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46화
무료소설 대륙지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5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6화
제4장 함정(陷穽) (4)
퍼어억!
쿠다다당!
주먹이 공오대사의 죽탱이를 가격해 버렸다. 멋들어지게 흩날리던 수염이 넝마처럼 흔들리고, 입술이 터지면서 핏물이 튀었다. 그리고 부러진 3개의 이가 튕겨 나갔다. 풍채 좋은 고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변해 버렸다.
“으윽!”
공오대사는 치욕감을 느꼈다. 얼굴을 맞는 즉시 불같은 노호(怒號)가 치솟았다. 그러나 지금은 정신을 차려야 할 때였다. 무진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공오대사가 활처럼 몸을 구부리며, 연대구품(蓮臺九品)을 밟았다. 평지에 탑을 쌓은 것처럼 9개의 신형으로 분사되었다. 바람을 뚫고 들어오는 권격이 지면을 강타했다.
퍼퍼퍼펑!
소림의 절기보법인 연대구품조차 무진의 권격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진이 공오대사를 압박하자, 그 주변에 있던 팽관혁과 육진풍, 남궁훈, 당사혁이 합공해 왔다. 사방에서 절기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진은 절대고수의 합공을 받으면서도 그다지 힘겨운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 덤벼들던 상관하지 않을 패도무비한 기세가 시위를 장악했다. 무시무시한 패도지력(敗道之力)이었다.
쿠꽈과광!
번천지복(飜天地覆)한 광경이 펼쳐졌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꿰뚫렸다. 비상하는 바윗덩어리와 흙덩어리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폭풍이 휘몰아치고, 벼락이 대지를 울렸다.
5대 1의 불리한 대결이라고 할 수 없는 광경이다. 밀리는 것은 5명이었다. 그들이 누구인가 천하에서 가장 강한 16명 안에 꼽히는 이들이 아닌가!
무진의 강함은 인간의 무력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사방에서 강기 이상의 기운이 휘날렸다. 뿌리는 기운마다 지형이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퍼퍼펑!
무진의 권에서 쏘아져 나간 무형권강을 팽관혁과 육진풍, 공오대사가 간신히 막아섰다. 전심전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막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무진의 권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휘이이익!
당사혁의 교룡신편(蛟龍神鞭)이 현란하게 반동을 치며 무진의 옆구리를 노렸다. 독아(毒牙)를 잔뜩 품은 독사와 같이 빠르고, 날렵했다. 위력 또한 금강석을 가를 수 있을 정도다.
휘리리릭!
무진이 팔을 뻗어 교룡신편의 방향을 틀어 버렸다. 그러자 채찍이 마치 살아 있다는 듯이 무진의 오른팔을 감아오는 것이 아닌가!
교룡신편은 교룡의 힘줄을 천잠사와 엮어 만들은 것으로 검기조차 막아낼 수 있다. 또한 기로 감싸게 되면 강기를 튕겨내는 희대의 기보(奇寶)였다.
교룡신편의 겉 표면에는 날카롭게 돋아나 있는 돌기가 있었다. 돌기는 교룡의 뼈를 파편으로 갈아서 붙인 것이다. 그로 인해 일단 감기게 되면 잘리기 전에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당사혁은 기운을 최대로 끌어 올려 있는 힘을 다해 당겼다. 무진의 신형을 흔들려는 것이다. 틈을 만들어 남궁훈이 검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진이 교룡신편을 끌어당겼다.
휘이익!
“허억!”
무진이 오른팔을 휘젓자 당사혁의 신형이 그대로 끌려왔다. 어찌나 빠른지 당사혁이 벗어나려고 할 때는 이미 늦었다.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무인에게 무기는 생명과 같다. 당사혁도 다르지 않았다. 채찍을 놓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무진의 팔꿈치가 당사혁의 명치에 들이박혔다.
“크어어억!”
숨이 먹는 듯한 충격이다.
무진은 당사혁은 놓아주지 않았다. 오른팔이 당사혁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무인이라면 머리카락을 잡거나 낭심을 공격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지만 무진은 개의치 않았다. 싸우는 데 격식 따지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격식 차리다 죽는 놈은 병신으로 치부했다.
꽈아악! 퍼억!
머리를 아래로 누른 후 무릎으로 배를 차고, 다시 팔꿈치로 등을 내리찍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공격에 당사혁의 신형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상태였다.
이제까지 배워온 모든 것들이 무진의 형식 없는 공격에 무용지물이 되어갔다. 시정잡배나 사용하는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는 것이 어이없을뿐더러 억울했다.
남궁훈이 당사혁을 구하기 위해서 매섭게 검을 휘둘렀다. 무진은 남궁훈의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이 당사혁을 방패삼았다. 무진에게 사로잡힌 것이 당사혁의 불운이었다.
“비…겁한!”
기겁한 남궁훈이 검의 방향을 틀었다. 그로 인해 내부에서 솟아오르던 천뢰제왕신공이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말았다.
분출된 기운이 길을 잃으면 폭주하게 된다. 내부에 충격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남궁훈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주춤거렸다.
“멍청하군.”
일단 공격을 했으면 사정을 보지 말았어야 했다. 주제도 모르고, 같잖은 동료의식을 보이고 있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비열한 짓을 한다 한들 누가 욕할 수 있단 말인가!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끝이다.
무진은 주춤한 남궁훈에게 덜미를 잡혀 있는 당사혁을 집어 던졌다.
홱! 쌔애애앵!
던져진 당사혁을 남궁훈은 피하지 못했다. 속도도 빠를뿐더러 당사혁을 잡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사혁을 받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무진이 당사혁의 뒤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남궁훈과 당사혁이 위험에 처하자 공오대사와 팽관혁, 육진풍이 무진을 맹수처럼 쫓아왔다.
무진은 간격을 좁힐 시간을 주지 않았다. 무진의 권에서 또다시 무형권강이 출수되었다.
퍼퍼퍼펑!
주르르르륵!
무형권강의 무지막지한 위력 앞에 하염없이 뒤도 밀려나고 만 공오대사, 팽관혁, 육진풍이었다. 그들의 공력으로는 무진의 공력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퍼어억!
당사혁을 받기가 무섭게 남궁훈의 얼굴이 크게 젖혀졌다. 무진의 권격에 맞은 것이다. 한 방을 맞는 순간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무진에게서 빛을 넘어서는 권격이 뿜어졌다.
남궁훈과 당사혁이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몸을 옥죄어 오는 무형의 기운이 그들의 몸을 허공에서 멈추도록 강요했다. 빳빳하게 굳어 버린 몸은 의지를 배반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절대고수의 의지조차 무력화시키는 무진의 의지였다. 물건을 허공으로 띄우는 허공섭물(虛空攝物)과는 차원이 달랐다.
퍼퍼퍼퍼퍼퍽!
공중에서 매타작이 벌어졌다. 무진의 일방적인 구타였다.
사람의 몸은 맞게 되면 뒤로 물러서거나 본능적으로 비틀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무진이 뻗어낸 무형의 기운이 남궁훈과 당사혁의 몸을 물러서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빳빳하게 굳어진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크아아아앗!”
비명성이 터져 나왔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이다. 부서진 뼈가 살을 파고 들어왔다.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이 또다시 덤벼들었다. 이번에도 무진의 권풍이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가올 때마다 뻗어 나오는 권풍을 맞닥뜨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다.
참담함 그 자체였다. 이토록 무력할 줄은 그들도 몰랐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는커녕 일방적인 대결이었다.
“이…럴 수는 없다! 저따위 놈이 어떻게!”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없어!”
육진풍과 팽관혁이 참지 못하고 노성을 터뜨렸다. 절망감과 패배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무엇을 어찌한들 무진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태다. 그것은 공오대사도 마찬가지였다. 불자로서 매진한 오랜 세월의 수양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이 어찌 되려고 저런 자를 현세에 내보냈단 말인가!”
그들은 한탄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었다. 무진을 등장시킨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스스로 행한 것은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하늘을 원망하다니, 어리석은 중생들이 아닐 수 없었다.
남궁훈과 당사혁의 신체가 넝마처럼 구겨져 있었다. 온몸이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당했다.
창천검왕, 금편독왕이라는 명호는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압도적인 강자 앞에서는 지닌 바 권세가 쓸모없었다.
“이제 그만 끝을 내주지.”
만신창이가 된 남궁훈과 당사혁은 기절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진의 권이 남궁훈과 당사혁의 단전을 향해 뻗어졌다.
“안…돼!”
퍽! 퍽!
기를 모으고, 저장하는 기의 바다라고 불리는 기해(氣海), 그곳이 바로 단전이다. 무인에게는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남궁훈과 당사혁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결국에는 단전이 부서지고 말았다. 단전을 타고 흘러나오는 기운이 끊어져 버렸다.
허탈함과 상실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은 상황이다. 치욕적이고, 구차하게 살아남아 봤자 무엇이 달라진단 말인가!
무진을 향한 지독한 원한이 솟구쳤다.
“죽…어서…도 용…서하지… 않겠다!”
“네…놈만은 용서…하지 않는다!”
“큭!”
무진은 그들의 꼴값을 들어주지 않았다. 원한과 독기만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는가!
현재에 남궁훈과 당사혁은 삼류무인조차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더군다나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 한다는 말인가!
“아직도 주제를 모르고 있군.”
현실파악이 되지 않는 놈들에게 냉혹한 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전을 잃은 남궁훈과 당사혁을 인정사정없이 팼다.
퍼퍼퍼퍼퍽!
이상한 일이지만 분노는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뇌리를 가득 메웠다. 남궁훈과 당사혁은 소리치고 말았다.
“그…만!”
“결국 그 정도인가.”
남궁훈과 당사혁은 무진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대가는 컸다. 무진은 남궁훈과 당사혁의 신형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기절시켜 버렸다.
두 명의 절대고수를 폐인으로 만들어 버리고 난 후 남겨진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질린 듯한 눈으로 무진을 보았다. 무진이 남궁훈과 당사혁을 쓰러뜨린 것은 촌각도 걸리지 않았다.
딱 두 번의 권풍을 쏟아낸 후 벌어진 일이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무진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이제 너희 차례지.”
무진이 발을 내딛자 그들은 절로 한 걸음 물러섰다. 두려움에 물러섰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무진의 신형이 전광석화처럼 다가왔다. 무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공오대사가 전음을 사용했다.
[삼재진을 펼칩시다!]
끄덕!
팽관혁과 육진풍은 공오대사의 전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합공을 하는데 너무 중구난방으로 덤벼들었다.
보통의 괴물이었다면 통했을 테지만 무진은 상식이 통하는 괴물이 아니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어 보였다. 최소한 진을 형성해서 싸워야 했다.
더구나 합공진을 연습해본 적이 많지 않다. 깊이 있는 합공진은 지금 당장 사용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진뿐이다. 간단할뿐더러 효율적인 진이 삼재진이었다. 사실 초극 고수에게 복잡한 진은 필요 없다. 복잡한 것이 무력의 분출을 방해할 수 있었다.
공오대사가 인(人)의 역할을 맡았다. 하늘과 땅이 있는 것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있기에 구분이 지어진다. 공오대사가 중심을 맡고, 좌우를 팽관혁과 육진풍이 맞아 삼재진을 구성했다.
피식!
주제를 모르는 것들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하지만 무진에게는 우습게만 느껴졌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 발버둥을 쳐봤자 소용없는 짓이었다.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보여주마.”
무진의 기세가 한층 더 불타올랐다. 끝을 알 수 없는 폭발적인 기운이다. 무진의 돌격을 바라보던 공오대사, 육진풍, 팽관혁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그들도 느낀 것이다. 무진은 아직도 여력을 남기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