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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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7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6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7)
뺨 빠빠밤! 빠라빠라빠라밤!
파아아앙!
세레나데가 울리고 축포가 조그맣게 터졌다. 기절했던 젠카르트가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였다. 정신적, 육체적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의 환한 미소와 격려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동료가 된 것을 환영한다.”
“앞으로 고생스럽겠지만 막내인 네가 많이 참아야 할 거다.”
“고생길이 훤한 너를 위해서 특별히 위로를 해주겠다. 오늘만은 옛날의 악연을 씻고 즐겁게 놀아보자.”
“그래, 한번 먹고 죽어보자!”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이 젠카르트의 가입을 축하는 반면에 젠카르트는 눈앞에서 웃고 있는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죽여 버리고 싶은 살인충동을 몹시 느꼈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도 유분수지, 축포를 터뜨릴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을 악마에게 던져 버린 친구에 대한 배신감에 치가 떨린다. 연약한 자신은 친구의 꼬드김에 속아 악마에게 뒈지도록 맞았다. 무진에게 맞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죽고 잡냐!”
“어허, 고참에게 그런 말투 쓰는 것 아니다.”
“뭐? 지그프리트 네가 아주 미쳤구나! 내가 주군에게 지기는 했지만 네까짓 놈에게 질 것 같아!”
“바이드론, 이거 하극상 맞지.”
“그러네.”
“얘가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정신 못 차린 것은 너다!”
“할 수 없네. 산 위로 올라와라. 바이드론, 얼마 안 걸릴 테니 기다리고 있어.”
“알았다.”
지그프리트는 젠카르트를 데리고 산 위로 올라갔다. 무진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그린드래곤 따위에게 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젠카르트였다. 찌질이 드래곤에게 진다면 그것은 실버드래곤의 수치였다.
산 위로 올라간 지 30분이 지나고 지그프리트와 젠카르트는 돌아왔다. 레어로 공간이동을 해온 젠카르트는 얼이 빠져 있었다.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젠카르트를 본 바이드론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자신도 지그프리트에게 지고 나서 혼이 나가 있지 않았던가!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지그프리트가 과거의 지그프리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네가 어떻게 날 이길 수 있냔 말이야!”
“그래서 다시 한 번 맞짱 뜰까.”
“그…건!”
순간 숨이 덜컥 멎었다. 무진에게 비해서 약과지만 지그프리트도 소악마 정도는 되었다. 다시 덤볐다가는 어찌될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언제든지 서열 쟁탄전을 할 수 있으니까 말만 해.”
지그프리트는 언제든지 자신을 이길 수 있으면 도전하라고 했다.
그러나 바이드론은 절대 저 말에 속지 않는다. 듣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뒤끝이 있는 지그프리트가 가만히 있은 적이 없었다. 일단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고, 그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죄목을 부쳐 정당한(?) 체벌을 가했다.
“오늘은 신입을 위해 축배를 하는 날이니까 술이나 마시자.”
“그러자.”
지그프리트가 잔을 들자 바이드론도 잔을 들었다. 젠카르트만이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린드래곤에게 졌다는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제법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지그프리트의 한마디에 잔을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개기는 거냐.”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살기가 실려 있었다.
“아…냐!”
“다음부터 한 박자 늦을 때마다 네 머리통의 구조를 확인시켜 주지.”
“마…실게!”
젠카르트가 먼저 마시려고 하자 또 한 마디 들려왔다.
“누가 건방지게 고참도 입에 안댄 술을 먼저 마시는 거야. 너 돌았냐.”
“미…안!”
“말귀들 못 알아들으면 어찌 되는지 겪어봐서 알 텐데.”
먹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걸 가지고 트집을 잡아 갈구는 지그프리트였다. 그 수법에 항상 당했던 바이드론은 젠카르트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았다.
젠카르트는 잔뜩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얼 필요는 없어. 편안히 해! 누가 보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다.”
“알…았어!”
잡아먹는 것 맞았다.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하는 것이 육체적 피곤보다 더할 때가 있다. 그토록 잘 돌아가던 머리도 갈굼이 시작되자 정지해 버린 젠카르트였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무진은 상하관계를 중요시했다. 새로 들어온 놈의 교육이 제대로 안 되어 있을 시 지그프리트에게 벌을 내렸다. 그 벌은 감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연대체벌은 가혹함 그 자체였다.
무진의 수련은 계속되었고, 실전대련은 매월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1 대 1일의 대련 이후 1 대 3의 대련이 이어졌다. 언제나 대련은 무진의 승리였다.
1 대 3이 되자 어느 정도는 무진의 능력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진은 강해졌다. 전투에 대한 이해력과 적응력은 드래곤들이 무진을 따라오지 못했다.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드래곤들은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야 했다.
드래곤에게 3개월은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의 백분지 일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진과 보낸 시간은 1만 년을 보낸 것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대련 일의 며칠 전과 며칠 후의 후유증이 크다. 대련시간은 타임슬립마법에 걸린 것처럼 무지하게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시간은 적응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끝이 없는 시간처럼 느껴지더라도 결국에는 흘러갔다.
그렇게 무진과의 생활에 적응하던 어느 날.
누군가 지그프리트의 레어에 또 찾아왔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가 통신을 보내 찾아온 존재는 아니다. 그들은 현재 생활에 적응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데 신경을 쓸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무진은 레어에 다가오는 존재를 느끼고, 제법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광폭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질은 성장하면서 배워나갈 수도 있지만 지금 느껴지는 기질은 태생부터 지니고 있는 성향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진이 긴장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도 그제야 레어로 다가오는 존재를 눈치챘다. 레어로 접근하는 존재는 그들이 익히 알고 있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지그프리트였지만 레어로 찾아오는 존재는 껄끄럽다 못해 진저리가 처졌다. 그것은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나이 또래는 물론이고, 그 위 서열의 드래곤들까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제…니아!”
“쟤가 왜 온 거지?”
제니아.
레드일족의 여성체 드래곤이다. 웜급의 드래곤으로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와는 친구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무지막지한 존재였다.
레드일족은 다른 일족과는 차원이 다른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성급한 성향으로 인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해서 폭급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지닌 힘 때문에 어느 일족도 무시하지 못했다.
같은 웜급이라고 해도 급이 달랐다. 드래곤은 여성체라고 해서 힘의 차이가 있지는 않다. 양면성을 지닌 드래곤은 성향에 따라서 여성체 남성체로 바뀌게 되기 때문에 힘은 균등하다.
레드일족은 힘을 숭상한다.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종족이다.
바이드론과 젠카르트는 제니아의 수하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지그프리트는 제니아의 발가락에 끼인 때만도 못한 존재였다. 힘이 가장 약했던 지그프리트로서는 제니아의 과격함에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제니아에게 대항한 드래곤치고 그 다음날 멀쩡하게 일어난 드래곤이 없을 지경이었다.
무진은 지그프리트를 비롯한 수하들의 반응에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사내가 여자한테 질질 끌려 다녔었나.”
“그…년은 여자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드래곤은 여성체라고 해서 약하지 않습니다!”
수하들의 반박에 무진은 심드렁할 뿐이다. 물론 여자라고 해서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사내로서는 자격상실이었다. 사내라면 어떤 장벽을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 상대하기도 전에 겁먹는 것을 무진은 용납하지 않는다.
무진의 눈빛이 변하자 수하들은 기겁했다. 제니아의 과거 편린이 생각나서 겁을 먹기는 했다. 그러나 무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평소 무진의 성격을 감안하면 자신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지껄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 한 마디에 1만 골드를 갚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괜한 말로 인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었다.
“교육이 필요하군.”
허억!
교육이란 무엇인가! 용격적인 가치를 높이기 배우는 과정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무진의 교육은 교육이라는 훌륭한 말로 포장하면 안 되었다.
체벌, 가혹행위, 구타로 표현되는 3중 학대였다. 일단 교육에 들어가면 무진은 인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대악마가 된다.
피도 눈물도 없다. 가지고 있는 기력, 살, 뼈, 심지어는 혼까지도 쥐어짠다. 교육한 지 단 하루 만에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마계가 여기라는 것을 체감했었다. 5일 지났을 때 눈에서 눈물이 말랐다.
10일이 지났을 때 단단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드래곤본이 후들거렸다. 15일 지났을 때 그들은 흐느적거리는 시체가 되었다. 20일이 지났을 때 좀비가 되어 다시 부활했다.
헬에듀케이션(지옥교육)이라고 이름 붙인 무진의 교육이 끝나면 이상하게 힘이 넘쳤다. 전에 비해 강해졌다는 것을 체감했지만 절대로 다시는 받고 싶지는 않았다.
“저희는 과거의 연약한 드래곤이 아닙니다!”
“계집년 따위는 절대 두렵지 않습니다!”
“다시 붙는다면 단번에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습니다!”
교육을 받느니 제니아를 처리하는 것이 나았다.
무진은 그제야 굳은 표정을 풀었다. 투기가 느껴진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그 진실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지만 말이다.
“두렵지 않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다행이군. 두려움에 떠는 수하는 필요가 없거든.”
지나가는 투로 가볍게 말을 던진 무진이었다. 그러나 무진의 말을 들은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소름이 돋았다.
필요 없다는 것은 버린다는 것이다. 버린다는 것은 죽인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여자라면 고분고분해야겠지.”
“물…론입니다! 나긋나긋하게 만들겠습니다!”
“기대하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은 필요 없다.”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야지.”
무진의 마법서클은 이제 7서클에 올라섰다.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무진을 가르치는 지그프리트조차 혀를 내둘렀다. 가로막힌 벽을 그렇게 쉽게 뚫어버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는 너무 강해져서 1 대 3도 버거운 실정이다. 무진의 성장세에 비해 지그프리트, 젠카르트, 바이드론의 성장이 따라가지 못했다.
무진이 방으로 들어가고 난 후 지그프리트, 바이드론, 젠카르트는 작당모의를 가졌다. 제니아는 섣불리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현재의 지그프리트조차 승산이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었다.
“어쩔 수 없지.”
“그렇지.”
“우리가 살고 봐야지.”
승부에 비겁함이 어디 있는가.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3명이 덤빈 것을 그분이 알면 가만있지 않을 텐데.”
“그…렇겠지.”
세븐프린세스(7공주).
드래곤사회에서 브레스 좀 뱉어 봤다는 누나들의 결성체였다. 애초의 시작이 반항아적 기질이 있는 드래곤들이 모집되어 그 성향이 무척이나 거칠었다. 1대를 거쳐 10대에 이르러서 폭력적인 성향이 많이 수그러지기는 했지만 그 모태가 어디가지는 않았다.
대가 쎈 여성체 드래곤들이 결집을 한 세븐프린세스에 대항하기 위해서 남성체 드래곤들도 결집을 해보았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일족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3명이 속한 세븐프린세스에 대항하는 것은 와이번의 알로 드래곤본에 부딪치는 격이었다.
지그프리트, 젠카르트, 바이드론이 걱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제니아는 세븐프린세스의 막내였다.
9대 세븐프린세스의 수장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10대 세븐프린세스의 수장이 된 이가 제니아의 어머니인 엘라스틴이다. 젊었을 적 엘라스틴의 경력은 현재의 제니아를 능가하면 능가했지 못하지 않았다. 불같은 레드일족의 성향이 가장 짙었다.
엘라스틴의 노려보는 눈빛을 생각하자 지그프리트, 젠카르트, 바이드론은 식은땀이 흘렀다.
“우선은 1 대 1로 몰아가면서 승부를 결정짓자.”
“자존심이 강한 제니아가 물러서지는 않겠지.”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다.”
우선은 평소와 같이 행동하면서 제니아가 왜 찾아왔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적당히 말로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강수를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단 이곳에 들어온 이상 무진의 뜻을 따라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