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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4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4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3화

제4장 준비 (3)

 

씨익!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새하얀 치아가 드러났다. 무표정한 얼굴에 지어지는 호선이 차갑기만 했다.

기사들은 순간적으로 오한이 들었다. 하지만 무진으로 인해 긴장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자만심이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팟!

오른발을 직선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무진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기사들은 기습적으로 쏘아져 오는 무진의 신형에 흠칫 놀랐다. 지척에 접근한 무진의 우권(右拳)이 벼락처럼 뻗어나갔다.

추우웅!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막아선 빌링턴의 턱이 반대로 돌아가며 비밀통로의 벽에 날아가 부딪쳤다. 벽을 튕기는 소리가 통로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철퍼덕!

꼴까닥!

단 한 방으로 빌링턴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입에 거품을 물며 기절한 빌링턴이 간헐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놀란 지크와 맨샤가 다급하게 검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무진에게 거리를 너무 쉽게 내주었다.

척!

검을 뽑으려는 맨샤의 오른팔을 잡았다. 검을 뽑을 수 없게 된 맨샤가 고개를 들다 무진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맨샤는 아이스존(Ice Zone)에 갇힌 것처럼 얼어붙었다.

무진은 얼어붙은 맨샤의 턱에 승룡권(乘龍拳)을 날려주었다.

퍼어억!

쿠당탕!

맨샤는 하늘 높이 솟구치지 못했다. 새처럼 날아오르다가 천장에 부딪치고 떨어져 볼품없이 바닥을 뒹굴렀다.

“이…놈!”

지크가 오러를 뿜어내었다. 익스퍼트 중급에 달한 오러가 검에서 뻗어 나와 무진을 찔러들어 왔다. 무진은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사사삭!

파팟!

무진의 신형이 지크의 시야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신출귀몰한 무진의 움직임이었다.

벽면을 받침대 삼아 정반대 쪽으로 벗어난 무진이 다시 튀어 오르며 지크의 사각지역에서 공격을 감행했다. 회전력이 실린 무진의 오른발이 지크의 왼쪽 안면을 가차없이 후려쳤다.

지크는 완전한 무방비였다.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느닷없는 일격은 굉장한 충격을 주었다. 보고 반응하는 것과 모르고 반응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휘리리릭!

사각에서 날아오는 발에 적중당한 지크의 신형이 순식간에 허공에서 5바퀴나 회전한 후 바닥에 안착했다. 바닥과 굉장히 친했는지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눈동자가 완전히 돌아간 것을 봐서는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무진은 단숨에 3명을 정리하고 지하연무장인 마스터스페이스로 들어갔다. 조금 어두웠던 통로와는 다르게 마스터스페이스는 대낮처럼 밝았다. 곳곳에 라이트마법이 걸린 장치와 반사각을 이용한 거울장치가 절묘하게 설치가 되어 빛을 공간으로 뿌릴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잘 만들었군.”

겉보기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강판과, 강판에 새겨진 충격흡수마법진이 견고함을 배가 시켰다. 기사단이 전력을 다해 수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엿보였다.

비밀유지를 위해서 노력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수련장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돈도 상상 이상일 것이다. 수련장은 하루 이틀에 완성이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을 해 간 것이었다.

곳곳에 묻어 있는 세월은 흔적은 페가수스기사단이 남긴 유산이나 마찬가지다. 그것을 누군가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실력을 까발리는 짓이나 다음 없는 행위였다.

기사단의 수련공간은 넓은 공터를 중심으로 20개의 개인수련장이 따로 설계되어 있었다. 무진이 빠져나온 통로는 중앙 공터로 개인수련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다.

공터에서 대련에 몰두하고 있던 기사들 20명이 무진을 보았다. 느닷없이 출현한 무진을 보자 수련을 멈추고 빠르게 주변을 가로막았다.

“가주대행이 어쩐 일이오?”

“오늘은 개를 길들이는 날이다.”

“무슨 소리오! 이곳은 가주를 제외하고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오!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소이다!”

“개가 짖는군.”

빠직!

무진의 말뜻을 그제야 이해한 기사들이다.

자신들을 개에 비교한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기사는 없다. 분노한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페가수스기사단 서열 10위 안에 들어가는 아루스는 무진의 지나친 행동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감을 떠나 너무 침착했다.

‘그리고 보니!’

지하연무장을 들어오려면 통로를 지키는 기사들을 지나쳐야 한다. 그들이 무진을 이곳까지 얌전히 안내했을 리는 만무했다.

“그들은 어떻게 했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나 보군.”

“감히 페가수스기사단을 건드리고 무사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계속 짖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라.”

“죽고 싶다면 죽여주지!”

아루스도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상대가 가주직무대행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말로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를 않았다.

나중에 문책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대가를 치르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페가수스기사단의 기사로서 명예를 지키는 당연한 일이라 여겼다.

“기사를 모욕한 대가를 치러주마!”

“주인을 무는 개는 개도 아니지.”

“죽어랏!”

참지 못한 기사 1명이 무진을 향해 검을 뿌렸다.

페가수스기사단의 검법은 총 3개로 구성된다. 기본기로 구성되어 있는 스트롱소드와 패스트소드를 익히고 난 후 카이겔 백작가의 절대검법 스톰소드를 배우게 된다.

엘리언소드도 바람계열의 검법이기는 하나 원리가 아예 다르다. 스톰소드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하는 반면에 엘리언소드는 바람의 자유로움과 빠름을 위주로 한다.

칼린이라는 기사는 패스트소드의 가장 빠른 초식 중에 하나인 스트레이트피어스(직격)을 펼쳤다. 일직선으로 찌르는 검술의 교범과 같은 수법이지만 검로의 최적화가 극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 검초다.

쌔애애앵!

무진이 피할 수 없는 것 같은 상황이다. 위기일발의 순간 무진이 거짓말처럼 칼린의 검초를 피했다. 놀라운 것은 움직인 것 같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어…떻게?”

주변에서 지켜보는 기사보다 놀란 것은 당사자인 칼린이다. 무진이 어떤 수법을 사용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찌르고 들어오는 검극을 최적의 순간에 쳐내서 방향을 비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회피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검로를 비틀어 버리는 고도의 수법이었다. 적어도 칼린보다는 몇 배는 더 강해야 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칼린이 좀 더 정확하게 상황을 알고 있다면 감히 검을 뽑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진은 찌르고 들어오는 검극을 지켜보며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을 뿐이다. 태극의 원리나 사량발천근의 수법 따위는 쓰지 않았다. 그저 힘으로 튕겨 낸 것이다.

칼린의 검극은 검로를 잃고 나아가 버렸다. 다시 회수하기는 너무 가까이 접근했다. 오른팔을 다시 걷어들이기 전에 무진의 무릎이 칼린의 복부를 올려쳤다.

퍼억!

“크윽!”

외마디 비명이 울리고 다시 이어지는 무진의 손날에 목을 가격당한 칼린은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무진의 권격술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기사들이 보기에는 단 한 번의 동작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저…런!”

“보통 놈이 아니다!”

칼린이 방심했다 쳐도 저처럼 일방적으로 당할 수준은 아니다. 기사들의 눈동자에 경계심이 생겼다. 무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파악한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절대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은 페가수스기사단의 영역이다. 그 어떤 존재가 침입해도 막아낼 수 있었다.

기사들이 진형을 짜며 덤벼들려고 할 때 아루스가 나섰다.

“물러서. 내가 상대한다.”

아루스는 페가수스기사단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다. 알려지기로는 익스퍼트 최상급이지만 그의 진정한 실력은 오러마스터였다.

아루스가 말하자 기사들은 두말하지 않고 물러섰다.

“무기를 골라라.”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군.”

“후회할 텐데!”

“후회는 네가 하겠지.”

“방심한 대가를 치러주마!”

히얍!

아루스가 단번에 거리를 좁히며 상체를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에 잡힌 검이 뽑혀져 나오면서 강력한 발검이 뿌려졌다.

공간을 좁히는 능력과 가공할 빠르기를 자랑하는 쾌검!

과연 오러마스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무진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멋진 승부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은 만약일 뿐이다. 현실은 냉정했다.

착!

검로가 가볍게 막혔다.

단순히 막힌 것이 아니라 오러가 형성된 검이 맨손에 잡혔다. 그것도 손가락 2개에 오러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황당함, 어이없음, 놀람이 아루스의 뇌리를 채웠다.

“아…니?”

“방심했다고.”

다급하게 검을 빼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마치 아교에 달라붙은 것처럼 검은 무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진이 휘젓자 오히려 아루스의 몸이 속절없이 끌려왔다.

탓!

“헛!”

아루스의 무게중심은 무진의 힘에 의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아루스가 빠져나오려고 할 때 무진의 오른발이 그의 다리를 휩쓸었다. 걷어차인 아루스의 몸이 공중에서 횡으로 붕 떴다.

그 순간 무진의 발이 허공에 떠 있는 아루스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퍼어억!

쿠다다다다당!

포탄처럼 날아간 아루스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다가 기절하고 말았다.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따위는 할 수 없다. 무진의 발에 실린 경력이 아루스의 신체를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으니 전투불능이 되는 당연했다.

아루스의 배에는 무진의 족적(足迹)이 선명하게 남았다. 갈비뼈가 으스러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기사들은 순식간에 벌어진 믿어지지 않는 참상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저럴 수 있는 것인가!

명색이 오러마스터였다. 검을 수련한 자들이 평생을 매달려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오러마스터를 발길질 한 방으로 보내버리다니!

그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경악이었다. 검에 대한 자괴감이 들 만했다.

“말…도 안 돼!”

“이…런 거짓말 같은 일이!”

무진은 기사들이 놀라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말 안 듣는 개는 맞아야 제정신을 차린다는 것을 깨닫게 해줄 뿐이다. 무진의 손에 악마봉이 소환되었다. 오늘은 악마봉이라는 이름 대신 구타봉(狗打棒)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무진이 기사들을 향해 거침없이 쏘아져 나갔다.

파아아앗!

정신 못 차리고 있는 기사의 머리통을 악마봉으로 인정사정없이 후려쳤다.

한 대 맞은 기사는 정신이 비상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가 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졌다. 수직으로 떨어져서 목이 꺾이는 비참한 상황이다.

다행히도 숨은 붙어 있었다. 완전히 꺾였다면 뜨는 해를 다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악마봉의 궤적에 먹잇감 4마리가 줄줄이 걸려들었다.

파파파팟!

기사들은 미처 대응할 찬스를 놓쳤다. 아루스가 당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이다.

낚싯대에 걸린 생선처럼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써도 소용없는 짓이다. 일단 걸리면 한 방에 1명씩 저세상에 근접하고 말았다.

철퍼덕! 철퍼덕! 철퍼덕!

이리 날아가고, 저리 날아가고, 아무 데나 날아갔다. 포탄처럼 날아가서 처박힌 기사들은 간헐적인 경련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상의 반항은 이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이고 강력했다.

아무런 형식을 지니지 않고 있는 무진의 봉법은 가히 악마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무진은 10초도 지나지 않아서 공터에 있던 기사들 15명을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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