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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1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6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7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8)

 

지그프리트의 레어에 온 제니아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지그프리트의 레어에 찾아온 이유는 검을 만들기 위해서다.

요즘 들어 검술 수련에 빠진 그녀는 평범한 검이 아닌 특별한 검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 부탁하면 만들 수도 있으나 스스로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특별한 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진공상태를 유지해야만 했다. 마법으로도 진공상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좀 더 순도 높은 진공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법진이 필요하다. 마법진에 관해서는 또래에서 지그프리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제니아는 거리끼지 않고 지그프리트의 레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분류가 찌질한 드래곤이다. 드래곤 중에서도 힘이 약해 찌질하게 행동했던 지그프리트를 제니아는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독 괴롭혔는지도 모른다.

‘응?’

레어 안에 지그프리트 말고도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보였다. 지그프리트를 괴롭혔던 3인 방에 속하는 이들이기에 이상한 광경은 아니지만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처럼 지그프리트를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와는 다른 광경에 제니아는 의아함을 느꼈다.

‘뭐! 의외이기는 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지.’

저놈들이 화해를 하건 말건 그것은 자신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다. 지그프리트에게서 진공마법진만 얻으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하면 그만이었다. 마력과 마법실력에서는 제니아가 더 뛰어났다.

지그프리트가 제니아를 반겼다.

“어서 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

제니아는 지그프리트와 평소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주눅이 들어 있었던 예전의 지그프리트와는 달랐다. 그것이 제니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질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무언가 변할 수 있는 계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차라도 한 잔 할래.”

“그래, 한 잔 줘.”

지그프리트는 바이드론과 젠카르트에게 차 심부름을 시키고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색다른 광경의 연속이었다. 서로 협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제니아가 보기에 이건 아니었다. 평소라면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지그프리트를 부려먹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서로 돕는 것은 둘째치고, 지그프리트의 부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드래곤은 호승심이 많은 생물이다. 제니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이상해.’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습관처럼 되다 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차와 더불어 간단하게 입맛을 돋을 수 있는 에피타이저가 나왔다. 지그프리트가 향이 좋은 리베시안차를 제니아에게 권했다. 제니아는 의심을 하면서도 딱히 꼬투리를 잡지 못하는 이상한 위화감에 휩쓸렸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진공마법진을 만들어 줬으면 해.”

“진공마법진이라, 어느 정도로?”

“마력집중도가 100%에 가깝게 만들어 줘.”

지그프리트는 당장 대답하지 못했다.

그 정도의 순도 높은 진공마법진이라면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한다.

진공마법진이 어려운 이유는 대기와의 접촉을 막는다는 것에 있다. 또한 고서클의 중력마법까지 섞어야 한다. 일정 부분 이상은 마법으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순도가 높을수록 마법만 가지고서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진공마법을 펼쳐놓고 작업을 수행하려면 막대한 마력이 소모가 된다.

“언제까지 만들면 되는데?”

“10일 줄게.”

“뭐?”

하루 반나절을 집중해도 한 달이나 걸리는 작업이다. 그걸 반도 안 되는 시일 안에 만들라는 말은 하루 종일 진공마법진에만 매달리라는 뜻이 된다.

무진과의 대련 시일까지 꼬박 수련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지그프리트에게는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1년 정도면 틈틈이 만들 수 있겠지만 너무 짧았다.

“너무 짧아!”

“그래서 못 만들겠다는 거야?”

제니아는 성격이 불같다. 침착한 표정과 아름다운 얼굴에 속으면 안 된다. 내부에 숨 쉬고 있는 기운은 결코 얌전하지 않다. 일단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존재가 제니아였다.

“무리한 부탁이잖아!”

“오랜만에 봐서 내 성격을 잊었나 보네.”

꿈틀! 꿈틀!

예전의 지그프리트였다면 제니아의 눈빛만 봐도 꼬리를 말고 움츠려들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예전에도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들어주느라 지그프리트는 엄청난 혹사를 당해야 했다. 지나간 일들을 생각할수록 제니아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그프리트의 눈가에 힘줄이 튀어나왔다. 열이 받았다는 뜻이다. 지그프리트도 이제 한 성깔하는 드래곤이 되었다. 오죽하면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스몰데빌(소악마)라는 별칭까지 붙여주었겠는가!

다른 이들은 성질을 죽이면 사는 반면에 지그프리트는 성질을 키웠다.

“만들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달라는 말이야!”

“얼마나?”

“2년.”

“나보고 2년이나 기다리라고!”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진공마법진에만 신경을 쓸 수 없어.”

“지금 그 말은 내 부탁보다 네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야?”

“당연한 것 아니야. 어느 드래곤이 자기 일을 제쳐놓고 남의 일이나 하냐!”

제니아는 기가 막히다 못해 코가 막혔다. 설마 자신의 부탁에 이런 식으로 대응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중요한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부탁하면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이성적으로 따져 보면 지그프리트의 답변이 틀리지 않다.

그러나 제니아는 부탁을 거절당한 적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드래곤이었다. 지그프리트의 반박에 흔쾌히 물러나는 깨끗한 성격은 아니었다.

“정말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나를 몰아붙이지 마라! 그리고 모두가 네 부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아!”

“허!”

제니아가 헛바람을 삼켰다. 이제는 자신을 앞에 놓고 설교를 하고 있었다. 엄마한테도 설교를 들어보지 않았던 제니아에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누가 감히 그녀에게 이따위 설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제니아의 눈에서 광기 어린 시퍼런 광망이 터져 나왔다.

“건방지게 변했구나!”

“건방진 게 아니고, 현명하게 변한 것이다.

“그 현명함이 네 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나 보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뜻을 굽힐 수는 없잖아.”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반박하는 지그프리트였다. 무진의 협박에 비하면 제니아의 협박은 애교였다. 별로 두렵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두려움보다는 호승심이 들었다. 제니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간이 부었구나! 감히 내 부탁을 거절하는 것도 부족해서 설교를 해?”

“거절이 아니라 시일을 달라고 했을 뿐이다.”

“맞아, 제니아! 지그프리트는 그저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이야!”

“옳소!”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지그프리트의 뜻에 동조하자 제니아는 열이 뻗쳤다. 한동안 성미를 드러내지 않았더니 밑에서 기고 있는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동안 매가 고팠나 보구나! 너희들!”

“까는 소리하지 마라. 우리가 너를 두려워했겠냐! 엘라스틴님이 아니었다면 너한테 우리가 당하는 일은 없었어!”

“뭐…라고! 너희들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는 거야!”

“물론이지!”

“단체로 미친 것 아냐!”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한데.”

“맑은 정신에 구름 끼게 만들어 줄까!”

“혼나고서 엄마한테 이르지나 마라.”

부들! 부들!

제니아에게 엄마는 자랑스러운 대상이자 역린이다. 그녀가 세븐프린세스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 모두 엘라스틴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라스틴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좋아! 어디 얼마나 간이 부어서 건방을 떠는지 보겠어!”

“물론, 여기는 좁으면 산 위로 올라가자.”

“후회하게 해줄 테다! 지그프리트 다음으로 너희들 차례라는 것 알아둬!”

“우…리는 왜?”

찌릿!

제니아의 번들거리는 안광을 본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두려움에 떠는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를 보면서 제니아는 짙은 살기를 뿜어내었다.

하지만 제니아가 지그프리트와 함께 돌아서자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언제 그랬냐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걸려들었다!’

‘역시 그래봤자 계집일 뿐이지!’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제니아가 엘라스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큰일 난다. 사전에 미리 예방을 하고, 순차적으로 대결을 벌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제아무리 제니아가 대단한 실력을 지니고 있더라도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예전의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산 위로 올라오기가 무섭게 대결이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지그프리트였지만 가슴은 뜨겁게 요동치고 있었다.

상황을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공격은 망설이지 않았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수법을 거침없이 펼쳤다. 물러서지 않는 투지에 제니아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꽈꽈꽈꽝!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빙하가 내리꽂히고 있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드래곤의 사투였다.

지그프리트는 승기를 잡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마력 하나하나에 고도의 집중을 하고 있었다. 한순간의 방심이 패배를 불러온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한 지 오래다.

‘역시 강하다!’

제니아는 확실히 다른 드래곤과 달리 강했다. 엘라스틴의 피를 이어받은 천재 드래곤다웠다. 대결이 치열해질수록 제니아도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레드일족은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과 저돌성을 지니고 있었다.

‘얘가 이렇게 강했었나!’

그녀도 쉽게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마력의 밀도뿐만 아니라 마법의 조합과 배열이 몰라보게 발전한 지그프리트였다.

제니아의 마력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고 교묘하게 비틀어 버리는 솜씨는 경탄이 터져 나왔다.

용호상박(龍虎相搏).

괴력난신(怪力亂神).

광폭함과 치열함이 맞부딪치며 엄청난 광경을 연출해 내었다. 지그프리트와 제니아가 서로를 적수로 인정하자 지닌 실력보다 강력한 힘을 발출해 내고 있었다.

마력이 솟구치고, 사방으로 퍼지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놀라면서도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했다.

“지그프리트가 저렇게 강했었냐!”

“제니아와 정면으로 붙으면 큰일 날 뻔했다!”

스윽!

“제법이군.”

옆에서 들여오는 목소리에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놀라서 움찔거렸다. 아무리 대련에 몰입하고 있었다지만 바로 옆에 다가온 존재를 몰랐다는 것에 소름이 끼쳤다.

‘주군이 암살을 시도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다!’

드래곤의 감각으로도 찾지 못하는 존재를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무진은 지그프리트와 제니아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과연, 그렇군.”

드래곤은 일족마다 지닌 힘과 성향이 달랐다. 그 차이를 지그프리트와 제니아의 대결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그프리트의 성장을 지켜본 무진은 드래곤 간의 차이가 별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그 실력을 직접 보자 차이가 큼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고룡급은 만만치 않겠는데.’

드래곤들은 레드일족과 골드일족, 블랙일족의 고룡급을 최강으로 꼽는다. 그들은 강할 뿐만 아니라 연륜이 쌓여 있어 함부로 경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퍼퍼퍼펑!

파아아아앙!

일시에 수백 발의 마력이 분출되어 부딪치고 난 후 공간이 벌어졌다.

근거리에서의 공격은 지그프리트의 실력이 위에 있었다. 무진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원거리뿐만 아니라 근거리에서의 실력까지도 쌓아야 했었다.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현재의 지그프리트를 만들었다.

허억! 허억!

하악! 하악!

둘 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있었다. 1시간 이상 마력을 쏟아 부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제니아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레드일족 중에서도 촉망받는 기재로 꼽히는 그녀가 그린일족을 제압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

“마지막이다!”

“나도 마찬가지야!”

 

-헬토네이도붐버(지옥회륜파).

-얼티밋아이스버스터(초극빙격).

 

9서클 최강마법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법을 펼쳤다. 둘 다 모든 마력을 한곳에 집중하여 승부를 결정짓는 데 열중했다. 상극의 기운이 서로의 중간에서 폭발하자 그 위력이 가일층되었다.

푸아아아아앙!

광폭한 폭발의 여파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던 지그프리트와 제니아는 버티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외부로 튕겨 나간 그들은 바닥으로 여러 번 구른 다음에 멈출 수 있었다.

대결은 여기서 끝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모든 기력을 쏟아 부은 상태이기에 다시 일어나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백중세의 전력과 전력이 맞부딪친 결과는 양패구상이었다.

대결이 끝나자 무진이 나섰다.

“심심하던 차에 잘됐군.”

씨익!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1 대 3의 대결에 익숙해져 있었던 무진은 1명을 더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1 대 4의 전력이면 어느 정도 상대가 될 것이라 여겼다.

무진은 기진맥진해 있는 제니아를 깨워서 통천지배안을 발동했다. 전력이 소모된 제니아는 속수무책으로 무진의 영향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무진은 통천지배안을 더욱더 가다듬었다. 그로 인해 과거보다 영혼각인의 위력이 강력해졌다. 고룡급이 아닌 이상 벗어나기 힘들었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제니아의 가입을 환영하지 못했다. 제니아는 지그프리트만큼이나 강했다. 서열 싸움에서 승산이 많지 않았다. 무한경쟁을 위주로 하기에 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지그프리트와 제니아를 이겨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한숨만 나온다.’

‘그러게 말이야.’

꼬봉의 굴레는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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