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4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5화
제4장 준비 (5)
철퍼덕!
무진은 마지막 한 마리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해주었다. 반항의 싹은 완전히 짓밟아 버리는 무자비한 폭군의 재림이었다.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은 놈들을 상대하는 게 무진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다.
“끄으응!”
간신히 정신을 차린 사무엘은 믿어지지 않는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 사람도 남김없이 전부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기사들의 중심에 오연하게 서 있는 무진이 보였다.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은 무진의 모습은 괴물 그 자체였다.
‘대…륙십강!’
30년 전.
대륙 전쟁이 한창일 때였다.
젊은 시절의 사무엘은 혈기왕성했다. 동년배 중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그는 전장에서도 혁혁한 활약을 했다. 그런 사무엘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평생 잊을 수 없게 만든 한 인물이 있었다.
수백의 기사들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태연하게 서 있는 존재.
사무엘은 그가 죽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사무엘의 예상을 비웃듯이 그는 기사단을 전부 몰살시켰다. 한 사람의 무력이 기사단을 몰살시키고도 남는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인간의 무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가 바로 브릴란트제국에 속한 대륙십강이라는 것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상념을 뒤집는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존재들이 대륙십강이었다.
그런데 지금 무진에게서 대륙십강이 오마쥬되었다.
“대…륙십강의 일인이십니까?”
“아니.”
“그런데 어떻게?”
“네 주제에 알 권리는 없다.”
“그런……!”
“내일 또 오지.”
사무엘에게 알려줄 이유는 없다.
이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려면 멀었다.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무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방금 시작을 했을 뿐이다.
사무엘은 떨리는 심경을 주체하지 못했다. 대륙십강이 아니더라도 무진의 능력은 상상을 불허했다.
‘도대체?’
무진의 무력이라면 제국의 공작이나 대공이 되어도 부족하지 않다. 카이겔 백작가가 비록 소니아왕국 내에서 고위귀족에 속한다고 해도 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무엇을 노리는지 사무엘 단장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페가수스기사단은 카이겔 백작가의 수호검(守護劍)이다. 불순한 자를 용납할 수는 없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기사의 사명은 완수해야 한다.
‘막…아내야 돼!’
무진은 너무 위험한 자다.
사무엘 단장은 에이프런도 무진에게 이용당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카이겔 백작가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기필코 막아낸다!’
다음날.
약속대로 무진이 찾아왔다.
이번에는 페가수스기사단도 전력을 다했다. 300명 전원이 모였고, 소드아머를 착용했다. 그와 동시에 페가수스기사단이 비밀리에 사용하는 전략무기까지 꺼내들었다.
비상시나 대적이 침입했을 때 사용하는 전략무기로 이제까지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또한 전략무기는 보안이 필수이기에 항상 새롭게 가다듬고, 보완을 해왔다.
완벽한 진형을 갖춘 페가수스기사단은 어제의 패닉에서 어느 정도는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무진이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은 여전히 건재했다. 솔직히 어제 보여준 것이 다라고 순진하게 생각하는 기사들은 이제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어제 무진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제와는 다를 것입니다!”
훗!
입가에 미소를 진 무진이 한마디를 했다.
“기대하지.”
무진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보여줄 수 있으면 보여주면 그만이다.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어찌 될지는 뻔하다. 어제와 같은 결말을 보게 될 것이다. 무진은 또다시 철저하게 짓밟을 생각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은 서클디펜스(원형포진법)을 구현하며 무진의 주변을 감쌌다. 소수를 제압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다. 기본적인 서클디펜스에 기사들과 기사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제법 돋보였다. 전술적으로 오랜 기간 훈련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순간에 이 정도로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세월이 흐르면서 날카로움이 무뎌지기는 해도 서로간의 호흡은 점점 더 발전되었다.
‘치고 빠지는 전법이라.’
차륜전을 통해 무진의 힘을 빼놓는 전술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무진의 힘을 견뎌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막아내지 못하면 힘을 빼놓기 전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휘이이익!
강력한 힘을 동반한 악마봉이 또다시 휘둘러졌다. 순수한 격타술만을 통원하던 무진이 오러를 동반한 힘을 발산했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완연한 형태로 변해 기사들의 오러와 부딪쳤다.
푸아아아아앙!
삽시간에 30명의 기사들이 전부 허수아비가 되어 버렸다. 무진의 경력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 것이다. 무진은 악마봉을 회수해 전방으로 돌진해 나갔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기절한 기사들에게 일타 일격의 위력을 선보였다. 한 번을 피할 수 있으면 두 번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을 막지 못하면 생을 마감하게 된다.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펑!
사슴 무리에 한 마리의 광폭한 사자가 날뛰는 광경이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사슴은 사자를 이길 수 없다.
무진이 분출한 힘의 여파에 말려든 기사들은 속절없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막아서는 순간 측정할 수 없는 무력이 기사들의 내부를 진탕시켰다. 스치는 기운만으로도 기사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무엘 단장은 이를 악물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정면승부에서는 승산이 없음을 감안한 것이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후진!”
당하고 있던 기사들이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무진을 향해 그물망이 퍼졌다.
그물망은 메테리언이라는 광물에서 채취한 금속을 수천 번 제련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강화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오러라도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는 단단함을 자랑한다.
그물망이 무진의 시야를 가렸다. 그러나 무진은 개의치 않았다. 단숨에 그물망을 잘라내고 먹이를 찾았다.
그 순간 정면에서 불길한 기운이 쏘아져왔다. 바람을 꿰뚫어 버리는 굉장한 속도였다.
추우우우웅!
파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들렸다.
사무엘 단장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그가 사용한 전략무기는 발리스타였다. 보통의 발리스타가 아닌 타이탄을 잡기 위한 전략무기다.
타이탄은 최종병기로 불리는 최강의 무기다. 기사들의 무력으로는 타이탄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발리스타였다.
일반적인 발리스타 역시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타이탄을 막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강도를 높이는 마법아이템과 더불어 화살촉에 마력탄까지 부착했다. 그 위력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그런데.
연기가 사라지고 난 후 무진이 멀쩡하게 서 있다.
“말…도 안 돼!”
“제법이긴 하지만 아직 부족해.”
무진은 피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피하지 않았다. 정면으로 부딪쳐 페가수스기사단의 전략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이 아는 상식을 철저하게 배반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대가를 받아야지.”
무진이 또다시 진격해왔다.
기사들은 대항하지 못했다. 무진은 반항을 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않고 기사들을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퍽!
무진은 지위 여하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악마봉을 선사해 주었다. 숨어 넘어가는 기사들은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다. 그래야 평온이 찾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를 쓰러뜨리고 난 후 무진은 기절하기 일보직전인 사무엘 단장에게 한마디했다.
“내일 또 오지.”
“그…런……!”
꼴까닥!
사무엘 단장은 기절했다.
다음날부터 지옥이 기다렸다. 무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마봉에 힘을 더 가했다. 그 앞에서 놓인 어린 양(?)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방적인 구타가 시작되었다. 페가수스기사단은 수치스러워서 어디 가서 입을 열지도 못했다. 카이겔 백작가의 검으로서 가진 자부심이 송두리째 부서지고 있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여전히 매타작이 이어졌다.
반항을 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무진에게 철저하게 짓밟히고 있었다. 개처럼 나뒹굴다가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정확히 10일이 지났다.
무진이 또다시 연무장에 찾아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도망이라도 쳤을 텐데 페가수스기사단은 도망치지 않았다. 기사로서 가진 마지막 긍지였다. 그러나 더 이상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았다.
사무엘 단장을 비롯한 기사들은 무진이 무서웠다. 그가 가진 광폭함과 무심함이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자존심 때문에 굽히지 않으려고 했지만 무진 앞에서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무진은 주군과 수하로서의 확실한 관계만을 요구할 뿐이다. 지켜지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주었다.
“복…종하겠습니다!”
“힘에 굴복한 건가.”
무진의 잔혹한 말에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은 얼굴을 붉혔다. 사실이기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수치스러운 진실에 당당하지 못했다. 당당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같잖은 실력에 기고만장한 대가다.”
무진은 기사들을 철저하게 깔아뭉갰다. 자존심도 힘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준 것이다. 힘이 없는 긍지는 지켜지지 않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강해지기 전까지 네놈들은 개다. 알겠나.”
조용히 퍼지는 무진의 기운에 기사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무진이 봐주었다는 것을 기사들은 알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들을 죽일 수 있었다.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덤벼든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지금부터 반항을 하면 무진은 죽일 것이다.
기사들은 그것을 느꼈다.
차가운 살기는 조용하면서도 섬뜩할 정도로 무서웠다. 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한편으로 반드시 강해져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강해지면 벗어날 수 있는 겁니까?”
“강해진다면.”
“저희를 강하게 만들어주실 겁니까?”
“강해지지 않으면 부숴버릴 거다.”
무진은 부정하지 않았다.
사무엘 단장과 기사들은 이유가 궁금했다. 일인군단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무진이 무엇 때문에 자신들을 단련하려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왜입니까?”
“알고 싶다면 강해져라.”
알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은 분개했다. 자신들의 존재가 이처럼 초라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상징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용기이기 때문이다.
무진은 기사들의 눈빛에 타오르는 열망을 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할 만하군.’
오만은 강자의 자격이다. 나약한 것들은 함부로 가질 수 없다. 그저 흉내를 냈을 뿐이다.
페가수스기사단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들만의 세상에 사로잡혀 세상을 보지 못했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무진의 목적이었다. 이제 바탕을 마련했으니 담금질을 해주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