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54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2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4화
제1장 암계(暗計) (4)
무진은 소림의 무공기질과는 다른 기운에 흥미를 보였지만 그것이 다였다.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저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제법이지만 그렇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
삼불승은 오랜 세월동안 사장(死藏)되었던 달마대사의 심득이라고 할 수 있는 달마삼검(達摩三劍)을 재해석하여 새롭게 탄생시켰다.
달마삼검은 익히기가 난해할 뿐만 아니라 공력이 신화경을 넘어 초극에 이르지 않고서는 제 위력을 선보이기 힘들다. 그래서 삼불승은 서로의 공력을 합일할 수 있는 나한진을 가미하였다.
합일된 공력이 받침이 되어주면 천하제일고수라고 할지라도 상대할 수 있다 자부했다.
무진을 주변으로 삼성점(三星占)을 놓고 방위를 차단했다. 세 방향으로 번갈아 가는 삼불승의 신형은 굉장히 빨랐다.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다.
또한 각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펼치는 검의 막은 완벽한 방어형태를 띠고 있었다.
검막, 검강, 검환이 삼위일체가 되어 진을 구축해 나갔다. 백팔나한진과는 다르지만 위력은 달마삼검진(達摩三劍陣)이 더 강한 것 같았다. 무형기진(無形氣陣)이 무진의 주변을 조여 왔다. 사방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완벽한 형태의 검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너의 재주를 아껴 심성을 보지 않은 것이 탈이 나는구나!”
“이제 그 죄과를 받아야 할 때다!”
말이 많다. 진에 완벽하게 갇혔다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무진은 아직 그 어떤 것에도 자유로웠다. 무진을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여기 없다. 아니 앞으로도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런 말은 날 제압하고서나 해라.”
극강패력의 기운이 무진의 몸에서 뻗어 나왔다. 달마삼검진에서 뿜어지는 패력을 상회하고도 남았다.
우우우웅!
부풀어 오른 기운은 한도 끝이 없이 솟구쳤다. 패력이 극에 이르자 달마삼검진의 무형기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럴 수가!”
믿지 못할 기력(氣力)이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된 삼불승이 달마삼검을 출수했다. 기의 파장이 검진을 무너뜨리면 달마삼검의 제 위력을 선보일 수 없게 된다.
“불타의 자비로움이 세상을 연다!”
-달마삼검(達摩三劍) 제일식(第一式), 불광개천(佛光開川).
항마신력(降魔神力)의 자애로운 빛이 세상을 감싸더니 새로운 세상을 열어 버리는 듯한 광경을 연출했다. 검과 검의 연결이 매끄러우면서도 그 안에 서린 기운이 검강을 뛰어넘었다.
삼불승은 마치 한 사람과 같았다. 그러면서도 수백 개의 광영(光榮)을 만들어내었다.
가공할 압력이 발생했다. 사방이 모두 휩쓸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휘이이이잉!
푸아아아앙!
응축된 기운이 폭발을 일으켰다. 칼을 쪼개 버리는 듯한 파공성이 들리면서 사방 20장이 박살났다. 삼불승은 달마삼검의 일식을 시전하고 나서 놀라고 말았다. 마치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 발생한 듯한 표정이다.
“비껴 쳐 버리다니!”
광대무변(廣大無邊)한 검력을 지닌 수백 개의 광영을 한순간에 튕겨서 비껴버렸다. 놀란 삼불승은 재차 검을 뿌려야 했다. 무진의 패력이 극강으로 치솟으면서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 같지가 않았다. 눈이나 감각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로 검속은 빨랐다. 그걸 모두 쳐 버린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천하의 공지대사라고 할지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삼불승은 눈앞의 존재가 공지대사가 아님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 봐온 공지대사가 이런 기운을 뿌릴 리가 없지 않은가! 방장과 무승들의 죽음에 이성을 잃어 상황판단을 잘못한 것 같았다.
“너…는 누구냐?”
“이런.”
정체를 알면 조금 곤란했다. 웬만하면 살려두려고 했지만 들켰으니 어쩔 수가 없게 된 무진이다. 하지만 무진은 애를 써가면서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마치 알고 있어도 상관없다는 듯했다.
삼불승은 검진을 재차 강화하기 위해서 호흡을 조절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진은 적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공간을 날카로운 칼로 자르듯이 움직였다. 마치 공간을 축약한 축지법과 같았다.
삼불승 중 계양의 멱살이 무진의 손아귀에 잡혔다. 다가오는 것을 느낀 순간 계양은 검은 휘둘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씨익!
오싹!
“너무 많이 알면 죽는다는 것을 수련하면서 깨닫지 못했나.”
“이…놈!”
손끝에 잡힌 계양이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다. 달마십팔수(達摩十八手)를 펼쳐 무진의 견정혈(肩井穴)을 찍고, 잡아채서 꺾으려고 했다. 그 이후 천엽수(千葉手)로 무진의 목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무진의 단단함과 완력은 계양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쇠를 뚫어버리는 조법이 무진의 팔에는 소용없었다. 오히려 손가락이 부러지면서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안…돼!”
계양의 목이 무진의 손에 잡혔다. 그 순간 목이 좌우로 꺾였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았다. 그러나 계양의 생기(生氣)는 꺼져버리고 말았다. 수라탄강기의 의해서 보호되고 있는 무진의 몸에 기공을 사용한 것이 잘못이었다.
“계…양!”
“죽…일놈!”
삼불승 간의 끈끈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계양의 죽음이 계원과 계운의 분노를 터트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명이 죽음으로써 달마삼검진은 불완전해졌다. 삼위일체의 기운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좀 전과 같은 위력을 낼 수 없을 것이다. 무진에게 달려 들어봤자 무용지물이었다.
무진의 권력이 계운과 계원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퍼퍼펑!
깨진 육편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소림 최고승의 최후치고는 너무나 초라하고, 잔인한 광경이었다. 삼불승이 죽고 난 후부터는 반항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무진은 흑영1호에게 명을 내렸다.
“소림의 신외지물을 모두 태워버려라.”
“예.”
무진의 명을 받은 흑영1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아니 망설일 수 없었다. 좀전에 보여준 무시무시한 무력은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했다.
‘도대체!’
알면 알수록 무진이 무서워지는 단유성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항마불사신력을 대성할 수만 있다면 누굴 만나도 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흑영대가 소림의 본각을 에워싸며 소림승들의 방해를 원천봉쇄해 버렸다. 소림의 원로고수들이 전부 죽어 버린 마당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우두커니 소림의 모든 것이 불타버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악…마!”
“불신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피눈물을 흘리고, 악을 질러보았지만 무진은 거침없다. 애초의 목표가 소림의 진산기물(眞山奇物)을 부숴버리는 것이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알아야 했다.
소림의 무공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각을 비롯해 방장실, 조사동, 달마동, 소림을 상징하는 것들이 불타기 시작했다.
전소해 가는 소림을 지켜보는 무진은 냉철했다. 명을 수행한 흑영1호가 소림의 장문영부인 녹옥불장(綠玉佛杖)을 바쳤다.
무진은 손에든 녹옥불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가자.”
“예.”
무진의 명에 의해 흑영은 검은 바람이 되어 소림사에서 벗어났다.
살아남은 소림승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망연자실했다. 천년 소림이 참혹하게 불타오르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그들은 자괴감을 느꼈다.
* * *
소림의 소식은 곧장 정천맹으로 전해졌다. 구파일방의 한 축이자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이 멸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혈사(血死)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무림맹의 정보각주를 맡게 된 운룡세가(雲龍世家)의 귀룡(鬼龍) 운고성은 비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두 곳으로 보내야 했다. 한 곳은 맹주대리 북리중천에게, 다른 한 곳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로들에게 보내야 뒤탈이 없다.
뒷배가 없는 운고성은 간을 보고 있었다. 현재는 북리중천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게 척을 질 수는 없는 일이다.
신기수사 제갈수혁이 사라진 마당에 잘만 버티면 군사가 될 수 있었다. 괜한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어차피 알려질 소식을 굳이 감추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나저나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보고된 내용이 정말 심각했다. 소림의 혈사를 일으킨 존재가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림에서는 쉬쉬하는 편이지만 분석한 자료는 명백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의 연속이다.
“모르겠다. 알아서들 하겠지.”
운고성은 성급하게 능력을 노출시키지 않았다. 잘못 보이면 재능이 있는 것만 못한 대접을 당한다. 이럴 때는 되도록 방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나았다.
정보각주의 보고를 받은 북리중천과 각 문파의 장로들이 긴급하게 회의를 가졌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주요 무인들이 절강성으로 파견이 되어 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들이 천룡각에 모였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중 특히 소림의 장로인 굉명은 더할 나위 없이 심각했다. 그로서는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소림이 불타 버리고 말았다. 천년소림의 위명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차마 조사님을 뵐 낯이 없을 지경이다.
“소림의 혈사는 전 무림의 가슴 아픈 일이라 생각하오이다. 따라서 이번 일을 정천맹의 이름으로 명명백백하게 밝혀 단죄할 것을 약속드리겠소이다.”
북리중천이 소림혈사를 위로했다. 하지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장로들은 기꺼워하지 않았다. 굉명 역시 북리중천의 위로가 맘에 들지 않았다.
정천맹 내의 분열로 인해 문파의 무인들이 절강성으로 파견이 되었다. 소림의 주력도 절강성에 파견되어 있는 상태다. 그로 인해 소림이 불타 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의 원인이 북리중천에게 있다고 보고 있었다.
“이번 일의 주도자를 꼭 찾아내야 합니다!”
“옳은 말씀이시오.”
굉운은 그리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일의 주도자 누군지는 소림 내에서도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 밝혀져 봤자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었다. 밝히기는 하되 최대한 조용히 처리를 해야 할 문제였다.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도대체 왜?’
오해일 수도 있다고 굉운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밝혀진 진실은 가혹했다. 방장 사형의 단전이 박살나고, 삼불승이 죽었다. 단신으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세상 천지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다면 공지대사 정도뿐이다. 만약 변심한 이들이 합공을 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북리중천의 결정에 떨떠름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진실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은 기다려 봅시다. 절강성의 사파무림을 토벌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대처하는 것은 흑룡성에 또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되오!”
“그렇소이다! 일의 경중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서 신중하게 대처를 해야 하오!”
혈사를 주도한 자들을 쫓아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놈들의 정체를 밝히고 나서 대처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회의가 주도되었다.
북리중천은 중립을 지키면서 장로들의 의견을 조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주군은 정말 신이란 말인가!’
무진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단죄하겠다고 했다. 사실 무진의 강함은 인정했지만 설마 진짜로 실행할 줄은 몰랐다. 소림을 반 시진도 안 되어서 전멸시켜 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알고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그분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그들은 서로의 이권과 명성을 위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합심해도 부족한 판국에 당장의 명성과 명예에 안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북리중천은 천하의 모든 이목을 꿰뚫어본 무진의 암계(暗計)가 두려웠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본성을 건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있다 해도 막을 수가 없는 무서운 귀계(鬼計)였다.
‘그분에게 선택을 받은 것에 안도감이 드는구나.’
무진의 적이 된다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무진은 북리중천의 그릇으로는 감히 잴 수 없는 능력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