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2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013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25화
제5장 재회 (2)
마음의 결정을 한 에이프런은 지체하지 않고 엠페리온을 불렀다. 순식간에 빛이 뿜어져 나와 에이프런의 전신을 감쌌다.
“소드아머였군!”
어쌔신길드의 헬워리어가 실패했다는 것을 들었다. 목표물의 실력도 최상급이었고, 그랜트급 이상의 소드아머까지 가지고 있었다. 충분히 이유가 되었다.
블러드용병대의 특급암살대에 속한 블러드다크는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다크아머를 착용한다!”
검은색 암광이 블러드다크의 전신에 번쩍였다. 다크아머는 어쌔신들의 능력을 배가시키는 소드아머의 일종이다.
일단 착용하게 되면 움직임이 전보다 훨씬 더 빨라진다. 물론 그랜트급 소드아머의 위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어쌔신답게 은닉과 신법에 중점을 둔 소드아머다.
짙은 검은색을 띠는 다크아머를 착용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숨막히는 분위기 속에 비수가 노리고 있는 느낌이 전해졌다.
에이프런은 설마 어쌔신들이 소드아머까지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이 상당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었다.
사사사삭!
블러드다크가 좌우로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무척이나 허술해 보였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단숨에 승부를 보고 싶어진 에이프런이었다. 하지만 감각에서 위기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뭐지?’
무언가 위험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았다.
다크1호는 에이프런의 위기반응감각이 뛰어나다는 것을 파악했다.
‘쉽지 않군!’
블러드다크와 에이프런의 감각에서 벗어나 은닉해 있는 무진은 블러드다크의 움직임을 보고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멸살진인가?’
변형이 된 것 같지만 멸살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멸살진은 밀영대와 흑영대만에게 가르쳤던 공수의 전술이었다. 뮤켄대륙에 멸살진을 알고 있는 존재는 무진이 가르쳤던 드래곤들뿐이다.
무진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사사사삭!
파파팡!
격렬한 충격음이 산을 울렸다. 에이프런의 공격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예전에 발휘하지 못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이전의 헬워리어라면 단숨에 처리했을지도 모른다.
블러드다크의 공수의 변화가 무척이나 다양하고 위력적이었다. 서로의 조합이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마스터급의 실력자도 블러드다크의 진 안에 갇히면 승산이 없을 것이다.
‘뭐야? 이것들!’
‘생각 이상이다!’
보통 어쌔신들이 아니었다.
에이프런과 블러드다크 모두 서로의 실력에 놀라는 눈치였다. 소드아머끼리의 충돌로 인해서 거대한 수목이 썩은 고목처럼 부서져 내렸다.
에이프런은 엘리언소드의 절초를 있는 대로 퍼부었다. 블러드다크가 펼치는 블러드포메이션에 갇힌 순간부터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빠져나가지 않으면 당하는 것은 그녀였다.
블러드다크도 필사적으로 그녀를 막았다. 이대로 빠져나가게 놔두면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젠장!”
검격을 펼치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에이프런의 중심에 충격을 준 다크1호였다.
-고스트소드-제5절초-고스트머더(유령살)
슈르르르륵!
귀신처럼 스며들어가 에이프런의 전신 요격의 치명적인 사혈을 가격했다. 소드아머의 방어력이 아니었다면 에이프런은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충격을 받은 에이프런은 이를 악물며 반격했다. 살을 주고 뼈를 주는 이대도강의 수법이었다.
퍼퍼펑!
블러드다크 3명이 뒷걸음치며 물러나야 했다. 다크아머의 어깨부터 허리까지 길게 베어진 검상이 보였다. 만약 조금 더 깊었다면 블러드다크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결을 보던 무진의 눈동자가 빛을 발했다.
‘유령검법의 유령살이라.’
블러드다크가 보유하고 있는 검공은 유령검법이었다. 중원의 누군가가 이 차원으로 넘어와서 유령검법을 전해주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차원을 넘어왔다면 다시 넘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파파팟!
양패구상.
블러드다크와 에이프런의 대결은 승부를 보지 못했다. 서로의 실력이 거의 백중세에 가까웠다.
블러드다크는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두말하지 않고 물러섰다. 승산이 없는 대결을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에이프런도 추격해서 이길 자신이 없기에 추적하지 않았다.
“그냥 가면 섭섭하지.”
무진이 블러드다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대로 가 버리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본보기로 약간이지만 실력을 보여주어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다.
블러드다크는 막아서는 무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느껴지는 기운이 별 볼일 없었다. 방해한다면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위험해!”
에이프런이 소리쳤다. 마법사가 어쌔신과 저토록 근접한 거리에 있으면 위험했다. 대 마법사라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이 쩌억 벌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무진의 신형이 블러드다크의 진형으로 파고들더니 단 한 방씩 주먹을 선사해 주었다.
터엉! 터엉! 터엉! 터엉! 터엉!
쿠다다다다당!
막을 수도 없고, 막는다고 해도 소용없는 무시무시한 일격이었다. 사람의 신형이 포탄처럼 날아가서 처박혔다. 강철보다 단단한 다크아머가 진흙처럼 뭉개졌다.
소리쳤던 에이프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게 무슨 마법사야!’
마법사가 기사보다 훨씬 강했다. 자신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빌…어 먹을, 금제가 말 그대로 금제네!’
쿨럭! 주르르륵!
다크1호를 비롯한 블러드다크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단 한 방에 전투불능이 되어 버렸다. 조금만 더 강한 위력이었다면 다크아머와 함께 뭉개져 버렸을 것이다.
“가라.”
블러드다크는 무진이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회할 것이오!”
“그런가.”
블러드다크는 간신히 거동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일어서서 곧장 후퇴했다.
에이프런이 무진에게 다가왔다.
“왜 보내준 거예요?”
“알 것 없다.”
“그것보다 마법사 맞아요?”
“맞다.”
“뭔 마법사가 기사보다 주먹질을 잘해요?”
“네가 약한 거다.”
할 말 없어지는 에이프런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에이프런이 약한 것보다 무진이 강한 것이다. 에이프런의 입장에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잘났다!’
블러드다크의 실패를 보고 받은 블러드스카이는 직접 확인을 했다. 블러드다크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크아머에 남아 있는 선명한 흔적을 살폈다.
흔적에는 무지막지한 패력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보통 수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맨손으로 다크아머를 우그러뜨릴 수 있는 자란 말이지.”
최소한 마스터 상급의 실력자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 정도 수준에 이른 자들은 대륙에서는 많지 않은 편이다. 더군다나 다크아머에 남겨져 있는 흔적이 낯설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오래 쉬었군.”
블러드스카이의 눈에 진한 살기가 번들거렸다. 그 살기를 받은 수하들은 오한이 들었다. 매번 겪어 보았지만 적응이 되지 않는 살기였다. 사람의 원천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극한의 살기라고 할 수 있었다.
수하들은 블러드스카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여겼다. 그를 이길 자는 대륙십강을 제외하고 없다고 생각했다.
“가자.”
“예.”
무진의 예상대로 블러드용병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전보다 숫자는 적었다. 고작 3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진은 사라지고 에이프런이 적을 맞았다. 속으로는 욕이 계속 튀어나왔지만 무진의 무력을 본 순간부터 그녀는 고분고분했다.
에이프런은 3명 중 2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경악할 지경이었다. 그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마…스터급!”
어쌔신들이 지닌 무력치고는 너무 엄청났다. 완숙한 경지에 이른 마스터급의 존재 2명이 그들을 막아서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에이프런은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3명 중에 1명이 입을 열었다.
“나는 블러드용병대의 대장 블러드스카이라고 한다.”
헙!
에이프런은 놀라서 헛바람을 삼켰다. 상대는 대륙5대용병대에서도 피의 학살자라고 불리는 블러드스카이였다. 일신의 무력이 마스터급을 넘어선다는 설이 있었다.
보통의 왕국에서 후작 위에 달하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막대한 세력의 수장이 그녀를 막아선 것이다.
“날 죽이기 위해서 온 거냐?”
“제법 아름답긴 하지만 너 따위가 내 상대가 될 거라 여기는 건가.”
“뭐야?”
‘이 자식이 무진병 옮았나, 말투가 왜 무진하고 같은 거야!’
무심한 듯 시크한 말투였다. 듣고 있는 입장에서는 열불이 터지게 만들었다.
블러드스카이는 에이프런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블러드다크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 존재였다.
“그는 어딨나?”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건방지군.”
“그래 나 건방지다! 그래서 네가 보태준 것 있냐!”
“죽고 싶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블러드스카이의 눈빛이 변했을 뿐인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신을 조여오는 엄청난 살기에 에이프런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인간의 살기가 아니었다. 죽음을 초월한 악마의 살기였다.
‘뭔 살기가 이래?’
“모른다면 필요 없는 존재지.”
블러드스카이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손을 섰다. 손에서 섬광이 번쩍하자 에이프런은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엄청난 압력이 그녀의 전신을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목이 잘려 버릴 것 같았다.
파아아아앙!
충격음과 함께 블러드스카이가 밀려났다. 그는 손끝을 저려오는 무시무시한 패력에 놀라는 눈치였다.
“누구냐?”
어디선가 날아온 경력이 블러드스카이의 수강을 막아냈다. 마스터급을 넘어서는 블러드스카이의 강기를 막아냈다면 보통 수준을 훨씬 초월한다는 뜻이 되었다.
저벅! 저벅!
자연에 동화되었던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걸어왔다. 검은머리가 인상적인 무진이 블러드스카이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붉은 머리를 한 블러드스카이의 눈동자가 경련을 일으켰다.
부들! 부들!
블러드스카이로서는 절대로 잊히지 않는 인물, 그리고 너무나 두려운 존재가 눈앞에서 버젓이 나타나 있었다. 순간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이대로 도망가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씨익!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너였나.”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
“아니면 죽이겠다.”
“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