇힌 상황에서 등 뒤를 찌르고 들어오는 기운에 무진도 제법 긴장을 했었다. 전력을 꺼내지 않으면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력을 발휘하려던 찰나에 무진의 내부에서 기이한 공명음이 울렸다. 그것은 혼돈의 신기 카이젠과 카무트의 공명음이었다. 블라인드 랜스가 가까이 접근할수록 신기의 반응은 더욱더 강렬했다.

무진은 목숨을 노리는 창이 혼돈의 신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돈력을 열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던 혼돈력이 새로운 신기의 등장에 반응해 주었다.

혼돈력이 무진의 주변을 감싸자 블라인드 랜스는 돌진을 멈추었다. 폭발이 일어난 것은 무진이 기파를 뿜어내 윈드 네트와 부딪치며 발생한 것이었다.

무진은 블라인드 랜스의 진실한 정체가 카오스 랜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2개군.”

카오스 랜스를 얻음으로써 혼돈력도 강해졌다. 신기 1개를 얻음으로서 1개의 힘으로 강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신기를 얻은 증폭력이 무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하나의 완성된 실체를 찾아가기 위한 과정 같았다. 완성체에 올라설수록 혼돈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지도 모른다.

 

채채채챙!

꽈꽈광!

오러가 난무하고, 마법이 그 뒤를 받쳐주었다.

의문의 적들은 예상보다 더 강했다. 전력을 다해 부딪치지 않으면 승패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놀라운 것은 놈들 중 10명이 중급 이상의 오러 마스터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뒤를 받쳐주는 자들 역시 익스퍼트 최상급을 넘어섰다.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무력집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전력이었다.

소드 아머까지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서 절대로 가벼이 볼 수 없는 무서운 자들이었다. 마법병단의 유기적인 공조가 아니었다면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페가수스 기사단 3명이 벽을 형성하고 마법사들은 돌아가면서 마법을 시전했다. 마법병단의 경우, 실전경험이 전무해서 서투른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여 전장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마법사 개개인의 재능이 범상치 않다는 반증이었다.

빈센니 단장은 사람의 재능을 파악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받쳐줄 수 있는 배경이 없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빈센니 단장은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슷한 처지의 재능 있는 자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법병단이 실력을 발휘하자 전세는 팽팽했다.

전투는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사아아악!

주르르륵!

검이 피부를 베었다. 베어진 살이 좌우로 벌어지면서 핏물이 흘렀다.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깊게 베인 상처는 아니다. 그러나 에이프런은 불같은 노성을 토해내었다.

“이 빌어먹을 종자가 감히 누구 피부에 흠집을 낸 거야! 오늘 너 죽고 나 죽는다!”

“니가 나 책임질 거야! 아니지. 니 면상으로 어떻게 날 책임 지냐!”

“지금 내 말 씹냐!”

“어쭈! 계속 씹어!”

에이프런이 살기등등하게 검을 뿌렸다. 엘리언 소드의 절초가 거침없이 터져나와 상대를 곤혹하게 만들었다. 에이프런의 식을 줄 모르는 분노는 끝 모르게 불타올랐다.

에이프런을 상대하고 있는 데븐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시끄러운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말투 따위는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이해하기도 벅찼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데븐이 이끌고 있는 기사단은 보통 기사단이 아니다. 사피로의 가문에서 은밀하게 키워낸 전략비밀병기였다. 쉐도우 기사단이라고 불리며 가문에서 공식적으로 행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는 어둠의 존재들이다. 쉐도우 기사단이 나서서 성공하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 어떤 적도 쉐도우 기사단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승부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밀리고 있었다. 지금 눈앞에서 날카로운 독아를 드러내고 달려드는 에이프런 백작 역시도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계집이 오러 마스터 중급을 넘어서고 있었다. 더군다나 가지고 있는 소드 아머 역시도 보통 기물이 아니었다.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까지 수집한 카이겔 백작가의 정보가 완전히 어긋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좋지 않은 징조였다. 계획한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했던 데븐의 인생에 처음으로 겪는 난관이 아닐 수 없었다.

‘어디서 잘못된 거지? 그보다 사피로 님은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단 말인가?’

데븐은 사피로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여겼다. 사피로는 시간을 오래 끄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다 하여 사피로의 신변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데븐이 아는 사피로는 절대적인 무력을 소유한 강자였다. 차기 대륙십강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장담할 수 있었다. 사피로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감히 나를 두고 딴생각을 해! 죽어랏! 개잡종아!”

“말이 심하구나!”

데븐도 참지 않고 살검(殺劍)을 휘둘렀다. 아름다운 면상과는 상관없이 에이프런의 입은 걸었다. 어디서 저런 욕을 배웠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아마 구정물을 열 사발이나 먹었을 것으로 추정이 된다. 백작의 작위를 지닌 귀족이라고 하기에는 괴리감이 있었다. 뒤로는 호박씨를 까도 보이는 데서는 품위를 지키는 것이 귀족의 습성이다. 하물며 백작은 상위귀족이다. 상식을 벗어나는 걸레 같은 말투였다.

카아앙!

휘리리릭!

데븐의 검력을 받은 에이프런이 뒤로 물러서면서 충격을 흡수했다. 에이프런은 부딪치는 순간 검격의 힘을 조율하고 전신의 오러를 풀어 충격흡수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후방의 거리와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살폈다. 단 한 번의 찬스를 위해서 에이프런은 전력을 기울였다. 한 번의 실수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반발력을 흡수한 에이프런이 그 틈을 노려 기습적으로 살초를 뿌렸다. 데븐은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에이프런의 동작에 다급하게 물러섰다. 예상치 않게 빠르고 정교하며 날카로웠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리 예상한 듯이 침착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에이프런이 흥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되었다.

“영악하기 짝이 없구나!”

데븐은 에이프런이 일부러 흥분한 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계집의 간악한 수에 일시적으로나마 동요했다는 것이 화를 돋웠다.

이제까지 감추고 있었던 다크 소드(암흑검법-暗黑劍法)의 진면목을 드러내었다.

어둠의 검법으로 불리는 다크 소드는 철저하게 적의 말살을 위한 살검법(殺劍法)이었다.

-다크 소드-제4절초-다크 라이트(암광-暗光).

슈슈슈슈슈슉!

살기를 머금은 데븐의 검극이 에이프런의 치명적인 사혈을 노리며 들어왔다. 잠시간 어둠의 빛이 번쩍이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검극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시야를 가른 어둠의 검광(劍光)이 에이프런의 반응을 늦춘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지한 에이프런이 필사적으로 검극을 피했다. 하지만 검극은 먹이를 노리는 간교한 뱀처럼 집요하게 따라왔다. 데븐의 검력은 오러 마스터 상급 이상이었다. 에이프런이 지금까지는 잘 버텼지만 그가 진면목을 드러내자 실력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었다. 에이프런은 피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느꼈다. 물러설 수 없다면 부딪치는 수밖에는 없다.

-엘리언 소드-제7절초-윈드 엠페러(풍황-風皇).

-다크 소드-제5절초-익스터미네이션(멸절-滅絶).

파파파팡!

검극과 검극에 맺힌 오러 블레이드가 시끄러운 아우성을 내며 부딪쳤다. 암광(暗光)과 청광(靑光)이 번쩍이자 대기를 뒤흔들었다. 기파가 터져나가면서 공간이 무참하게 박살났다.

‘큭!’

수련한 세월과 역량의 차이가 벌어졌다. 힘의 차이를 느낀 에이프런이 다시 물러서며 반격의 찬스를 노렸다. 이때 데븐이 눈치를 채고 더욱더 집요하게 검극을 뻗었다. 검력이 30센티미터는 더 길어지자 에이프런은 간격을 좁힐 수가 없게 되었다.

차아아앙!

데븐의 오러 블레이드가 에이프런이 착용한 소드 아머의 가슴 아래 부분을 찌르고 들어왔다. 그랜트급의 소드 아머는 본신의 역량에 따라 오러 블레이드까지 막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데븐의 역량은 에이프런보다 강했다. 소드 아머가 갈라지며 핏물이 튀었다. 본능적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젠…장!”

오러 블레이드에 의한 타격을 쉽게 생각하면 위험하다. 오러 블레이드를 타고 흘러 들어오는 경력은 위험하다. 잘못하면 혈맥이 끊어지거나 썩어 들어갈 수 있다. 곧바로 오러를 운용하여 혈맥에 스며들어오는 경력을 밀어내야 한다.

그러나 에이프런은 그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지 못했다. 데븐의 살초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주변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힘들었다. 기사들은 3명이 합심해서 겨우 1명을 상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1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전력이 급격하게 기울어질 수 있었다. 에이프런이 여기서 막아내지 못하면 승부는 예측하기 힘들게 된다.

‘왜 안 오는 거야! 빌어먹을 자식아!’

무진이 절실하게 생각났다. 그녀의 소리 없는 외침이 미처 끝나기 전에 데븐의 검극이 변화했다. 찌르고 들어오는 곳을 예상하고 검을 들었건만 검극이 사선으로 비틀어지면서 심장을 노렸다.

“끝이다.”

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거리였다. 몸을 튼다고 해도 치명상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죽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으려고 여기까지 온 에이프런이 아니다. 에이프런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었다.

이야야야얍!

에이프런은 알 수 없는 괴성이 외치면서 간발의 차이로 검극을 피했다. 오러 블레이드가 스쳐 지나갈 때 에이프런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일이 생생하게 지나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얼굴이 무진이라는 것이었다. 무진과 함께했던 짧은 세월이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었다.

“믿을 수 없는 재능이구나!”

데븐은 에이프런의 재능이 이 정도인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위기의 순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노력만으로는 올라설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 존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재능이었다. 지금 제거하지 못하면 후일 위험한 존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위험한 적은 성장하기 전에 싹을 자르는 것이 현명하다.

데븐의 살기가 짙어졌다.

에이프런의 위기는 이제부터였다.

살기를 품은 데븐의 맹수 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는 있지만 쉽지 않았다. 누적되는 피로와 더불어 흘러내린 핏물로 인해 에이프런의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느려졌다.

타아아앙!

데구르르르!

개구리처럼 엎어지면서도 에이프런은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목숨 앞에서 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치였다. 에이프런은 멋을 부리다 죽고 싶은 마음은 개털만큼도 없다.

사무엘 단장과 빈센니 단장이 에이프런의 위기를 보고 움직이려고 하자 쉐도우 기사단이 진형을 바꾸어 에이프런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각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진형은 쉐도우 기사단이 페가수스 기사단보다 뛰어났다. 주변의 움직임을 눈치챈 데븐이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쉐도우 기사단 간에 은밀한 수신호가 있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전할 수 있었다.

차차차차착!

에이프런이 지나간 바로 지척의 거리에 오러 블레이드가 박혔다. 날렵하게 피하는 것도 거의 한계가 다다랐다. 입에서는 단내가 날 지경이다. 악과 오기도 체력이 받쳐주어야 한다.

데븐은 마지막 일검을 뻗었다. 단숨에 숨통을 끊어버리려는 듯했다. 에이프런의 움직임을 예상한 일격이라 피하기에는 불가능했다. 몸을 회피하기에도 무리였다.

콰아앙!

굉음이 터지고, 공중으로 10미터 이상 떠오른 그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형을 채 유지하지도 못한 채 일어선 그는 비틀거렸다. 내부를 진탕시키는 압도적인 기운에 공포를 느꼈다.

데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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