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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55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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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5화

제1장 암계(暗計) (5)

 

-안탕산(雁蕩山).

절강성 최남단 산.

남쪽과 북쪽으로 갈리는 평양현(平陽縣)과 낙청현(樂淸縣)의 중간에 위치한다. 산은 기봉(寄퉀)과 폭포(瀑布), 동부(洞府)가 많아 삼절(三絶)이라 불린다. 산의 정상에는 호수가 있고, 계곡 주변으로 담(潭)이 많이 존재한다.

흑룡성은 안탕산을 끼고, 동쪽지대로 들어가는 지형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운무가 자주 끼고, 지형지물을 이용한 방어가 수월하기에 천혜의 요새와 같았다.

세력을 결성하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주변이 확 트이고, 물자의 운송이 편한 장소에 세워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여력이 없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임시방편으로 침입이 어려운 지형지대를 이용하고 있었다.

임시로 지었다고는 하나 흑룡성은 많은 물자를 안탕산의 내부 동혈에 저장해 놓고 있어 물품의 부족은 겪지 않고 있었다.

흑룡성의 수뇌부들이 긴급히 모여 회의를 연일 열었다.

흑룡성주로 등극한 흑풍마객(黑風魔客) 담소극과 4장로 혈풍대도(血風大刀) 우발산, 백혈검(白血劍) 사마진, 벽력마권(霹靂魔拳) 손대량, 독심호리(毒心狐狸) 이면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전대 사파무림의 거두인 마혈산수(魔血散手) 장탁, 소면살검(笑面殺劍) 유진산, 전광혈장(電光血掌) 진무가 호법사자가 되었다.

회의의 주제는 흑룡성의 부활과 정천맹의 주력을 막아내는 것에 있었다. 담소극의 명령으로 일이 진행되지만 대부분은 우발산의 뜻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다. 이들 중 대부분이 우발산의 명령을 알게 모르게 따르고 있었다.

“공사는 어느 정도나 진행이 되었지?”

“놈들이 이곳에 당도할 때쯤에 완성이 될 겁니다.”

담소극의 물음에 사마진이 대답했다. 공사는 시일도 중요하지만 완벽해야 한다. 놈들이 눈치를 채면 계획은 물거품이나 마찬가지였다.

“흔적이 발견되지 않도록 주의하게.”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담소극은 수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간간이 우발산이 일의 진행방법에 대해 조언을 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우발산은 가끔씩 보이는 담소극의 총명함과 예리함에도 무리 없이 대처해 나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천득구는 천살성을 타고난 천재였다. 명석한 두뇌와 재능은 가히 악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놈들을 그곳까지 끌어들이는 것이다. 모든 힘을 결집한다 해도 놈들의 무력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말고 각자가 맡은 일을 충실히 이행해 주기를 바란다.”

“물론입니다.”

이틀 후면 정천맹이 안탕산의 초입에 다다를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안탕산의 방어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담소극은 맡은 바 임무를 확실하게 되새기도록 각별히 주의를 주었다. 작은 실수로 인해 사파무림의 염원이 또다시 무너질 수도 있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회의가 끝나고 담소극은 우발산만 남게 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물자를 지원해준 천무상회주를 한번 보고 싶은데.”

“흑룡성이 완벽히 부활하기 전까지는 만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능력을 보여라 이건가.”

“그렇습니다.”

담소극은 별달리 화를 내지는 않았다. 천무상회로서는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정도무림천하 속에서 지원을 해준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

“역시 장사꾼답군. 알겠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등을 돌려 회의장을 나가는 우발산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담소극이었다. 그는 우발산을 믿는 편이지만 그가 지닌 무력과 두뇌가 조금씩 거슬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그의 힘이 필요하다고 해도 대업이 완성되면 필히 제거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가 데리고 있기에는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흑룡성의 부활을 위해 노력해준 것은 고맙다고 할 수 있으나, 권력은 나눌 수 없다. 천무상회주를 개인적으로 만나려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천무상회가 지닌 재력과 무력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이후에는 반드시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막사를 벗어난 우발산은 돌아서지 않은 채 사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담소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모른다면 거짓말이다.

사파무림은 약육강식의 세상, 강자를 위해 존재하며 강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담소극이 우발산을 경계하는 것은 진작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고 해도 담소극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천득구였다.

“주군을 만난 후에도 야욕을 드러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데. 크크크!”

솔직히 지금 당장에라도 무진을 소개시켜주고 싶은 천득구다. 천득구도 무진을 본 순간 거대한 절망감을 맛보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보다 더한 자괴감이다. 담소극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남이 절망에 휩싸여 발버둥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해지는 천득구였다.

천득구는 느긋하게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가는 중에도 천득구는 머리를 굴렸다.

안탕산은 계곡과 동혈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서 숨기에도 적절하며, 각 지형마다 함정을 설치하기가 수월한 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탕산에 흑룡성의 근거지로 마련한 것은 정천맹과의 거리 때문이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물자의 수송에 어려움이 있다. 정천맹은 오랜 시간 전투를 치를 정도로 많은 물자를 가지고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자의 규모가 컸다면 속도가 더 느렸을 것이다.

툭!

“응?”

아주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돌아선 천득구가 혈풍도를 꺼내 휘둘렀다. 그 일련의 동작이 무척이나 깔끔하고, 날카로웠다. 적을 죽이기 위한 최적의 궤적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착!

천득구의 대도가 그림자를 가르지 못했다. 오히려 대도가 붙잡히고 말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천득구의 표정이 전혀 놀라는 눈치가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이 웃고 있는 듯했다.

찌릿!

그림자가 달빛에 비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눈빛에서 광망이 번뜩였다 사라졌다.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던 천득구가 무섭다는 듯이 설레발을 치며 물러섰다. 달빛에 비쳐진 이는 밀영2호 갈중혁이었다. 밀영1호 차중천과 마찬가지로 갈중혁은 무진의 명령이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

“무슨 짓이지?”

“장난인데, 재밌지 않았습니까?”

“아니, 다음부터 쓸데없는 짓을 하면 네 목을 잘라버리겠다.”

농담을 한 천득구와는 다르게 갈중혁은 진심이었다. 섬뜩한 말을 하면서도 약간의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다. 밀영대는 모두 갈중혁과 비슷한 성향을 가졌다. 이성적이면서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

‘제길!’

천득구는 짜증이 났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밀영대의 상위서열 10명은 가히 괴물과 같았다.

천득구가 천고의 재질을 인정받는 천재이기는 하지만 아직 밀영대 상위서열과의 대결은 무리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가 될지도 모르나 지금 당장은 갈중혁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좀 전에 날린 대도에도 진력이 실려 있었다. 그럼에도 갈중혁은 가볍게 막아냈다. 실력의 간극이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주군의 명령이다.”

“무엇입니까?”

무진의 명령이라는 말에 천득구도 진지해졌다. 명을 수행하지 못하면 천득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무진에게 자비를 바라는 것은 저승사자에게 삶을 돌려달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10일의 시간을 잡아 놓아라.”

“그 정도는 문제없습니다.”

천득구도 생각해 놓은 것이 있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정천맹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10일이 아니라 한 달도 가능했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물…론입니다.”

“조만간 주군이 오실 거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사삭!

갈중혁은 올 때와 같이 귀신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남겨진 천득구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갈중혁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쳇! 난 언제 서열이 오르는 거야.”

위에 100명이나 있다는 것이 불만인 천득구였다. 하지만 천득구는 밀영대에게 자극제와 같았다. 그의 놀라운 성취가 밀영대 전체의 발전을 촉발시키고 있었다. 무진은 그 사실을 알기에 천득구의 어리광을 받아준 것이다.

“내가 서열 1위가 되는 순간 네놈들은 검신에 머리 박고 1천을 장 기는 거다!”

솔직히 무진을 넘어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주군은 천살성(天殺星), 자미성(紫微星), 쌍룡성(雙龍星), 천룡성(天龍星)이든 넘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마 주군은 그들을 발가락에 낀 때 정도로 치부해 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 때 중에서도 1위가 되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인간 중에서도 가장 쌔져야지.’

천살성으로 태어나 그 정도 포부는 있다.

* * *

 

절강성의 남쪽으로 진격을 한 정천맹의 무인들은 안탕산 초입에 진형을 구축하고, 체력을 보충했다. 한동안 쉬지 않고 강행군을 했기에 체력을 비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무리를 이끌고 있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로들도 막사를 짓고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정천맹으로부터 비상연락이 날아왔다. 소식을 전해들은 소림의 굉덕대사는 격렬하게 분노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굉덕대사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그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괴변이 발생한 것이다. 굉덕대사는 분노가 극에 달해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흉수를 찾아서 복수를 하고 싶었다.

“진정하시오! 굉덕대사!”

“지금 내가 어떻게 진정할 수 있단 말이오!”

“맹의 결정을 보지 않았소이까!”

“그…렇다 해도!”

당장은 흑룡성을 토벌하라는 뜻이다. 토벌하는 동안 정천맹의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흉수를 찾아내겠다고 적혀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흑룡성을 토벌하고, 흉수를 제거하자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타당한 일이지만 당사자가 된 굉덕대사로서는 쉽사리 분노를 삭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장문인의 무공이 상실되고, 장문영부마저 빼앗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인가!

“신중해야 하오. 이번 일은 소림의 뜻이기도 하지 않소.”

“크음!”

침음성을 내며 간신히 화를 참아낸 굉덕대사였다. 밀지(密紙)에는 굉운이 전한 소림의 뜻도 적혀 있었다. 밀지의 끄트머리에 적혀진 것은 천축의 범어를 새롭게 해석하여 만들어 놓은 비어(秘語)였다.

‘믿을 수가 없구나!’

만약 사실이라면 참극 중의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상황에서 독심수사 당관일이 계획을 다시 전했다.

“소림의 일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가 내세운 대의명분은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그러니 이번 흑룡성 토벌을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소림의 혈사를 해결하는 겁니다.”

“당 장로의 뜻이 옳소이다.”

당관일은 철저한 것을 선호한다. 소림이 여기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전력상의 누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유가 밝혀진다. 아직까지 소림에서 벌어진 일은 무인들이 모르고 있었다. 일부러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상황을 유도할 필요는 없었다.

“안탕산은 운무가 깊고, 산지가 험합니다. 더군다나 산의 지형마다 계곡과 웅덩이가 많아서 다수의 결전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니 작전을 펼치기 전에 정탐을 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전력상 힘의 차이가 극명하지 않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오.”

“되도록 피해를 줄이는 것이 현명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피해를 입게 되면 누구에게 이득이 갈지 아시지 않습니까.”

맹에서 파악한 흑룡성 무인의 수가 족히 5천에 달한다. 무인들의 수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무력의 차이가 극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흑룡성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치고 빠지는 전략이나, 함정을 파는 것뿐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쳐들어갈 필요가 없다.

전투에서 전력의 누수가 발생하면 북리중천과 중소문파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명분에서 뒤지는 현재의 상황에서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들더라도 신중히 탐색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흑룡성의 무력은 대부분이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하지 않소이까!”

“얼마 전이라면 그럴 수 있으나, 최근에 벌어진 사건을 분석해 볼 때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겁니다. 사라졌던 이들 대부분이 흑룡성의 정예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힘을 간과하게 되면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소림을 제외한 문파는 당관일의 뜻에 따르는 분위기였다. 굉덕대사는 단시간 내에 토벌해 버리고 싶었지만 모두의 뜻이기에 한발 물러서야 했다.

결국 당관일의 뜻대로 정탐할 무인들을 안탕산 외부를 시작으로 내부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단숨에 끝을 내야 합니다. 도망갈 시간적인 여유를 주면 안 됩니다. 그러니 무인들 중 일부를 놈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곳에 매복해 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네.”

계획한 전략대로 하되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당관일은 각 문파의 장로들과 협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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