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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3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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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34화

제2장 암투(暗鬪) (5)

 

이유가 어찌 되었든 무진이 원하는 일이다. 거절은 씨도 안 먹힐 것이다. 둘 다 이토록 눈물나게 원하니 연약한 에이프런으로서는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 중에 어느 한쪽이 죽는다고 해서 에이프런이 슬퍼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사무엘 경의 뜻대로 하세요!”

“소공의 위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무엘이 무진을 쳐다보았다. 흥분했던 기색과는 달리 사무엘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무진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파악한 것 같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성정을 지닌 자라면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월의 연륜을 지닌 사무엘의 감각이 그렇게 전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날 도발했나?”

“의외로 머리가 있군!”

“말해라!”

“세르비안이 제의를 해 오더군.”

그 말에 사무엘의 눈빛이 변했다. 사무엘은 적아(敵我)의 구분이 확실한 편이다. 일단 적이 된다면 절대로 봐줄 생각이 없다. 나중을 위해서는 싹을 잘라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소공을 배신하겠다는 뜻인가!”

“그대의 실력에 따라서 다르겠지.”

“실력을 과신하는군.”

“과신이라, 주제를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나!”

사무엘이 대검을 꺼내들었다.

“후회하게 될 거다!”

“그건 두고 봐야겠지.”

무진의 손아귀에 곤보다 약간 긴 봉이 소환되었다. 봉처럼 길지 않아 한 손으로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사무엘이 몽둥이처럼 생긴 무진의 무기에 의혹을 보인 반면에 에이프런의 얼굴은 하얗게 탈색되었다.

‘또 토 나오겠다!’

무진이 들고 있는 봉이 무엇인지 이미 한번 보았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판단될 정도로 무자비한 구타를 가했던 지옥구타악마봉이었다.

무진이 먼저 접근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거리를 축약해 버렸다. 단숨에 사무엘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사무엘도 물러서지 않고 대검을 휘둘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송이의 공격에 물러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봉과 대검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타아아아앙!

“크으으윽!”

단 한 번의 부딪침으로 사무엘은 하염없이 물러서야 했다. 무진의 봉에 실린 파괴력이 그의 상상을 불허하고 있었다. 부딪치자마자 튕겨나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마치 천년거암(千年巨巖)의 단단한 암벽 같았다.

“이…럴 수가!”

힘에서는 여태껏 밀려본 적이 없었던 사무엘이다. 누군가에 이토록 일방적인 힘을 차이를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무진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무엘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갔다.

휘청거리며 물러선 사무엘이 검을 횡으로 그었다. 무진의 봉보다 사무엘의 대검이 더 길었다. 궤적의 거리를 우위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사무엘의 의도였다.

대검의 궤적이 무진의 허리를 그어버리려고 할 때 무진의 신형이 반 박자 더 빨라졌다.

슈아악!

50cm의 간격을 두고 가속된 무진이 봉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대검이 무진을 양분하기 전에 사무엘의 머리통이 박살나 버릴 것 같았다.

급하게 된 사무엘이 몸을 비틀어 공간을 벗어났다.

빠아악!

휘청!

봉의 궤적에서 완전하게 벗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급박한 순간 어깨를 튼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검을 사용하는 오른쪽 어깨가 완전히 박살나 버렸을 것이다.

충격을 받고 물러선 사무엘은 긴장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단 두 수만에 사무엘의 전신은 비를 맞은 것처럼 땀으로 번들거렸다. 에이프런과 대결할 때는 느껴보지 못한 긴장감이었다. 일격 일격에 살의가 느껴지고 있었다.

사무엘은 무진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파팡!

사무엘은 간발의 차이로 무진의 공격권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피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무엘의 전신에 상처가 생겨났다.

‘이자는 마스터 상급에 달하는 실력자다! 어떻게 이런 자가 여태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단 말인가!’

오러마스터만 되어도 왕국에서는 탐을 내는 존재다. 더군다나 마스터 상급의 실력자는 왕국 내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소리가 된다.

무진이 이제까지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은 무진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다음에 해야 했다.

무진의 봉 끝에 오러랜스가 형성되어 있었다. 사무엘이 오러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전신의 뼈란 뼈는 산산이 조각났을 것이다.

쿠우우웅!

데구르르!

무진의 악마봉이 내리친 바닥이 움푹 파였다. 직경 3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긴 것이다. 사무엘은 전력으로 몸을 날려 바닥을 굴러야 했다.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오랜 기간 전장을 겪지 않아서 그런지 검에 살의가 없어.”

“닥쳐라!”

“그럼 증명해 봐.”

“후회하지 마라!”

무진의 말은 비수가 되어 사무엘의 뇌리를 꿰뚫었다.

사실 요즘 들어 검을 수련할 때마다 사무엘은 예전의 날카로운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 이상 발전할 원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나 사무엘은 인정하기 싫었다. 이제까지 지켜온 기사로서의 삶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위이이잉!

차차차착!

사무엘은 페가수스기사단의 소드아머를 착용했다. 그의 소드아머는 그랜트급이었다. 오러마스터의 실력에 그랜트급의 소드아머를 착용한 이상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원래 실력의 몇 배 이상이 강해져 있는 상태다.

사무엘의 신형이 빛의 속도로 쇄도해 들어갔다. 무진도 물러서지 않고 악마봉을 잡고 비스듬히 자세를 취했다.

사무엘의 신형이 정면으로 돌진하다 수직으로 치솟았다. 그 상태로 자이언트소드의 절초인 자이언트헬(대지옥)을 쏘아내었다. 마치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 위력이었다.

무진은 쏟아져 내려오는 자이언트헬을 보자 봉의 가운데를 잡고 회전을 시켰다. 봉의 회전속도가 가속되어 오러가 뿜어져 나오자 장막이 형성되었다.

푸아아아아아아앙!

사방이 들끓었다. 자이언트헬의 파편이 떨어진 지역이 불타올랐다.

사무엘은 무진을 찾아보았다. 그는 이미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어느새 무진이 자이언트헬의 공간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사각지역에서 무진이 맹렬하게 돌진해 왔다. 사무엘도 기척을 느끼고 옆으로 회전해서 무진의 악마봉을 막아내었다.

둘의 대결은 막상막하로 진행이 되어갔다. 충격음이 산 전체를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진이 밀렸다.

퍼어어엉!

자이언트붐에 의한 충격으로 무진이 10미터 이상 밀려나갔다. 사무엘도 호흡을 안정시킬 시간이 필요해서 잠시간의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돌진하려는 사무엘에게 무진이 말했다.

“그만 하지.”

“이제 와서 겁이 나느냐!”

“아직도 주제를 파악 못했군.”

사무엘은 반드시 결판을 내려는 듯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무진은 위험했다. 만약 무진이 세르비안의 편에 서면 카이겔 백작가의 세력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 기회를 빌미로 제거해 버리는 것이 카이겔 백작가를 위한 일이 될 것이다.

사무엘이 돌진하려 할 때 무진의 몸에서 연기가 퍼져 나왔다. 연기는 무진의 전신을 순식간에 감싸며 완성된 소드아머의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소드아머의 등장이었다.

사무엘은 무진이 설마 소드아머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소드아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무진이 소드아머를 착용한 이상 승산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기사는 죽음 앞에 비굴한 존재가 아니다. 죽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때 에이프런이 개입했다.

“이제 그만 하세요.”

“그럴 수 없습니다!”

“승산 없음을 알면서 계속 무모하게 굴 거예요!”

“하지만 이대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카이겔 백작가의 정통 후계자로서의 명령이에요!”

“명…을 따릅니다!”

사무엘 단장은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무모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무진은 카이젠을 다시 혼돈력 안으로 집어넣었다. 어차피 사용하려고 꺼낸 것이 아니다. 사무엘에게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소환을 한 것뿐이었다. 아직은 전력을 다 보일 필요가 없다.

사무엘도 소드아머를 역소환시켰다. 패배가 믿어지지 않았는지 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약하군.”

“아직 지지 않았다!”

“자존심만 가지고서는 패배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도대체 뭐 하자는 수작이냐!”

“너를 보니 페가수스기사단의 실력도 별거 없군.”

사무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진이 자신을 시험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가지고 있는 힘도 없으면서 이제까지 방관만 한 사무엘과 페가수스기사단의 실력을 비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음에도 오늘과 같다면 나는 에이프런을 지지하지 않겠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

“살고 싶으면 그러는 게 좋을 거야.”

무진은 냉정했다. 패자에 대한 예의 따위는 차리지 않는다. 역경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무진의 굴레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분노로 몸을 떨던 사무엘의 눈동자에서 생기가 번들거렸다. 이제까지 잠자고 있던 전투본능이 깨어난 것이다. 무진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목표를 가진 자는 무섭게 달라질 수 있다. 페가수스기사단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목적이 없이 너무 오랫동안 쉬었다는 것에 있었다.

백작가의 원칙 때문에 나서지 못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세상은 원칙만 가지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 때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나서야 할 때다. 잠자고 있던 기사단의 힘을 깨워야 할 시기였다.

“당신을 넘어서겠소!”

“그러든지.”

사무엘은 에이프런에게 주군의 예를 취하고 기사단으로 향했다. 죽어 있던 기사단의 전투본능을 일깨우고, 야수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분일초도 부족했다.

에이프런은 무진의 행동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 실력을 보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대폭 수정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수하들의 실력도 성장해야만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에이프런의 입장에서 아직은 홀로 모든 것을 이루기에는 벅찼다.

“대단하네요.”

“뭐가.”

“이렇게 될 줄 미리 알고 있었던 건가요.”

“글쎄.”

“하긴, 알고 있었겠죠.”

무진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을 보면 에이프런도 알 수 있었다.

상대해야 할 적들은 세르비안과 페르만 자작만이 아니다. 더 크고 위험한 적이 에이프런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카이겔 백작가 전체가 성장하지 않으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에이프런은 무진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았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그랜트급에 달하는 소드아머를 가지고 있고, 마법은 물론 병기까지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무진이 단독으로 움직여도 카이겔 백작가 정도는 단숨에 정리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이겔 백작가를 지배하는 것보다 무진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짱구를 굴러봤자 머리만 아파 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죠?”

“덫을 놨으니 쥐새끼들을 소탕해야지.”

“하긴, 빠져나오기는 어렵겠네요.”

에이프런은 무진의 수령에 걸려든 자들이 불쌍해 보였다.

‘남 말 할 처지가 아니네.’

수렁의 가장 중심에 들어선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에이프런이었다. 무진이 놓아주지 않는 이상 벗어날 방법은 없다고 생각되었다. 있다면 한 가지 방법뿐인데 그게 여태까지 통하지가 않았다.

‘그냥 밤에 확! 자빠뜨려!’

도리! 도리!

그랬다가는 도리어 자빠질 우려가 있었다. 그런 어쭙잖은 짓이 통할 정도로 무진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보다 확실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무진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피식!

무진이 약간은 김빠진 웃음소리를 내었다.

“왜 웃어요!”

“글쎄.”

‘글쎄는 무슨!’

에이프런이 귀엽게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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