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5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1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50화
제5장 내전(內戰) (3)
에이프런은 무진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진이 정면을 응시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목적지와 다른 방향으로 홀로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조금 이따가 온다고?’
무진의 사라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 먼저였다.
무진의 예상대로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 두근!
에이프런은 적의 출현과 동시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것은 상대가 만만치 않을 때 느껴지는 에이프런만의 징크스였다.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다해라.”
“예!”
사무엘 단장과 빈센트 단장도 느끼고 있었다. 적의 능력을 감안하면 과거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선을 다하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 *
얕은 구릉지대에 끝도 없이 면면히 이어진 넓은 평원.
휘이이잉!
바람이 평원의 수풀을 훑고 지나갔다. 선선한 바람과 적당한 온도, 싸우기에 좋은 날씨였다.
평원의 중심에 무진과 사피로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무진의 무표정과 다르게 사피로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초극에 이른 고수만이 느낄 수 있는 기운을 퍼뜨린 존재가 생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무진도 사피로에 대한 의문이 들었으나 무시했다. 느껴지는 기운만으로 상대를 전부 파악할 수 없음을 이 세상에 발을 들이면서 깨달았다. 지니고 있는 힘 이외의 능력도 주의해야 했다.
“날 불렀나.”
“그렇다.”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알 필요가 있나.”
“묘 자리에 이름은 있어야지.”
“재밌는 놈이군.”
무진과 사피로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 강자만이 가진 특유의 오만함과 패기가 맴돌았다. 패기가 섞인 기세가 뿜어져 나오면서 평원 전체를 뒤흔들었다.
“무진이다.”
“사피로.”
“대륙십강인가.”
“곧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갈 것이다.”
“아직은 아니군.”
대륙십강이 아니라는 말에 무진은 약간 실망한 표정을 드러내었다. 대륙십강의 일인으로 생각했건만 아니었다.
물론 아니라고는 해도 숨겨진 자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무진은 이 세상의 강자라고 불리는 자들의 능력을 경험해보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쿠우우웅!
서로의 기파가 충돌했다. 무진과 사피로의 기세가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여 힘의 크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 힘의 여파로 평원의 땅거죽이 뒤집히면서 거칠게 파이고 있었다.
평원의 대지가 무진과 사피로를 중심으로 밀려 나가면서 분지처럼 되어갔다.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자들이 펼치는 기세는 상상을 불허하는 위력을 선보였다.
빠직!
사피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기세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것이 자존심을 긁었다.
이제까지 사피로는 아버지를 제외하고 패배를 염두에 둔 적이 없다. 드래곤이라고 해도 절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사피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존재가 나타났다.
‘철저하게 박살내주지.’
사피로는 무진을 잔인하게 짓밟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기세의 변화를 읽은 무진의 입 꼬리가 작은 호선을 그렸다.
‘재밌군.’
패기로 가득 찬 상대다.
패황이라고 불리는 자신을 향해 이처럼 사나운 이빨을 들이민 존재는 드물었다. 그 패기를 깡그리 부숴버리고 싶은 차가운 살기가 무진의 내부에서 끓어 올랐다.
혈신과 천검신과의 대결은 순수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무진은 전투에 대한 순수한 패력을 선보이고 싶었다. 전투본능이 잠자고 있던 패황을 진정으로 눈을 뜨게 만들었다.
진정한 강자는 병기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만이 지니고 있는 순수한 무력이 가장 강대한 병기일 뿐이다.
서로의 투기가 가라앉고 조용해졌다.
바람마저 무진과 사피로의 기운에 의해 정지된 듯하다. 기후조차 무진과 사피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못했다.
“그럼 간다.”
“와라.”
대지의 조용함과 다르게 무진과 사피로의 내부는 활활 타오르는 용암과 같았다. 일촉즉발의 대치상황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사아아악!
대기를 반으로 쪼개버린 무진과 사피로가 부딪쳤다. 서로의 권격이 내부와 주변의 기운을 하나로 뭉쳐 충돌했다.
파아아아아아앙!
우우우우우우웅!
기의 충돌로 인한 충격이 천지사방을 뒤흔들다 못해 깨뜨려버렸다.
시작과 동시에 맹렬하고 치열한 대결이 펼쳐졌다. 단순한 권각술이 지닌 위력이 천의무봉(天衣無縫)에 이르렀다.
박투와 박투의 대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나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지르는 주먹에 대지가 박살나고, 내리치는 다리에 대기가 좌우로 분리되었다. 거센 파도와 휘몰아치는 폭풍이 만난 격이다. 물러서지 않는 용과 백호의 막상막하의 대결이 펼쳐졌다.
쩌저저저적!
대지가 버티지 못하고 균열이 발생하며 지평선 끝까지 이어졌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무진과 사피로의 영역에서 소멸되었다.
타앙!
사피로가 뻗은 권영(拳影)이 수백 개의 바람이 되어 쏘아져 나갔다. 무진은 피하지 않고 정면대결을 불사했다.
푸아앙! 푸아앙!
바람과 바람이 부딪치며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권풍을 권풍으로 막아낸 무진이 안으로 파고들었다. 가히 신속(神速)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를 낸 무진의 신형이 한순간에 더 빨라졌다. 가속의 중첩이 이루어진 것이다. 착시나 환영, 이형환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공간을 축소해 버리는 속도였다.
우권에 속도와 패력을 실어 사피로의 명치를 노렸다.
위이이잉!
푸아아아앙!
사피로의 신형이 뒤로 밀려나가면서 무진과 거리를 벌렸다.
무진은 손끝에 전달된 느낌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피로가 일순간 공간을 흔들어 파장을 일으켰다. 파동은 진동력으로 계산이 되어 힘을 발산했다. 그 힘이 공간을 비틀면서 무진의 우권에 실린 무력의 타점궤도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사피로는 순간적인 임기응변과 대응력이 대단히 뛰어났다.
‘제법이군.’
무진은 권격을 버텨낸 사피로를 칭찬했다.
거리를 벌린 사피로는 순간 오싹한 기운을 맛보았다. 웨이브임팩트를 펼쳐 벗어나기는 했지만 무진의 패력이 척추를 타고 뇌리에 전달되는 것 같았다.
찰나지만 공포를 느꼈다는 것을 사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적의 능력에 놀라 물러섰다는 것이 분노를 부추겼다.
‘그냥 두지 않는다.’
사피로는 분노했다. 그러나 흥분하지는 않았다.
전투에 있어 흥분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적을 쓰러뜨려야만 한다. 그것이 이제까지 사피로가 배워온 것이었다.
무진이 또다시 접근해 왔다. 사피로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접근전의 영역 안으로 뛰어들었다. 둘 모두 물러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파파파파파팟!
보이지도 않는 공격이었다. 허공에서 타격음만이 들려왔다. 천지사방을 대결장소로 택하고 있었다.
넓은 평원 위에 고고히 솟아올라 있었던 거대한 바위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경 1킬로미터의 영역이 사피로와 무진으로 인해 황폐화되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무(武)의 신들이 격돌을 벌이는 것 같았다.
사피로의 권은 강하고 빠르다. 그의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무진은 안다. 그러나 아직은 다듬어야 한다. 권각술에 있어서는 무진을 따라오지 못했다.
실력의 차이는 아주 작아 그 틈이라고 해봐야 바람이 스쳐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 미세한 차이를 뚫고 들어오는 무진의 무력은 사피로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사피로의 눈에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무진의 시야에는 그 빈틈이 보였다. 간극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었다.
파팡!
권을 펼치고 난 후 회전력을 실어 사피로의 방어각도를 흐트러뜨리고, 그 안으로 무릎을 차서 틈을 더욱더 벌렸다.
무진은 호흡을 짧고 간결하게 만들었다. 빈틈을 만들어낸 무진이 좌권(左拳)을 뻗었다. 있는 힘껏 찌른 정권은 아니다. 1센티도 되지 않는 간격에서 그저 가볍게 쳤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 실린 힘은 가공했다. 거리는 짧아도 힘을 싣는 무진의 능력은 대단했다.
퍼어어엉!
“크윽!”
타격을 입은 사피로가 물러서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뒤로 물러서서는 답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러나 무진은 위로 도주할 것을 알았다는 듯이 대응하며 사피로의 오른 다리를 잡아챘다.
꽈악!
“젠…장!”
사피로는 바다의 소용돌이치는 해류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빠져나갈 수 없는 묵직한 기운이 사피로를 빨아들여 지면으로 던져 버렸다.
슈우우웅!
퍼어어엉!
사피로의 신형이 지면을 뚫고 파고들었다. 흡사 유성이 떨어진 것 같은 분화구를 만들어 내었다.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린 대지 위에 떠 있던 무진은 망설이지 않고 기(氣)의 환(環)을 만들어 내었다. 반경 1미터나 되는 기의 덩어리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
무진은 기환(氣環)을 사피로가 떨어져 내린 곳을 향해 퍼부었다. 기환은 하나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기환이 연사되었다.
퍼퍼퍼퍼펑!
쩌저저저적!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되고 있었다. 분노한 신이 대지에 재앙을 뿌리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파괴할 파멸의 신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음.’
무진은 기환을 멈추고 좌측을 돌아보았다. 기환이 터지고 있을 시점에 사피로가 가공할 힘을 발휘해서 빠져나왔다는 것을 파악했다.
옷이 넝마가 된 사피로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무진을 노려보았다. 그의 생애에 이토록 낭패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사피로의 분노를 부추기며 전력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전력을 쓰게 만든 대가를 치러주마!”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