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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8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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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87화

제2장 유인(誘因) (8)

 

섬서성이 함락 당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또한 제왕성의 진격은 소문보다 더 빨랐다. 섬서성의 요소요소를 지키고 있던 명의 군사들이 연전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제왕성의 전투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던 것이다.

황궁을 제압하고 통솔권을 확보한 주하령은 하북성을 위주로 방비하던 성에 황명을 내려 산서성의 안문관을 지키라고 했다. 놈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간파를 한 것이다.

그러나 주하령의 명령보다 제왕성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병력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장군들이 부족했다. 탁상공론만 일삼던 문관들로는 제왕성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분열된 힘은 아무리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제 위력을 낼 수 없기 마련이다.

제국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무림이 나섰다. 정천맹과 흑룡성이 전 무림의 힘을 합하여 산서성에서 제왕성을 막아선 것이다. 명 제국으로서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주하영은 밀천을 가동시켜 쓸모없는 중신들의 발언을 제재하고, 무림과 합세해서 제왕성을 물리칠 방안을 모색했다.

“온다 간다 말을 하고 가야 할 거 아니야!”

주하영은 한시도 무진을 잊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진 무진에게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서신은 남겼다. 그렇지만 내용이 불만이었다. 혈신을 잡으러 간다는 간결한 문장이 다였다.

“그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있는데, 아무 말도 없다니! 너무해!”

마음에 들어온 사내가 관심도 없다는 것이 서운하고, 자존심 상했다.

“어디 두고 봐! 내가 반드시 휘어잡고 말 테다.”

그녀는 각오를 다졌다. 황제가 되는 것보다 무진을 잡는 게 더 이익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각오는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제까지 봐온 무진의 태도를 봐서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황궁밀천의 십대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가능한 각오를 하시는 것이.’

‘쯧쯧!’

‘불쌍한 천주님!’

밀천십대고수들도 안타까웠다. 황제의 자리조차 무진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후의 일이 걱정이다. 무진의 행보에 의해 대륙의 운명이 결정될 것 같았다.

* * *

 

제왕성이 산서성으로 진격할 때 섬서성에서 호북성으로 이동하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제왕성의 천왕들과 무적전사단이었다. 무적전사단은 특급전사들 중에서도 상급의 실력자들으로만 구성이 되어 있는 전사단이다. 개개인의 무력이 초절정에 달해 있어 수는 적지만 실력은 최강이었다.

“화산파와 무당파가 무너졌다는 것이 사실이었군.”

“그렇소이다.”

섬서성과 호북성을 대표하는 화산파와 무당파가 무너진 것은 충격적이었다. 정체불명의 세력에 의해서 봉문을 당해 버렸다. 원의 간세라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제왕성은 움직인 적이 없다. 짐작하기 어려운 일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천하가 너무 어수선하다!’

백미천왕(白眉天王) 자무천은 마치 누군가에 의해서 짜인 대로 천기가 흘러가는 듯한 불길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천하가 요동치고, 천기는 불안정했다. 앞일을 예측하기 힘든 혼란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혈신을 구하기 위해서 출발을 했지만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응?’

백미천왕의 허연 눈썹이 꿈틀거렸다.

넓게 펼쳐진 갈대평야의 정면에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검을 찬 잘생긴 청년과 청색 비단 옷을 차려입은 청년이었다. 기세는 느껴지지 않지만 백미천왕의 손등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왜 그러시오?”

“조심하시오.”

자무천은 본능적인 감각을 믿었다. 천왕 중에서도 위기감각을 느끼는 능력은 가장 탁월했다.

마라천왕(魔羅天王), 금안천왕(金眼天王), 음양천왕(陰陽天王)은 자무천의 경고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의 능력을 알기에 신속하게 대처를 했다.

“웬 놈들이냐?”

천왕들은 백미천왕의 경고대로 수상한 청년들과 거리를 두었다. 4명의 천왕과 10명의 무적전사단이다. 대문파도 전력으로 부딪치면 부숴버릴 수 있는 무력이었다. 청년들에게 위험한 냄새가 풍기긴 하지만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잘생긴 청년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아껴둔 보물단지를 들킨 것 같은 안타까움이 풍겼다.

“눈치 깟네요.”

“그렇군.”

천득구는 근접거리까지 접근한 후, 저번처럼 기습적으로 공격해서 3명 정도를 저세상으로 보내버리려고 했다. 기세도 죽이고, 기운까지도 평범하게 조절했는데 적이 눈치를 채고 말았다. 쉽게 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것이 몹시 안타까운 천득구다.

“눈치는 더럽게 빨라 가지고서! 이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뭐라!”

되도 안 되는 문장을 조합해서 잘도 지껄이는 천득구다. 말의 어귀가 전혀 맞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었다. 그렇지만 천왕들과 무적전사단의 심기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듯했다.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으면 정체를 밝혀라!”

“양자택일은 삶과 죽음처럼 명백해야지. 네가 말한 것은 다 죽인다는 뜻 아냐! 내가 미쳤냐! 그런 되도 않는 말에 대답하게.”

천득구 본인은 말도 안 되는 말을 잘도 지껄이면서 남은 하지 말라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었다. 천득구는 본인이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무조건 불륜이라는 고정관념이 꽉 자리 잡혀 있었다.

물론 예외 대상자로 무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저 꼴리는 대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천득구와 대화를 해봤자 속 타는 것은 상대뿐이다.

꿈틀! 꿈틀!

천왕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마주 보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분노가 치밀었다.

“이 순간이 지나고서도 네놈이 나불댈 수 있는지 보겠다!”

“꼭 그렇게 무게를 잡아야겠냐. 그래봤자 개털이면서.”

“건방진! 놈을 잡아 앞에 꿇려라.”

천왕들은 직접 손을 쓸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별 볼일 없는 놈들이라 판단을 내린 것이다. 좀 전에 든 위기감도 잘못 느낀 것이라 치부를 했다. 저토록 경망스러운 놈이 절대고수일 리 없다고 단정지었다.

무적전사단의 전사 2명이 나섰다. 무적전사 2명이면 충분하고도 남는 전력이다. 대문파의 장로와 비견되는 전사들을 물리칠 수 있는 고수는 중원에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상대는 이제 막 약관을 넘긴 애송이였다.

무전적사단은 무진과 천득구를 제압하기 위해 폭풍처럼 쏘아져 갔다. 정면에 서 있는 천득구와 무진은 무방비 상태였다. 방어자세조차 취하지 않았다. 자무천은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실수했군.’

찰나의 시간만 지나면 목숨을 구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슈슉!

“커억!”

“커억!”

한 수와 세 수에 목이 잡혔다.

데롱! 데롱!

발끝이 땅에 닫지 않았다. 손아귀에 잡힌 힘에 의해서 들어 올려진 상태다. 무적전사 2명이 속수무책으로 제압이 된 것이다. 제압된 전사 1명은 눈이 돌아가 있었다. 손아귀에서 전해진 패도적인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쳇! 쪽팔리게 세 번이나 손을 쓰게 만들어.”

무진이 단 일수에 무적전사를 제압한 것에 비해 천득구는 세 수를 사용해야 했다.

일단 목을 제압하기는 했는데 무적전사가 반항을 해왔다. 손끝에 실린 힘으로 완벽하게 제압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 천득구는 놈의 심장, 단전을 가격해야 했다. 한 수에 제압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불만 어린 천득구였다.

한편, 무적전사를 간단하게 제압한 것을 지켜본 천왕과 무적전사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초절정고수를 몇 수만에 제압하다니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할 일이었다. 천왕들조차 저 정도로 깔끔하게 제압할 수 있다 장담하지 못했다.

“무공을 숨겼구나!”

“칼 차고 길을 막아섰는데 모르는 놈이 바보지.

“닥쳐랏! 어수룩한 연기를 해서 방심을 유도하다니! 비열하기 짝이 없구나! 그러고도 네놈들이 무인인가!”

“소설을 써라. 아주 대박 나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했다. 어차피 사람은 주관적인 성향이 짙다.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만 바라보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진은 입을 열지 않았다. 호북에서 놈들을 맞이한 것은 초원으로 가기 위한 발판에 불과했다.

무진에게는 이곳이 일직선으로 움직이기 위한 최단의 거리가 되었다. 시간을 절약하면서 제왕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천득구의 눈동자가 굴러갔다. 무언가를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천득구는 무진의 눈치를 보면서 저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선수를 쳤다.

“주군, 이번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놈들을 맡아라.”

“알겠습니다.”

천득구는 예전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졌다. 조무래기들 정도는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정해진 목적물을 향해 발걸음을 돌릴 때 무진이 한마디 더했다.

“그쪽 말고.”

“예?”

무적전사단은 보통 무인들이 아니라, 초절정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2명이 죽어서 8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무력이 약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충분히 위협적인 놈들이었다. 어려운 싸움이 예상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천득구는 마음 다잡고 8명을 상대하려고 했다. 그런데 무진이 천왕들을 가리켰다.

“저놈들 4명을 다 상대하라고요?”

“두렵나.”

“아…닙니다! 다 저 잘되라는 주군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안다니 다행이군.”

‘배려는 개뿔!’

“눈빛이 거슬리는군.”

“아…닙니다! 저는 항상 주군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역시 귀신이야!’

무진 앞에서는 생각조차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득구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빼도 박도 못한 채 또다시 생사기로의 대결을 펼쳐야 할지 몰랐다. 천왕 1명은 상대할 수 있겠지만 4명은 벅찬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이렇게 되자 천득구는 오기가 치솟았다.

천왕들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무적전사를 제압한 실력은 인정하지만 고작 둘이서 자신들을 전부 상대하겠다는 말이 무엇인가!

명백한 무시였다. 태어나서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반드시 죽여주겠다!”

“그러시든지.”

천득구는 여전히 비아냥거리며 약을 올렸다. 긴장감하고는 거리가 먼 존재 같았다.

무진은 천왕들의 분노와는 상관없이 판을 갈랐다. 죽어 있는 무적전사의 시체를 발로 찼다. 보기에는 가벼운 한 수로 보였다. 그러나 파공성과 위력은 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퍼어엉!

슈우우우웅!

포탄처럼 날아간 시체가 절묘하게 천왕과 무적전사들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피하지 않고 막기에는 시체에 실린 경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한순간에 공간이 벌어지자 천득구의 신형이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기회를 포착하는 얍삽한 능력은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재빠른 천득구다.

퍼퍼퍼펑!

천득구는 처음부터 강수를 두었다. 천살강기를 강환처럼 사용하여 4개를 뿌렸다. 천살성의 각성으로 인해서 족히 2배는 더 강해졌다. 육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내력도 전보다 훨씬 상승했다.

천왕들도 강기를 유형화하여 천살강환을 정면으로 응수했다. 물러서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강렬한 충격음이 평야를 울렸다. 갈대숲이 모조리 다 잘려 나갔다.

천왕들은 강환(剛丸) 자체의 힘보다 그 안에 서린 살기를 경시하지 못했다. 음산한 살기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짙었다. 인간이 이러한 살기를 뿜어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천…살성!”

“젠장! 더럽게 눈치 빠르네!”

백미천왕 자무천은 천득구의 살기와 관상을 보자 천살성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관옥 같은 얼굴 뒤에 감추어진 사악한 마귀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천살성이라는 말에 다른 천왕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천살성은 살려두어서는 안 되는 마물! 네놈을 반드시 죽여주마!”

“까는 소리하네! 천살성이든 아니든 네놈들이 뭔데 나를 죽인다 살린다 하는 거냐! 태어나는 데 보태준 것도 없는 것들이 남의 인생을 관리 감독하려고 해!”

천살성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것이 강호의 불문율이다.

천득구도 피의 마성을 이기지는 못한다. 피를 보면 즐겁다. 내부에 숨죽이고 있는 마귀가 자꾸 피를 탐하라고 부추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천득구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천살성이라고 해서 삶에 대한 생존본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대의를 위해서 천살성을 죽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아닌 당사자가 되어 보라!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며, 그들도 똑같이 반발할 것이다.

“천살성이라고 해서 우리 넷을 이길 것이라 보는 것이냐! 아무리 네가 강해도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다!”

“지금 뭔 개소리야! 내가 왜 도망쳐. 만약 도망치면 내가 무사할 것 같냐!”

여기서 도망치면 무진의 명을 어기는 것이 된다. 염라대왕과 대적하는 것이 낫지 무진과는 대적할 수 없다. 차라리 여기서 장렬하게 싸우다 죽으면 그나마 칭찬이라도 들을 수 있다. 물론 죽을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다.

‘천하제이인자가 되기 전까지 죽을 수 없지. 암! 암!’

무진이 세상을 손아귀에 쥐면 그 바로 아래서열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천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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