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102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26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102화
제1장 지그프리트 (2)
오늘을 위해서 레어에 남겨져 있는 드래곤하트 3개를 가지고 왔다. 그린일족 대대로 보관해온 보물을 소모하는 것이 아깝기는 해도 마법의 혁명을 위해서는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다.
“이것을 수집하다가 목숨이 끊어질 뻔했다.”
볼품없는 천 조각에 불과한 것을 들고 있는 지그프리트는 식은땀을 흘렸다. 천조각을 얻기 위해서 지그프리트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만약 마법진과 아이템, 뛰어난 마법실력이 아니었다면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을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인간!”
과거의 인간들은 드래곤을 보면 두려움에 벌벌 떨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인간은 여전히 드래곤을 두려워하는 편이나, 그렇지 않은 인간들이 꽤 있었다.
뮤켄대륙에 알려진 10명의 존재들. 일명 대륙십강이라고 불리는 놈들은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놈들이다.
솔직히 지그프리트는 그놈들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고룡급을 능가하는 말도 안 되는 무력을 지닌 놈들이다. 부딪치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일전에 성질 급한 웜급의 레드드래곤 테론카이가 대륙십강 중 1인으로 평가받는 놈을 상대하다가 잘못되어 멍청이가 된 사건은 아직도 충격을 주고 있었다.
당시에 테론카이의 꼬봉으로 지냈던 지그프리트는 덕분에 테론카이의 굴레에서 벗어났지만 그 일은 지금도 생각만 해도 꼬리가 저려왔다.
지그프리트가 가지고 있는 천은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없지만 자세히 보면 대단히 촘촘한 실로 오밀조밀하게 엮어져 있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헤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보통 천이 아니었다.
천 조각은 이 세계의 물건이 아니다. 정확히는 다른 차원의 물건이었다. 마계가 아닌 다른 세상이 있다는 확신을 갖게 만들어준 물건이기도 했다.
천 조각은 목적지의 좌표를 정해주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만약 잘못해서 마계의 문을 열면 그날로 재앙이 선포된다. 대륙을 수호하는 것이 드래곤의 탄생 목적인데, 그것을 위반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천을 마법진의 정중앙에 놓고, 원의 가장자리 끝 세 곳에 드래곤하트를 배치했다.
마법진은 수식 연결의 끝에 마법과 마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발동이 된다.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서 지그프리트는 마법진의 외곽에 섰다.
모든 역량을 단번에 쏟아 부어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500년의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이날을 기다려왔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작업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차원게이트를 열기 위한 용언마법을 외우며 마력을 한곳에 집중했다.
쿠우우웅!
숲을 울리는 진동이 발생하고 광영(光榮)이 번쩍였다. 마법진에 새겨진 언어들이 물 흐르듯이 조합되며 빛을 내었다.
마법진을 지탱하는 드래곤하트의 마력이 중심축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막대한 마나가 하나로 합쳐지며 지축을 뒤흔드는 굉장한 떨림이 전해졌다. 다크포레스트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광대한 마나를 전달받은 천 조각을 중심으로 진동이 가속되었다. 가일층하는 힘은 허공으로 분출되어 공간을 갈랐다.
위이이이잉!
휘몰아치는 소용돌이가 형성되며 천지사방의 기운이 갈라진 공간 사이로 흡수되었다. 마법진의 중심에 열린 공간을 지탱하는데 엄청난 마력이 소모되고 있었다. 주변 대지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소용돌이는 소모된 마력이 극대점에 다다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잔잔해졌다.
지그프리트는 마법진이 성공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공간을 연 것은 맞지만 그것이 아공간게이트인지 차원게이트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성공한 건가.”
공간을 열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공간은 자연스럽게 닫힐 것이다. 그전에 확인해야 했다.
지그프리트는 주변에 영상저장마법수정구를 8방향에 설치해 놓았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자료였다. 여러 방향에서 찍어 놓는 것은 조작된 영상일지 모른다는 다른 드래곤들의 주장을 묵살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지그프리트는 주변을 면밀하게 주시하다가 탐색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아이템을 공간 안으로 집어넣어 보았다. 아공간이라면 탐색마법을 펼치는 즉시 확인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오오!’
탐색마법에 걸리지 않았다. 9서클마법이 걸린 마법아이템이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아 아공간게이트는 분명히 아니었다. 만약 아공간게이트였다면 뮤켄대륙 어디에 있더라도 감지가 됐을 것이다.
“성공한 것 같기도 한데.”
열린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가깝게 접근했다. 공간은 어두웠고, 안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매직아이를 걸어 투영을 해보았지만 안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번 들어가 봐?”
목숨을 거는 것도 확률이 높아야 한다. 확률이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닌데 목숨을 걸기에는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지그프리트가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것은 공간 안에서 다른 차원의 존재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만큼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건 무리인 것 같았다.
그때였다.
뚫어지게 차원공간을 보던 지그프리트는 순간 멈칫거렸다. 공간 속에서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굉장히 꺼림칙한 기분이었다.
“뭐야?”
드래곤의 비늘이 곤두서는 느낌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다. 지그프리트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괜한 짓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마계의 마왕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지그프리트는 뮤켄대륙의 대역죄인이 되는 것이다.
“닫아야겠다!”
안되겠다 싶은지 지그프리트는 차원게이트를 닫기로 결심을 했다.
그가 마법진의 중앙에서 마법수식을 역으로 발동시키려는 찰나에 공간 안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 너무 빨라서 지그프리트는 바람으로 착각을 해 버렸다.
“평행선을 걷는 시공간의 흐름이여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가라!”
드래곤의 감각에도 감지되지 않는 존재가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착각으로 치부한 지그프리트는 차원마법을 역으로 발동시켜 공간을 닫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차원마법진은 실패했어도 소득은 있었다. 이제는 마법진의 흔적을 지우고 돌아가야 할 때였다. 주변에 널린 마법아이템들을 마법으로 수거했다.
마법진의 흔적을 지우고 레어로 복귀하려고 할 때.
“응?”
낯선 존재가 지그프리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지그프리트는 알지 못했다. 등 뒤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드래곤은 초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숨 쉬는 기운만으로 반경 300미터 내외의 생명체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웜급의 드래곤 지그프리트가 10미터 안에 있었던 생명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인간?”
다크포레스트는 인간의 침입이 허용되지 않는 금지다. 대형몬스터와 마수뿐만 아니라 숲의 마기가 인간에게는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다크포레스트에 버젓이 나타나 태연하게 서 있는 인간, 당연히 이상했다. 상식이 있고 고상한 지식을 쌓은 드래곤이라면 의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지그프리트는 그 이상함에 잠시 동안 고민을 하게 되었다. 정체불명의 인간과 마주 보며 말없이 서 있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지그프리트를 응시하고 있는 청년은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청년은 온몸으로 대기를 느꼈다. 주변에 흐르는 모든 기운이 청년에게 뜻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흐름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혹과 의문 그리고 낯설음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서 있는 서역인이라고 판단했다.
“네놈은 누구냐?”
지그프리트가 인간의 정체를 물었다.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은 인간이 맞는데, 풍기는 기질이 범상치 않았다. 알게 모르게 시위를 짓누르는 듯한 기도가 느껴졌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은 지그프리트가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음!’
청년은 갸웃거리며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그프리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서로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했다.
‘천축, 서장의 말은 아닌데.’
무진은 천축과 서장의 언어를 알고 있다. 유창하게 구사하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그런데 지그프리트의 언어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뜻을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엄청난 괴리감과 낯설음이 느껴졌다. 대기에 흐르는 만상의 기운조차 무진이 알고 있는 대륙과는 전혀 다른 이질감이 전해지고 있었다.
‘알 수가 없군.’
무(無)의 공간에서 빠져나온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세상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혼란이 가중되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어서 정체를 밝혀라!”
무진은 지그프리트의 말을 또다시 듣고만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답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화를 통해 이해를 시키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서로를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무진은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을 했다.
“내 말을 씹어! 건방진!”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지그프리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대륙십강이라는 괴물 같은 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놈들은 예외대상이다. 그 이외의 놈들은 드래곤을 경배해야 한다.
하물며 먼저 말을 걸었는데도 개무시당한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드래곤으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 위대함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다.
“오만을 떤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바람의 칼날이여! 그 날카로움을 보여라!”
-윈드커터(바람의 칼날).
슈우우웅!
윈드커터는 4서클에 이르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으로 서클과 마력에 따라서 위력이 다르다.
마법의 힘은 마나의 친화력과 마력, 마나의 성질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일반적으로 마법을 익히는 사람의 경우, 다방면에 마나의 친화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에 반해 드래곤은 마나의 축복으로 이루어진 완전한 생명체다. 태생적으로 마법을 익힐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타고난 종족으로 저서클의 마법이라도 그 위력은 인간이 사용하는 고서클마법을 능가한다.
웜급 드래곤의 윈드커터는 오러익스퍼트중급 이상의 검기와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 평범한 인간은 뼈째로 잘려나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물며 분노게이지가 상승한 지그프리트다. 마법은 감정에 따라서 성질이 변하기도 한다. 분노를 담은 윈드커터는 평소의 위력보다 강했다.
‘흠!’
평범한 인간이라면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상대는 무진이다. 지그프리트의 무력도발에 무진은 미소를 지었다.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고 뜻을 밝히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에 무력은 단숨에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일단 맞고 나면 알지 못하는 내용도 술술 불어 대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본성이다.
‘언어에 힘을 실어 대기의 기운을 조합하는 특이한 능력을 지녔군.’
무진은 경험해 보지 않은 특이한 무력에 흥미가 동했다. 지그프리트의 무력을 파악해 보고 싶은 호승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전에 알고 있던 무진의 성향과는 조금 달랐다. 일단 덤벼드는 자를 절대 그냥 두지 않는 것이 무진의 원래 성격이었다. 과격했던 성향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좀더 보여주는 게 좋을 거다.”
‘그래야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라는 말은 생략했다.
무진은 정면으로 맞상대하는 대신에 갈지자(之)로 신형을 움직였다.
무공간에 갇혀 있으면서 깨달음을 얻은 무진이다. 과거의 무력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해 있었다. 상승보다 성숙함은 완성에 가깝다. 실력이 상승했어도 완숙되지 않은 힘은 정련되지 않은 능력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무진은 지닌 바 능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무진이 지그재그로 발을 놀리자 3방향에서 날아오던 윈드커터가 무진의 잔상을 자르고 지나갔다.
“엉?”
지그프리트에게는 일루젼마법을 자르고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무진을 보자 지그프리트는 순간 조금 당황했다. 육체적인 능력만으로 윈드커터를 피해냈다는 것에 보통 놈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제법 재주가 있구나! 이것도 한번 막아봐라!”
-헬토네이도(지옥의 회오리)
지그프리트는 건방진 인간을 아예 소멸시켜버리려는지 7서클 광역마법을 펼쳤다. 반경 30미터에 해당하는 거대한 회오리가 형성되어 사방을 휩쓸며 무진에게 쏘아져 나갔다. 헬토네이도는 바람을 흡수하면서 그 위력을 배가 시켰다.
휘이이이이이잉!
수십 미터에 해당하는 거목도 뽑혀 나갈 정도로 엄청난 바람의 위력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대기를 빨아들이는 헬토네이도와 마주 선 무진은 굳건했다. 피하는 것을 포기한 모습 같았다. 지그프리트는 이제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