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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3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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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37화

제3장 이전투구(泥田鬪狗) (3)

 

무진에게 버클라이드 갈대숲은 말살의 장소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소멸시켜 버릴 작정이다. 오랜만에 잠재되어 있던 살성(殺性)을 열었다. 파괴본능을 억제하는 천검신의 영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헛소리가 우리에게 통용될 것이라 보는 거냐!”

“어디 언제까지 허튼 말을 할 수 있는지 지켜봐 주마!”

무진을 에워싼 기사들은 자신만만했다. 상대에게 익스퍼트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범한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무진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놈들이 가소로웠다. 세상은 가려진 장막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세상 속에 살아가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다크울프기사단은 무진을 모르고, 무진은 다크울프기사단을 알고 있었다. 그 차이를 이제 실감하게 될 것이다.

무진을 잡기 위해서 트라이앵글 진형으로 포진하며 조여왔다. 바로 지척까지 다가오는 순간 무진의 신형이 조용히 움직였다. 잔잔한 수면을 여유롭게 노니는 소금쟁이와 같았다. 뻗어오는 기사들의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무진의 신형이 기사 3명의 손을 피해 공간을 벗어났다.

“아니?”

너무 쉽게 무진이 벗어났다. 도대체 어떻게 움직인 것인지 기사들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방심해서 생긴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결과였다.

다시 한 번 기사들이 무진을 잡으려고 허우적거렸다.

“어…떻게?”

또다시 허공을 움켜쥐었다.

기사들의 손에는 무진이 잡혀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진이 완전히 사정권에서 벗어났느냐 그것도 아니다. 기사들이 뻗을 수 있는 손의 궤적에서만 조금씩 벗어나고 있을 뿐이다. 간격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허공을 휘젓고 있다는 것조차 기사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제라이온은 무진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음을 느꼈다. 기사 3명이 두 번씩이나 헛손질을 할 리 없다. 위험하다는 본능적인 경고가 뇌리를 울렸다.

“물러서라!”

기사들은 병사들과 달리 소모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기사 1명을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돈이 엄청나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다크울프기사단의 기사들은 일반적인 기사단의 기사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기사들이 물러서려 할 때 무진의 손이 벼락처럼 흔들렸다. 단 세 번의 변화였다. 빙천지옥(氷天地獄)의 차가운 입구가 열리고 있었다. 굶주린 맹호(猛虎)의 날카로운 발톱이 기사들을 잡아챘다.

착! 빠각!

잡힘과 동시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3번 들렸다. 그리고 기사들 셋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눈 깜짝할 새에 기사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조차 무진의 손속에 놀라고 말았다. 빠른 것은 둘째치고 기사들이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악스럽다.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기사들이 달려들려고 했지만 제라이온이 급히 기사들을 제지했다.

“침착해라. 보통 놈이 아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긴 이유가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이 사실이라면 놈은 최소 익스퍼트 최상급 이상의 실력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섣불리 덤비는 것보다는 진형을 유지하며 승부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이곳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게 되면 페가수스기사단을 상대할 수 없게 된다.

“브로큰 전술을 펴라.”

“충!”

적을 인정사정없이 부숴버릴 때 사용하는 다크울프기사단의 전술이다.

제라이온은 생포하는 것보다는 죽이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정을 두었다가 피해를 입는 것보다는 현명한 전술이었다. 제라이온은 원래의 목적을 잊지 않았다.

씨익!

살의를 불태우는 다크울프기사단을 보며 무진은 미소를 지었다. 살의, 전율, 투쟁이야말로 무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같았다.

무진은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적과 비슷한 힘을 사용했다. 잠자고 있던 본능을 깨우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 절대적인 힘으로 깔아뭉개 버리면 너무 쉬웠다.

무진의 전력이 익스퍼트 최상급에 멈추었다. 더 이상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동등한 힘을 사용하여, 전투감각과 전투술로 이길 작정이다.

우우우웅!

용오름처럼 피어오르는 오러의 기운이 무진의 전신을 물 흐르듯이 자유롭게 흐르며 발산되었다. 다크울프기사단의 전의도 기세가 되어 살의로 변했다. 증폭되는 무형의 기운이 버클라이드 갈대숲을 긴장시켰다.

제라이온은 무진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좀전에 보인 수법은 확실히 굉장했다. 그러나 300명이나 되는 다크울프기사단을 혼자서 막으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일인가!

오러마스터 상급에 이른 제라이온이 보기에 무진은 익스퍼트 최상급에서 마스터의 오러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무모한 자였다.

결론은.

‘미친놈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이다. 정확한 정보력을 뒷받침해 주는 판단력이 부족한 것 같았다.

“놈이 도망칠 수도 있으니 주변을 차단해라.”

“충!”

제라이온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진이 빠져나갈 예상 통로가 전부 막혀 버렸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무진은 도망갈 생각이 없다. 눈동자에서 전투본능이 깨어나고 있을 뿐이다.

10명의 기사가 무진의 사정권 내로 다가오자, 본격적인 대결이 벌어지게 되었다. 무진은 무기를 들지 않았다. 병장기를 통한 대결보다는 체술을 기반으로 한 권각술을 사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크울프기사단의 기사들은 전원 익스퍼트 중급 이상의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상위 서열 10명은 최상급에 달해 있으며, 그 중에서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을 비롯한 5명은 오러마스터였다. 굉장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적인 비교를 하면 페가수스기사단보다 실력수준이 뛰어났다. 더군다나 소드아머까지 착용한 이상 전력은 두세 배 이상 증가했다.

 

사아아아악!

슈우우우우웅!

무진이 서 있던 공간이 10조각이 되어 순차적으로 잘렸다. 보기에 따라서는 차이조차 없는 것 같았다.

무진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검로에 간격을 두며 베고, 찌르고 있었다. 삽시간에 오러를 품은 검력이 무진의 신형을 베어버리거나 꿰뚫었다. 찰나의 순간에 생사의 경계가 달려 있었다.

무진은 칼끝이 살을 찌르고 베어오는 간극의 차이를 느끼며 감각을 일깨웠다. 이번 전투는 투쟁본능과, 전투감각을 최대한 살리는 게 목적이었다.

검끝이 간발의 차이로 무진의 살과 뼈를 베지 못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허공을 베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날의 두께보다도 작은 간격으로 피해내고 있었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무진이 그들의 주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럴 수가!”

“엄청난 감각이다!”

검의 궤적을 감각만으로 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엄청난 능력은 그들도 처음 보았다. 압도적인 실력과는 별개의 능력이었다. 오러마스터라고 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퉁! 퉁! 퉁!

찌르고 들어오는 3개의 검영(劍影)을 주먹, 팔꿈치, 어깨로 쳐냈다. 단숨에 3번의 동작이 번개처럼 이루어졌다. 검을 뿌렸던 기사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궤적이 변화를 일으키며 동료의 궤적을 어지럽혔다. 공격을 감행했던 6명의 기사들이 일순간 어지럽게 얽혀 버리고 말았다.

반격을 통해 틈을 만들어낸 무진은 몸을 숙이며 전광석화처럼 내부로 파고들었다. 검의 궤적이 얽혀 버린 극히 미세한 공간을 파고들어 허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극타점(極打點).

휘청!

“이…런!”

무진의 주먹이 얽혀버린 검의 중심을 가격하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기사들의 무게중심이 흔들리면서 기울어졌다. 균형을 잃은 상황이 기가 막혔다. 그 순간 6명이 나머지 기사들의 공격진형을 방해하는 형국이 되었다. 휘청거리는 동료들을 무시하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기사는 없었다.

일순간의 망설임, 무진은 적의 망설임을 두고 보지 않았다. 빛을 뚫어버리는 광영(光影)의 권격이 기사들의 전신요혈을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퍽!

“크어억!”

“컥!”

숨이 덜컥 멎으며, 다시 쉬어지지 않았다. 권격을 허용한 요혈이 찢어지고, 뼈가 으스러졌다. 생명을 지탱하는 보루가 부서지며 단숨에 절명해 버리고 말았다.

철퍼덕! 철퍼덕!

마정석을 잃은 골렘처럼 힘을 잃은 육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무진은 그들이 쓰러지기 직전에 대지를 발판 삼아 뒤에서 공격하는 3명의 기사들을 향해 회전차기를 선사했다.

무진은 몸을 높게 띄우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다. 저공으로 날아들어 놈들의 급소를 정확하게 가격하여 전투불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기사 2명의 목을 잡자마자 부러뜨렸다.

빠각! 빠각!

뼈 부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기까지 했다.

제라이온을 비롯한 부단장급의 기사들은 무진의 전투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저런 식의 근접전으로 기사들 11명을 죽일 줄은 예상도 못했다. 마스터급을 넘어서는 피스트파이트(권각술)였다.

“놈은 아무래도 피스트마스터인 것 같다!”

“그렇습니다!”

브로큰 전술은 적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조금씩 체력을 갉아먹어가면서 부숴가는 전술이다. 다수의 인원으로 소수의 적을 소멸시키는 최강의 차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러마스터라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전술을 믿을 수 없는 전투감각으로 돌파하고 있었다.

무진은 진형을 짜지 못하도록 깊숙하게 접근하며 기사들을 방패 삼아 하나씩 숨통을 끊어주었다. 1명이 다수를 상대할 때 필요한 전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제라이온이 다급하게 외쳤다.

“놈에게 접근하지 마라!”

무진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생과 사의 간극을 넘나드는 전투였다. 찰나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다. 무진은 위험 속에 몸을 맡기며 전투감각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일수일격에 전력을 담아 다크울프기사단의 전력을 소모시켰다. 어떻게 보면 역으로 무진이 다크울프기사단의 전력을 조금씩 갉아먹으며 차륜전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전원 소드아머를 완착해라!”

제라이온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벌써 30명이나 되는 기사가 무진의 권격에 희생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라이온의 선택은 위험한 결정이었다. 무진은 다크울프기사단이 소드아머를 완착할 때를 노려 더욱더 사납게 몰아붙였다. 그 결과 순식간에 15명의 기사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야 했다.

제라이온은 부단장급 이상의 실력을 가진 기사들과 따로 움직여 무진을 역습했다. 기사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진으로 인해 죽은 50명의 기사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문책을 피할 길이 없다.

“이놈!”

무진은 마스터급의 기사들이 다가오자 거리를 벌렸다. 단 한 번의 발구름으로 거리를 완전히 벌릴 수 있었다. 최상급의 오러만 가지고서도 무진의 신형은 바람보다 더 빨랐다.

“비겁하게 도망치지 마라!”

“전술일 뿐.”

“닥쳐라! 기사라면 정정당당하게 맞서라!”

“나는 기사가 아니다.”

무진은 기사가 아니다. 전투본능을 타고난 투신이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이겨야만 살아남을 있는 피의 광전사가 바로 무진이다. 무진에게 자비, 아량, 관용, 정정당당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제라이온은 무진의 신형을 따라잡지 못했다. 기사들이 진형을 짜도 쥐새끼처럼 잘도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수가 포진하고 있는 형태가 오히려 무진을 도와주는 꼴이 되었다.

무진은 당황하고 있는 기사들부터 처리를 해 버렸다. 깔끔하면서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완벽한 살수였다.

“프리즌디펜스를 펼쳐서 놈을 막아!”

어쩔 수 없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놈을 사정권 내에 가둬놓고 전력을 다해서 쓰러뜨려야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0명이나 되는 기사들이 무진의 살수에 죽었다. 다크울프기사단의 탄생 이후 이런 엄청난 피해는 처음이었다.

제라이온은 인정해야만 했다. 무진의 수법이 잔인하고 비겁하긴 해도 강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제라이온조차 혼자서는 다크울프기사단을 상대할 수 있다 자신하지 못한다.

‘놈은 강하다!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놈이!’

문득 의혹이 서린다.

‘설마 페르만 자작이 배신을!’

카이겔 백작가 만일을 대비해 비밀리에 키운 괴물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만약 이런 괴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섣불리 공격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는 않는다! 네놈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 전부를 이길 수는 없다!’

무진에 대한 짙은 살의가 제라이온의 뇌리를 지배했다. 반드시 죽여서 기사들의 원혼을 달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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