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7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06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9화
제1장 무신 대 혈신 2 (4)
퍼어어어엉!
반발력을 얻은 무성은 전력을 다해 도주했다. 무작정 무진의 반대쪽으로 달아났다.
무진은 도주하는 무성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무진이 서 있는 곳은 북쪽이다. 반면에 무성은 반대쪽으로 달렸다.
“적당히 추적하며 시간을 끌어라.”
“예.”
흑영대는 무진의 명에 의해 무성을 추적했다. 무성을 살려두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는 않았다. 흡혈마검은 치유를 방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단전에 박혀 있으니 제대로 된 운기도 불가능할 것이다. 운이 좋아 흡혈마검을 빼낸다 해도 흑영대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무성과 흑영대가 사라지고 난 후 일다경이 지났을 때 누군가 나타났다. 11명으로 되어 있으며 무진도 알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황궁밀천의 고수들과 천주인 주하영이었다. 그들은 서북쪽을 제외하고 모조리 다 부서져 버린 자금성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춧돌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다.
“말도 안 돼!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거야!”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 말이 안 되는 게 정상이지!”
“그렇습니다!”
주하영은 인간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밀천의 십대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황폐화된 자금성만큼이나 마음도 황폐해지는 순간이다. 황궁의 위엄 따위는 이제 사라졌다.
충돌하는 기파가 사라졌을 때 주하영과 밀천의 고수들은 조심스럽게 접전의 중심점으로 접근했다. 솔직히 두려워서 오줌이 마려울 지경이었다.
기파가 멈추었다는 것은 결과가 나왔다는 뜻이 되었다. 자금성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괴물 같은 놈을 상대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건 사람이 많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경우가 아니다. 그렇다고 도망가자니 그것도 정답이 되지 못했다.
두려운 마음을 억누르며 접근하던 주하영과 황궁밀천의 십대고수들은 황무지처럼 변해 버린 자금성의 중심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걸레처럼 변해버린 옷을 입고 있는 청년이었다. 청년은 봉두난발처럼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다시 묶고 있었다. 청년은 조용히 하늘을 응시하다가 주하영과 밀천십대고수를 돌아보았다.
무심한 표정의 무진을 본 순간 주하영과 밀천십대고수는 부르르 떨어야 했다. 감정의 기복조차 느껴지지 않는 존재였다. 격전을 치른 흔적이 없었다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밀천십대고수는 저도 모르게 병기를 움켜쥐고 말았다. 병기라도 쥐지 않고서는 오금이 저려 서 있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무기는 집어넣어.”
“하지만!”
“괜찮아,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야.”
주하영은 조심스럽게 무진에게 다가왔다. 그녀도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무진이라면 침입자를 막아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전선에 버금가는 수룡채의 배를 단 일격에 박살내 버리는 무진이었다.
그 당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했다. 하지만 아직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다. 자금성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두근! 두근!
주하영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전율과 동시에 두려움이 교차하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기가 쉽지 않았다.
‘난 제국의 황녀이자 밀천의 천주라고! 난 소심하지 않아! 소심하지 않아! 대범하다고!’
내력을 일으켜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일반적인 여인이라면 공황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그녀는 달랐다. 두려움에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지니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그렇군.”
그 말을 끝으로 무진이 입을 다물자 주하영은 뻘쭘했다. 자금성에 온 이유를 물어보려는데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주하영은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밀천의 십대고수들은 무진의 하대에 분노했지만 감히 표출하지 못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인 감각이 경고했다. 아무리 존귀한 신분이라고 해도 천하를 집어삼키는 무력 앞에서는 소용없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다.
“여긴 무슨 일이죠?”
“네가 오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게 할 말이야!’
일전에 한번 찾아오라고 했는데, 그건 대명상회에 있을 때였다. 지금과는 시간과 장소가 맞지 않았다.
주하영은 무진의 성격을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맞는 말이긴 한데 짜증이 솟구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침입자는 어떻게 됐나요?”
“도망쳤다.”
“당신이 막은 건가요?”
“그렇다.”
주하영은 자신이 짐작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도망쳤다는 존재가 다시 쳐들어왔을 경우 막을 수 있느냐였다. 제국의 무력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무진이 너무 시기 적절하게 나타나서 황궁을 구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주하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침입자를 막은 것이 무진이다. 무진에게 신세를 진 마당에 의심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를 잡을 건가요?”
“지금은 쉬고 싶다.”
“제국을 위협하는 자예요! 빨리 추적해서 잡아야죠!”
“그럼 너희들이 추적해라. 참고로 놈은 나에 비해서 약하지 않다.”
움찔!
무진의 시선을 느낀 주하영과 밀천십대고수들은 고개를 돌렸다. 자금성을 박살내 버린 괴물을 추격하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가서 다 뒈지라는 뜻으로 들렸다.
솔직히 눈앞의 광경을 인간이 만들어 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직접 봤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분명 진심이야!’
주하영은 무진이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님을 느꼈다. 침입자는 추적할 수 있는 자가 아닐 것이다.
만약 이대로 무진이 떠나면 제국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황궁을 수호하는 밀천의 천주로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보다 황제 폐하는 어디에 있나요?”
“죽었다.”
“예?”
무진은 길가를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똥개가 죽은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황제의 죽음을 밝혔다. 황제의 죽음 따위는 애초부터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주하영은 느낄 수 있었다.
‘미친놈! 하긴 담담한 걸 보니 나도 미친년이네!’
두 시진 전만 해도 황제를 죽이려고 했던 주하영이다. 제국을 망치는 황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황제의 죽음에 대한 정황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성은 있었다. 황제의 죽음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일단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죽었나요?”
“놈에게 살려달라고 빌더군.”
“그…런!”
‘…말은 하지 말지!’
주하영은 괜히 물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듣고 나니 후회가 밀려온다. 그러나 무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죽일 가치를 느끼지 않았는지 살려는 주었다.”
“그…런데요?”
“심장마비로 죽었다.”
“뭐…예요!”
‘똥 강아지 같은 새끼! 집안 망신 혼자 다 시키네!’
숨이 넘어가 버릴 뻔한 주하영이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황제의 수치스러운 행동과 어이없는 죽음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말하기도 민망한 죽음이 아닌가! 명색이 황제의 체면에 적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심력이 약해 죽다니! 그게 무슨 창피란 말인가!
역대 황제 중 가장 구차하고, 치욕스러운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은 황족의 피를 이어받은 주하영조차 부끄러웠다.
무진의 말은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무성이 황제를 죽이지 못한 것은 무진의 등장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황제가 죽은 것은 무진과 무성의 기세를 버티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심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버틸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황제 폐하의 시신은요?”
“여유가 없었다.”
“하긴.”
황궁이 초토화되는 광세무변한 대결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죽어 있는 황제를 돌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주하영의 생각과는 다르게 무진은 버러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살아 있었다고 해도 살려둘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자는 확실히 누군가요?”
“원의 황족인 것 같다.”
“예?”
“곧 전쟁이 벌어질 거다.”
“그게 정말인가요?”
“놈은 자금성을 제물로 삼아 전쟁을 일으키려고 한 것 같다.”
“그…런!”
순간 소름이 돋았다. 만약 무진이 없었다면 자금성이 초토화되고, 그 이후에 중심을 잃은 제국은 원의 공격에 무너졌을 것이다. 무성의 무력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내정이 불안정하면 전쟁을 수행하기도 힘들어진다. 놈들이 노린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대비를 해야 돼!’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렵다. 주하영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나요?”
“천무상회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겠지. 전쟁에 필요한 전쟁자금과 군수물자, 병력차출 등의 흐름을 파악하면 알아채지 못할 것도 없지.”
“아! 그렇다면 그가 이곳으로 온다는 것도!”
“예측하고 있었을 뿐, 확신은 없었다.”
주하영은 무진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무뚝뚝하고 예의 없기는 해도 그가 보여준 행동은 제국의 은인이 되기에 충분했다. 더불어 그녀의 목숨까지도 지켜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이라면! 조금 부끄럽네! 물론 내가 밑지기는 하지만 저만하면 못생긴 것도 아니고! 아마 속으로는 좋아 죽을지도 모르지!’
혼자서 장국을 잘도 마시고 있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쓸데없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무진은 여인에게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다. 가당찮은 마음은 상처만 남을 수 있었다.
“무슨 생각이지?”
“아! 아니에요!”
“소리는 왜 지르지.”
“그냥 생각하느라 그랬어요!”
“그런가.”
당황한 주하영은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두려움과 부끄러움은 종이 한 장 차이도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움츠려 있던 주하영이 이제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다는 반증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그걸 왜 나한테 묻지.”
“그렇기는 하지만 그자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이잖아요.”
철무성을 막지 못하면 제국을 보전하기 힘들다. 그가 힘을 회복하면 전쟁의 승패에 상관없이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무진뿐이다. 주하영이 간절한 염원을 담아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는 것도 당연했다.
“막아주지.”
“정말이죠!”
“그렇다.”
주하영은 안심했다. 무진이 나서준다면 자신은 전쟁을 수행할 준비만 하면 된다. 물론 그전에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밀천을 발동시키고, 불순분자들을 제거해 버려야 했다.
어찌 보면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무능한 황제와 간신, 부패한 관리들을 처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때였다. 썩어빠진 놈들을 지켜보는 것도 신물이 난 주하영이다.
‘밀천을 동원해서 간신들을 제거하고, 황권을 휘어잡는 거야!’
그녀는 어떤 면에서 무척이나 단호했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돌아서지 않는 게 그녀의 성격이다.
무진은 주하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황제를 구하지 않은 것은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결된 힘이 아니고서는 제왕성을 상대하기 어렵다. 무진은 어느 한쪽으로 힘의 차이가 기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무진은 주하영이 제 역할을 끝낼 때까지는 도움을 줄 것이다.
“황권을 잡게 해주지.”
“예?”
“황제가 돼라.”
뜻하지 않은 무진의 선언에 주하영은 놀랐다.
여인이 황제가 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 제국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여인이 황제가 된 적이 없다.
무진의 직설적이고 단호한 결정에 주하영은 당혹스러웠다. 원래 계획은 황제를 폐위하고, 적당한 황족을 황위에 앉혀 내정을 관리하려고 했었다. 직접 황제가 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었다. 일단 그녀가 황제가 되면 반발하는 세력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어쭙잖은 자가 황제가 되는 것보다 낫지.”
“따르지 않는 자들이 많을 거예요!”
“대의를 위한 희생이지.”
오싹!
무진은 단호한 결정에 소름이 돋는 주하영이다. 그녀도 숙청작업을 하려고 했지만 무진의 뜻은 더 크고 강력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항하는 집단 자체를 소멸시켜 버리라는 것 같았다.
“단일화되지 않고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 나는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는 자를 도와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확답은 나중에 할게요!”
“선택은 네 몫이다.”
주하영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무진은 단순히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황제가 된 사람 따위를 원조할 생각이 없다.
홀로 일어나지 못하는 존재는 다시 쓰러지게 되어 있다. 물론 무진은 주하영을 황제로 앉히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아직 밝힐 시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