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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51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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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1화

제1장 암계(暗計) (1)

 

중원무림의 혼란.

중소문파를 대표하는 맹주대리 북리중천과 구파일방, 오대세가와의 경쟁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절대고수들의 변심으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무림의 여론이 대문파를 비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원의 간세라는 소문까지 떠도는 바람에 북리중천과의 대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하여 손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였다.

한번 단물을 맛본 이들은 잡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한다. 그들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암중으로 세력을 움직여 중소문파를 견제하거나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문파의 저력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축적한 힘은 거대한 산과 같았다. 미풍에도 흔들리는 중소문파로서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었다.

대문파의 저열한 수법을 규탄하기도 힘들었다. 대외적으로 그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결정체를 보는 것 같았다.

 

달이 구름에 가린 야심한 밤.

밤의 정취를 감상하기에는 스산함마저 느껴졌다. 소리내어 우는 올빼미 소리가 마음마저 불안하게 만들었다.

중소문파를 대표하는 북리세가의 가주, 북리중천은 자신의 본가에 중소문파의 수장들을 불러 모아 회동을 가졌다. 정천맹 내의 기류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는 협의를 지향하는 것 같았지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여전히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였다. 수적으로는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그들은 전력에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미치지 못한다. 그저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었다.

회의를 끝내고 방으로 걸어가는 북리중천은 어깨가 무거웠다. 제법 힘을 갖추고 있는 문파와 회동을 가지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북리중천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켰다.

“헛!”

북리중천의 입가에서 헛바람이 새어나왔다. 아무리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지척에 있는 자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언…제 오셨습니까?”

“좀 전에.”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있었던 자는 무진이다.

북리중천은 새삼 무진의 능력에 두려움을 느꼈다. 초절정을 넘어 화경의 경지에 다다라 있는 북리중천이었다. 그는 무진의 도움을 얻어 비약적인 무위의 상승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무진의 능력을 감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도대체 어떤 수련을 했기에 인간으로서 그런 무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도대체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온 거지?’

북리중천이 무진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무진도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함정이라는 것 자체가 상상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천하16대고수 1명만 있어도 일개 문파는 단숨에 부숴버릴 수 있다.

그런데 1명도 아니고 5명이었다. 더군다나 맹의 전투부대 중 청룡당, 무천당, 명현당까지 출전했다.

웬만한 능력으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치명적인 함정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군.”

“죄…송합니다.”

북리중천은 무진이 두려웠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존재 같았다.

“쉽지 않은가 보지?”

“그렇습니다. 중소문파를 규합해서 대항은 하고 있지만 놈들이 암중으로 알력을 넣고 있는 실정입니다.”

“왜 말 안 했지?”

“그…건.”

“능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죄…송합니다!”

북리중천은 무형의 기운이 옥죄는 것을 느꼈다.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었다. 조금만 더 힘이 가해지면 몸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설 때 무진이 기운을 풀었다.

그제야 숨이 트인 북리중천은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북리중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무진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진에게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일이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저력은 북리중천의 예상보다 더 강했다. 지금까지 대등하게 버티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무진이 북리중천에게 시간을 준 것은 능력을 시험해본 것에 불과했다.

“대책은 세웠나?”

“시간이 지나면 각개격파를 당할 공산이 큽니다. 그전에 중소문파의 힘을 집결해 단일화된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때까지 놈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일단 힘을 규합하고 난 후에는 놈들이 움직일 수 없도록 소문을 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분간은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여려.”

무진이 보기에 북리중천의 의견은 무난했다. 사실 아주 이상적인 형태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험난한 세상 속에 익히 알고 있는 전략을 사용한다면 상대도 대책을 세우기 마련이다.

또한 궁지에 몰릴수록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특히 권력의 단맛을 본 자들은 절대 지닌 권력을 양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무력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저력을 파악할수록 북리중천은 대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무사들의 질적인 힘의 차이가 극명했다. 절대고수의 수도 현저히 차이가 났다.

어차피 무인들의 세상이 무림이다. 힘이 없으면 어떤 명분도 소용없는 짓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내놓게 만들어야지.”

북리중천은 무진의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힘으로 상대하겠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무진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무림 전체를 상대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놈들은 절대 그냥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모용세가와 철혈세가가 나설 거다.”

“예? 그럼 설마…….”

“후후!”

무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중원무림이 변방의 무력집단으로 치부하고 있는 모용세가와 철혈세가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한 성의 패주로서 오랜 시간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가가 과연 만만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실제적으로 북리세가는 모용세가와 철혈세가에 뒤진다고 할 수 있다.

모용세가와 철혈세가가 합류를 한다면 북리중천의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와 대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북리중천은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진의 계획을 믿었다. 이제까지 그가 한 일치고 성사되지 않은 적이 없다. 불가능한 일을 현실로 바꾸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지금 당장은 놈들의 의견에 반대할 필요 없다.”

“알겠습니다.”

무진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수작이 훤히 보였다. 할 수 있는 방법을 한정적으로 규정해 버린 무진이다. 어차피 둘 중 하나의 선택이 이루어지고, 그 중에서도 놈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은 가까운 곳부터 차례로 정리를 해주지.’

가까우면서도 가장 큰 힘을 보유하고 있는 곳부터 가능한 빠르게 정리를 해야 한다. 사태를 파악할 시간적인 틈을 줄 이유가 전혀 없다. 폭풍이 그치고 날이 개이면 결판이 나 있을 것이다.

 

북리중천이 중소문파를 규합하기 위해 회동을 가질 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도 비밀리에 회합을 가졌다. 드러내놓고 모의하기에는 강호무림의 이목이 좋지 못했다. 그들의 회담 자체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힘으로 눌러 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강호 전체의 공분(公憤)을 살 수도 있다. 굳이 분란을 조장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은인자중하면서 시선을 밖으로 돌려야 했다.

비밀장소에 모인 이들은 각 문파의 최고 장로급들이었다. 당장은 방장, 문주, 가주가 회동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중원무림 전체가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소림의 굉덕대사가 회의를 주도했다. 그는 공지대사의 직전제자로 방장인 굉운대사의 사제다. 소림 내 무인 서열10위 안에 드는 절대고수이기도 했다.

천하무공출소림(天下武功出小林)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림의 무공은 천하무림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10위 안에 든다는 것은 강호 서열에서도 무시 못 할 권위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굉덕대사를 중심으로 각 문파의 장로들이 앉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북리중천이 배신할 줄은 몰랐소이다!”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놈입니다.”

북리중천에 대한 분노가 가장 컸다. 공지대사를 비롯한 절대고수들의 변심이 밝혀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북리중천이었다. 그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편에 섰다면 상황이 이처럼 어렵게 흘러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중원무림의 원성까지 들어야 했다.

또한 북리중천은 중소문파를 규합하는 등 불순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차피 북리중천의 세력은 우리를 넘을 수 없소이다.”

“그렇다 하여 만만하게 볼 상황도 아닙니다!”

“조금씩 힘을 빼고 있으니 북리중천도 곧 항복하게 될 겁니다.”

세력을 만들고 있다 해도 역량의 차이가 극명하다. 지금 당장은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설치고 있지만 곧 꼬리를 말은 개처럼 살려달라고 빌게 될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서는 용서가 되지 않았다. 중원 각처에 도사리고 있는 불만 세력을 방치할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당문의 장로 독심수사(毒心修士) 당관일이 입을 열었다. 그는 당문의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자였다.

“어차피 쓰다 버릴 존재였습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불순세력을 청소하는 것입니다.”

당관일의 말이 그럴듯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쓸어버리기에는 강호무림의 인심이 많이 돌아선 상태였다. 이대로 힘으로 눌러버리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위선이라고 욕을 한다 해도 대의명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자는 것이오?”

무당의 청운검(靑雲劍) 현운 장로가 물었다. 중소문파의 힘을 빼기 위해서 암중으로 알력을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고 다른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당관일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절대사천을 이용하는 겁니다.”

“절대사천은 중원을 침투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았소이까!”

변황의 절대적인 무력집단, 절대사천은 내부적인 문제로 중원침공이 어려운 상태다. 서로간의 벌어진 간격이 크고, 반목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 해도 위협적인 세력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에 정천맹의 이름으로 절대사천을 토벌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일의 선봉장은 누가 될지 결정이 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관일의 입가에 사악한 호선이 그려졌다. 그 미소를 본 이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차피 중원무림의 잠재적 위협이 되기에 충분한 절대사천이다. 분열된 상태니 힘을 합해 토벌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었다.

또한 절대사천을 이용해서 정천맹의 혼란을 촉발시킨 북리중천과 그를 따르는 세력을 정리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라 보았다.

“역시 당문 제일의 귀재시오!”

“과찬입니다.”

“그럼 당 장로의 뜻대로 일을 진행시킵시다.”

당관일은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번 일은 서두르면 안 됩니다. 먼저 최대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절대사천의 위험성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흑룡성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

“과연. 그렇소이다.”

절대사천을 토벌해야 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일이 어렵게 된다. 바보가 아닌 이상 북리중천이 거세게 반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예전이라면 무시해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 흑룡성을 이용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절강성을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해 나가고 있는 흑룡성이 제법 까다롭기는 하지만 토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가 먼저 사파무림을 토벌해서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흑룡성이라고 해봐야 이제 막 힘을 형성한 조무래기에 불과합니다. 각 문파의 주력을 파견한다면 피해 없이 단숨에 처리가 가능할 겁니다.”

문파의 힘을 아끼기 위해서 산발적인 전투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사파무림이 흑룡성을 재건한 것도 절대사천을 견제하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절대사천이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상 맹의 주력을 파견해서 토벌해 버리면 되었다. 그 일의 선봉으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나서면 중원무림의 여론이 달라질 것이다.

이 기회를 빌미로 절대사천과의 전쟁을 선언하면 된다. 그러면 북리중천도 어쩔 수 없이 허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당 장로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시행을 합시다. 이번 일은 정보의 통제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니 개방은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바라겠소이다.”

“걱정 말고 맡겨 주시오.”

협개(俠짵) 홍운이 호언장담했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개방이다. 그렇기에 정보의 통제가 가능했다. 정보를 조작하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정천맹의 정보력을 이용해서 분란 세력을 제거한 것도 개방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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