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2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975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26화
제1장 카이겔 백작가 (1)
순간 눈앞에서 빛이 번쩍하다가 사라졌다.
에이프런은 사방에서 조여 오는 살기의 압박으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다. 날카롭게 잘려나간 종잇장처럼 목이 썰리는 느낌을 받았다.
블러드용병대의 단장은 과연 소문대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와는 급이 전혀 다른 실력자였다.
일수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간격이 존재했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서 무진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얼굴과 매력적인 몸이 따로 놀 뻔했다.
“후우우!”
절체절명의 급박했던 위기를 넘긴 그녀는 호흡이 거칠었다. 한 100년은 수명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한순간에 쭈구렁 할머니가 된 기분. 정말 뭣 같은 기분이다.
에이프런은 아직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위기는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에 이어지는 일련의 상황에 의아함과 황당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도대 체 왜 저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시츄에이션이야?”
대륙5대 용병대 중에서도 극악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블러드용병대다. 피에 굶주린 미친놈들로 구성되어 있고, 일단 건드리면 뒤끝이 엄청나기로 유명했다.
‘미친개는 건드려도 블러드용병대는 건드리지 마라!’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런 블러드용병대에서도 가장 미친놈으로 불리는 존재가 블러드스카이다. 피의 학살자라고 불리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한데 피에 굶주린 마귀로 평가받는 블러드스카이가 무진을 보자마자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이어진 예상을 뒤엎는 대화에 에이프런의 평정심은 유리알처럼 깨져나갔다.
‘가만, 강기를 막은 게 무진이잖아!’
마스터급 이상의 실력을 지닌 블러드스카이의 강기를 막은 것이 무진이라면, 무진도 그에 버금가는 존재라는 뜻이 된다.
무진을 단순히 싸움 좀 할 줄 아는 마법사로 생각했던 에이프런은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강기를 아무렇지 않게 날리기까지 했었다.
“마…검사!”
마법과 검법을 동시에 수련한 자를 뜻한다.
한 가지만 평생 수련해도 극에 도달하는 자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마법과 검법은 발현하는 원리 자체가 다르고, 수련하는 방식도 아예 다르다.
개중에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차원이 다른 경지를 개척하는 특별한 존재들이 있긴 했지만 역사를 통틀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에이프런은 무진이 그 정도의 실력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리 생각해야 했다.
‘거기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어!’
주종관계를 뜻하는 ‘주군’이라는 단어를 에이프런은 확실하게 들었다.
용병은 어느 곳에서도 소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들이다. 하물며 대륙5대 용병대는 작은 소왕국에 비견되는 전투력을 지닌 단체다. 왕국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에이프런은 무진을 어려워하는 블러드스카이의 행동이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젠장! 코 제대로 꿰인 것 같네!’
에이프런은 ‘행복 끝, 불행 시작’이라는 명언이 절실하게 와 닫고 있었다. 그냥 아카데미에서 만인의 아름다운 우상으로 평생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한편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재회를 한 블러드스카이는 당혹감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서 무진을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웬만한 일에는 눈썹 하나 꿈쩍도 하지 않는 블러드스카이지만 몇 가지 예외대상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최우선 순위에 꼽히는 존재가 무진이다.
블러드스카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무진과 같은 차원에서 재수 없게 넘어온 존재다. 그는 하늘이 내린 살성이자 천살마제(天殺魔帝)라고 불린 천득구였다.
무진과 천검신의 대결장소에 있었던 천득구는 공간의 굴곡에 빠져 들어가서 뮤켄대륙으로 차원이동 되었다.
순전히 재수가 없어서 뮤켄대륙으로 날아온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었다.
“오랜만이구나.”
“그…렇습니다!”
“2년 만인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렇군.”
무진은 시간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차원의 공간과 공간의 거리에서 파생되는 시간 흐름의 차이로 인해 벌어진 일 같았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천득구의 기운도 완연히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천득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전을 이루었다. 짧은 시간에 올라설 수 있는 경지가 아니기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동안 제법 실력이 늘었구나.”
“조금 늘었습니다.”
천득구는 아직도 무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영혼에 각인된 무진은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20년이 흘렀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았다.
또한 무진의 강기와 부딪치고 난 후 손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천득구가 강해진 만큼 무진도 강해진 것이다.
그 차이는 전보다 더 벌어진 것 같았다.
‘괴물 같은 주군!’
그보다 왜 이제야 무진이 나타났는지가 의문이다.
대륙최강자이자, 대륙의 재앙으로 불리는 무진이다. 차원이동 후 얌전하게 지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광풍(狂風)이 되어 대륙을 쓸어버렸어야 정상이었다.
천득구의 잘 돌아가는 머리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잠시 고민을 해 보는 정성을 보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옆에 서 있던 폴과 켄트가 앞으로 나섰다. 둘은 천득구의 최 측근으로 20년 동안 블러드용병대를 이끌어온 용병이다.
지금 블러드용병대의 친위대원은 현 상황을 인정하지 못할뿐더러 천득구의 낯선 모습에 당황했다.
블러드용병대의 악마로 불리며 눈앞에서 거치적거린다며 사람을 파리처럼 죽여 버린 천득구다. 그런 천득구가 누군가를 향해 이토록 저자세를 취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짓말이다!”
“네놈이 대장님을 미치게 만들었구나!”
“어디서 감히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냐!”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주겠다!”
천득구는 폴과 켄트에게 하늘이나 마찬가지다. 하늘이 인간에게 고개를 숙인다니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확신했다. 무진이 사악한 흑마법을 사용해서 천득구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폴과 켄트는 지금이 충성심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폴과 켄트의 돌발적인 행동에 기겁한 것은 천득구였다.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다 못해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대장님에게 걸린 사악한 흑마법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무슨… 개소리야!”
“대장님의 모습을 보십시오!”
“내 모습이 어때서!”
“얼음처럼 차가웠던 평소의 대장님하고는 거리가 멉니다. 이건 모두 저놈이 이상한 수법을 사용해서 대장님을 조종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뮤켄대륙에서 천득구는 무진의 성향을 모방하고 있었다. 피에 미쳐서 날뛰는 모습을 제외하고 천득구는 침착하고, 차가운 성정을 보였다.
수하들 앞에서 흥분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거대 단체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냉정하면서도 차가운 성정을 지니고, 필요할 때만 본성을 나타내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그래야 뭔가 있어 보이지 않겠는가!
무진을 모법답안으로 내세우며 용병대를 다스리자 모두가 천득구를 경외시하며 두려워하게 되었다.
물론 천득구는 상황에서 따라서 티 나지 않게 물러서기도 했었다. 그건 용병대 전체가 인정하는 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작금의 상황은 폴과 켄트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저런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한테 빌빌거리는 대장님은 대장님이 아니십니다!”
“저희가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
“뭘…알아서 해결해! 너희들 자꾸 오버할래!”
“과거에 인연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다릅니다!”
“저희들이 과거의 악연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겠습니다!”
“어…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천득구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그의 눈에는 폴과 켄트가 단체로 죽고 싶어서 악마 앞에서 지랄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천득구가 미처 말릴 사이도 없이 폴과 켄트가 무진을 향해 검을 들이대었다.
타다다다닥!
“야! 죽으려면 너희들이나 죽을 것이지!”
이미 늦었다. 검을 뽑았으니 이제 게임 끝이다.
당황한 천득구의 몸이 경직되었다.
폴과 켄트는 최상급의 오러마스터였다. 일반적인 마스터급 기사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검에서 1미터나 되는 오러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와 강렬한 빛을 방출했다. 오러블레이드의 압도적인 위압감이 사방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러블레이드가 바로 코앞까지 베어져 오는 상황에서도 무진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그랜드마스터라고 할지라도 무진에게는 마찬가지였다.
하물며 이제 막 마스터급을 넘어선 놈들 따위에 동요할 리 만무했다. 귀찮은 파리가 앵앵거리며 날아다닌다고 화를 내지는 않기 마련이다. 그저 때려잡을 뿐이다.
“귀엽게 노는군.”
“이놈! 아주 귀엽게 반토막을 내주마!”
“끝이닷! 사악한 흑마법사!”
휘이이익!
폴과 켄트의 검력은 날카로우면서도 정교했다. 무진의 공간을 가로, 세로로 정확하게 양분시켰다. 거리를 축약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에이프런은 폴과 켄트의 움직임을 희미하게 보았을 뿐이었다. 공격권에서 떨어져 있기에 보였을 뿐이지 정면이었다면 잔상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타아아앙!
오러블레이드가 맹렬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강력한 파장이 대기를 파도처럼 타고 퍼져나갔다. 그 충격의 여파로 주변의 땅거죽이 하늘로 비상했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반경 6미터가 엉망진창으로 망가졌다.
쿠다다다당!
공격을 감행했던 폴과 켄트가 포탄처럼 튕겨져 나갔다.
강기에 부딪치는 순간 무진의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수라혼원심공으로 운용되는 강기막(剛氣膜)인 수라탄강기가 오러블레이드를 나무토막처럼 가볍게 박살내었다.
폴과 켄트는 무진의 수라탄강기에 부딪치기가 무섭게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충격을 받았다. 바닥에 착지조차 하지 못한 채 흉하게 굴렀다.
부들! 부들!
그들은 검끝을 타고 전신으로 흘러 들어오는 막대한 경력을 느꼈다. 내부로 스며드는 기운은 폴과 켄트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패도적인 기운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내부를 진탕시켰다.
지금까지 천득구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괴…물!’
‘인간…이 어떻게!’
단 한 방으로 폴과 켄트는 전투불능이 되었다.
수라탄강기의 패력이 혈맥으로 스며들어간 이상 움직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폴과 켄트의 전신 혈맥과 경락은 가닥가닥 끊어져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하게 된다.
죽음이 지척까지 접근한 상황에서 무진은 폴과 켄트의 몸에 스며든 수라탄강기를 회수했다.
적당히 수위를 조절했다고는 해도 수라탄강기에 직격당하고서 살아있다는 것은 제법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이용가치가 있는 이상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폴과 켄트는 땅 위로 던져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다가 거품을 물고 기절해 버렸다. 수라탄강기로 인해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몸은 만신창가 된 상태였다.
천득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나마 무진이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육편곤죽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응? 손속에 사정을 둬?’
놀라서 기절할 일이다.
무진에게 적의를 가지고 덤빈 놈들 모두가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일말의 사정도 없는 잔인한 손속은 천살성을 타고난 천득구마저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그런 무진이 자신에게 발톱을 내민 폴과 켄트를 살려줬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예전보다 많이 순해졌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안 보는 사이에 많이 나태해졌군.”
“죄송합니다! 어린것들이라 아직 주제파악을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은 봐주지.”
“감사합니다!”
“두 번은 없어.”
“명…심하겠습니다!”
‘달라지긴 개뿔!’
고저가 없는 평이한 목소리에 한기가 실려 있었다. 만약 또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수하들은 물론 천득구까지 가만두지 않는다는 경고다.
“용병대의 대장이라고.”
“그렇습니다.”
“너는 누구의 것이지.”
“당연히 주군의 것입니다.”
“그럼 네 용병대도 내 것이군.”
“그렇습니다.”
말 한마디로 대륙5대 용병대에 속하는 블러드용병대가 무진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날로 먹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천득구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무진의 것은 무진의 것, 남의 것도 무진이 원하면 무진의 것이다. 그의 굴레 안에 들어온 이상 자신의 것은 없다. 무진의 것만 남을 뿐이다.
“수는 얼마나 되지?”
“1만 정도 됩니다.”
“꽤 되는군.”
“녀석들 다 일당백의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5대 용병대라면 4개가 더 있다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서열은?”
“세 손가락 안에 듭니다!”
“고작.”
대륙의 수많은 용병대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것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무진이 보기에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천득구의 실력은 현경 급에 이르러 있었다. 완숙된 경지에 다다라 절대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천득구의 실력을 감안하면 용병대를 통합하고도 남았어야 했다.
“졌나.”
“그…게!”
천득구에게도 쓰라린 기억이 있었다.
뮤켄대륙에 처음 왔을 때는 어리둥절했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중원과는 달랐다.
물론 천득구는 천성상 한 가지 일에 고집하거나 오랜 시간 걱정하지는 않았다. 금세 적응하고, 대륙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아직도 패배가 믿어지지 않지만 대륙십강 안에 드는 존재에게 거의 대항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수능력을 사용하는 놈들은 무력만으로 제압하기 힘들었다.
그들이 가진 특수능력은 천득구의 실력을 봉인시켰다. 더군다나 대륙십강은 순수한 무력도 강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용병이 된 것도 그놈들을 피해서 신분을 숨겨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용병이 되어 용병대를 만들고, 용병대전에서 대륙5대 용병대에 속하는 파이어용병대와 아쿠아용병대를 만났다. 용병들을 우습게 생각했는데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었다.
특히 파이어용병대와 아쿠아용병대는 천득구조차도 쉽사리 이긴다고 장담하기 힘들었다.
은밀한 정보에 의하면 파이어용병대와 아쿠아용병대의 대장이 대륙십강에 속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천득구도 무리하게 도발하지 않고 서열3위에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륙십강이었나.”
“그걸 어떻게?”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다. 얼마나 버텼지?”
“10초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놈들이 지닌 이상한 능력이 없었다면 지지 않았을 겁니다!”
“구차하군.”
“면목 없습니다!”
10초식도 많이 봐준 것이었다. 만약 특수능력을 전부 발휘했다면 천득구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쉽게 죽어줄 천득구도 아니다. 마지막 수단까지 사용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면, 바퀴벌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이야말로 천득구의 특수능력이라고 불릴 만했다.
“좋군.”
천득구의 말이 사실이라면 대륙십강은 무진조차도 쉽게 볼 수 없는 상대일지 모른다. 정확한 능력을 파악하지 못하면 놈들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전투는 상대의 전력을 감안하지 않는다. 일방적이든 그렇지 않든 승자에 의해서 결정이 될 뿐이다. 지닌 바 실력이 봉인되어졌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역으로 상대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반증이었다.
뛰어난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무진은 전율을 느꼈다. 몸을 구성하는 혈, 혈맥, 근맥, 골, 골수 등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듯 생생했다.
“지금보다 실력을 키워야 할 거야.”
“알고 있습니다.”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계획에 없었던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목적이 정해지고 있었다.
무진의 미소를 본 천득구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천득구가 용병이 된 것은 필연이었다. 피가 튀는 전장 속에서만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천득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