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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1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5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4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5)

 

“주…군~!”

바이드론의 외침에 무진은 주먹을 멈추었다.

철퍼덕!

무진은 무너져 내린 바이드론을 내려다보았다.

“일어나.”

벌떡!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았던 바이드론은 스며드는 한기에 곧바로 일어났다. 일어서는 것만이 한 호흡이라도 더 쉴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드래곤은 육감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오감을 뛰어넘는 초감각을 지닌 존재가 드래곤이다. 바이드론은 무진의 말에 실린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항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위압감과 만물을 압도하는 패력이 전해졌다.

“정신이 들었나.”

“그렇습니다!”

“앞으로 지켜보지.”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무진은 바이드론을 간단하게 이해시키고, 지그프리트를 불렀다. 지그프리트를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곱지 않았다. 수하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질책이 담겨 있었다.

무진은 방으로 들어가면서 지그프리트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툭! 툭!

“수고해라.”

“충!”

무진이 사라지자 지그프리트가 바이드론을 의미심장하게 응시했다.

“왜…그래?”

“어이가 없으려니까! 너 지금 나 물 먹이려고 작정한 거지!”

“내…가 언제?”

바이드론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지그프리트가 다가서자 바이드론은 움찔거리며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몸이 너무 망가져 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무진의 주먹은 당장 회복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다.

“하극상은 즉결참이다!”

“주군…에 대해서는 네가 말…웁!”

지그프리트가 갑자기 바이드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무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 것은 지그프리트의 의도된 실수였다. 한 번쯤 무진에게 걸려서 뒈지게 맞아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경험할 수 있다는 지극히 순수한 의도였다.

드래곤은 맞으면서 배운다고 하지 않는가! 일단 맞게 되면 세상이 험하다는 것을 드래곤본이 시리도록 깨닫게 된다.

‘그래야 네가 더 괴롭지! 크크크크!’

지그프리트는 하극상에 대한 죄를 물어 정당하게(?) 바이드론을 구타했다. 바이드론의 곡소리가 레어 안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만 그 끝이 언제인지 알 수가 없는 바이드론이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돼!’

꿈이기를 빌었지만 현실은 철저하게 바이드론의 바람을 외면했다.

 

곡소리가 나든 말든 무진은 쓸데없는 일에 시간낭비하기 귀찮았다. 요즘 들어 앞을 가로막은 마법의 장벽이 꽤 높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목마름은 무진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목마름이라 물러서고 싶지 않군.”

무진은 집중 또 집중하며, 장벽과 싸웠다. 경지를 개척하는 것도 전투라고 여기는 무진이었다. 시작을 했으면 모든 것을 걸어 이룩하는 것이 올바른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결과를 낸다. 물론 무진은 과정도 중요히 여기지만 결과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는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 * *

 

바이드론이 무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을 때부터 본격적인 대련이 다시 시작되었다.

무진은 한 달 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 가로막힌 벽을 허무는 데 주력했다. 깨달음은 한순간에 찾아온다고 하지만 그 틀을 깨는 노력이 쌓이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무진은 작은 실마리를 얻은 즉시 대련을 시작했다. 일정 수준의 경지에 오르면 명상을 통한 수련이 더 중요할 수 있으나 무진의 마법실력은 원하던 수준에 올라서 있지 않았다. 지속적인 대련을 통해 미비한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

대련 시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먼저 나와서 대기를 하고 있어야 했다. 무진이 나서기 전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야 횡액을 당하지 않는다.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이 준비하는 이유는 마법대련 때문이 아니다. 마법 대련이 있은 직후에 진정한 대련이 시작된다. 실전대련에 있어서 방심은 금물이었다.

퍼퍼퍼퍼펑!

찰나의 순간 공간과 공간을 이동했다.

무진과 지그프리트의 대결은 살벌했다. 허공을 수놓는 강환이 지면에 부딪칠 때마다 만개하는 버섯구름은 무서울 지경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무진은 무력을 선보이면서도 마법을 조화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간이동이나 마나방해 같은 마법은 서클도 중요하지만 배열과 조합이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이 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했다.

무진의 마법서클은 6서클에 머물러 있으나 견고함은 9서클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물론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무력이었다. 무진의 무력은 상식을 넘어서는 패력이 서려 있었다.

꽈꽈꽈꽝!

쿠다다다다탕!

지그프리트의 발목을 잡고 지면으로 내던져 버린 무진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성이 되어 바닥에 처박혔다.

그 순간에 무진의 무력이 소나기처럼 퍼부어졌다. 다연발로 날아가는 강환은 중첩의 미학을 선보였다. 다중으로 중첩된 강환은 일반 강환의 수십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환이 지면을 뚫을 때마다 메테오를 맞은 것처럼 분화구가 생겨났다.

지켜보고 있던 바이드론은 혀를 내둘렀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말이 되는 거야?”

무지막지하게 강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인 줄은 몰랐다. 무진의 강함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그프리트의 대응 역시 믿을 수 없을 지경이다. 정확한 판단력과 최선의 수법은 가히 신기에 가까웠다.

지그프리트가 놀랍도록 발전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퍼어어억!

쿨럭!

지그프리트가 선전하기는 했다. 그러나 결국 무진의 광포한 공격에 적중당하고 말았다. 한 방 제대로 맞자 버티지 못하고 대자로 누웠다.

무진은 쓰러진 지그프리트에게 자비를 내리지 않았다. 패배를 되새기기 위해서 그에 준하는 엄청난 고통을 선사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바이드론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

‘무…식한!’

무진의 시선이 바이드론에게 향했다.

“와라.”

“저…말…입니까?”

“아직 정신 못 차렸군.”

“저…는 비폭력주의입니…으앗!”

바이드론의 항변은 무지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무진은 자신이 원하는 일은 무조건적으로 하는 성격이다. 상대의 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바이드론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무형의 검에 소름이 돋았다. 일단 맞으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바이드론은 살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9서클 절대방어마법을 펼친 것이다.

푸아아아앙!

쩌저저저적!

바이드론은 기겁했다. 앱솔루트배리어가 맥을 못 추고 부서져 나갔다. 무진의 강기를 막기 위해서 지그프리트도 앱솔루트배리어를 여러 겹으로 중첩했었다. 한 겹으로 되어 있는 앱솔루트배리어로 막는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였다.

“이…런!”

바이드론은 있는 힘을 다해 강기를 피해 도망쳤다. 거리를 벌린 바이드론이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순간.

‘허억!’

무진이 어느새 코앞에 나타났다. 바이드론은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무시하고 애써 미소를 지으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무진의 권격술에 헛바람을 삼켜야 했다.

퍼퍼퍼퍼퍼퍼퍼퍽!

시작된 구타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바이드론은 무진의 주먹에 맞으면서 1천 미터 뒤로 물러나야 했다.

타의에 의해 물러나는 동안 맞은 주먹의 개수는 밀려난 거리의 백 배에 달했다. 얼굴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바이드론의 얼굴만 보면 짓뭉개진 계란처럼 보였다.

꽈악!

바이드론의 팔을 잡은 무진은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바이드론은 정신이 허공으로 분산되어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무진은 패배의 아픔을 되새기도록 바이드론에게 공포를 선사해 주었다. 패배하지 않아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각인 시켰다.

대련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의 일방적인 패배가 있은 직후부터 2대 1대련이 이어졌다. 무진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공격했다.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도 살기 위해서 연수합격술을 배우게 되었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무진에게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다.

이틀간 이어진 대련이 끝난 후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널브러졌다. 간신히 일어서기는 했지만 힘이 모두 빠져 버렸다. 그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무진이 괴물처럼 느껴졌다.

“일주일 후에 다시 평가하겠다. 그때도 지금처럼 엉망이면 물렁하게 끝나지 않을 테니 각오하는 게 좋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진이 방으로 돌아가고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어둠이 깔린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지나쳐 버릴 풍경이 새삼 소중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더 쉬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젠장!”

“고참 앞에서 욕하는 것 아니다!”

“시끄러!”

“맞고 싶냐!”

“아무리 내가 못살게 굴었다고 해도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다니 이럴 수 있는 거냐!”

“그럼 나만 여기 있어야겠냐!”

“잔인한 놈!”

“자꾸 개기면 가만 안 둔다!”

움찔!

예전과 다르게 지그프리트 뒤끝이 무척이나 강해졌다. 바이드론은 지그프리트의 끈적한 살기를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신세한탄 해봤자 자신만 손해였다. 쫄아서 아무 말도 못한 바이드론은 화딱지가 치솟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됐지?’

바이드론은 자신만 당하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뭐만 하면 만날 갈굼이었다.

지그프리트는 무진에게 당한 화풀이를 바이드론에게 했다. 그것이 일상적인 관례처럼 이어졌다.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줄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 고통은 분담해야 하는 거야!’

지그프리트를 괴롭힌 것은 바이드론뿐이 아니다. 그렇기에 바이드론은 혼자서만 감당하는 것이 억울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원래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이 하늘의 당연한 이치 아닌가! 벌 받을 짓을 하고 제멋대로 자유롭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죄악이었다.

바이드론은 자신을 제외하고 잘 살고 있을 단짝친구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요즘은 부러우면 지는 세상이다. 부러움 대신에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는 기회를 친구에게 부여해줄 예정이다.

아마 친구는 눈물 나게 고마워할 것이다. 부르면 바로 달려올 친구에게 바이드론은 정답게 한마디 할 것이다.

‘반갑다! 친구야!’

결심을 한 바이드론은 한 톨의 죄책감도 없이 통신을 보냈다.

* * *

 

오랜만에 친구의 연락을 받은 젠카르트는 지그프리트의 레어를 찾았다. 젠카르트도 바이드론과 마찬가지로 지그프리트의 레어를 제집처럼 드나들었었다. 주인의 허락도 없이 레어 안을 마구 헤집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그프리트의 레어 안에 도착한 젠카르트는 눈앞에 보이는 진실이 환상인 줄 알았다.

지그프리트는 가만히 앉아 있는데 바이드론이 차를 내와서 탁자에 올려놓는 것이 아닌가!

비비적! 비비적!

일루젼마법에 당해서 환상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눈을 비벼보았다.

역시나 현실은 환상이 아닌 진실이었다.

“너 뭐 하는 짓이냐?”

“차 따르잖아.”

“지금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네가 왜 차를 따르냐 이 말이야!”

“왜, 친구 집에서 차 좀 따르면 안 되냐. 그동안 지그프리트가 타준 차를 많이 받아 마셨잖아! 나는 친구로서 그 정도의 의리는 있다.”

“친구! 의리!”

평소 듣지 못할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는 바이드론이었다. 젠카르트는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황당하고 어이없는 경우는 단연코 처음이다. 오늘 본 진실을 믿느니, 대륙이 반으로 쪼개지는 것을 믿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뚜벅! 뚜벅!

거실에 누군가 걸어왔다.

무진이 방에서 마법수련을 하다가 나온 것이다. 수련 중에 생각해낸 마법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레어 밖으로 나가려다 거실에 들렀다. 물론 젠카르트가 온 것은 알고 있었다.

일단 시작이 되었으니 겸사겸사 수하들의 의도에 따라주는 무진이었다. 수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벌떡!

자리에 앉아 있던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이 벌떡 일어섰다.

“친군가?”

“그렇습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잘 놀다 가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무진은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이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생생하게 지켜본 젠카르트는 입이 떠억 벌어져 있었다. 지금 본 것은 좀전에 본 것보다 더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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