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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지존기 50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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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50화

제5장 천검신(天劍神) (2)

 

무진은 뒤를 쫓아온 추귀성은 천고의 대죄를 지은 듯한 모습이었다. 무진의 명령은 추귀성에게 법이자 절대적인 것이었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나약했던 추귀성에서 기회를 준 것이 바로 무진이었기 때문이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주군!”

“괜찮다.”

흑영1호와 같은 존재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생혼제령술은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명령을 수행하는데 망설임은 없지만 생각이 딱딱해진다. 수많은 일이 벌어지는 세상 속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밀영100호가 좋아하겠군.”

“주군!”

추귀성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추귀성이 가장 질색하는 말종이 밀영100호다. 녀석은 도저히 측정이 불가능한 놈이었다. 천살성을 타고났다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천고의 재능이라고 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수련할 때까지는 제법 손을 봐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추귀성의 능력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웃는 얼굴 뒤에 악마가 숨어 있었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놈이다.

“귀엽지 않나.”

“그…렇습니다.”

“둘이 만나면 재밌겠군.”

“물…론입니다.”

밀영100호가 무진에게나 귀엽게 보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재앙이었다. 더군다나 흑영1호와 밀영100호는 둘 다 추귀성의 안목에서 벗어났다.

둘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추귀성도 마지못해 대답을 하고 말았다.

“파해식은 어느 정도나 익혔지?”

“거의 모두 익혔습니다.”

“10일 후에 출정한다.”

“알겠습니다.”

무진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대륙정벌은 시작에 불과했다. 완벽한 장악을 위해서는 거슬리는 것들을 처리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과거의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 상처를 지우는 것도 덤으로 할 생각이다.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지.’

 

-청천검문(淸天劍門).

사천성 북쪽 감숙성의 경계, 청천현(靑川縣)에 위치했다. 역사가 그리 길다고는 할 수 없지만 구파일방의 한 문파로 자리잡고 있는 청성파의 속가로 지방의 소문파들을 다스리고 있는 제법 명성이 있는 검문이다.

청성파의 청풍검법(淸風劍法)을 사사받은 청풍신검(淸風神劍) 적천위의 뒤를 이어 삼절풍운(三絶風雲) 적운상이 검문의 문주로 자리하면서 견고한 틀을 구축해 나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세력을 키우고, 힘을 기르면 대문파로 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특히 당대의 문주 적운상은 무공실력도 절정에 달하지만 세력을 이끌고, 단속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적운상은 적천위의 뒤를 이어 문파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적무룡.

적운상이 낳은 장남이지만 개망나니 짓을 혼자서 다 하고 다니는 상종 못할 개잡종이다. 아버지를 닮아 검법의 재능은 있는 편이지만 마음이 게으르고 번잡한데다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검술이 형편없는 것은 당연했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계집 맛을 알아가지고 5년이 넘어가도록 기방을 들락날락하기 일쑤였다. 그에 쏟아 부은 돈도 상당했다. 성격도 개차반이었다. 청천검문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사람 대하기를 하인 부리듯이 하며 시건방과 오만이 하늘을 찔렀다.

어떻게 적운상의 씨앗에서 저런 잡종이 태어났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기해할 지경이다. 현 내에 소문이 자자하게 되자 적운상도 참지 못하고, 아들을 불러 따끔하게 혼을 내주었었다.

하지만 원체 비뚤어진 놈이라 말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교묘하게 온갖 추잡한 짓을 다하고 있었다.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 허구한 날 적운상에게 붙들려 혼이 나면서도 끝이 없었다.

적운상도 차마 적무룡을 호통치는 것 이상으로 처벌을 가하지 못했었다. 죽은 부인이 무룡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고, 어미 잃은 무룡이 가여웠었다.

어찌 보면 무룡의 방황은 적운상이 부인을 새로 맞이한 영향도 있었다. 새장가를 들면서 둘째아들까지 얻었다. 둘째아들은 무룡과 달리 상당한 재능과 열성을 지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적운상도 차츰 둘째 적무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형편없는 망나니가 된 적무룡은 없는 사람 취급해 버렸다.

 

이제 막 15세 넘어 보일까 말까 한 소년이 대낮부터 술을 달라고 깽판을 부리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말리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빨리 술 가져와!”

점소이가 허겁지겁 적무룡에게 술병을 가져왔다.

짜아악!

“크윽!”

술을 늦게 가져온 점소이의 뺨을 내갈기는 적무룡이었다. 점소이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건방지게 어딜 노려봐!”

“죄…송합니다!”

“닥쳐!”

뻐어엉!

적무룡은 바닥에 쓰러진 점소이를 발로 차고 술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요즘 들어 하는 일마다 짜증이 치밀고 있었다. 검문 내에서 적무룡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무시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조차 없는 자식 취급을 하니 화가 쌓이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다.

“제깟 놈들이 나를 무시해! 내가 문주만 되어봐! 다 죽었어!”

적무룡이 이를 갈았다. 이제까지 당한 것을 문주가 되면 모두 갚아주겠노라 다짐했다.

아직 입에 술을 대기도 이른 나이에 적무룡은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셨다. 신형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마신 적무룡은 돈도 내지 않고 주루를 나섰다.

주루를 나와서 대로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발이 꼬여 누군가의 어깨를 치고 말았다. 의도하지 않은 부딪침이었다.

“뭐야!”

똥 싼 놈이 성낸다더니 그 짝이었다. 적무룡은 부딪친 놈을 향해 있는 욕 없는 욕을 다해가면서 주먹질까지 해댔다. 하지만 상대는 적무룡이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재수 없게도 이름 있는 무림인이었던 것이다.

사인검(死人劍) 마곤은 같잖은 놈의 주정을 받아줄 정도 도량이 넓지 않다. 낭인 생활을 오래했던 그는 손속에 사정을 두는 법을 잘 모른다.

퍽! 쿠다당!

한 대 맞은 적무룡이 땅바닥을 기었다. 술 취한 기운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마곤이 적무룡을 죽일 듯이 팼기 때문이다. 바닥을 기는 적무룡이 소리쳤다.

“나…는 청천검…문의 소…문주요. 내…게 이러고 무사할 줄…아시오!”

“시끄럽다! 적운상이 와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거늘, 하물며 네까짓 놈이 나를 위협해!”

퍼퍼퍼퍼퍽!

“으아아앗!”

적무룡은 실수한 것이다. 차라리 말을 하지 않았다면 마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마곤은 인정사정없이 팼다. 일검에 쳐 죽여 버리면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예 밟아 죽이기로 작정을 한 듯했다.

이리저리 뒹굴던 적무룡은 살려달라고 비굴하게 빌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퍼어어억!

“크아아앗!”

적무룡의 몸이 대로의 옆에 놓인 비석에 부딪치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숨조차 쉬지 않는 모습을 보자 마곤은 자리를 떴다.

터진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적무룡은 운이 좋게도 숨을 다시 쉴 수 있었다. 마곤의 발에 맞으면서도 피가 식도를 막아 잠시 숨이 멎은 것이었다.

하지만 출혈이 너무 심했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죽을 수 있었다.

“살…려!”

입을 열 힘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누구도 적무룡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패악을 알기에 도움은커녕 시선도 보내주지 않고 있었다. 의식이 저 멀리 사라져 갔다.

‘빌…어…먹…을!’

그때 길을 가던 노인이 쓰러진 적무룡을 안타깝게 여겨 치료를 하고 객잔에 맡겨 놓고 사라졌다. 노인도 급한 일이 있어 오랜 시간 객잔에 머물 수가 없는 처지였다.

3일 후에 적무룡은 의식을 찾았다. 눈을 뜬 적무룡은 의아한 듯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왜 이곳에 자신이 있는지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이다.

적무룡은 자신의 몸과 손을 보았다.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살아 있단 말인가.”

적무룡의 말투와는 달랐다. 그는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었다. 혼란스러움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분산되어진 기억을 되찾는 것이 먼저였다. 한참 동안 조각난 기억들을 다시 조합하자 그의 눈빛이 살아났다.

“흉마신과의 대결로 끝이 난 줄 알았건만.”

그는 적무룡이되 적무룡이 아니다. 적무룡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쓴 또 다른 존재였다. 그는 700년 전 천하를 종횡했던 천검신(天劍神) 선우학이었다.

당시 천하제일고수라고 불리던 그였다. 한 자루의 허름한 철검이면 대적할 자가 없다는 개세무적의 고수가 바로 선우학이다. 중원수호사성(中原守護四城) 중에 천검성(天劍城)의 성주이며 사성(四城)의 수장이었다.

선우학은 적무룡의 기억도 흡수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적무룡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어처구니가 없군. 이런 쓰레기에 내가 들어왔단 말인가!”

한 가문을 책임져야 할 장남이 계집과 술, 도박에 빠져 살아왔다. 검문의 후계자이면서 단전에 쌓인 내력이 형편없는 상태다. 고작 5년을 넘어설까 말까 했다. 몸 주변으로 퍼져 있는 영약조차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선우학은 이제부터 어찌할지를 고민했다. 죽음 후에 혼이 다른 존재의 몸으로 들어간 경험은 그도 처음이었다. 중원무림사를 뒤져보아도 이런 기이하고 특이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선우학은 망설임 없이 결정했다.

“우선은 실력을 키워야겠다.”

이대로는 삼류무인에게도 칼 맞고 뒈지기 딱 좋았다. 천검성주의 독문내공심법인 만상진력(灣商眞力)을 가다듬고 천검경(天劍境)에 다다라야 한다.

제 한 몸 추스를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중원수호사성을 찾아볼 생각이다. 700년이나 지난 지금 원래의 모습을 갖추고 있을지가 의문이기는 했다.

적무룡이 된 선우학은 상처를 회복하고 난 후 청천검문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적무룡으로 살게 된 선우학은 예전과 비슷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유는 최대한 실력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직은 실력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섣불리 실력을 드러냈다가는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천하제일고수였던 선우학은 두려움을 몰랐다.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선우학에게는 기이한 일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적무룡은 하늘을 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 유난히 빛을 발하는 별이 있었다. 한 개도 아니고 수 개의 별이 요동치듯 빛을 발했다. 환란(患亂)의 시대가 다가온다는 징조로 보였다.

“엄청난 기운이다!”

상상하기도 힘든 기운을 지닌 별이다. 몇 개의 별 중에서도 강력한 빛을 발하는 별이 있었다.

오랜 수양을 쌓은 적무룡은 조금이지만 별의 기운을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별은 도대체 어떤 기운인지 알 수가 없다.

“악이라 부를 수도 선이라 부를 수도 없는 기운이라니!”

하지만 너무나 패도적이었다. 저런 힘을 지닌 자가 있을 줄은 적무룡도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선과 악의 이중성을 가진 아수라와 같았다.

적무룡의 상태는 일반적인 무인들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심신을 가다듬고 만상진력을 제 위치에 올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별의 기운을 읽은 적무룡이 고뇌를 할 때부터 무림이 어수선해지고 있었다. 천하가 요동쳤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조작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적무룡은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망설이고 있던 있을 실행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천검신으로 돌아갈 때가 됐구나!”

찾아오는 중원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원수호사성을 찾고, 지금보다 강해져야 했다.

적무룡은 주저하지 않고 청천검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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