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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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3,1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7화
제4장 무진천하 (4)
거친 사막을 건너기 전 이름 모를 무명산에 도착한 육혈마.
인적이 드문 산의 중턱에 지어진 집에 소년이 혼자 살고 있었다. 험한 산중에 홀로 살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심스럽게 소년을 확인한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년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내공을 익힌 흔적이 없는 소년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소년의 육체였다. 육혈마는 천하16대고수에 속하는 절대고수다. 소년을 보자마자 하늘이 내려준 무골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건 신골이오!”
“그렇소이다!”
놀람을 넘어 경악이었다.
육혈마는 은밀하게 소년에게 다가가 혼혈을 짚어 잠시 재웠다. 그리고 신중하게 소년의 몸을 살펴보았다. 살펴본 결과 그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소년의 육체와 몸 안에 잠재된 능력은 완벽 그 자체였다. 무림의 전설로 내려오는 무극의 신체였다.
공지대사, 팽관혁, 육진풍, 남궁훈, 당사혁, 제갈수혁은 소년과의 만남을 하늘의 뜻으로 여겼다. 하늘이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내려주신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의 무력으로는 놈을 절대 죽일 수 없소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해야 한다. 무진의 세력은 강했다. 천하를 통째로 집어삼킬 세력을 구축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무진의 무력이었다. 그의 무력은 드러난 것보다 감추어진 것이 더 많았다.
천하16대고수에 속하는 그들을 상대하면서도 전력을 다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했다.
무진을 이기려면 무진을 능가하는 무력을 지닌 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들로서는 무리지만 소년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세력은 시간이 지나면 키울 수 있지만 무력은 시간만으로 무리다. 무공을 익힐 수 있는 타고난 신체와 오성, 뛰어난 사부, 게으르지 않는 노력이 만나야 겨우 완성의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
“놈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소!”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소이다!”
그들에게 소년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소년이 왜 이곳에 있었고, 왜 혼자 있었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복수를 이루어줄 존재가 소년이라는 것뿐이다.
복수를 위해서는 그것이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과거의 정파수장이 아니라 완전한 육혈마가 되어갔다. 피도 눈물도 없는 마의 절대종사로 재탄생 된 것이다.
육혈마는 무명산에서 만난 소년을 데리고 사막으로 사라졌다.
* * *
철혈무신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무진은 정천맹과 흑룡성을 통합하여 천무군림맹(天武君臨盟)을 세웠다. 천무상회가 직접적으로 중원무림에 선언했고, 정천맹과 흑룡성의 수뇌부들이 통합에 참여했다.
무진의 파격이 시작되자 당연히 반발하는 세력이 속출했다. 상계의 인물이 중원무림을 하나로 통합하여 수장이 되겠다는데 반발하지 않는 무인이 있겠는가!
무진이 비록 천하무림의 절대자 중에 1명이라도 용납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반발세력이 우호죽순처럼 생겨날 때까지 무진은 별달리 제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반발세력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대항하려 하자 무진은 무림의 역사에 유래가 없는 무림대혈전(武林大血戰)을 벌였다. 무진이 가지고 있는 힘이 본격적으로 발휘가 된 것이다.
반항세력은 뿌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만들었다. 가담하거나 모의를 한 것만으로도 살려두지 않았다. 무진은 일말의 사정도 두지 않았다.
무진이 이룩한 세력은 정천맹, 흑룡성을 통합한 힘보다 더 컸다. 그 거대한 힘을 느낀 무림인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피의 혈전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무진의 명령에 의해서 죽어나간 수만 해도 족히 5만은 되었다.
1년이 지나고 천무군림맹이 중원을 통합했을 때, 혼란한 틈을 타 신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이 집결되었다. 과거 천마교의 후인들이 마교를 다시 세운 것이다.
새로이 세워진 그들은 신마교(神魔敎)라고 칭했다. 무너진 마교의 후인들은 교묘하게 대륙의 무인들로 위장하고 있었다.
마교의 무인들은 강했다. 1명의 무인이 100명의 무인을 감당하고도 남는 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천하16대고수 중에 4명이 버티고 있었다.
무인들도 마인(魔人)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아무리 무진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고 여겼다.
무림은 무진과 신마교가 양패구상 당하기를 기대했다. 양패구상을 당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전력이 약해지기를 바랐다.
퍼퍼펑!
종잇장 찢기듯이 육편이 갈가리 분살되었다. 권풍에 맞은 무인은 육체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신마교를 다시 일으키고 세웠던 광살천마(狂殺天魔) 독고진은 눈앞에 벌어진 참혹한 광경에 말을 잃었다. 그조차도 내상을 입어 손을 써볼 수조차 없는 상태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있단 말이냐!”
독고진은 신강과 청해를 중심으로 세력을 규합하여 신마교를 세웠다. 족히 1만에 달하는 무인들을 규합하여 과거의 힘을 거의 다 회복했다.
또한 천산은 천혜의 요새와 같은 지형이기에 천무군림맹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막아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천무군림맹이 토벌을 해오자 결과는 너무 쉽게 결정되었다. 천무군림맹의 무력은 강함을 뛰어넘어 막강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었다.
신마교가 천무군림망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신마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신마교의 토벌에 무진이 직접 나섰다. 조무래기들은 수하들에게 맞기고 무진은 신마교의 수뇌부를 상대했다. 신마교의 수뇌부 중 호법장로 3명은 천하16대고수에 속해 있었다.
신마교주와 호법장로의 무시무시한 합공을 무진은 홀로 상대했다. 무인들 모두 그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무진이 아무리 강해도 불리한 대결이라 여겼지만 결과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초식도 아닌 단 1초식에 신마교의 호법장로 3명이 다진 고기처럼 뭉개졌고, 독고진도 내상을 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경악지경(驚愕地境).
인간의 무력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무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전 무림의 무인들을 알 수 있었다. 가공함을 뛰어 넘은 지 한참이었다. 도저히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는 극강의 무력이었다.
무진은 무심히 독고진을 보았다. 독고진은 숨이 넘어가는 상태에서 무진을 올려다보았다. 측정할 수 없는 무력을 지닌 무진이었다. 흔들림조차 없는 모습이다. 독고진은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네놈은 나를 이용했구나!”
“알았다 해도 소용없지.”
신마교든 신마교가 아니든 상관하지 않았다. 무력을 보여줄 대상이 필요했었다.
또한 반항세력들의 중심을 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준 것이다. 숨죽이고 있는 세력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끌어내는 것이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죽어라.”
퍼어어어엉!
강환이 떨어져 내리고, 독고진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해 버렸다.
지독한 광경이었다. 무진은 신마교의 마인들을 단 1명도 남기지 않고 도륙했다.
이로써 무진은 명실상부한 천하최강자로 등극했다. 최강의 무력과 최강의 세력을 동시에 갖추었다.
무림의 역사에서 대륙을 일통한 존재는 단연코 존재하지 않았다. 무진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무진은 통합한 무림에 강자존의 원칙을 내세우며, 철혈통치를 감행했다. 천무군림맹만이 유일한 존재이며, 모든 무인들은 천무군림성에 복종해야만 한다. 불복종과 반항은 죽음뿐이다.
무림을 제압한 무진은 만족하지 않았다. 명황실마저도 무진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천무상회의 막강한 재력과 정보력에 명황실은 근간부터 흔들렸다. 무진의 힘은 이미 천하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였다. 초석을 잃은 명황실이 막아내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너진 자금성만큼이나 힘을 잃은 여황제 주하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힘을 잃은 것도 그렇지만 그동안 도움을 준 무진이 배신했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잠시나마 마음을 준 사내가 설마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무진의 야심이 어디까지인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사내라도 제국을 무너뜨린 자를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주하영은 가슴이 찢어진 것처럼 아팠다.
대전에 무진과 주하영만이 있었다.
“처음부터 날 황제로 새운 것도 네 세상을 위해서였지!”
“그렇다.”
흥분한 주하영과는 다르게 무진은 담담했다. 여황제를 세운 것도 주하영을 얻음으로써 명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를 취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진은 얼마든지 명황실을 집어삼킬 수 있다. 황실의 대부분은 무진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지?”
“그따위 응석은 받아주고 싶지 않다.”
“뭐야?”
“결정을 해라.”
“무얼 결정하라는 거야! 이미 다 네 손아귀에 있잖아!”
“내 사람이 되든지 아니면 죽어라.”
“뭐…라고!”
주하영은 수치스러웠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여전히 무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그녀가 가진 명분이 중요했을 뿐이다.
호감을 품었던 사내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 좋아할 여인이 어디 있겠는가! 애증과 분노가 교차했다.
“그저 내가 가진 황제의 명분 때문이라면 너의 말 따위는 안 듣겠어!”
“상황을 모르는 것인가. 네가 날 거절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는 않겠지.”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주하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여기서 다시 거절하면 그걸로 끝난다.
주하영은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그녀의 명을 받드는 존재들도 모두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진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무진을 받아들이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내 자존심을 이렇게까지 뭉개버리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너는 내 감정 따위는 소중하지 않다는 거야!”
무진은 잠시 동안 주하영을 보았다.
사실 그녀를 얻는 것이 명분 때문인가!
솔직히 확신하지는 못했다. 무진에게 명분은 허울 좋은 거짓말에 불과했다. 위선자들이 명분을 위해서 장막을 치는 요식 행위라는 것을 무진도 안다.
무진은 자신의 내면에 주하영이 어느 정도는 들어왔다는 것을 인정했다.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무진에게 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다.”
“뭐?”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제안 따위를 했을 것 같나.”
“그…건!”
주하영은 대답 대신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설마 무진이 이런 식의 단도직입적이고, 가식 없는 고백을 할 줄은 몰랐다.
주하영은 무진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어졌다.
“정말이야?”
“두 번 말하기 귀찮다.”
무진이 이만큼 말한 것도 대단히 큰 일이었다.
주하영은 더 이상 망설이지 못했다. 무진이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이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마음에 있다는 말이 가슴을 울렸다.
배신과 애증은 거울의 반대편과 같지만 양면이기도 했다. 애증이 있기에 배신감을 느끼고,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은 애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진에게 의지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또한 무진을 생각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거절하면 날 죽이겠지.’
죽인다는 말도 사실일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기에 주하영은 무진의 손을 잡았다.
마주 잡은 손에서 주하영은 무진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기운으로 둘러싸인 무진의 내면에 따뜻함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옳은 선택이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럴지도.”
무림을 통합한 무진이 제국을 얻게 되었다. 제국을 손아귀에 쥔 무진은 새로운 제국을 선언했다.
천무제국(天武帝國).
대륙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무진의 행보는 거칠 것 없이 뻗어나갔다. 낡은 역사를 배제한 무진의 법이 지배하는 세상이 시작되었다.
무진의 뜻이 법이고, 무진만이 천하의 주인인 세상이다. 그 어떤 방해물도 용납하지 않는 철혈의 지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