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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1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0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1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2)

 

무진은 지그프리트에게 정령술을 배운 후 수라혼원심공을 통해 자연력을 끌어 모았다. 지그프리트가 소환한 최상급정령은 예상보다 뛰어난 위력을 선보였다. 자연력이 모아져 영성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는 것에 무진은 신기해했다.

무진은 수라혼원심공을 운용한 상태에서 정령술을 시전했다. 정령술의 기본은 간단했다. 대기의 자연력을 느끼고, 내부와 동조시켜 마음을 퍼뜨리면 되었다.

기초 정령술의 경우 정령을 소환할 때 필요한 원소가 있다고 했다. 물의 정령은 물이 필요하고, 불의 정령은 불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인 정령술에 불과하다고 지그프리트는 설명했다.

정령은 원소이기 전에 영성을 지닌 자연력이다. 자연의 성향과 시전자의 성향이 일치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무진은 정령의 5원소를 준비하는 대신에 마음이 내키는 대로 정령을 소환해 보았다.

그로 인해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무진의 내부에 숨 쉬고 있는 파괴적인 성향은 어둠에 근접해 있었다. 천검신의 영향을 받아 어둠이 회색으로 변하는 바람에 혼돈력에 근접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지만 아직도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태초의 맹약에 의거하여 정령을 소환하니! 나의 부름에 응하라!

무진의 주변에 묵직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빛을 먹어치우는 어둠이 서서히 무진의 주변을 감싸더니 공명음을 퍼뜨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 무진의 방을 가득 메웠다. 한 치 앞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순도 높은 어둠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조용한 공명음이 끝나고 난 후 어둠 속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어둠이지만 목소리는 힘이 있고 당찼다. 패기만만한 음성이 방 안을 진동시켰다.

-나는 어둠의 정령 둠이라고 한다. 그대의 어둠이 나를 이끌어 영겁의 침묵 속에서 끌어주었다. 나와 계약을 하겠는가?

“특이한 정령이군.”

어둠의 정령은 지그프리트의 설명에도 없는 존재다.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무진의 성향과 일치하여 나타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무진은 거리끼지 않았다. 자신의 성향이 묻어나는 정령이라면 계약을 해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계약하겠다.”

-어둠을 지배하는 정령신 리베이다님의 축복에 의해서 그대와의 계약이 성사되었다. 그대의 시간이 소멸되는 때까지 나는 그대의 정령이 될 것이다.

꾸물! 꾸물!

방 안에 퍼져 있던 어둠이 꿈틀거리며 점점 응축되었다. 칠흑의 어둠이 하나의 완성된 어둠의 정령으로 태어났다. 순수한 어둠은 순수한 빛과 같았다. 어둠으로 이루어진 둠의 외형은 암광(暗光)이 번쩍였다.

“둠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어떤 능력이 있지?”

-빛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대단한 능력인가?”

-주인님의 능력에 따라 다릅니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은 무진이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단순히 세상을 비추는 빛을 흡수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무진은 어떤 빛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어 시험을 해보았다.

 

-라이트볼(광구).

 

손바닥 크기 만한 빛을 형성시켰다. 라이트볼은 단순히 빛만을 뿜어내지 않는다. 빛의 마법을 통해 구현된 라이트볼은 빛뿐만 아니라 마나력까지 발생한다.

“흡수해 봐라.”

-예!

둠이 라이트볼을 감싸자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빛이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렸다.

무진은 둠이 흡수하는 라이트볼의 흐름을 관찰해 보았다. 빛만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지닌 빛의 성질까지 완벽하게 어둠으로 흡수해 버리고 있었다. 아직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완벽해진다면 무서운 능력이었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빛을 발생한다. 빛을 흡수한다는 것은 세상 만물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빛을 흡수하는 능력을 극대화시킨다면 그 어떤 적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끼이익!

닫힌 문이 열리고 지그프리트가 들어왔다. 지그프리트의 눈에 이상하게 생긴 존재가 버젓이 서 있었다. 검은 액체가 뭉쳐진 외형에 어둠의 빛을 뿌리고 있었다. 정령력은 느껴지는데 그것이 통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건 뭡니까?”

“정령.”

“뭔 정령이 저렇게 까맣고 음산합니까?”

“그건 네가 더 잘 알아야 되는 건 아닌가.”

“저도 저런 건 처음 봅니다.”

지그프리트도 저런 이상한 정령은 처음 보았다. 드래곤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살펴보았지만 답을 내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짓을 하면 이렇게 이상하고, 수상한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뭔지 알아야지! 젠장!’

무진은 어둠의 정령 둠을 만지작거리면서 성질을 확인해 보았다. 짙은 어둠이지만 순수했다. 순수함은 변질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극도의 순수함 속에 녹아들어 있는 패도적인 성향이 무진의 마음에 들었다.

“주…군, 확인되지 않은 이상한 것은 만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괜찮아.”

“설…마 계약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했는데.”

“어쩌자고 저런 수상한 정령하고 덥석 계약을 합니까!”

“자신의 성향과 어울리는 정령을 소환해야 한다고 한 것은 네가 아니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그프리트도 얼마 전에 한 말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이상한 것을 소환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면 저처럼 어둠으로 뭉쳐진 듣도 보도 못한 정령을 보고 계약하지 않는다. 드래곤이 호승심 넘치는 존재이긴 해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색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더군.”

“뭔데요?”

“빛을 흡수하더군.”

“예? 그건 마신의 능력인데!”

빛을 흡수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것에 지그프리트는 소름이 끼쳤다. 마신은 빛과 상극의 존재, 빛을 흡수하고 어둠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마신의 목적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둠의 정령이 지닌 속성에 지그프리트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힘을 사용하는 데 미숙하지만 완성되면 제법 쓸만할 것 같더군.”

“그 힘을 사용하면 마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을지도 모릅니다.”

“그런가.”

무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그프리트는 답답했다. 마족은 마계에 있는 종족, 중간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소환되는 즉시 소멸시켜는 것이 대륙의 율법이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하다 대륙공적이 되면 모든 종족이 주군을 죽이려고 달려들 겁니다.”

“그것도 재밌겠군.”

‘그게 어떻게 재밌는 일입니까! 아휴! 미치겠네!’

잘못하면 자신까지 묶음 포장으로 섞어 소멸될 수도 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마족을 소환한 드래곤이라는 오명을 쓰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런 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정말 참지 못할 것이다.

“귀찮은 일을 벌일 생각은 없으니 그만 해라.”

“물론 주군이 귀찮은 일을 할 이유는 없겠지요, 다만 그런 이상한 정령은 다시는 소환하지 않는 게 좋다는 충직한 수하로서의 충언일 뿐입니다.”

“네 말뜻은 알겠다.”

무진도 지금 당장 대륙공적이 될 짓을 할 생각은 없다. 일단 승산이 없는 짓을 할 만큼 무진은 어리석지 않았다.

“그보다 누가 찾아오고 있군.”

“그렇습니까?”

무진의 감각은 지그프리트보다 훨씬 뛰어났다. 지그프리트의 레어 주변은 평범한 인간이 침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이 아니다. 곳곳에 마법부비트랩이 설치되어 있어 함부로 침입했다가는 그대로 골로 가버릴 수 있었다.

지그프리트도 레어로 다가오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보다 강력해진 감각은 지그프리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젠장! 이놈이 왜 또 왔지?”

“아는 놈인가?”

“그…게.”

지그프리트는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웜급 드래곤 중에서도 가장 약골로 평가받은 지그프리트다. 드래곤들 사이에서 동네북으로 불리는 지그프리트를 유독 괴롭히는 놈들 4명이 있는데, 그 중에 1명은 대륙십강에 걸려 멍청이가 됐고, 나머지 3명은 시간이 날 때마다 지그프리트를 괴롭히기 위해서 간간이 찾아오고 있었다.

“형편없군.”

“그렇습니다. 놈들은 정말 형편없는 놈들입니다. 용격 수양이 덜 되었는지, 남을 괴롭히는 데 이골이 난 놈들입니다. 저런 놈들이 있다는 것은 드래곤사회의 수치입니다!”

“네가 더 형편없다.”

“제가 왜?”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놈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지. 그동안 네놈은 놈들에게 한번이라도 저항을 해봤나.”

“저는 그린드래곤입니다. 그린드래곤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드래곤들보다 약합니다!”

“태생부터 약한 존재는 없다. 네가 노력하지 않았으니 약한 거다.”

“드래곤은 인간과 다릅니다. 레드, 골드, 블랙, 블루, 실버 종족은 태생부터 그린일족과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드래곤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예? 지금이라니요!”

“지금도 두렵나.”

“그…게 어? 아니…네요.”

“그럼 됐군.”

지그프리트는 이상함을 느꼈다. 놈들을 생각할 때마다 주눅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억울함이 복받쳐 오르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당하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었다.

지그프리트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기이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렇게 배짱이 두둑했었나?’

그러고 보니 적에게 등을 돌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무진에게도 독기를 품고 있는 지그프리트다. 하물며 무진이 아닌 바에는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럼 가서 보여주어라.”

“예전의 제가 아님을 놈들에게 각인시키겠습니다!”

“지켜보지.”

지그프리트는 무진의 방을 당당히 걸어 나갔다.방 안에 혼자 남게 된 무진은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지그프리트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간단하게 대접할 것들을 꺼내놓았다. 놈들은 지그프리트가 눈치 챌 수 있도록 마법부비트랩을 건드리면서도 접근해온다. 이유는 그동안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뜻이다.

남의 레어를 이런 식으로 방문하는 것은 무척이나 예의 없는 짓이지만 지그프리트는 언제나 웃으면서 그놈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덜 맞았다.

뚜벅! 뚜벅!

마치 제집처럼 걸어들어 온 존재는 위풍당당했다. 그는 블랙일족의 드래곤, 바이드론이었다.

보통의 드래곤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반면에 그는 힘을 중시하는 드래곤이었다. 그래서 외형도 굉장히 크고 우락부락했다. 부풀어 오른 탄탄한 근육과 둘레를 점치기 힘든 어깨와 팔, 다리는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리부리한 눈동자와 하늘로 작게 올라간 입 꼬리는 거만함의 표본과 같았다.

바이드론을 본 지그프리트는 여느 때와 다르게 전혀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전에는 바이드론을 볼 때마다 움찔거리곤 했었다.

“오랜만이야.”

“그래.”

지그프리트의 대답이 너무 담담했다. 그것이 바이드론의 심기를 자극했다. 평소와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지그프리트의 대응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이제까지와 같이 바이드론에게 자리를 내주고 대접을 해주었다.

“우선 차라도 한 잔 해.”

“차는 됐고, 식사는 언제 되지?”

“시간이 바빠서 마련하지 못했어. 곧 차릴 테니 기다려.”

“뭐야! 내가 분명히 오늘 온다고 말했을 텐데.”

“못 들었어.”

“지금 그 말은 내 말을 씹었다는 소리냐!”

“아니, 못 들을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냐.”

부글! 부글!

오늘따라 지그프리트의 대답이 바이드론의 속을 박박 긁었다.

“네가 뭘 잘못 먹었나 본데 나 바이드론이야! 바이드론! 네가 그토록 무서워하는 바이드론이라고!”

“귀 안 먹었다. 너 바이드론인 거 아는데 그렇게 계속 말할 필요 없다.”

“언제부터 네가 내 앞에서 말대답을 했지?”

“같은 친구끼리 말도 못하냐.”

“친구라고! 네까짓 게 내 친구라는 거냐!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는 네놈이 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거야!”

“지금 그 말은 내가 너의 친구가 아니라는 거네.”

“그렇다! 어서 평소의 비굴한 네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씨익!

오싹!

지그프리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무진의 미소를 오마쥬한 것처럼 보였다. 사악한 마음을 품었을 때 드러나는 전형적인 악마의 미소였다. 악마와 동고동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인 습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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