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1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08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2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3)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던 바이드론은 신경질이 났다. 잠깐이지만 찌질이 드래곤 지그프리트에게 겁을 먹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웃어? 네가 아주 겁을 상실했구나!”
“친구도 아닌데 반말하지 마라! 씨뱅아!”
“뭐? 씨…뱅이?”
바이드론은 순간 씨뱅이가 무슨 말인지 몰라 움찔했다. 하지만 되뇔수록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보니, 욕이 분명했다.
“그래 존만아!”
“이게 뒈지려고 환장했나! 너 정말 죽고 싶어?”
“친구도 아닌데 갈 때까지 가보지 뭐!”
“한동안 못 봤다고 간덩이가 무척이나 부어올랐나 보구나!”
“그래, 간을 팔아 버린 지 오래다. 인마!”
우우우우웅!
흉흉한 기류가 흘렀다. 바이드론은 끝까지 기어오르는 지그프리트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서열이 있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어야 했다. 어떤 사회든 한 번씩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뒤탈이 없다.
“얼마나 늘었기에 기고만장한지 볼까!”
“얼마든지.”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 한번 뒈지게 맞아봐야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될 거다.”
“후회라고, 후회는 아마 네가 할걸?”
“아주 미쳤구나! 미친 드래곤에게는 매가 약이라는 것을 알려주마!”
“싸움은 얼마든지 환영인데 여기는 좁으니 산 위로 올라가자!”
“좋다!”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 모두 신경전이 팽팽했다. 둘 다 물러설 기세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무진이었다. 근처에서 기척을 죽이고 있으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지그프리트만이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무진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의 실력을 확인하고 있었다. 원래 남의 싸움 구경하는 것이 남의 집 불구경 다음으로 재밌다고 하지 않는가!
슈우웅!
공간이동을 통해 산 정상 위로 올라선 지그프리트와 바이드론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지그프리트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기세와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라는 것을 무진과의 대련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대련하는 동안 무수히도 많이 무참하게 패배를 했지만 싸움의 미학과 승리의 방법을 깨달았다.
그에 반해 바이드론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오만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원천적으로 그린드래곤은 블랙드래곤을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바이드론은 동급의 드래곤 중에서도 강자로 평가받았다.
“오늘 네놈이 제정신이 아닌 모양인데! 지금이라도 네 주제를 안다면 내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해주마!”
“아량 좋아하네! 새똥만 한 아량도 아량이냐! 까는 소리 하지 마라!”
“결국 매를 벌겠단 말이지!”
“여태까지 뜯긴 것도 많은데 매라도 많이 벌지 뭐!”
맞는 데는 이골이 난 지그프리트다. 더 이상 맞는 것에 두려움을 느낄 시기는 지났다. 무진에 비하면 바이드론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악마 중에서도 최상급 악마를 모시고 사는 수하가 얼마나 무서운지 오늘 깨닫게 해줄 작정이다.
“어디 재주를 보여봐라!”
“그렇지 않아도 보여줄 생각이다.”
지그프리트가 신중하게 바이드론을 마주 보았다. 심각한 표정의 지그프리트와는 상반되는 여유로운 바이드론이었다. 어떤 수작을 부려도 상관없다는 강자의 거만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지그프리트의 큰 눈동자가 별안간 오른쪽으로 향했다. 찰나의 순간 눈동자가 이동하자 바이드론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바이드론의 시선이 지그프리트에게 향했을 때, 헬파이어가 날아오고 있었다.
“뭐…야?”
시작부터 범상치 않은 공격이었다. 헬파이어는 9서클 화염계 최강 마법이라 바이드론도 경시하지 못했다. 공간이동을 하려고 했는데 주변의 파장이 약간이지만 뒤틀려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앱솔루트배리어를 펼쳤다.
푸아아아아앙!
대기를 태우는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바이드론의 얼굴이 약간이지만 일그러졌다.
헬파이어의 위력이 장난 아니었다. 부지불식간에 당하는 바람에 바이드론의 상체가 휘청거리고 현기증이 났다. 잠시 동안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지만 마법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화염이 터지면서 시야를 가렸다.
지그프리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속마법을 펼쳐 바이드론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겁도 없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그프리트의 주먹이 화살처럼 날아와서 바이드론의 턱을 강타했다.
퍼벅!
지그프리트는 3연속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무진과의 실전대련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지그프리트는 자신의 몸에 강화마법과 가속마법을 걸어 육체를 단련했다. 마법만으로는 무진을 이길 수 없기에 고안해낸 고육지책이었다.
물론 통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상대가 무진이었기 때문이다.
‘승기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선빵이지!’
턱을 3방이나 맞은 바이드론은 정신이 아찔했다. 방심한 것도 있지만 너무 어이없어서 허용한 일격이었다.
인체의 급소라고 할 수 있는 턱을 맞으면 뇌가 흔들린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평정심이 가장 중요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마법을 구현하기도 힘들다.
“감히!”
급히 정신을 차린 바이드론이 근접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먹을 뻗었다. 육체의 단련은 지그프리트보다 바이드론이 위에 있었다.
그러나 어지러운 상태에서 날린 주먹에 당할 만큼 지그프리트가 어수룩하지 않았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며 팔꿈치를 오른손으로 잡고 바이드론의 등 뒤로 잽싸게 올라타며 목을 점령했다.
지그프리트는 필사적이었다. 한 수 한 수에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어영부영 대충 상대하려고 했던 바이드론은 혼란스러웠다. 정신을 차리려고 할 때 숨이 조여졌다.
지그프리트의 힘이 약하기는 해도 목을 완벽하게 두 팔로 조이고 있는 상태였다. 빠져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서 몸을 흔들어봤자 힘만 낭비하는 꼴이 되었다.
“치…사…한!”
“그래, 나 치사하다! 그럼 한번 치사한 김에 더 치사한 것을 보여주지! 정면을 잘 보라고!”
“뭐? 저…건……!”
헬파이어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캐스팅 해 놓은 지그프리트의 마법이 바이드론을 향해 날아왔다.
지그프리트는 바이드론의 등 뒤를 점령하는 시간을 철저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공격을 감행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산에 의해서 공격이 이루어졌다.
지그프리트가 시전한 마법은 화살마법이었다. 1서클만 되도 사용할 수 있는 애로우마법이지만 시전자의 마력에 의해서 그 위력은 천지차이였다. 9서클마나를 담아 단 1개의 화살을 만들어 내었다. 그 위력은 브레스에 근접할 정도였다.
무진과의 대련을 통해 고서클마법을 난발하는 것보다 마력의 밀도를 높여 저서클마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바둥! 바둥!
지그프리트의 두 팔이 목을 조이는 상태라 마법을 사용하기 힘든 바이드론은 육체적으로도 원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빠르게 날아오는 윈드애로우의 위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바이드론은 지그프리트를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평소에는 있는 폼 없는 폼 다 재고 다니던 바이드론의 거만한 얼굴이 울긋불긋해졌다.
“블…링…크!”
“디스펠!”
“실…드!”
“캔슬!”
“젠…장!”
“빌어먹을 이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지그프리트가 교묘하게 캔슬마법과 훼방마법을 걸고 있었다. 마나의 배열과 조합의 의해서 힘을 발휘하는 마법의 경우 불규칙적인 마력이 끼어들게 되면 발현이 되지 않는다.
“그냥 인정하고 맞아라!”
“어…림……!”
바이드론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푸아아악!
“커어어억!”
배때기에 정통으로 윈드애로우를 맞은 바이드론은 숨이 덜컥 멎는 기분이었다. 기본적으로 마법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몸이 아니었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힘이 모조리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에도 목이 점점 조여 왔다.
“이…럴…수는…없…어!”
약골 지그프리트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다른 녀석들이 봤다면 바이드론을 놀렸을 것이다. 이대로 허망하게 진다면 드래곤 사회에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게 된다.
휙!
정신줄이 끊어질 때쯤에 바이드론의 숨이 트였다.
“허억! 허억!”
바이드론은 호흡하는 것이 오늘처럼 소중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호흡할수록 바이드론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지그프리트를 보았다.
지그프리트가 미소와 함께 조롱 섞인 멘트를 날려주었다.
“어때! 숨 쉬니까! 행복하냐!”
“이…자식! 죽인다!”
지그프리트가 일부러 놓아주었다는 것을 안 바이드론은 치욕감을 맛보아야 했다. 바이드론은 지그프리트가 치사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겼다.
“건방진 짓을 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어차피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마음껏 싸워보자고!”
슬슬 본격적으로 실력을 발휘할 때가 다가왔다.
‘이번 공격으로 마나가 4할은 줄었군.’
바이드론을 격분시키면서도 지그프리트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지그프리트의 기습이 통하기는 했지만 힘으로 바이드론을 끝까지 몰아붙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마지막에 팔을 밀어내는 바이드론의 힘은 보통을 넘어서 있었다.
만약 끝까지 힘을 주었다면 지그프리트도 결국에는 물러서야 했다. 그럴 바에는 깨끗하게 물러서는 것이 바이드론의 평정심을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엎어 치나 매치나 있어 보이면 된 것이다.
바이드론이 광분하여 마법을 난사해 왔다. 기본적인 마력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그프리트의 마력이 이전에 비해 늘었다고 해도 바이드론을 압도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바이드론은 평정심을 잃고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드래곤도 9서클마법을 조절하지 않고 마구 사용하면 마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퍼퍼퍼퍼퍼펑!
대지의 표면이 하늘로 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폭풍이 휘젓고 지나간 곳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이드론의 광기는 대단했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는지 지그프리트를 향해 죽일 듯이 마법을 뿌렸다.
“죽어랏!”
-피닉스랜스(불사조의 검).
슈슈슈슈슈슈슈슉!
강철을 녹이는 피닉스랜스였다. 하늘에서 불비가 쏟아져 지표면을 용암지대로 만들었다. 피닉스랜스와 카이져스톰이 뿌려지자 화염으로 대지에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장대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코볼트새끼처럼 도망치지 마라!”
“맞추기나 해라! 병신아!”
“이 자식이 정말!”
지그프리트는 가속마법과 실드마법을 적절히 사용하며 바이드론의 고서클마법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서 맞을 것 같기에 바이드론은 마법사용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싸우면 주군에게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이놈아!’
무한정으로 공급되는 존재가 아닌 이상 바이드론처럼 마력을 무식하게 뿌리면 금세 지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허억! 허억!
막대한 마력을 쏟아 붓고서도 지그프리트를 제압하지 못한 바이드론은 낭패한 기색이 완연했다. 이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것이다. 마력소모를 계산하지 않고 뿌려댄 이상 드래곤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빌어먹을!”
“왜 또 치사한 놈이라고 하게?”
“닥쳐!”
무진과 대련하면서 은근히 말발이 늘게 된 지그프리트였다. 남의 염장을 뒤집어 놓는 데에 무슨 말을 해야 가장 확실한 방법인지 본능적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지그프리트는 바이드론이 회복할 시간이 주지 않았다. 바이드론은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한정적이었다. 그에 반해 지그프리트는 평소 지닌 마나량의 7할을 보유하고 있었다.
상대적인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지그프리트는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섣불리 다가서지 않았다. 바이드론의 마지막 발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바이드론은 깨닫게 되었다.
‘치사한 것은 둘째치고, 이놈이 언제 이렇게 강해졌지?’
마력의 밀도와 마법의 세밀함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마법진에 대한 실력은 인정하는 편이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지그프리트가 이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이 놀랍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그러나 바이드론은 지그프리트의 달라진 점이 마법실력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