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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23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9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23화

제4장 동행 (6)

 

-엠페리온 소환.

 

슈우우웅!

차차차착!

에이프런의 팔에 새겨진 문신에서 빛이 뻗어 나와 전신을 감쌌다.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온 순백의 빛은 시야를 가리기에 충분했다. 빛은 갑옷이 되어 에이프런의 신체에 부착이 되었다.

빛이 사라지고 난 후 에이프런의 모습을 본 헬1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에이프런이 소드아머를 착용한 것이다. 상급의 기사는 소드아머를 착용하여 원래의 능력을 몇 배나 상승시킬 수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에이프런이 착용한 소드아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력이 보통을 넘어섰다.

“그…랜트급 이상이라는 말인가!”

소드아머는 엑서스급, 노멀급, 그랜트급, 퓨리어급, 슈페리얼급, 엠페리얼급, 갓페논급으로 분류가 된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소드아머는 노멀급이 대부분이다. 그랜트급 이상은 마스터급 기사들만이 착용을 하고 있었다. 슈페리얼급을 사용하는 존재들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힌다. 엠페리얼급이나 갓페논급은 전설로 치부되고 있어 존재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제 막 약관에 이른 여인이 그랜트급 이상의 소드아머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정보와는 완전히 달랐다.

소드아머를 착용한 기사와 대결하려면 헬워리어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어쌔신길드 내에서도 마스터급으로 분류되는 존재들이 나서야만 해결이 가능했다.

엠페리온을 착용한 에이프런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 오러운용을 방해하는 독을 흡입한 후라 오랜 시간 엠페리온을 착용하고 있을 수 없는 상태였다.

슈슈슈슉!

속전속결을 결심한 에이프런의 공격은 매섭고 빨랐다. 소드아머를 착용한 에이프런의 능력은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공격력과 방어력을 갖추고 있었다. 웬만한 공격은 무시하고 돌진했다.

카카카캉!

헬워리어가 뿌리는 암기 세례를 소드아머로 받아 버린 에이프런은 공간을 좁혀 적과의 간격을 지워버렸다. 바람을 가르는 검격이 헬워리어의 숨통을 끊어 놓았다.

사아아악!

“커어억!”

삽시간에 4명의 목숨을 저세상으로 보내 버린 에이프런이었다. 모든 오러를 끌어올려 마지막 일격을 사용한 것이다.

이제 헬1호의 숨통만 끊어버리면 끝나는 일이지만 쉽지 않았다. 헬1호는 접근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요리조리 피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프런의 몸에 흡수된 독이 발작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허억! 허억!

“빌어먹을!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에이프런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륙 천하에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모든 사내들을 발아래 굴복시킬 때까지는 절대 죽을 생각 없다.

그녀의 꿈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야무졌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고 싶은 마음 따위는 애초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비틀! 비틀!

에이프런은 쓰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고, 육체를 지탱하는 다리가 비틀거렸다. 오러 운용이 중지되자 소드아머가 빛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에이프런이 비틀거리며 쓰러지자 헬1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끝이닷!”

소드아머까지 풀려 버린 이상 에이프런에게 승산은 없다. 헬1호는 남아 있는 전력을 끌어올려 일격필살의 검격을 출수했다.

헬1호를 제외하고 헬워리어들 전부가 죽었다. 생각보다 큰 출혈이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허공으로 날아올라 수직으로 검을 내리찍었다. 지면에서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에이프런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움직이질 않았다.

푸우우욱!

날이 잔뜩 선 검이 살을 깊게 파고들어 갔다.

주르르르륵!

검신을 타고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살이 뚫리고 뼈를 관통당한 존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럴 수가!”

헬1호의 가슴은 에이프런의 검에 의해 뚫어졌다.

에이프런은 마지막 순간 최후의 도박을 했다. 재빠르기가 날다람쥐와 같은 헬1호를 끝까지 쫓아가서 죽일 자신이 없었던 에이프런은 일부러 기력이 다해 쓰러진 척 연기를 했다.

만약 헬1호를 추격했다면 당하는 것은 에이프런이었을 것이다. 무방비상태로 전신을 노출시킨 에이프런은 헬1호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를 기다렸다.

그때를 위해 눈을 감고 모든 감각을 열었다. 감각만으로 헬1호의 검격을 피하고 반격을 가해야만 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죽음에 가까워진 순간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발휘한 에이프런이었다.

심장을 꿰뚫린 헬1호는 허탈함과 동시에 에이프런의 능력에 감탄했다. 죽음을 초월한 도박은 헬1호조차 생각하지 못한 최선의 수법이었다.

“멋…지…다는 말밖에는…할…말이…없…군!”

털썩!

헬1호의 신형이 거꾸러졌다. 에이프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숨을 거둔 헬1호였다. 헬1호는 마지막 순간에 호강하며 뒈졌다.

“젠장!”

에이프런은 헬1호를 밀치는 것도 힘에 부쳤다. 기력이 다한 것도 문제지만 독이 몸에 퍼지고 있었다. 오러가 온전했다면 밀어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에이프런은 독을 몰아낼 수 있을 정도로 오러가 온전하지 않았다. 잘못하면 독에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었다.

“야…인마! 나 죽…는다! 어서 도와…줘야 할 것 아냐!”

에이프런이 마지막 남은 기력을 짜내며 무진을 욕했다. 위험한 순간에서조차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은 무진의 냉정함에 열이 뻗친 것이다. 사람이라면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개자식! 나쁜 놈! 네가…그러고도 사람이냐!”

심한 욕이 난무하고 있었다. 죽을 것 같은데도 욕은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에이프런의 삶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너 내…가 이대로 죽…으면 유…령이 돼서 끝까지 따라…다닌다!”

환영진 안에 있는 무진은 에이프런이 지속적으로 떠들어도 가만히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없지는 않았다.

‘입이 걸군.’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에이프런이었다. 무진은 가만히 있어도 상관없는 반면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에이프런은 죽는다.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는 것을 느낀 에이프런은 욕 대신 사정했다.

“제발…살려줘! 살려주면 뭐든지 할게!”

“진심인가?”

그제야 무진이 답을 했다. 마치 고분고분해질 때까지 일부러 기다린 것 같았다. 에이프런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정…말이야! 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헤픈 여자 아…니다!”

“뭐든지 하겠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식은땀이 다 나는 에이프런이었다. 아리따운 미모를 만천하에 뿌리기도 전에 죽는다면 대륙의 손해였다. 하지만 무진의 말이 거슬렸다.

‘설마 이상한…짓 시키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찬 빵 더운 빵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일단은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한 입이 아니라 백 입도 더 거짓말을 할 수 있었다. 거짓말한다고 해서 그녀에게 뭐라고 할 위인은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저세상 구경을 살짝 시켜주면 되었다.

“그럼 살려주지.”

무진이 환영진을 제거하고 밖으로 나와 에이프런의 몸을 살폈다. 에이프런의 상태는 독을 제외하고는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오러는 다시 운기를 해서 채우면 그만이었다.

7서클마법을 이룬 무진에게 가벼운 독은 얼마든지 해독이 가능했다. 물론 마법이 아니더라도 해독할 방법은 있었다.

무력이 천의무봉에 이르면 허공심격을 통해 추궁과혈이 가능했다. 에이프런의 신체를 들어올려 추궁과혈을 해서 독을 빼내면 되었다.

사실 마법보다는 무공이 무진에게 더 편했다.

‘일단은 마법으로 해보지.’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검증하고 싶었던 무진은 에이프런의 몸에 해독마법을 걸었다. 마법언어를 외우자 실타래 같은 빛이 형성되어 에이프런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스며든 빛이 에이프런의 몸 안에 자리한 독을 흡수하여 외부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빛과 함께 독이 배출되자 에이프런은 숨을 쉬기가 전보다 편해졌다.

“이제 운기해라.”

에이프런은 일으켜 세워 주지도 않는 무진의 행동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우선은 운기하는 게 먼저였다.

자세를 잡고 오러심법을 운용하여 소모된 오러를 보충했다. 소모된 오러가 많았고, 생사의 기로까지 가는 위험한 순간을 경험하자 에이프런은 약간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운기삼매경에 빠지고 말았다.

“기의 순행이 아직은 부자연스럽군.”

무진은 에이프런의 신체를 격공의 수법으로 건드리면서 기의 순행을 도왔다. 내공이 지나가는 통로의 불순물을 내력을 통해 뚫어주는 것이었다.

기의 순행이 완벽해지면 내공의 흐름이 원활하게 된다. 내공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면 오러의 사용이 자연스러워지고, 빨라진다.

무진의 도움을 받은 에이프런의 운기행공은 점차적으로 빨라지고, 부드러워졌다. 오러익스퍼트상급의 경지에서 최상급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그녀의 나이를 감안하면 제법 빠른 편이었다.

‘앞잡이가 되어 주어야겠다.’

세상을 경험하려면 세상의 중심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아무리 겉을 들여다본들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에이프런을 앞장세워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되었다.

모든 시작은 작은 시발점에서 파생되기 마련이다. 오늘이 무진과 에이프런의 교차점이며, 세상을 관찰하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무진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에이프런은 8시간이나 지나서야 운기행공을 멈추었다. 극대화된 힘을 사용하면 후유증이 오래간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몸이 가벼워지고, 내부에 숨죽이고 있는 오러의 양이 증가했다.

“오예! 그 순간에 깨달음을 얻다니! 역시 난 천재야!”

에이프런은 스스로의 성장에 대견해 하면서 자화자찬했다. 그녀로서는 그동안 깨질 것 같으면서도 부서지지 않은 장벽을 넘은 것이다. 그것이 몹시 기분 좋았다.

하지만 무진을 보는 순간 오우거 똥을 씹은 표정이 되었다.

“건방지군.”

“뭐야!”

“생명의 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춰라.”

“치사하고 쩨쩨한 놈! 마법 한 방이면 될 것을 가지고! 날 물 먹여?”

“그래서 반항인가.”

“반항! 이게 정말 죽고 싶어!”

“역시 거짓이었군.”

에이프런은 약속 따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죽음이 다가오는데 뭔 말을 못하겠는가! 생사대결에 도움을 줬다면 모를까 다 이겨 놓은 상황에서 마지막에 포크만 꽂은 것을 고마워할 리 없지 않은가!

사람 목숨가지고 마지막에 저울질까지 한 것은 도저히 참기 힘든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목숨은 대륙 전체보다 값졌다.

“그래도 내가 살아서 너 산 줄 알아! 아니었다면 그냥 모가지야!”

“신용이 없다면 만들겠다.”

“신용이 마법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거냐! 개소리는 집에 가서 하고 썩 꺼져!”

이제는 유혹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말았다. 서로 갈 길 가는 것이 더러운 꼴 보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는 못하지.”

“내 실력 못 봤어?”

“봤지.”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해? 성질 돋구지 말고 좋은 말 할 때 그냥 가라.”

“형편없더군.”

“뭐…뭐라고!”

오러익스퍼트 상급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 그녀의 나이 대에 그만한 실력자들은 얼마 없었다. 지닌 바 실력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게 진짜!”

“어쩔 수 없군.”

“뭘!”

스윽!

무진의 신형이 유령처럼 스며들었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끄러웠다. 에이프런은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막을 수 없었다.

유유히 안으로 파고들은 무진의 눈이 청백색으로 변해 에이프런의 눈동자를 투영했다.

빠직!

에이프런은 뇌리를 감싸고 있던 보호막이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고개를 돌리려고 마음은 먹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무진의 눈동자에 서린 기이한 능력에 이끌려 가고 말았다.

그녀는 모든 것이 낱낱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에 에이프런은 두려움을 느꼈다.

무진의 눈에 서린 청백색의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에이프런은 자유로워졌다.

“무…슨 짓을 한 거야?”

“금제를 가했다.”

“그…런 짓을 하고 무사할 줄 알아!”

“약속을 지키지 않은 벌이다.”

“어서 풀지 못해!”

“반항하면 머리가 박살 나겠지.”

무진은 대답은 대수롭지 않은 듯한 지나가는 말투였다. 그에 반해 에이프런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무리 몸매가 아름다워도 머리가 사라지면 소용이 없다. 식은땀이 등 뒤로 흐르는 것을 깨달았다.

“너…흑마법사였냐?”

“말투가 거슬리는군.”

“나 아카데미 나온 지조 있는 여자야! 협박에 넘어갈 것 같아!”

“그런가. 그럼 지조를 지키다가 죽어라.”

무진의 기운이 변하자 에이프런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뇌리에서 전해지는 고통이 점점 커졌다. 머리가 짓눌리는 고통은 한 번이라도 겪어보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극악했다.

“아아아아악!”

미칠 것 같았다. 머리에서 오는 고통보다 정신을 붕괴시키는 고통이 더 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완전히 미쳐버리거나 머리가 박살 날 것 같았다.

“살…려줘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무진의 기세가 원래로 돌아왔다. 사색이 된 에이프런은 좀전에 겪은 고통을 생각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무진이 어떤 요구를 할지 감당이 되지 않는다.

‘내 옷을…벗기고… 그 다음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설마 날 파…는 것은…아니겠지!’

에이프런은 꽃다운 청춘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암울함 그 자체였다.

“날 어떻게 할 생각이죠?”

“네가 대단한 줄 착각하는군.”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앞으로도 지금과 다르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말인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에이프런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금제를 해 놓고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겠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만남부터 지금까지의 일도 의심이 갔다.

‘좋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서 마법사를 부르는 거야!’

무진의 수법이 마법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여 금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가자.”

“어디로요?”

“바본가.”

“아니요!”

“알면 됐다.”

무진과 에이프런은 소니아왕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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