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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9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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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90화

제3장 멸살(滅殺) (1)

 

산서성에 들어선 제왕성의 전사들은 난관에 부딪쳤다. 안문관을 안과 밖에서 협공하기 위해서는 15일 안에 안문관의 내성에 도달해야 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무리가 그들을 막아섰다. 무림인들이 좁은 협곡을 중심으로 치고 빠지는 유격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원무림의 구심점인 정천맹과 흑룡성이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고, 제왕성을 견제하였다.

지난날 원은 중원대륙뿐만 아니라 무림까지도 집어삼키려는 야심을 보였다. 그로 인해 수많은 무인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가야 했다. 당시의 일은 절대사천과도 비교할 수 없이 잔혹했다.

유격전에 동원된 정천맹과 흑룡성의 무인들은 정예였다. 일류고수를 넘어서는 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 제왕성의 전사들이라고 해도 쉽사리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지형적인 이점까지도 이용하고 있어 토벌하기 곤란했다.

“정말 곤란하게 만드는군.”

“정면대결을 하지 않으니 격멸하기도 어렵소이다!”

천왕들은 난관을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했다. 전력의 피해는 극미한 편이지만 시간이 하루 이상 늦어지고 있었다.

4천왕은 전면전 대신 유격전으로 변형해서 대결을 펼칠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다.

정해진 날짜가 되면 안문관에 머물고 있는 15만의 병력이 진격을 할 것이다. 제시간 안에 안문관에 도착하지 않으면 무수히 많은 병력이 죽어나갈 것이 분명했다.

“여기서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수는 없소이다.”

“그렇다 해도 놈들이 작정을 하면 피해는 어쩔 수가 없지 않소이까!”

“암전대를 차출해서 중원무인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떻소. 암전대라면 놈들이 길목을 막아서지 못하도록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오!”

암전대(暗戰隊)는 제왕성을 구성하는 5개의 전투무력부대에 속하며 유격전과 암투에 능한 부대다.

암전대의 가장 뛰어난 점은 속도였다. 개개인이 지닌 경신공이 절정을 넘어서 있었다. 암전대가 정찰과 동시에 기습을 하게 되면 중원무림도 함부로 매복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냉혈천왕 야율천의 의견대로 천왕들은 암전대를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정천맹과 흑룡성은 중원무림연맹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협력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천맹과 흑룡성의 무인들을 따로 운용하고 있었다. 공동의 적을 몰아내는 일이라고는 해도 그동안 싸워온 골이 너무 깊었다. 같은 부대로 운용을 했다가는 무인들끼리 충돌할 수도 있었다.

내부적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에 정천맹과 흑룡성은 각자 맡은 구역을 정해 놓고 무인들을 배치시켰다.

각각의 무인들은 수양이 깊은 일류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출혈을 감수한 작전이 아니라 제왕성의 진격을 늦추기 위한 작전이기에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성의 암전대가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류고수들로 이루어지기는 했어도 암전대의 무력은 보통을 넘어섰다.

시간을 지체하면 제왕성의 전사들이 합공을 해올 가능성이 있기에 정천맹과 흑룡성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정천맹주 북리중천과 흑룡성주 담소극은 작전이 노출된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전략을 세웠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서로의 얼굴을 보는 순간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은 알지 못하지만 그 둘은 무진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무림이 출전을 한 것도 전적으로 무진의 뜻에 의해서였다.

북리중천과 담소극은 회의를 길게 끌지 않고 계획을 진행시켰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협곡 위에 매복하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호흡을 죽이고, 기척까지 죽이고 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휘이이잉

미풍이 불어올 때 협곡의 주변을 귀신처럼 조여 오는 존재들이 있었다. 눈을 제외하고 검은 야행복을 입은 그들은 절정에 달한 경신술을 보여주었다.

‘매복하고 있었군.’

암전대의 부대주인 파랍은 중원무인들의 매복을 눈치 채고,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포위를 한 후 놈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막아두도록 명령했다.

암전대는 300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그 중 100명이 이 작전에 투입되었다. 적의 수와 암전대의 수가 비슷한 수이기에 피해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매복작전을 기습으로 무너뜨리는 것이 암전대의 소임이었다. 파랍은 지체하지 않고 공격명령을 내렸다.

“적을 죽여라.”

슈슈슈슈슉!

암전대는 흑영탄궁(黑影彈弓)이라는 쇠로 된 작은 궁을 가지고 있었다. 1사에 3발이 연사로 나갈 수 있는 궁으로 속사가 가능했다.

또한 활촉을 비롯해 활대의 길이가 짧고, 전체적으로 검게 칠해져 있어 야밤에 기습을 당하면 일류고수도 경시할 수 없는 위력이었다.

타타타타탕!

“아니?”

쏘아진 화살이 전부 막혔다. 매복을 하고 있던 이들이 낙엽에 감추어 놓은 방패를 꺼내들은 것이다.

정천맹처럼 거대한 집단에는 병장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인집단이 있기 마련이다. 방패는 정천맹 소속 천공장(天工匠)에서 비밀리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강철을 이중으로 덧대어 놓은 방패는 웬만한 공격은 모두 막아낼 수 있는 방어력을 가지고 있었다.

“걸려들었군.”

정천맹과 흑룡성의 정예무력단체가 새로이 작전에 투입했다. 무림을 수호한다는 명분 아래 수호대(守護隊)라고 이름 붙였다.

수호대의 작전은 제왕성의 진격을 늦추는 것이 아닌 암전대의 역 매복이었다. 작전에 방해가 되는 암전대를 미리 제거하고 이후의 작전을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암전대가 중심으로 들어오는 순간 300명의 수호대가 주변을 포위했다. 원형으로 포진이 된 상태라 경공술을 발휘해서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형국이었다.

암전대의 부대주 파랍은 속았다는 것에 분노했다.

“방어진형을 갖춰라!”

채채채챙!

병장기가 시끄럽게 밤을 울렸다. 암전대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오래 끌어야 제왕성의 구원병이 올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수호대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제왕성의 전사들이 오기 전에 최대한 피해를 준 후 빠져나가야 한다.

“허! 이 정도라니!”

수호대의 대주 일검진천(一劍震天) 사중립은 암전대의 능력에 놀랐다. 기습작전을 피는 자들의 무력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절정에 달한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는 수호대를 상대로 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팽팽하게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제왕성의 전력이 새삼 두렵기까지 했다. 정면대결을 했다면 승산이 많지 않음을 느꼈다.

대결은 반 시진이 넘게 걸렸다

치열한 대결 속에 암전대 70명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대도 10명의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사중립은 더 이상 대결을 펼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철수를 명령했다.

“철수!”

수호대는 할 일을 마쳤기에 뒤도 보지 않고 후퇴했다. 남겨진 것은 암전대뿐이었다.

암전대는 추격하지 못했다. 진형을 갖추고서 싸웠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전멸할 수 있었다.

제왕성과 중원무림연맹의 머리싸움은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매복과 역 매복, 기습과 역 기습 치열한 두뇌전쟁이었다.

시간이 부족한 제왕성은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중원무림연맹도 제왕성과의 정면대결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에 따른 출혈도 만만치 않은 상태가 되었다.

시원스런 대결은 아닐지라도 필사적이라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격하느냐 시간을 버느냐 제왕성과 중원무림연맹 모두 목숨을 걸고 있었다.

* * *

 

대륙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 당사자인 무진은 만리장성을 넘어 초원을 유유히 걷고 있었다. 무척이나 한가로웠다.

무진의 한가로움과는 별개로 날씨는 산보를 즐기기에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찌는 듯한 더위와 밤이 되면 불어오는 메마르고 차가운 바람은 마음마저 갈기갈기 찢어 놓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무진의 뒤를 따르는 천득구는 힘이 들었다. 절대지경에 달한 천득구지만 자연 앞에 장사 없었다.

더군다나 산처럼 큰 봇짐을 등 뒤에 매고 있었다. 초원과 사막지형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필요한 기초적인 필수품들이 봇짐에 들어 있어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족히 200근은 되었다. 그 무게를 들고 걸어가는 것만 해도 대단히 힘이 드는 일이었다.

밤이 되자 무진은 초원의 한 곳에 멈추어 섰다.

무진은 참으로 인간적인 여행을 처음으로 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앞을 향해 내달리고,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숨을 쉴 여유가 없었던 것을 무진을 깨달았다.

현재 무진의 무력은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조급함보다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무진은 초원을 느긋하게 걸었다.

차차착!

무진이 멈추자 가장 바쁜 사람은 천득구다. 천득구는 육방으로 된 받침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천을 씌웠다. 집으로 사용할 천막이었다.

천막을 짓고 천득구는 요리를 해야 한다. 무진의 최측근이 되기 위해서 천득구는 갖은 애를 다 썼다.

사실 봇짐에 들어 있는 것들 전부가 무진을 위해서 장만한 것들이다.

요리를 끝내고 잡다한 일을 마쳤을 때 천득구가 말했다.

“주군. 물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렇군.”

무진이 일어섰다.

대기를 바라본 무진의 눈빛이 빛을 내었다. 그 순간 100장이나 되는 공간이 무진의 영역이 되었다. 공간과 공간을 제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공능이 하늘과 대지를 울렸다. 의지의 영역을 100장 이상 확장한 무진은 공간을 조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공간이 빠르게 압축되어갔다.

무진의 공간이 반경 5장 내로 축소가 되었다. 그 안에 서린 압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압력을 터뜨리기만 해도 대지가 초토화되고도 남을 것이다.

무진은 압축된 대기에 빙극지력(氷極之力)을 쏟아 부었다. 스치기만 해도 얼어버리는 무서운 냉기가 공간을 냉동시켰다.

시린 공간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싹한 냉기를 뿜어내었다. 냉기가 퍼부어지자 결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진은 얼어버린 공간에 화극지력(火極之力)을 퍼부었다. 냉기와 화기가 교차점에서 부딪치자 서로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대결을 펼쳤다.

우우우우우웅!

기운의 파장이 초원사막 전체를 뒤집어 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화력과 빙력이 극에 달했을 때 응결된 기운이 녹아내리면서 물 덩어리가 형성되었다.

물은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100장의 대지에서 모인 물은 많지 않았다. 그저 소가죽으로 된 물통을 채울 수 있는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그전까지 무진이 보여준 능력은 가히 천외지경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무진은 대기중의 물기를 느낄 수 있다. 아무리 메마른 대지나 사막이라고 해도 대기 중에는 물기가 있다.

그 물기를 모은다고 해도 물로 사용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빙극지력을 이용하여 응결시킨 후 화극지력을 사용해 녹인 것이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그 방대한 공력은 측정불가였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이런 식으로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겠지!’

천득구가 지금 본 사실을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설명해도 믿을 사람 없을 것이다.

무진은 천득구가 요리한 식사를 한 후 심상수련을 하고 잠을 잤다. 천득구도 식기를 대충 정리하고 잠을 취했다.

밤은 긴 거 같으면서도 짧았다.

초원의 아침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추웠다. 싸늘한 한기가 초원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초원에서 잠을 자는 행위는 자살행위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천득구는 무진보다 먼저 일어나서 짐을 꾸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무진은 일어나서 바로 출발을 했다. 지형이 바뀌었다고 해도 하늘은 어제와 같았다. 별의 위치를 파악한 무진은 방향을 헤매지 않았다.

5일 동안 쉬지 않고 걸었다. 무진은 걷는 동안 끊임없이 명상을 했다. 수련을 위한 명상이 아닌 다스리기 위한 수련이다. 마음속에 내재한 마음의 편린들을 다스리고 있는 무진이었다.

무진은 어제와 오늘이 달라졌다. 무력의 실질적인 상승보다 더 고차원적인 능력이 증진되고 있었다.

씨익!

‘좋군.’

강해지기 위한 수련이 아니었는데,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무진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무진은 수단과 결과가 바뀌었다고 해도 길이 같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강해질 수 있는 길은 정해진 길이 없다. 무공을 수련한 이는 자신만의 길을 가야 한다.

무진은 길을 찾았고, 또다시 길을 찾아 나섰다. 끝이 없음을 알기에 끊임없이 정진해 나갈 수 있었다. 끝이 있다면 무진은 실망했을 것이다.

무진과 천득구는 사막을 지나 다시 초원으로 들어섰다. 초원에 들어선 무진은 초원에서조차 가까이 가기를 꺼려 하는 곳으로 향했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는 검은 안개의 지대로 거칠 것 없이 걸었다.

대지를 검게 물들인 검은 안개가 무진과 천득구를 감싸며 사라지게 만들었다.

“주군, 안개가 끈적끈적하네요.”

“진이다.”

방향을 잃게 만드는 진법과 혼을 빨아들이는 진이 섞여 있었다. 사혈운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일반사람은 물론 무공을 익힌 무인이라도 진을 파악하지 못하면 운무에서 헤매다 죽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비밀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초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데다가 죽음의 운무까지 덮여 있으니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무진은 검은 안개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진도 무진에게는 소용없는 것이었다. 흐름을 파악하는 통천안이 있는 이상 무진에게 사혈운무는 족쇄가 될 수 없다. 거침없이 흑무(黑霧)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곳곳에 운무뿐만 아니라 기관장치까지 설치가 되어 있었다. 발을 밟음과 동시에 땅이 꺼지면서 날카로운 창이 독아를 곤두세웠고, 화살이 발사되었다.

중심에 다다를수록 함정은 점점 더 많아지고 강해졌다. 어두운 운무로 뒤덮여 있는 공간에다 이처럼 치밀한 함정을 만들어 놓았으니 침입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진이 아니었다면 중심은커녕 절반도 진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은 안개를 벗어나자 하늘로 치솟아 있는 바위산이 보였다. 거대하고 웅장하며 음산했다. 귀신이 튀어나온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에 쏙 든다.’

악당의 근거지로 이 정도는 돼야 자랑할 만했다.

천득구는 제왕성의 근거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이곳을 점령하고 난 후 거처로 사용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천득구는 미래의 거처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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