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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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38화
제3장 이전투구(泥田鬪狗) (4)
차자자자자작!
무진의 주변으로 다크울프기사단이 단단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버텼다. 거북이처럼 웅크린 형국이었다. 무진도 쉽사리 공격을 강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공격을 할 때마다 유기적으로 협조를 하는 기사들의 방진이 제법 탄탄했다.
문을 걸어 잠근 다크울프기사단은 조금씩 무진의 주변을 갉아먹어 들어갔다. 그러면서 주변을 에워싸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무진의 뒤로 제라이온을 비롯한 4명의 오러마스터가 포진했다. 200명의 기사들이 장벽이 되어 무진을 막고, 5명의 오러마스터가 무진을 상대하는 전술이었다.
그랜트급 소드아머를 착용한 제라이온이 무진을 막아섰다.
“이제 도망칠 수 없다!”
“제법 좋은 전술을 구사하는군.”
“죽을 때가 돼서도 입은 살아있구나!”
“그건 두고 봐야겠지.”
완벽하게 가로막힌 상황이다. 절망, 두려움, 공포를 느껴야 정상이다. 그런데 무진은 처음과 같이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치열한 대결을 펼치면서도 무진에게 감정의 변화를 볼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제라이온의 심기를 더욱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진의 평정심을 무너뜨리고, 공포에 떨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네놈을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게 만들어주겠다!”
“그 말 곧 돌려주지.”
“닥쳐랏!”
제라이온의 검에 오러블레이드가 형성되었다. 그를 따르는 부단장 반페이, 살롯, 가트너, 스페이너도 오러블레이드를 뿜어내었다.
우우우우웅!
빛과 함께 오러의 막강한 힘이 퍼져 나왔다.
다크울프기사단의 오러마스터 5명이 전력을 기울이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기사들 역시도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놈의 괴상한 전투술에 엄청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무진도 전투감각만으로 상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 가지고 있는 전력을 좀더 꺼내들 필요가 있었다.
“그럼 시작할까.”
파팟!
지면을 차자 흙더미가 흩날렸다. 무진이 제라이온을 향해 쇄도했다. 조금 전보다 2배는 더 빨라진 무진이다. 이제 겨우 눈에 익었던 무진의 스피드가 가속되자 제라이온과 기사들은 놀라는 기색이 완연했다.
“조심해라!”
“예!”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 분노와는 별개로 이 이상의 피해는 절대불가였다. 확실하게 무진의 숨통을 끊어놓아야만 한다.
무진이 달려들자 장벽을 형성하던 기사들이 점차적으로 후방을 조여 들어갔다.
제라이온이 오러블레이드를 수직에서 사선으로 비스듬히 잡았다. 반페이, 살롯, 가트너, 스페이너도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조심스럽게 무진의 돌진에 대응했다.
정면으로 돌진하던 무진이 주문을 외웠다.
“다크미스트.”
마법영창과 동시에 무진의 주변으로 검은 안개가 형성되어 삽시간에 대지를 뒤덮었다. 안개는 범위를 점점 넓히며 반경 30미터를 감싸안았다.
“아…니?”
“마법사였나!”
설마 마스터급에 이른 권사(拳士)가 마법을 사용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이 정도로 짙고 넓게 분포할 수 있는 마나력이라면 보통 수준이 아니다. 최소한 6서클 이상의 마법사일 가능성이 컸다.
제라이온의 눈빛이 변했다. 상대는 일반적인 권사가 아닌 마권사(魔拳士)였다. 놈이 왜 혼자 나타났는지 이해가 되었다.
‘위험한 놈이다! 결코 살려 보내선 안 된다!’
짙은 암흑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어둠에 쌓인 안개는 축축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질척거리는 암흑이 달라붙어 시야를 가리니 감각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무진은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감각의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어둠 속에 기척을 완벽하게 감추었다.
“느껴지지 않다니!”
기사들의 기감은 전해지는 반면에 무진의 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지워버린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진이 튀어나올지 몰라서 긴장감이 팽창했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지속될 때.
“크아아앗!”
“커어어억!”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비명이 줄을 이었다. 바로 눈앞조차 볼 수 없는 어둠을 이용하여 귀신처럼 접근한 무진이 가차 없는 살수를 뿌리고 있었다.
무진은 환영과 환상을 동시에 사용했다. 마법과 권각술의 단순한 조합만으로도 전력은 극대화되고 있었다. 무진에게 이번 전투는 한마디로 실험에 불과했던 것이다. 전투본능을 일깨우고, 마법을 실전에 활용해 본 것뿐이었다.
“이…놈! 언제까지 비겁한 수를 쓸 것이냐!”
“네놈들이 죽을 때까지.”
무진의 음성은 낮고 작았다. 그러나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오싹한 한기에 기사들은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제라이온은 어둠 속에서 벗어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마법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진형을 구축해야만 승산이 있었다. 놈은 암살에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이대로라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마법에서 벗어나라!”
군집된 기사들이 조금씩 방향을 잡아가며 다크미스트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라이온은 순간 아차 했다.
“마법진에 환상마법까지 사용한 것인가?”
벗어나려던 기사들의 비명이 또다시 들려왔다.
제라이온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무진이 그의 잣대를 벗어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단순히 무력의 우위에서는 비슷했다고 쳐도 그가 보여주는 전술은 치가 떨리도록 무서웠다. 1초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마치 어둠 속에서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어떻게 합니까?”
반페이의 물음에 제라이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조차도 명쾌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흩어져서 도망치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마력탄을 사용한다!”
“예?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어쩔 수 없다!”
마력탄을 터뜨려서 마법을 지탱하는 마나력을 흔들려는 속셈이다. 그 순간에 틈을 봐서 마법을 해체하거나 빠져나가야 한다.
반페이가 망설였던 것은 마력탄의 위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다크미스트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잘못하면 폭발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제라이온이 은밀하게 신호를 보내자 반페이와 가트너가 마력탄을 두 방향으로 던졌다. 마력탄이 터질 때를 대비해서 기사들에게 오러로 몸을 보호하도록 명령했다.
퍼어어어어엉!
위이이이이잉!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들렸다. 마력탄이 터지면서 마나폭풍이 발생했다. 소용돌이가 되어 주변으로 퍼진 마나폭풍이 다크미스트를 흔들어 놓았다.
굴곡졌던 공간이 비틀어지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제라이온과 기사들은 마나폭풍으로 생성된 틈으로 탈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나머지 기사들도 그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타다다다다닥!
신속하게 다크미스트에서 벗어난 제라이온과 기사들은 지체하지 않고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했다. 다크미스트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마법진과 환상마법으로 인해 혼란을 겪었던 것에 불과했다.
제라이온은 무진의 술수에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었다. 되도 않는 방법을 실전에서 이토록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놈이 있다는 것에 경악했다. 가히 악마와 같은 전투능력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력탄은 2개를 소모했다. 그런데 폭발음은 한 번뿐이었다.
“마력탄이 터지지 않았나?”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설…마!”
제라이온은 불안감을 느꼈다.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기사들이 있었다. 그 수가 족히 절반은 된다. 만약 그가 생각한 대로라면 최악이었다.
제라이온이 다급하게 외쳤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어서 빨리 마법을 해제해라!”
“알겠습니다!”
마법에서 빠져나온 기사들은 제라이온의 명령에 따라 마법을 해체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내부에서는 불가능했지만 외부에서라면 오러로 마법을 해체할 수 있었다.
데구르르르!
다크미스트에서 빠져나오려던 기사들 앞으로 둥그런 구슬이 굴러왔다. 구슬을 본 기사의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피…해!”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마력탄이 빛을 발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아무리 기사단이 소드아머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비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푸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악!”
비명이 폭발음에 묻혀 버렸다.
마력탄의 위력은 굉장했다. 그 주변에 있던 기사단 전체가 폭발과 동시에 갈기갈기 찢겨나가 살 조각으로 변해 버렸다. 기사들은 알고 있으나 모르고 있으나 죽어야만 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지옥도가 펼쳐졌다.
폭발 속에서 청백색의 눈동자가 그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크울프기사단이 마력탄을 던질 때 무진은 방향을 예측하고 허공섭물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마법으로 마력탄의 기폭장치를 늦추고, 기사단 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 결과는 보는 바와 같았다.
무진이 마법을 걷어내자 처참한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00명이 넘는 기사들이 시체조차 보존하지 못하고 갈가리 찢겨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붉은 핏물이 갈대숲을 흥건하게 적셨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아수라장 속에서 무진은 살아남은 다크울프기사단을 향해 걸어왔다. 그 모습이 마계의 마왕이 차원을 뚫고 걸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저벅! 저벅!
정적이 흘렀다. 무진의 발소리만이 또렷이 들렸다. 바람마저 숨을 죽이고 있는 형국이다.
부들! 부들!
제라이온은 이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몸을 떨었다. 살아남은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장을 경험해 본 제라이온조차 이런 참혹한 광경은 처음 보았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은 처참한 상황이었다.
“네…놈이 진정 사람이란 말이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네놈은 악마 같은 놈이다!”
“마력탄을 사용한 것은 네놈들 아닌가.”
“닥쳐랏! 네놈이 비겁한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훗!”
무진은 제라이온의 외침을 비웃었다. 순진한 것이 아니면 멍청한 놈이라는 조롱이었다.
“뭐가 웃기느냐!”
“네놈들이 하는 꼴이 우습다고 생각하지 않나. 어차피 네놈들은 마력탄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럼 당하는 쪽은 어떻게 될까. 예상하지 않고 있었나.”
“닥…쳐! 닥치란 말이다!”
무진의 말이 비수가 되어 제라이온의 심장을 꿰뚫었다.
마력탄은 페가수스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서 가져온 것이다. 일반적인 마력탄이 아니라 소드아머를 전문적으로 파괴시켜버리는 S급 마력탄이었다.
S급 마력탄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마법아이템이 아니다. 최고급 마정석에 8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전력을 다해야만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물품이었다.
페가수스기사단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마력탄을 사용하여 전력을 봉쇄한 후 제압을 할 생각이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다크울프기사단은 아무런 피해 없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제라이온은 다크울프기사단에 피해만 없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이 전장에서 당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으로 자신들이 당하게 되자 분노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할 수 있다면.”
“죽인다! 이놈!”
“평정심을 잃었군.”
기사들이 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진의 이성은 북해의 빙하처럼 차갑다. 전투는 불같이, 마음은 누구보다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성을 잃은 적은 두렵지 않다. 분노로 힘을 낼지언정 정확한 상황판단은 무리다.
슈슈슈슉!
파아아아앙!
오러블레이드의 강력한 검력이 무진이 있었던 지면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
무진은 공격받기가 무섭게 방향을 틀어 기사단으로 향했다. 흐트러져 있는 기사단이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무진의 패도적인 무력이 기사단을 덮쳤다.
퍼어어엉!
빠지지직!
무진의 권격에 맞은 기사가 소드아머째로 으스러졌다. 일발필사의 무자비한 권격이 작렬했다.
70명밖에 남지 않은 기사들은 무진의 무력에 기가 질렸다. 200명이 넘는 기사들을 죽였으면서도 무진의 힘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실력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강력해졌다. 이미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무진의 뒤를 따라붙으며 전력을 기울이고 있던 제라이온과 마스터급 기사들도 그것을 눈치 채기에 이르렀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하지 않았구나!”
“그걸 이제 알았나.”
“악…마 같은!”
알아도 이제는 소용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다크울프기사단에서 남아 있는 것은 제라이온과 마스터급 기사들뿐이다. 300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버클라이드 갈대숲에서 어처구니없이 전멸당하고 말았다.
“도…대체 네놈은 누구냐?”
“넌 알 자격이 없다.”
무진은 제라이온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잖은 실력을 지닌 주제에 자신을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가소로울 뿐이다. 제라이온은 쓰다가 버려지는 도구에 불과한 존재. 이제 그만 소모품이 되어 사라지면 그만이다.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인다!”
제라이온과 마스터급기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진을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무진을 죽일 수만 있다면 목숨 따위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얍!”
제라이온과 기사들은 기합성과 동시에 공격했다. 정면에서 3명이 치고 들어오고 2명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무진이 반격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은 기사들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인형이 아니다. 좌우로 빠지지 않고 무진은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