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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9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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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5화

제4장 무진천하 (2)

 

황금색 검강과 붉은색 검강이 단유성과 철무성의 중간에서 부딪쳤다.

푸아아아앙!

협곡을 울리는 파공성이 들리며, 사방으로 강기가 터져 나갔다. 강기에 부딪친 협곡의 지형이 변형이 되었다.

슈우우웅! 쿠아아앙!

포탄처럼 날아간 신형이 협곡에 부딪쳤다.

주르르르륵!

몸의 장기가 전부 박살난 것 같았다.

단유성은 목구멍에서 치솟아 오르는 핏물을 막지 못했다. 검붉은 핏물이 하염없이 분출되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항마불사신력이 아니었다면 혈기에 잠식되어 혈수(血水)가 되었을 것이다.

“역…시 안 되는군.”

항마불사신력의 공능을 재확인했지만 철무성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상대는 완성된 피의 마신이었다. 완성되지 않은 단유성으로는 부족한 것이 당연했다.

뚜벅! 뚜벅!

철무성은 한 수에 죽이지 못한 것이 조금은 불만이었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그런데도 단유성이 죽지 않았다.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제법이지만 여기가 네놈의 끝이다.”

단유성은 살려두기 껄끄러운 놈이었다.

철무성은 확실하게 끝을 내기 위해서 다시 한 번 혈기를 분출시켰다.

일어서지도 못하는 단유성이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혈광이 스치고 지나가면 먼지조차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릴 것이다.

“죽어라.”

혈광을 단으로 뭉쳐 강환을 만들었다. 응축된 강환은 대지를 몸서리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반경 30장은 모조리 다 쓰러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철무성은 주저하지 않고 강환을 던졌다.

핏물을 흘리고 있던 단유성은 멍하니 강환을 바라볼 뿐이었다. 막을 수도 없으며 피할 수 있는 몸 상태는 더더욱 아니었다.

‘끝인가!’

파아아아아앙!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음이 발생했다. 강환의 무지막지한 위력으로 인해 돌가루가 시야를 가렸다. 지표면이 별똥별을 맞은 것처럼 움푹 들어갔다.

먼지처럼 사라졌어야 하는 단유성이 멀쩡했다.

단유성의 눈앞에 철벽같은 존재가 버티고 있었다. 거친 폭풍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함이 느껴졌다.

단유성은 뜻하지 않은 존재로 인해 안도감과 놀람을 동시에 느꼈다.

“주…군!”

느닷없이 나타난 존재는 무진이었다.

단유성은 어떻게 무진이 이곳에 나타났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북방 초원에 있어야 할 무진이 대륙최남단 운남성에 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무진은 돌아선 채 명령했다.

“물러서라.”

“…예!”

무진은 단유성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필요한 말을 하고 나서는 관심을 끊었다. 단유성도 대답과 동시에 일어서서 뒤로 물러났다.

이제부터 단유성이 할 일은 대결에 방해되지 않도록 흑영대를 물리는 것뿐이었다.

빠드득!

무성은 이를 갈았다.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놈이 눈앞에 나타났다. 초원의 제왕이었던 그에게 죽는 것보다 더한 수치감과 자괴감을 주었다. 같은 하늘아래 살 수 없는 불공대천의 원수였다.

“제 발로 죽을 장소를 찾아왔구나!”

“끈질기군.”

단전이 망가지고, 기력이 다했다. 골백번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다시 부활했다는 것은 놀라움을 넘어 기적에 가까웠다.

무진에게 패한 후 무성의 기운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그에 따라 하늘에 빛나는 혈성(血星)도 빛을 잃어갔다.

그런데 꺼지기 일보직전의 혈성이 다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이전보다 더욱더 강력한 혈광을 번뜩이고 있었다.

혈성이 빛을 찾았다는 것을 무성의 무력이 예전으로 돌아왔다는 뜻이 되었다.

무진은 흑영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초원에서의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성을 찾아왔다.

무진은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황궁에서 무성을 이긴 것은 완벽하다 할 수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전한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죽을 각오는 되어 있겠지!”

“네가 죽겠지.”

“운이 좋아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하는구나!”

“패자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그렇겠지! 하지만 오늘은 전과 다르다!”

흉마신의 기운을 흡입한 철무성은 이전보다 혈광이 더욱 짙어졌다. 혈광이 짙어졌다는 것은 무력이 전보다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2차전을 시작하지.”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다!”

무진과 무성의 기운이 활화산처럼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백청색의 기운과 적색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기운과 결합한 기파가 서로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둘 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물러서지 않았다. 시작부터 기력과 기력의 대결이 되어 버렸다.

‘이놈!’

무성은 기력에서 밀리지 않는 무진을 보자 놀라고 말았다. 무력이 초극을 넘어선 순간부터 강해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밀렸던 무진이 물러서지 않는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의 재능보다 무진의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무진도 전보다 더 강해진 무성을 보고 흥미가 동했다. 과거의 무성이었다면 승부는 싱거웠을 것이다. 지금은 그때의 무성보다 더 강해졌다.

강자와의 대결은 무진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투만을 위해서 태어난 전신의 신체. 투신지체만이 가질 수 있는 호승심이었다.

‘좋군.’

깨달음으로 인해 얻어진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무진과 무성이 자세를 취했다. 둘 다 무기에 구애받는 경지는 넘어섰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그 누구의 역량이 더 높은가에 달렸다. 쓸데없이 강기를 난발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심검에 달하는 강기도 튕겨내 버릴 수 있는 무진과 무성이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면서 가장 치열한 대결은 바로 박투다. 예의와 형식에 얽매여 격식을 따지는 무공은 죽은 무공이다. 무공은 말 그대로 자신을 보호하고 적을 죽이기 위한 필살기일 뿐이었다.

무진과 무성은 서로의 눈을 보며 틈을 찾았다. 쉽게 서로의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형국이다.

무성은 전의 패배를 되새겨 신중한 반면에 무진은 기다리지 않았다. 무진의 오른 주먹이 뻗어나갔다. 일체의 허초를 배제한 정권이다.

정권에 실린 힘이 회오리를 형성시켰다. 섬광을 넘어서자 벼락같은 일권을 만들어내었다. 천둥이 치는 파공성이 대기를 크게 울렸다. 풍압만으로 강철을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

얼굴을 향해 뻗어오는 무진의 권격을 비스듬히 피하고 오른손으로 무진의 팔을 잡아서 당겼다. 끌어당겨서 무진의 얼굴을 무릎으로 찍어 버리려고 한 것이다.

무진은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하여 무성의 뒤로 몸을 돌렸다. 순식간에 등을 점령한 무진은 허리에 일격을 꽂았다.

퍼어억!

새우등처럼 휘어진 무성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무성은 재빨리 허리를 굽히면서 충격을 완화했다. 충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시 일어섰을 때 무진의 발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어졌다. 대해를 반으로 쪼개버릴 수는 수직양단의 내려찍기였다. 군더더기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각법이었다.

푸아아앙!

무성이 좌에서 우로 피하자 무진의 발이 지면을 내리찍었다. 애뇌산이 반으로 쪼개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무진의 발을 중심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균열이 발생했다. 무성이 바닥에 손바닥을 대고 아래서 위로 곡선을 그리며 오른발을 찼다. 발차기에 대기가 갈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발차기의 위력은 맞은편 절벽의 일부분을 사선으로 잘라내 버렸다. 기력이 바람을 강기보다 더 날카롭게 만들은 것이다.

대결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파파파파파팟!

수백 개의 권격과 각법이 일시에 펼쳐졌다. 공수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권에 실린 위력이 산을 뭉개버릴 수 있는 있으나, 무진과 무성을 어쩌지는 못했다.

한순간에 수백 초식이 겨루어지는 동안 퍼지는 충격파가 애뇌산을 흔들었다. 산이 무너지고 대지가 갈라졌다.

터어엉!

일격필살의 권격이 이루어지고 난 후 거리가 벌어졌다. 거리를 확보한 무진과 무성은 권풍을 발출했다.

수백 개의 권풍이 부딪치며 산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절경은 벼락 맞은 것처럼 부서졌고, 수풀은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불타고 있었다.

권풍은 대포와 같았으며 파고든 지형의 깊이를 측정하기도 힘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분산되는 권풍의 위력은 경천동지를 넘어 번천지복했다.

푸아아앙! 투꽈꽈꽝!

경력이 실린 권풍에 부딪친 집채만 한 바위는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반경 300장이 초토화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무성과 무진은 물러서지 않고 정면대결을 펼쳤다. 힘과 힘, 속도와 속도의 대결이 지속됐다.

한 시진이 넘어가는 동안 대결은 치열하게 진행이 되었다.

무성은 혈광을 극에 달하도록 발산했다. 한번 경험을 했기에 이전처럼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에 대한 마성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들끓는 화산처럼 타오르는 무성에 비해 무진은 얼음 호수와 같이 평온했다. 격렬함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불타오르는 화염의 신과 세상을 얼려버리는 빙설의 신이 맞부딪치는 형국이었다.

무표정한 무진의 얼굴이 무성의 분노를 자극했다. 무진의 얼음처럼 차가운 빙안(氷顔)을 부숴버리고 싶었다. 분노는 혈기를 자극하여 끝없이 내력을 상승시켰다.

혈기가 한계에 이르자 무성의 몸이 변형을 일으켰다. 혈신의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몸이 필요했다.

변형된 무성의 신체는 일반 장정보다 족히 반 배는 더 컸다. 9척에 달한 키와 금강석보다 단단한 외형은 금성철벽과 같았다.

“이제 끝을 내주마!”

“오라.”

무진은 신체는 전과 동일하다. 가장 이상적인 몸은 평소의 몸과 같다. 언제 어디서든 완벽해야만 진정한 강자다. 필요할 때마다 힘을 분출시키기 위해 변형을 일으키는 것은 부족한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겼다.

무진의 전신은 크다고 할 수 없으나 만년한철처럼 단단한 뼈와 오밀조밀하게 압축된 근육은 외공의 극에 달해 있었다. 힘과 힘의 대결에서도 절대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쩌어어엉!

쇳소리를 넘어 천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공간과 공간을 갈라 버리며 맞부딪쳤다.

일순간 권격과 권격이 충돌했다. 기파로 인해 마른하늘에 금이 가는 것 같았다. 충격이 퍼질 때마다 지축이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타아아앙!

서로의 기력이 정면에서 충돌하고 10장 가까이 멀어졌을 때 뒤늦게 파공성은 대기로 퍼져 나갔다.

무성의 손바닥이 무진을 가리켰다. 공간을 격하고 손바닥을 말아 쥐었다. 강력한 기운이 허공을 뛰어넘어 압축이 되었다. 무진이 자리한 공간이 으그러졌다.

의지의 영역이 극에 달하면서 공간마저도 마음먹은 대로 조정이 가능했다. 압축된 공간에서 빠져나간 무진도 위에서 아래로 대기를 내리눌렀다.

쿠우우우웅!

무성은 거대한 압력을 느꼈다. 내리누르는 힘은 만근거석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주변 지형이 내리누르는 압력에 의해서 무너져 내렸다.

무성은 그 즉시 기력을 역으로 분출시켜 압축된 공간에서 벗어났다.

‘응?’

푸아아아앙! 퍼어어어어엉!

무성이 벗어난 공간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대기가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응축된 기운은 무성의 전신을 창처럼 찌르고 들어왔다.

무진은 무성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무형의 강환을 응축하여 만들어 놓았다. 무성이 움직이는 그 순간에 대기의 흐름에 의해서 터지도록 한 것이다. 산봉우리를 날려버릴 수 있는 강환을 수십 배로 압축하여 만들어 놓은 강환이다.

땅거죽이 하늘로 솟구치면서 버섯모양의 먼지구름이 사방을 뒤덮었다. 무진은 냉정하게 대결을 관찰하고 있었다.

무성은 기파를 숨기지 않고 있었다. 혈기가 분출되고 있는 상태로 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진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무형을 창을 만들어 내었다. 3장에 달하는 의지의 창을 내리꽂았다.

슈우우우웅!

푸아아아앙!

먼지 구름 속을 뚫고 빠져나가려던 무성은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무형의 창을 막아내야 했다. 회피하기에는 늦었다.

결국 혈기를 분출시켜 혈천강기를 형성했다. 그렇다 해도 갑작스럽게 분출한 혈천강기로 무진의 전력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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