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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4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2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42화

제4장 준비 (2)

 

완벽하게 조건을 충족시킨 알리스타는 곧장 방을 나와 비밀통로로 향했다. 백작가의 비밀통로로 빠져나온 그는 누군가를 향해 걸어갔다. 어둠의 그림자 속에 가려진 존재가 그를 보았다.

“끝냈나.”

“그…렇습니다!”

“욕심은 화를 부르지.”

알리스타는 어둠 속에 있는 존재, 무진을 감히 올려다보지 못했다. 두려움과 공포만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통천지배안의 영혼각인이 새겨진 이상 무진을 배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진은 반란이 끝난 후 곧장 알리스타를 은밀하게 제압했다. 그리고 세르비안이 라이더스를 치료해서 카이겔 백작의 유언에 따라 다시 백작가를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무진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라이더스가 일어났다면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 또다시 내부에 혼란이 벌어지게 되면 카이겔 백작가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런 일을 두고 볼 수는 없지 않는가!

무진은 잔인한 수법이지만 가장 깔끔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내가 망설였단 말인가.’

잔인하고, 치가 떨리는 독한 수법에 무진은 잠깐의 망설임을 보였다. 이전의 무진이었다면 당연하다고 여길 수법을 말이다. 서푼의 값어치도 없는 감정 따위에 흔들렸다는 것이 무진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무진은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무진은 전날의 상념에 고개를 저으며 알리스타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이제 그림자가 되어야 한다.”

“명을 받듭니다.”

“나의 명에 따라 움직이는 밀영이 되는 것이다.”

“충!”

무진은 밀영대를 다시 재건하기로 결정했다. 중원에 있을 시절 무진의 손과 발이 되어 임무를 수행했던 이들이 밀영대다. 무진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력부대였다.

새로운 세상에 왔으니 새로운 밀영대가 필요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기는 불가능하다. 무진을 받쳐줄 수 있는 세력이 있어야 한다.

무진이 알리스타를 밀영대로 끌어들인 것은 그의 판단력과 정보분석능력, 뛰어난 신체 때문이다. 의외로 알리스타는 인재였다. 세르비안이 가지고 있기에는 아까울 정도였다.

“너는 즉시 블러드용병대로 가서 내 뜻을 전해라.”

“예, 주군!”

무진의 뜻은 이미 전해졌다. 명령이 내려진 이상 천득구가 100명의 인재를 모아 밀영대를 훈련시킬 것이다. 밀영대가 되기 위한 수련은 혹독하다. 천득구야말로 그 사실을 가장 뼈저리게 체득한 인물이다.

무진의 명을 받은 알리스타는 두말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날개 달린 말을 조련해 볼까.”

밀영대는 앞으로 수년 후에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력이 필요했다.

다크포트를 통해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마르치니 후작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귀족들의 힘을 모아 카이겔 백작가에 알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에이프런이 대처하기 전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전투를 벌이더라도 힘의 열세가 뚜렷했다. 가지고 있는 힘을 단련해야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 * *

 

세르비안과 라이더스의 죽음.

그 사건은 한동안 백작가를 시끄럽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아들을 치료하다 죽음으로 몰아넣은 어미가 그 충격으로 자살을 선택했다.’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귀족들은 세르비안이 성급하게 약을 사용했다는 상세한 내용까지도 접했다. 에이프런이 백작가를 장악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서둘렀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자업자득이라 여겼다. 혹 의심을 품더라도 에이프런이 있는 이상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에이프런은 남아 있던 분란거리마저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카이겔 백작가를 완벽하게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제야 에이프런은 오랜만에 무진과 단둘이 있을 수 있었다. 한 달 동안 에이프런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바쁘게 지내왔다.

에이프런이 무진을 새치름하게 노려보았다.

“주인이 그랬죠!”

“그래.”

“왜 그랬어요!”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내가 직접 하려고 했다고요!”

“그랬다면 시간이 걸렸겠지.”

에이프런은 이렇게 빨리 무진이 손을 쓸 줄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나 깔끔하고 지독한 수법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권력을 잃은 후 자살을 한 세르비안, 어딘지 모르게 의심이 가지만 어느 누구도 쉽사리 허물을 찾으려고 하지 못한다. 어찌 보면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수법이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카이겔 백작가의 귀족들 대부분이 에이프런의 독심(毒心)에 두려워할 것이다.

“정치란 원래가 그렇다.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오히려 피해를 입게 되지. 신중하게 선택을 하되 결정을 했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되지.”

“그래도 조금 불쌍하네요.”

“불쌍한가. 반대의 입장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뭐예요!”

소름끼치기는 하지만 무진이 자신을 위해서 나섰다는 것에 에이프런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세르비안과 라이더스는 에이프런에게 골칫덩어리였다. 십 년 묵은 숙변(宿便)을 해결한 것처럼 시원하기는 했다.

“이걸 받아라.”

“이게 뭔데요?”

“조만간 수도에 간다지.”

“그래요.”

“그럼 그걸 국왕에게 보여주면 된다.”

무진이 준 것은 아공간 주머니였다.

에이프런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것을 꺼내보았다.

내용물은 검이었다. 보통 검은 아니고 소드아머를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검이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각 소드아머마다 고유의 문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손만 잘 보면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건 설마?”

“마르치니 후작의 기사단이 지닌 소드아머지.”

“그럼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겠네요.”

“당분간 건드릴 명분이 없을 거다.”

“그래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 같네요.”

“상관없다.”

마르치니 후작의 입장은 절대 아니라고 발뺌할 것이다.

오히려 에이프런을 압박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왕에게 보이라는 것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해도 명색이 일국의 왕이다. 그가 공증을 하고 적당히 타협을 하면 마르치니 후작도 당장은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무진이 소드아머를 에이프런에게 넘겨준 것은 단순히 견제의 의미만이 아니다. 에이프런이 수도에 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마르치니 후작이 함부로 수작 부리지 못하도록 견제수단이 될 수 있었다.

“고마워요!”

“너는 그저 무사히 갔다 오면 된다.”

“지금 걱정해 주는 건가요!”

“그럴지도.”

무진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반면에 에이프런은 무언가 대단한 수확을 얻었다는 듯이 기뻐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히 진보적인 일이다.

솔직히 ‘너를 사랑해!’, ‘네가 내 인생의 전부야!’, ‘너 없이 못살아!’라는 말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무진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면 아마 세상이 무너진 다음날일 것이다.

5일 후에 에이프런은 백작 위를 인정받기 위해서 왕도로 떠났다. 카이겔 백작가는 대대로 후손에게 백작 위를 주도록 되어 있다. 소니아왕국의 개국공신에 대한 예우이며, 왕국을 수호하는 수호검가로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한 건국 초기 선왕의 유지였다.

에이프런은 백작가를 떠나면서 무진에게 가주 직무대행자로서의 권한을 부여했다. 불만을 표출하는 일부 소수의 귀족들이 있었지만 에이프런의 뜻을 거부하지는 못했다.

무진은 백작가의 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일단은 귀족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에서 지켜보았다.

사실 무진은 귀족들의 행동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대신에 페가수스기사단에 대한 일은 철저하게 통제했다. 어느 귀족도 페가수스기사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페가수스기사단 지하연무장(마스터스페이스).

페가수스기사단은 네모반듯하게 지어진 카이겔 백작가의 좌측 끝 분리된 한 저택에 기거를 한다. 기사들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저택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2층으로 구조된 저택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적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구축되었다. 또한 지하의 통로를 통해 카이겔 백작가 내부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 적의 침입과 내부의 배신자들을 색출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통로다. 이것은 페가수스기사단과 가주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기사단의 무력은 철저하게 비밀이다. 그렇기에 훈련과정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행해지게 되어 있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지하연무장인 마스터스페이스는 기사들의 전용 수련장으로 사용되며 백작가의 가주와 기사들을 제외하고는 출입이 통제된다.

그로 인해서 페가수스기사단은 약간 오만한 성향이 강하다. 카이겔 백작가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라는 자부심이 오만을 부추기는 형태로 작용을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페가수스기사단이 오만하다고 해서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뚜벅! 뚜벅!

지하통로의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마스터스페이스로 들어가기 위한 2층식 계단이다. 계단을 내려가 긴 통로를 걸어 들어가면 페가수스기사단의 지하연무장이 나오게 된다.

무진은 에이프런에게 메테리얼 키(Key)를 받았다. 메테리얼 키는 가주 전용열쇠로써 백작가 전체의 문을 열 수 있는 마법아이템이다. 특히 비밀통로로 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메테리얼 키가 꼭 필요하다.

메테리얼 키의 작동방법은 마법적 암호와 암호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 놓고 메테리얼 키가 들어가야 연결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무진은 가주의 서재로 통하는 비밀통로를 통해 페가수스기사단의 연무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하연무장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길고, 여러 개의 통로로 이어졌다. 지하비밀통로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없으면 길을 헤맬 수도 있었다.

페가수스기사단의 연무장 안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긴 통로를 걸어가는데 누군가 무진의 앞을 막아섰다.

“누구냐?”

그들은 페가수스기사단의 기사들이었다. 단 1명의 침입자도 허용하지 않았던 장소이기에 기사들의 목소리에 당혹감과 적의가 묻어 나왔다. 뜻하지 않은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가주직무대행이다.”

신분을 밝힌 무진이 들어가려고 하자 3명의 기사들이 막아섰다. 가주대행이라도 페가수스기사단의 연무장은 들어올 수 없다. 들어오려면 단원이거나 카이겔 백작가의 주인이어야 한다. 그것이 어느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페가수스기사단의 오랜 전통이다.

“막는 것인가.”

“직무대행은 직무대행일 뿐 들어올 수 없소이다!”

“그래도 들어가겠다면.”

“무례하오!”

기사들은 무진의 행동에 못마땅한 기색이 완연했다. 그들이 모시는 것은 에이프런일 뿐이다. 그녀의 대리 주제에 페가수스기사단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 자체가 모욕이었다.

사실 이곳까지 들어온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었다. 단순히 막아서는 것으로 끝내는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한다.

그러나 무진은 하찮은 벌레의 말을 귀담아 들을 위인이 아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행하던 무진에게 세상이 만들어 놓은 원칙 따위는 소용없는 것들이다.

무진은 자신이 정해놓은 것 이외에는 지킬 이유도 없을뿐더러 지키지도 않는다.

“무례라. 나약한 것들이 주제를 모르는군.”

빠직!

“감히!”

기사들의 표정이 분노로 붉게 변했다.

무진의 말은 명백한 모욕이다. 기사는 신의와 충성, 명예로 사는 존재다. 참고 넘어갈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이대로 무시하고 참아 넘긴다면 페가수스기사단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일이 된다고 여겼다.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위아래를 모르는 놈이군.”

“카이겔 백작가의 가주라도 페가수스기사단을 모욕할 수는 없다!”

“그것이 너희들의 진정한 뜻인가.”

페가수스기사단은 무진이 생각한 대로였다. 카이겔 백작가의 주인은 그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성향이 변했다고 해도 주종관계가 뒤바뀌어 있다는 것은 봐줄 수 없는 일이다. 개는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 한다. 개 주제에 주인 행세하는 것을 지켜봐 줄 정도로 무진은 아량이 넓지 않다.

“막을 수 있다면 막아보아라.”

“어쭙잖은 실력을 지녔나 본데, 어림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마!”

기사들은 무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진은 아직 사무엘이 자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을 파악했다. 알고 있다면 이렇게 어설프게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개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말로 하는 것보다는 패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개가 학살당하는 날이다. 주인의 뒤를 물지 못하는 순종적인 개가 되지 못하면 모두 말살시켜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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