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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69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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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69화

제5장 이간계(離間計) (1)

 

짙은 어둠 속에서 기광(氣狂)을 번뜩이는 12개의 눈이 있다. 전신에 흐르는 살기는 상처 입은 맹수와 같았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물어뜯으려는 기세였다.

“크크크크! 드디어 풀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광기를 보이는 자가 있었다. 예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매화검제 육진풍이었다. 달라진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갇혀 있는 자들 모두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기운을 갈무리하고 있었다.

“이제 여기를 빠져나갑시다.”

“그건 내가 하겠소.”

벽력도제 팽관혁이 철창 앞에 섰다. 이제까지 어떤 수를 써도 부서지지 않았던 철창이다. 그러나 이제는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철창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팽관혁의 손이 사선으로 그어졌다. 선을 긋는 단순한 동작이었다.

서걱!

채채챙!

그토록 단단했던 철창이 두부 썰리듯이 매끄럽게 잘려나갔다. 과거의 공력에 찾고 절치부심(切齒腐心)한 결과였다. 팽관혁은 뇌성벽력(雷聲霹靂)이 몰아치는 듯한 격한 기운을 뿜어내었다.

그들 전부 공력을 회복했다. 또한 과거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벼랑 끝까지 몰리다 못해 떨어져 버린 그들은 강해지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이제 어찌해야 해야 하지?”

“우선은 놈의 시선에 띄지 않게 정천맹으로 가야 합니다!”

강호에 퍼진 소문을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진의 계획을 분쇄해야 한다. 이대로 당하기만 한 채 물러설 수는 없다. 놈이 가진 전부를 무너뜨리지 않고서는 분노가 풀리지 않았다.

그들은 무진을 생각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과거보다 이성적인 판단력이 많이 흐려져 있었다. 분노가 이성을 갉아먹은 것이다.

철창 밖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각 문파의 신물이 보였다. 무진은 문파의 진산지보를 내팽개쳐 놓고 방치해 놓았다. 쓸모조차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반면에 그들은 신물을 쓰레기처럼 방치해 둘 수 없었다. 문파의 보물을 각자 챙겼다. 그리고 동혈의 한쪽에 널린 옷을 입었다. 옷은 무진의 수하들이 입을 야행복이었다. 그들로서는 찢어진 옷을 입고 다닐 수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야행복을 입어야 했다.

검은 복장을 한 그들은 천천히 동혈 밖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무진의 수하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지만 다른 이유를 찾기는 힘들었다. 그저 굶겨 죽이려는 것이라고 여길 뿐이다.

동혈은 꽤 길었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통로였다.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 올라간 공오대사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미간을 찌푸렸다.

“혈향!”

짙은 피냄새가 나고 있었다. 무언가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1시진 전.

5일 전에 정천맹에 정보가 잡혔다. 암중세력의 근거지로 의심되는 장소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정보각에서 확인한 결과 가능성 있다는 통보를 했다. 북리중천은 맹주령을 내려 전력을 모았다.

암중세력은 코앞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중원오악의 태산에 암중세력이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정보였다. 제남과 태산은 반나절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다. 눈앞에서 찾지 못하고 다른 곳을 배회한 꼴이었다.

북리중천은 부대를 이끌고 태산으로 향했다. 맹의 5당 이상이 총동원되었다. 그 수만 해도 족히 3천에 달한다.

태산은 굉장히 크다. 태산 전체를 확인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적은 절대고수들이었다. 무력부대를 산개시키는 것은 위험했다. 시간이 들더라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맹의 12단에 속하는 황룡단(黃龍團)이 태산의 중심부까지 접근을 할 때였다. 500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진을 치고 조여 오는 상황이었다.

퍼어어어어엉!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광휘가 번쩍이더니 반경 5장 안이 하늘로 솟았다가 사방으로 분사되었다. 20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반항은커녕 무엇이 어떻게 된 상황인지도 파악조차 못한 채 저세상으로 향했다. 정천맹의 정예무사들이라 신속하게 대처는 해 보았지만 적의 무력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습…격이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적은 숲의 어둠에 숨어서 공격을 가해왔다. 그 위력은 태산을 부수고도 남았다. 생각하기도 끔찍한 위력에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자색 기류가 휘몰아치더니 천지를 가르는 자색검강이 대기를 잘랐다. 황룡단의 단주 오뢰신창(五雷神創) 오광록이 뿌려지는 검강을 맞아 오뢰섬전창법(五雷閃電槍法)의 신강뢰(神强雷)를 출수했다가 창과 함께 반토막이 되고 말았다.

막는다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절대고수의 검강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적은 검강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절대지경의 고수였다.

“자…하검강!”

“대…력…금강장이닷!”

“제…왕검법…이야!”

명문정파를 대표하는 소림, 화산, 남궁세가, 하북팽가, 사천당가, 제갈세가의 절기가 불을 뿜었다. 애초부터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황룡단은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 도주했다. 하지만 살아서 도망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도주하는 자들을 상대로 가차없는 살수를 뿌렸다.

저벅! 저벅!

어둠 속에 가려진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살아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잘려지고, 부서진 시체들이 흘리는 핏물의 혈향만이 짙게 흩날리고 있었다.

구름 속에 숨어 있던 달빛이 보일 때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자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패도적인 기력을 뿜어내는 존재. 무진이 뜻 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용하려면 끝까지 사용해야지.’

혼돈은 불란의 시작, 불란은 공포와 두려움을 선사한다.

무진의 주변에 그림자 5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무진의 명에 따라 정천맹의 무인들을 유린한 밀영대였다. 밀영대도 도망친 존재들을 다 죽이지는 않았다.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어설픈 공격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처리했나.”

“지시한 대로 처리했습니다.”

“돌아간다.”

“예!”

원래부터 오래 머물 생각은 없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기에 시행한 것뿐이다. 목적을 이루었으니 사라지는 것이 당연했다. 무진과 밀영대가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현재.

동혈 밖으로 나온 공오대사, 팽관혁, 육진풍, 남궁훈, 당사혁, 제갈수혁은 주변에 펼쳐진 참혹한 현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수백 명이 일방적으로 도륙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은 흔적들도 천차만별이었다. 검력, 장력, 도력에 죽음을 당했다.

문제는 죽음 자체가 아니다. 시체들의 복장이 눈에 익었다. 복장도 그렇고 죽은 흔적도 익숙했다.

“이…들은 황룡단!”

“황룡단이 왜?”

그들이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조여 오는 기운이 느껴졌다. 빠져나갈 수 없는 천라지망의 형태로 원을 그리며 압사시키는 원형포진법(圓形布陣法)이었다. 절대고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제갈수혁이 만들어 놓은 진법이었다. 이중 삼중으로 원을 형성하며 한쪽을 뚫고 나갈 때 다른 쪽이 이동하여 방어진을 두텁게 만들었다.

실제로 탈출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제갈수혁은 자신이 만들고도 무척이나 만족했었던 기억이 났다.

제갈수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났습니다!”

“무슨 말인가?”

“아무…래도 함정에 빠진 듯합니다!”

“함정!”

제갈수혁은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님을 알았다. 그러나 포위망은 이미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포위망을 형성한 이들 역시 만만한 고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각 문파의 최고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더군다나 맹의 전력 중에서도 가장 강한 무력집단 정천당(正天黨)이 출전했다.

제갈수혁은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벗어났어야 했다. 이대로 뚫고 간다고 해도 큰일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무슨 수를 쓰든 빠져나가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럴 수 없네!”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저들도 우리가 말을 하면 믿을 것이네!”

“믿지 않을 겁니다!”

“도망치면 오해는 더 쌓이네!”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천하무림의 중심이 정천맹이다. 여기서 도망치면 무진을 상대하기 어려워진다. 놈의 계략을 분쇄하기 위해서는 세력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이대로 도망치는 것이 오해를 가중시킬 수도 있었다.

정천맹은 그들이 세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주인이 수하들을 피해 도망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진심으로 설득을 한다면 믿어줄 것이라 여겼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들은 각 문파의 최고 배분을 가지고 있다.

제갈수혁은 아찔했다.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를 주관하는 제갈수혁은 사람의 습성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로 판단을 내린다. 말로 설득을 해보았자 증거 앞에서는 소용없는 짓이다.

‘언제 우리가 진심을 믿었다고!’

망설이고 있을 때 정천맹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주변에 널려진 시체를 보자 분노한 기색이 만연했다. 이들은 각 문파의 중요 무인들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죽어서는 안 되었다.

정천맹의 맹주가 된 북리중천이 차가운 기운을 뿌리며 소리쳤다.

“중원무림의 구성이 이제는 변절자 됐구나!”

“그런 것이 아니다!”

공오대사는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북리중천을 등용한 것은 공오대사다. 그가 말을 하면 북리중천은 이해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냉정했다.

“중원을 배반하고, 사문을 배반하더니 이제는 인간성마저 팔았구나!”

이들 중에 소림, 화산, 하북팽가, 제갈세가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있었다. 절대 아니라고 믿었지만 사실이 되었다. 믿고 의지했던 존재에 대한 배신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분노가 극에 달했다.

“오해다!”

“닥쳐랏! 이제 더 이상 구차하게 변명하지 마라! 쳐랏!”

북리중천은 대화를 유도하지 않았다. 공오대사를 비롯한 이들은 당황했다. 저들이 이토록 분노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원의 간세를 죽여랏!”

“배신자를 죽여랏!”

“와아아아아아!”

졸지에 배신자로 몰려 이도 저도 못하게 된 그들이다. 무인들은 진을 형성하며 압박해 왔다. 빠져나가려면 희생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공오대사는 큰 소리로 항변했다.

“이 모든 것은 천문상회주의 음모다!”

“시끄럽다! 그럼 네놈들이 들고 있는 신물은 뭐냐?”

“이…것은 놈의 계략이다!”

“사문의 문도들을 죽이고서도 이리 뻔뻔하다니! 그동안 네놈들을 따른 것이 원통하구나!”

공오대사는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문의 신물을 놔두고 올 수 없어 가지고 왔건만 그것이 빌미가 되었다.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한 탓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소용없는 상태가 되었다. 방심한 사이에 살수가 치명적인 곳을 노리며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죽이려는 자들을 상대로 방어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여유를 두겠지만 이들은 정천맹의 최정예 무력부대였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져만 갔다.

참다못한 육진풍은 살수를 펼쳤다. 그는 이미 분노가 골수까지 스며들어가 있었다. 인내심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다. 극성의 자하신공을 운용하여 자하검강을 뿌렸다.

삽시간에 10여 명의 목숨이 사라졌다. 한번 피를 본 육진풍은 광기가 번뜩였다.

“죽어랏! 이놈들!”

사아악!

“크아아앗!”

제갈수혁은 빠져나가지 않고 시간을 지체한 것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말을 할 수는 없다. 함께한 이들끼리 분란을 조장해 보았자 득이 되지 않는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였다. 천지사방을 조이는 수법이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쉽지 않겠어!’

북리중천의 도력과 공오대사의 장력이 부딪쳤다. 절대지경의 고수들이 뿌리는 강기무공은 무서울 정도로 파괴적이었다.

콰아아앙!

휘청!

공오대사는 호각을 이룬 북리중천의 실력에 놀랐다. 어느새 그는 공오대사에 버금가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놀라운 성취였다.

“실력이 늘었구나!”

“맹주가 되었는데 놀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소.”

북리중천이 맹주 위에 올라섰을 줄은 몰랐다. 아니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중소문파의 수장 따위가 어떻게 정도무림의 주인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맹주가 되었다고?”

“무림의 뜻이었소.”

공오대사는 좀 전과 다른 북리중천의 말투에 어리둥절했다. 방금 전까지 죽일 듯이 소리치던 자라고 할 수 없다.

[주군의 뜻을 거스를 수 있다 보는 것이오?]

“무슨?”

[알면서 묻는 것이오?]

“설…마?”

거짓말 같은 진실이다. 북리중천이 무진의 수하라니!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둔탁한 둔기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다. 말도 안 되는 현실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사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일이다. 공오대사는 죽일 듯한 분노를 토해내었다.

“네놈을 죽이겠다!”

“정도무림을 배신한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또다시 북리중천이 소리쳤다. 전음은 공오대사에게만 전한 것이 아니다. 그들 모두에게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오대사, 팽관혁, 남궁훈, 당사혁은 살수를 펼쳤다. 이대로 무진의 뜻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놈의 수법이 이리 치졸할 줄은 예상도 못했다. 뻔히 보이는 이간계다.

하지만 그들만이 알 뿐이다. 사문조차 믿지 않는데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한 번 무진에 대한 무시무시한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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