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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11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3,1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10화

제3장 드래곤 길들이기 (1)

 

퍼퍼퍼펑!

쿠꽈꽈꽝!

산이 반으로 갈라지고, 화염이 대지를 덮었다. 무너지는 대지의 먼지구름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신속하게 치고 나간 존재는 하늘로 솟구쳐 올라 지상을 향해 무지막지한 마력을 퍼부었다.

 

-블리자드스톰(혹한의 폭풍)

 

반경 100미터가 얼어버리는 상황이었다. 화염이 휩싸이던 대지가 금세 식어버렸다. 대기마저 얼려버리는 혹한의 폭풍은 사납고, 거칠었다.

그렇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는 지극히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끊임없이 디텍트마법을 사용하여 주변을 탐색하고, 움직임을 간파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마법을 구사할 준비를 갖추었다.

슈슈슈슈슝!

지그프리트가 대비하기가 무섭게 수백 개나 되는 강환(剛丸)이 쏘아져 나왔다. 연사되는 강환은 지그프리트가 빠져나갈 공간을 차단해 버렸다.

공간이동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 강환을 날린 무진은 주변의 대기를 자연력을 이용해서 비틀어버렸다. 비틀린 대기에서 공간이동을 했다가는 머리와 몸뚱이가 허공에서 분리되는 수가 있었다.

무진은 마법대련을 하면서 마법의 공격수법과 효율성, 단점을 찾아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지그프리트는 준비한 마법을 풀었다.

 

-앱솔루트배리어 중첩!

 

한 개의 단일화된 절대방어마법으로는 무진의 강환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그프리트다.

3개의 중첩된 앱솔루트배리어를 사용하여 거리를 벌렸다. 그와 동시에 다크클라우드(암운)마법을 펼쳤다. 마나굴곡마법장까지 펼쳐 이동동선을 들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했다.

퓨우우웅!

강환을 날린 무진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시커먼 구름을 반으로 갈라내었다. 공간이 좌우로 갈리면서 다크클라우드마법의 중심점이 반으로 쪼개졌다.

마나굴곡장을 펼쳐 중심점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무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크클라우드마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마법에 대한 이해력과 적응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구름이 갈리는 그 타이밍을 계산한 지그프리트가 기가라이트닝(초극뢰)을 쏟아내었다. 단발이 아닌 수십 발을 겹쳐서 파괴력을 중첩시켰다.

지그프리트는 마법의 배열과 중첩을 통해 마법의 힘을 증가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

츄추추추우웅!

기가라이트닝을 쏘아낸 지그프리트는 접근전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가속마법을 극대화하여 거리를 벌린 후 다시 고서클공격마법을 적절하게 분할하여 펼쳤다.

무진은 기가라이트닝을 혼원벽력도법의 흡천뇌전결(吸天雷電結)을 이용하여 흡수한 후 다시 역으로 뿌렸다. 뇌전이 흡입되어 증폭된 극뢰신기가 도주하는 지그프리트의 동선을 따라가서 격추시켰다.

파아아앗!

“커어억!”

일격을 허용하고 만 지그프리트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전신에 흐르는 뇌기(雷氣)의 충격이 생각 이상으로 강렬했다. 예전이었다면 정신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지그프리트는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고개를 숙이게 되면 시야를 잃게 된다. 그로 인해 가해지는 가혹한 구타는 치가 떨렸다.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고 대방어결계를 쳤다. 전력을 다해 펼친 지그프리트의 결계가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거리를 확보해야 돼!”

마법의 조종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의 근접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드래곤의 마법에 당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나 상대하는 적이 극히 드문 존재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무진이라는 것이 지그프리트에게는 불운이었다. 대방어결계를 쳤다 한들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득하고 있었다.

“또 당할 수는 없지!”

지난 1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죽을 고비를 매순간 느껴야 했다. 무진은 ‘적당히’라는 것을 모르는 존재였다.

패배할 때마다 뼈가 부서지는 구타를 당했다.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지그프리트에게 남는 것은 악과 깡이었다. 죽지 않는 것보다 무진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충동이 더 컸다.

‘요건 몰랐을 겁니다!’

지그프리트가 거리를 벌리며 무진을 유인한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였다. 그동안 당한 앙갚음을 위해서 모든 마력을 쏟아 부은 대폭멸마력탄을 설치해 놓았다. 브레스를 수배나 압축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대방어결계를 부수는 순간 폭발하도록 계산해 놓았다.

무진이라면 방어결계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술 것이다. 지그프리트는 무진의 심리까지 철저하게 이용했다.

“1, 2, 3 끝입니다! 크하하하하!”

푸아아아아앙! 투꽈꽈꽝! 파파파파파팡!

폭발음이 연속으로 울려 퍼졌다. 지축을 뒤흔드는 무지막지한 위력에 산맥 전체가 송두리째 허공으로 붕 떠버리는 것이 아닌가!

끝났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지그프리트는 헬파이어와 헬버스트를 동시에 형성시켜 폭발음이 울리는 곳을 향해 쏟아 부었다. 분노한 하늘에서 불비와 불광선이 대지를 향해 토해내는 것 같았다.

퍼퍼퍼퍼퍼펑!

끝이 없는 마법공격이었다. 마법으로 부족하다고 여긴 지그프리트는 드래곤의 본래 모습으로 현신한 후 브레스를 퍼부었다. 모든 마력을 다 쏟아 부어 무진을 소멸시켜버려는 듯했다. ‘너 죽고 나 죽자!’라는 동귀어진의 수법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지그프리트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전력을 다했다는 것은 바로 지금을 두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지그프리트의 생애 이토록 필사적인 적이 없었다. 또한 그동안 살아오면서 오늘처럼 통쾌한 기분은 처음 느껴보았다.

“죽지 않았겠지. 내가 죽지 않았으니!”

아마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추측은 추측일 뿐이다. 지그프리트의 시야 뒤로 넝마가 된 모습의 무진이 있었다. 의복이 찢겨진 것을 제외하고 무진은 멀쩡했다.

씨익!

“제법 매서웠다.”

무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지그프리트는 지옥의 사신이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뒤를 돌아보기가 겁이 났다. 좀전까지 기세등등했던 자부심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젠장!’

무진의 손에 10미터에 달하는 곤이 형성되었다. 곤은 지그프리트에게 사형선고와 같았다.

무진의 지옥곤법(地獄棍法)은 산 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죽어 버린 자를 다시 현세로 회생시켜 또다시 죽이는 극악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옥곤법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지그프리트는 죽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또 죽을 때까지 맞아야 끝이 난다.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지그프리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각오는 됐겠지.”

“안…됐다고 하면 어쩌실 겁니까!”

“상관없다.”

빠아아아악!

“크아아아앗!”

곤으로 변형한 카이젠이 지그프리트의 머리통 중앙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정통으로 한 대 맞은 지그프리트는 돌아가신 3대 조상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꼈다. 극심한 고통으로 정신이 저세상과 뜨거운 키스를 했다.

현실로 돌아올 때쯤에 이어지는 전신 구타는 다시 현실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꾸웨웨웨웩!”

‘생 드래곤…잡는다!’

인간이 드래곤을 때려죽이는 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바위덩어리에 비견되는 드래곤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가고, 허리가 꺾이면서 기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입에서는 연신 게거품이 쏟아져 나왔다.

오늘을 위해 마음 단단히 먹었던 지그프리트는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울고 싶었지만 무진은 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내로 태어나 우는 것은 찌질한 짓이라며 더 가혹하게 팼다.

지그프리트의 초롱초롱하고 커다란 눈동자가 울먹이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처량한 심정이 들어 적선을 하고 싶어진다.

극도의 고통은 참고 있던 것을 터뜨리게 만든다.

그때 무진의 무미건조한 한마디가 작렬했다.

“울면 죽는다.”

움찔!

거짓말이 아니다. 무진은 허언을 하지 않는다. 냉철한 것 같으면서도 앞뒤 재지 않고 저질러 버리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 항상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만을 하던 무진이 천검신의 성향을 흡수하면서 뜻하지 않게 감상적으로 변했다. 부정해 보았지만 이미 성향으로 자리를 잡아버리고 말았다.

마음은 하나다. 그 마음이 변질되었다고 해도 무진이 아닌 것이 아니다. 변질된 마음조차 무진이 된 것이다.

건조한 모래사막에 퍼진 개구리처럼 죽을 둥 살 둥 늘어져 버린 지그프리트였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매번 맞아야 했다. 맞을 때는 절대로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다시 기력을 찾으면 억울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무진을 보는 것이 두려우면서 성질이 치밀었다. 죽이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두고 보자.’

지그프리트의 눈가에 예전에 볼 수 없는 지독한 살기 번들거렸다.

무진은 이제야 비로소 독기를 어느 정도 갖춘 지그프리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1년 동안의 수련은 지그프리트의 성향을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무진은 지그프리트의 성격을 개조하고 마법을 연구했다. 마법의 장단점을 확인하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현재 무진의 마법실력은 6서클에 달해 있었다. 불과 1년 만에 얻은 수확치고는 굉장한 능력이었다.

그러나 무진은 만족할 수 없었다. 마법은 무공과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에 올라서면 더 이상의 진전을 보기가 힘들었다. 6서클에 이르렀지만 7서클은 요원하기만 했다.

무공과 마법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마법실력이 무공에 비등한 경지에 올라서야 한다. 무진의 경우 무력이 너무 강해 마법의 사용이 무의미한 지경이었다.

“오늘은 이만 하자.”

“예!”

대련이 끝나고 난 후부터는 자유시간이다. 하루 종일 대련만 해서는 강해질 수 없다. 수련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상기하고 다음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사실 지그프리트에게 자유시간은 무진을 이기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몸이 쑤시고, 힘들어서 쉬려고 했다. 무진이 자유시간 동안은 절대 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유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그 다음날 곡소리 나도록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절대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았다.

드래곤은 수명이 길기에 어찌 보면 게으르다. 오랜 세월을 보장받은 만큼 독이 되어 나태함을 부추긴다. 한정된 시간을 지닌 인간은 발전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반면에 드래곤은 긴 세월을 허비하며 보장된 삶만을 추구했다.

그로 인해 발전하는 인간의 무궁한 능력을 드래곤이 따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중간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옛말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지그프리트는 남는 시간을 쪼개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젠장! 대폭멸마법탄이 통하지 않다니!”

3개월을 투자해서 겨우 만들어낸 대폭멸마법탄이었다. 고룡급도 제대로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다.

하지만 무진의 무력은 지그프리트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대단했다. 솔직히 브레스는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발사 시간을 단축하고 위력을 배가시켰지만 무진에게 통하지 않았다. 브레스는 마나를 낭비하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다. 드래곤의 상징이 쓸모없는 무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마법을 견고하게 가다듬고, 함정을 파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대폭멸마법진을 사용하기 위해서 벼르고 별렀건만 물거품이 되었다.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고,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했다.

“대폭멸마법탄이 일정 부분 효과는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 정도로는 괴물 같은 주군을 어찌할 수 없고, 어떻게 한다!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한데!”

정령을 이용한 방법은 이미 사용을 해 버렸다. 일전에 최상급 정령 셋을 소환해서 무진의 행동반경을 묶어두고, 시간을 번 지그프리트는 소규모 메테오를 시전했다.

성공확률이 높은 작전이었지만 최상급 정령이 정해진 시간을 버티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메테오 마법을 피한 무진에게 도리어 당하고 말았다.

무진을 상대로 시간을 끌려면 최소한 정령왕은 소환해야 할 것이다. 정령왕은 고룡급이 아니면 꿈도 꿀 수 없다. 정령계의 왕이라고 해서 얼마나 건방을 떠는지 지그프리트가 부르면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대결이 끝나고 지그프리트는 무진에게 정령술까지 가르쳐야 했다. 가지고 있는 소장품도 모자라서 지니고 있는 지식마저 빼앗기는 실정이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쉽사리 답을 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포기하는 순간 무진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체감했기 때문이다.

다시 궁리를 하고 있는 순간에 뭔가 느껴졌다.

“응? 뭐야? 이 어두컴컴한 정령력은?”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정령이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정령과는 다르게 어둠을 내포하고 있었다. 정령은 자연의 정수가 모아져 영성을 띠는 존재들이다. 맑고 투명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이 당연했다.

‘도대체 주군이 뭐 하는 거지?’

지그프리트도 드래곤 중에서는 특이한 편이지만 무진에 비하면 약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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