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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77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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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7화

제1장 무신 대 혈신 2 (2)

 

후우우우!

호흡이 조금씩이지만 거칠어지고 있었다. 군데군데 찢겨진 옷 사이로 오밀조밀하고 탄탄한 근육이 보였다. 자잘한 상처는 아물어서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무진과 무성의 대결은 여전히 팽팽했다. 서로의 진력이 극에 이르러 있어 둘 중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파아앙!

허공으로 번개처럼 솟구쳐 오른 무성이 지면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피를 머금은 듯한 기운이 팔을 타고 손바닥에 모였다. 혈기가 원을 그리며 뭉쳐져 커다란 바윗돌 크기의 강환이 형성되었다.

“죽어라.”

슈슈슈슈슝!

퍼퍼퍼퍼퍼퍼펑!

혈천강환이 무진을 향해 날아왔다. 수십 개의 강환이 지면에 내리꽂히자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고 돌가루가 시야를 가렸다.

무성의 혈천강환은 지상을 완전히 소멸시켜버리고 있었다. 반경 200장 내외가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강환의 공간 안에 있었던 것들은 모조리 다 파괴되었다. 혈신의 기운을 끌어다 쓸수록 무성의 성향이 변해가고 있었다. 피에 젖은 마신의 형상을 띠었다. 붉은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다 죽인다!”

혈신은 말 그대로였다. 피를 향한 끝없는 욕구를 지닌 마신(魔神)이었다.

퓨우우웅!

안개구름처럼 번진 돌가루 사이를 뚫고 신형이 화살처럼 튀어나왔다. 무진은 수라탄강기로 몸을 보호한 후 무성의 사각 우측 지점으로 쇄도했다.

“실망인데.”

혈신의 기운은 강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통제력을 잃어 가는 무인은 무인이라고 할 수 없다. 겉으로는 무진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달랐다.

무진의 무력은 시린 빙하처럼 제련되어 있다. 그 어떤 상태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또한 본능적으로 적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무진과 무성은 허공을 지상처럼 밟고 서 있었다. 무력이 극에 이르면 부력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대기의 기운을 통제해서 공력의 손실 없이 상승할 수 있었다. 무인들이 염원하는 허공답보의 경지를 넘어섰다.

무진의 오른발이 허공을 찍었다. 그러자 무진의 신형이 수십 개로 늘어났다. 보법이 극에 달하여 공간을 지배할 수 있었다.

무성은 전후좌우로 퍼지는 무진의 신형을 잡아채기 위해서 강환을 사방으로 뿌렸다.

혈천강환의 위력은 가공했다. 하나하나의 위력이 궁을 박살내고도 남았다. 둘의 무력에 의해서 자금성의 절반 이상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수십 년간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자금성이 일각도 되기 전에 박살나 버리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쿠과과꽝!

빛을 가르는 강환의 속도를 뛰어넘는 무진이었다. 뿜어져 나가는 혈천강환을 지척의 거리에서 피한 무진은 어느새 무성의 근접거리까지 접근했다. 아슬아슬한 것 같지만 찰나의 간격을 정확하게 파악한 무진은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금강석을 뚫어버리는 무진의 수강이 무성의 사혈을 찔러 들어갔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잔혹무비한 손속이다.

타아아아앙!

쇳소리를 내는 순간 무진의 신형이 뒤로 밀렸다. 혈신의 기운을 뒤집어쓴 무성의 호신강기가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충격을 받고 물러선 무진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무성의 신형 역시 휘청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급습한 순간 본능적으로 혈천강기를 형성하지 않았다면 가슴이 뚫려 버렸을 것이다.

무진은 혈신의 기운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수라탄강기가 일시적으로 흔들렸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성을 먹어치운 혈신의 기운은 본능적인 감각에 의한 방어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극히 짧은 순간의 반사속도 역시도 경악할 수준이었다.

‘쉽지 않군.’

이번 한 수로 타격을 줄 것이라 여겼건만 혈신은 그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무공을 완성하고 처음으로 겪는 위험한 대결이었다. 무진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까지 감추고 있던 모든 힘을 분출시켰다.

“네놈을 호적수로 인정해주지.”

“죽여주마!”

무성은 좀 전의 충격으로 인해 무척이나 화가 나 있었다. 죽을 수 있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내부에 숨 쉬고 혈신의 기운이 끝없이 용솟음쳤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기운과는 차원이 달랐다. 끝을 향해 내달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머리카락조차 붉게 변했다.

우우우우웅!

무진도 수라혼원심공을 극의로 끌어올렸다.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푸르게 변했다. 수라혼원심공을 초월하여 초극에 이르면 힘의 여파가 상상을 불허한다.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이 몇 배나 상승하기에 일단 사용하고 나면 무진조차도 며칠간 무력을 사용하기 어렵다.

“덤벼라.”

“죽인다!”

무진과 무성이 전력을 다해 맞부딪쳤다. 진력과 진력의 대결이다. 피하는 것은 무진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투신지체를 타고난 무진은 전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터어어엉!

주먹이 뻗어왔다. 파공성과 압력이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주먹이 뻗어나간 궤적 안의 모든 것들이 소멸해 버렸다.

무진은 무성의 주먹을 좌에서 우로 피한 후 무릎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무성이 팔꿈치로 내려찍으면서 머리로 들이받았다.

팔을 사선으로 교차하여 무성의 머리를 막은 무진이 무성의 머리를 잡고 등으로 올라타면서 다리로 목을 감쌌다.

찰나의 순간 머리를 꺾어 버리려는 무진의 체술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날려 틈을 만들어낸 무성이었다.

화려하거나 멋있는 공격은 하지 않았다. 둘은 그저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최선의 공격만을 했다. 방어보다는 공격을 위주로 하기에 몸을 돌보지 않았다. 살을 주고 뼈를 부러뜨리는 이대도강의 수법이 쉴 새 없이 펼쳐졌다.

쿠다다다당! 투과과광!

무진과 무성의 신형이 궁의 외각을 뚫고 지나가 반대쪽으로 나왔다. 궁이 일시에 금이 가더니 박살이 나 버렸다.

무성의 손이 무진의 발을 잡아챘다. 빠져나가려는 무진을 휘둘러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슈우우웅! 쿠아아아아앙!

전각과 기둥이 송두리째 박살이 나며 쓰러졌다.

무진은 광장의 한쪽에 세워진 주후조의 청동상을 한 손으로 잡아채서 뜯었다.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청동상이 무 뽑히듯이 뽑혔다.

우지지지직!

5장에 달하는 청동상을 젓가락처럼 들어올렸다.

무진은 위에서 아래로 찍어 오는 무성의 신형을 피한 후 청동상을 횡으로 휘둘렀다.

처어어어엉!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무성의 신형이 포탄처럼 날아가 자금성의 성벽과 궁을 꿰뚫었다.

무진은 청동상에 수라탄강기를 부여했다. 지금 이 순간 청동상은 그 어떤 병기보다 무서운 무기가 되었다. 무진은 기다리지 않고 청동상을 무성에게 던졌다.

슈우우우웅! 쿠아아아앙!

청동상이 폭사하면서 궁과 성벽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무진은 멈추지 않고 무성을 향해 파고들었다. 무진의 손톱에서 실타래와 같은 무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무진은 바늘보다 가느다란 기운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누에의 실처럼 가는 기운이 곡선을 그리며 지나가자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이 두부처럼 잘려나갔다.

파편들 속에 묻혀 있던 무성이 불같은 기운을 퍼뜨리며 일어설 때 무진의 기운이 전신을 휘감았다. 몸이 잘려나갈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순간이었다.

“어림없다!”

혈신의 기운이 폭풍처럼 분출해 무진의 채찍 같은 기운을 가닥가닥 끊어 버렸다.

공격이 무위로 끝날 것은 무진도 예상했다. 단지 무성의 시선을 끌기 위한 수법이었다. 공간을 파고들 시간을 번 무진이 가공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제까지의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무성이 강기의 줄을 끊을 때 발휘한 힘을 역으로 이용하여 속도를 높인 것이다. 적의 힘에 자신의 힘을 더한 사량발천근의 수법과 같았다.

반발력을 얻은 무진은 작은 점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힘은 작게 응축할수록 타점의 위력이 강해진다. 작지만 그 안에 서린 힘은 세상만물을 관통할 수 있었다.

타앙!

혈천강기로 무장을 한 무성의 몸 중심에 타격을 가했다. 권격을 가하는 순간은 굉장히 느렸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 느린 것일 뿐 피할 수 있는 공간 자체를 무위로 돌려버린 최적의 수법이었다.

휘청!

거친 해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무성이 충격을 받은 듯 물러섰다. 뒤로 물러선 순간 무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눈에서 혈광이 번쩍였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감히!”

무진의 공격은 극타점의 수법이다. 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해를 가격했다. 혈천강기가 이중삼중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강기를 관통한 타격이었다. 완벽하게 제압한 것은 아닐지라도 무성의 기운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다.

무진은 틈을 주지 않고 밀어붙였다. 권에 마음을 담자 패력이 실렸다. 풍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무진의 차가운 비수와 같은 권은 무성의 전신요혈을 집요하게 노렸다.

퍼퍼퍼퍼퍼퍼펑!

한번 수세에 몰리자 빠져나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성은 무진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무진은 무성의 궤적을 예측하고 있었다. 찰나의 허점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 무결한 권격을 선보였다.

“끝이다.”

무진은 승리를 자신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무진의 눈빛이 백청색으로 변해갔다. 통천심이 극에 이르렀을 때 발현되는 현상이다. 무진은 무성의 신체를 관(觀)하여 움직임을 예측했다.

‘흐름을 파악한 이상 벗어날 수 없다!’

무성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미리 차단해 버리고 있으니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대결은 무진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무진의 승리가 확실시 될 때였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무성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이미 극에 이르러 있다는 것은 무진도 알고 있었다. 여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무성은 대지를 붉은 피에 적시는 무시무시한 기운을 발산했다.

터어어어엉!

무성의 기운과 부딪친 무진이 3장이나 밀려나가 버렸다. 살갗을 타고 전해지는 찌릿한 기운이 내부를 강타했다. 무진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난 위력이었다.

“충격을 받은 것인가.”

핏물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광경이다. 무성의 입에서 기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크크크크크크!”

철무성과는 다른 존재 같았다.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통제되지 않는 무력은 정제된 무력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하다. 하지만 가끔 세상의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혈신은 일그러진 힘에 의해서 탄생되었다. 말 그대로 하늘을 역행하여 탄생한 마물. 마중마(魔中魔)의 기운을 끌어다 쓴 마신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먹어치운 혈신의 능력이 무성을 지배했다. 완벽한 존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힘은 가히 역천지계(逆天之計)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통제하지 못한 무력이 나를 넘어선단 말인가.’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고 있는 무진이다. 각성한 혈신의 위압감은 이전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단번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무성을 몰아붙인 것이 혈신을 강림시킨 꼴이 되었다.

“훗!”

그런데 이상한 것은 웃음이 나왔다.

“하늘이 나를 방해하는 거라면 부숴주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입증하지 못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버러지들과 같다.

무진은 자신이 혈신보다 약하다면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고 여겼다. 강자가 지배하는 것이 세상이다. 여기서 죽는다면 무진이 약한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누가 더 강한지는 지금부터 증명이 될 것이다.

소름끼치는 기운을 풍기는 혈신이 무진을 바라보았다.

“크크크크크!”

기괴한 웃음 속에 입맛을 다시는 혈신에게 무진은 먹이로 보였다.

파아아아앙!

공간을 꿰뚫는 소리와 동시에 혈신이 뻗어나갔다. 그 속도는 전보다 족히 2배는 더 빨랐다. 무진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궤도를 예측하기 힘든 혈신의 주먹이 무진의 어깨를 강타했다.

터어어엉!

충격에 의해 날아가 버리고 마는 무진이다. 혈신은 날아가는 무진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곧바로 추격하여 무진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고 나서 지면으로 내리꽂아 버렸다.

푸아아아앙!

지면이 움푹 들어가면서 지진이 난 것처럼 사방으로 균열이 번져갔다. 절대지경의 고수라도 그대로 뭉개져 버렸을 상황에서 무진은 허리를 구부려 충격을 약화시켰다.

그 후 곧바로 두 팔로 바닥을 퉁기며 일어나더니 혈신의 얼굴을 왼발로 가격했다.

한 번의 충격으로는 혈신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무진은 일시에 세 번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힘과 속도는 강해졌을지 몰라도 정교함이 떨어진 혈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신은 강했다. 충격을 거의 받지 않았다. 머리가 박살날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방어력이었다.

혈신은 기괴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무진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는 듯했다. 혈신의 신형이 전광석화같이 쏘아져 나갔다. 무진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혈신의 공격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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