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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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1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75화
제6장 무신(武神) 대 혈신(血神)
연이은 실패.
신을 대하는 11명의 천왕은 부복을 한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계집은 어디에 있지?”
“황궁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까짓 계집 하나 잡아오지 못하다니 내가 기대를 크게 한 모양이구나.”
“송구하옵니다!”
천왕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계획을 실행하다가 귀음천왕의 소식까지 끊어졌다.
철무성은 시간을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접 가겠다.”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는 확실하게 잡아오겠습니다!”
“이미 결정했다. 죽고 싶은 것이냐.”
“아…니옵니다!”
“내가 한다면 하는 것이다.”
철무성은 원의 부활을 알리고, 전쟁을 준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자금성을 부수면 전쟁을 시작하라는 뜻이다. 안에서 시작된 혈풍을 잠재우기 위해서 제국은 외부를 신경 쓰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초원의 제국을 다시 세운다!”
“충!”
* * *
산서성(山西省) 안문관(雁門關)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만리장성의 한 축. 통하는 문이 없는 장벽이 사라졌다. 반경 50여 장에 달하는 지점이 사라져 버렸다. 지키고 있던 병사들까지 분해되었다.
밤이 지나고 낮이 되었을 때 박살난 장벽을 확인한 병사들은 기겁을 했다.
“저…게 뭐야?”
“폭탄을 대량으로 터뜨리려도 저것처럼 되지는 않겠다!”
폭탄을 터뜨린 흔적은 없었다. 자연적인 현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람이 했다고 여기지는 못했다. 인간이 50여 장에 달하는 장벽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멍청한 놈들아! 이게 감탄할 일이냐!”
병사들 뒤에 우두커니 선 노병이 짜증난 듯이 인상을 구겼다.
“왜 그러는데요?”
“저거 어쩔 건데, 누가 다시 쌓을 것 같냐!”
“그야…아!”
“한 달 동안 중노동해야 할 거다!”
경악이 짜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밥도 잘 안 주는 변방의 병사들에게 노동은 최악이었다.
“뭐 해! 돌 줍지 않고.”
“알…겠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새도 아닌데 날아가고 있었다. 하늘에 흐르는 바람의 기류를 타고 날아가는 비행술의 극의였다. 한 줌의 진기로 비행술을 사용하는 그의 능력이 놀랍기까지 했다. 무인으로서의 정점에 다다라 있는 것 같았다.
파아아아앙!
대기의 마찰로 인해 파공성이 수천 리에 퍼졌다. 철무성은 방향을 잡고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방해하는 것들은 전부 날려 버렸다. 그의 일수는 가공했다. 산조차도 마음만 먹으면 부숴버릴 수 있었다.
철무성은 완벽한 부활을 위해서 그동안 끊임없이 수련을 해왔다. 몸 안에서 용솟음치는 기운을 갈무리하고 제어를 하자 그 위력은 산천초목을 울리고도 남았다. 절대고수도 불가능한 비행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이 하늘에 닿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기다려라!”
철무성의 눈빛이 붉게 변해 있었다. 혈기가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혈기에 부딪치는 모든 것들이 소멸되어 버렸다. 가공할 혈기가 하늘마저 붉게 만들었다. 철무성은 바람을 뚫고, 대지를 가르며 나아갔다. 세상을 소멸시키는 혈신의 강림이었다.
* * *
황궁에 도착한 주하영은 대명상회에서 있었던 일을 정덕제 주후조에게 전했다. 음주가무와 타락한 생활에 빠져 사는 주후조는 주하영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원이 무너진 지 벌써 100년이 훌쩍 지났다. 과거의 망령들이 다시 일어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주후조는 주변의 간신들이 들려주는 말만 믿고 방탕할 생활을 즐겼다.
여자를 끼고, 대전회의에 참석한 주후조가 같이 놀지 않겠냐고 했을 때 주하영은 한 대 치고 싶었다.
“빌어먹을 새끼! 오라비라 봐주니까! 젠장!”
생각 같아서는 뒈지게 패서 돼지우리에 처넣고 싶은 심정이다. 나라가 위험한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방탕한 생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황제가 무슨 황제란 말인가! 그녀는 황제고 뭐고, 갈아엎어 버릴 작정이다.
주하영은 비밀리에 밀천을 회동했다. 밀천은 황궁 내에 위장을 한 채 살아가고 있다. 밀천주의 명령이 아니면 평생을 위장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
“북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그에 대비해서 우리는 황궁의 간신들을 처리하고 내부를 단속한다.”
“황제는 천주의 혈육입니다.”
“됐어, 혈육이고 뭐고 그따위 놈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나아.”
“천주의 명을 받습니다.”
황궁의 내실이 다져지지 않으면 나라의 기틀이 무너진다. 어렵게 세운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노을이 지는 시각.
거대한 광장을 지나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다리를 건너면 자금성의 입구 오문(午門)이 나온다. 어두워지는 시각이라 성의 내 외부의 통제가 금지된다. 병사들이 순시를 하며 그 주변을 지켰다.
저벅! 저벅!
땅거미가 깔리는 시간에 오문을 향해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주변에 순시를 하던 병사들이 막아섰다.
“물러서라! 지금은 출입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는 병사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그저 오문을 향해 걸어갈 뿐이다.
“저놈을 잡아라!”
황궁을 지키는 병사들은 권위가 강하다. 별것 아닌 것으로도 체포가 가능하다. 5명의 병사들이 걸어오는 자를 막아섰다.
“꺼져라.”
퍼퍼퍼퍼펑!
막아선 병사들 5명이 폭죽 터지듯이 터져 버렸다. 놀란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철무성의 우수가 휘둘러졌다. 횡으로 대기를 가른 기운은 병사들의 상체와 하체를 분리시켰다.
철무성은 초원에서 자금성까지 단 하루 만에 도착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지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문에 다가서는 동안 막아선 병사들이 전부 죽었다. 성문 위에 지키고 있던 수문위사가 걸어오는 철무성을 보고 소리쳤다.
“황제 폐하가 계신 곳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서라!”
철무성의 손바닥이 들어 올려졌다. 전신에서 형성된 붉은 기운이 똬리를 틀며 타고 올라 거대한 붉은 구슬을 만들어냈다.
“응?”
붉은 구슬은 집채만 해졌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수문위사들은 헛것을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눈을 비볐다. 그러나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이 성문을 향해 날아왔다.
“저…게…뭐야?”
퍼어어어어어어어엉!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울리며, 성문 전체가 폭사되었다. 진천뢰를 수백 발 이상 터뜨리는 위력이었다. 성문과 연결된 성벽까지 한꺼번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성문 위의 수문위사들은 살 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자금성 전체가 들썩였다. 50장에 달하는 오문이 뻥 뚫렸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 있는 병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하기 힘든 무력에 소름이 끼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철무성은 오문의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 정신을 놓은 병사들이 그제야 철무성을 막아서 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우수와 좌수를 한 번씩 휘젓자 병사들은 물론 무장들까지도 한꺼번에 피떡이 되어 버렸다.
위이이이잉!
침입자를 발견한 병사들은 신호를 보냈다. 자금성을 지키는 수많은 병사들과 무장, 무인들이 나타났다.
철무성은 사방을 에워싸는 자금성의 수만 병력을 보면서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벌레들이 아무리 모여 봤자 벌레였다. 완벽한 혈신이 된 이상 그에게 거리낄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금의위 총수장 좌금위 대장군 이병천이 금위군을 이끌고 철무성을 막아섰다.
“감히 황궁에 침입하다니! 그 죄는 구족을 멸하고도 남는다!”
“초원의 제왕을 막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지.”
“뭐? 초원의 제왕?”
대륙인들은 초원의 제왕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원이 대제국을 이룬 시절에나 사용했던 말이다. 명 제국이 들어서면서 초원의 제왕은 사라졌고, 금지단어가 되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놈이 정녕 미쳤구나!”
이병천의 명령을 받은 금의위가 철무성을 에워쌌다. 금의위는 강호에서도 실력을 알아주는 무공고수들로 이루어졌다. 1천이 넘는 금의위를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철무성의 눈빛이 붉게 타올랐다. 지저의 악마가 현신한 듯하다. 순간 주변에 있던 모든 존재들은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이병천조차 그 기운에 대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무슨 말도 안 되는! 크억!”
그것이 이병천의 마지막 말이었다.
천지를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사방을 조여 왔다. 혈신이 된 철무성의 몸에서 반월의 혈강기가 천지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반월 강기에 닿은 모든 것들이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살아 있던 죽어있던 상관하지 않았다. 황궁의 거대한 궁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상하좌우로 선을 긋자 궁이 반듯하게 잘려나갔다.
철무성의 주변이 혈호(血湖)가 되었다. 일시에 금의위를 비롯한 수천의 병사들이 전멸했다. 수만의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벌어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그들은 덤벼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철무성의 근처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악…마다!”
“인…간이 아니야!”
대적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덤벼들기라도 하겠으나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망설이는 병사들을 향해 장군들이 소리쳤지만 별반 소용이 없는 짓이 되었다.
멈칫거리는 놈들을 보자 철무성의 기운이 변했다.
“버러지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폭풍 같은 기세가 끝도 없이 솟구쳤다. 철무성의 정면에 형성된 수십 개의 붉은 회오리가 병사들을 덮쳐갔다.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소용돌이치는 회오리는 사방을 빨아들였다.
“도…망쳐!”
“이…길 수 없어!”
혈풍은 병사들의 핏물을 빨아들여 더욱 진한 색을 자아냈다. 기둥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혈풍이 장군, 무인, 병사 가릴 것 없이 빨아들여 갈아 버렸다.
막아섰던 수만의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무기를 놓고 도망쳤다. 하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혈신은 피를 갈구하는 마신이다. 핏물이 마르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
혈신을 막을 수 있는 자는 황궁에 존재하지 않았다. 황궁을 지키는 무인들조차 그 엄청난 광경에 놀라 도주하고 말았다. 제국에서 가장 견고한 방어력을 구축하고 있다는 자금성이 혈신의 가공할 무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철무성은 건청궁을 향해 일직선으로 갔다. 막아서는 것은 건물이든 사람이든 전부 소멸시켰다. 궁이 통째로 사라지는 장면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건청궁에서 환락을 즐기던 황제 정덕제 주후조는 밖의 시끄러운 소란에 짜증이 치밀었다. 한껏 달아오른 기분을 잡치게 만들었다.
“무슨 일이냐?”
건청궁을 지키는 수호장에게 소리를 지를 때 폭음이 터져 나왔다. 건청궁의 외벽이 폭발하더니 내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철무성이 건청궁의 정면을 치고 들어왔다. 막아서는 수호장들은 한 줌의 혈수가 되어 버렸다.
수호장이 죽어 가는 장면을 멍하니 지켜본 주후조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담력이 강한 황제가 아니었다. 그저 대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올라섰을 뿐이다.
“짐…의 처소…에 침입하다니… 죽고 싶은 것이냐!”
찌릿!
철무성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계집질이나 일삼는 버러지 같은 놈이 제국의 황제라는 것에 분노했다. 이런 놈에게 초원의 제국이 무너진 것이 화가 치밀었다.
“죽여주마!”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저놈을 잡아라!”
주후조를 도와줄 자는 아무도 없다. 황궁을 지키는 자들은 혈신에게 죽거나 도망쳤다. 이제 남은 것은 주후조뿐이다. 주후조는 뒷걸음을 치며 궁녀들에게 명했다.
“저놈을 죽여라. 그럼 너희들을 황…후로 앉혀주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잘도 지껄이고 있었다. 궁녀 따위가 혈신을 막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철무성의 기파가 날카로운 강기가 되어 궁녀들의 전신을 훑었다. 궁녀의 목이 잘리거나 몸이 반토막으로 갈라졌다.
“으어어엇!”
처참한 광경에 주후조는 몸서리쳤다. 그는 혈신에게 사정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주겠소! 아니! 황제의 자리도 주겠소! 그러니…목숨만은 살려…주시오!”
주후조의 모습은 황제라고 할 수 없다. 나약하며 비굴했다. 철무성의 표정이 더욱더 차가워졌다. 죽일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놈이다.
“하지만 죽인다!”
죽기 전까지 고통 속에 몸부림을 치다가 죽게 만들 생각이다. 단 한 수면 충분했다.
철무성이 일수를 휘두를 때였다.
“응?”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 느껴졌다. 20장 뒤에서 본능을 자극하는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이제까지 철무성이 본 자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제법이군.”
“네놈도.”
강자는 강자를 알아본다. 두 사람만의 공간이 형성되었다. 절대권능이 지배하는 공간 안에 어느 누구도 끼어들을 수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대륙최강자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 불을 보듯 자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