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4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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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2,0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5화
제4장 함정(陷穽) (3)
무진의 권풍은 보통의 권풍과는 차원이 달랐다. 위력 자체가 비교불가의 영역이었다. 한 방을 맞을 때마다 육진풍의 신형이 위태하게 흔들거렸다.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검격의 사정권을 뛰어넘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육진풍은 뒤로 물러서는 척하면서 표미각(豹尾脚)을 사용했다.
육진풍은 무진이 피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무진은 육진풍의 퇴법의 쳐내고, 귀신처럼 움직여 멱살을 움켜쥐었다.
착!
육진풍은 무진의 가공할 능력에 기가 막혔다. 별다른 초식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리고 멱살이 잡혔다. 숨이 털컥 멎는 듯한 충격과 동시에 공포가 밀려왔다.
무표정한 무진은 빙하처럼 차가웠다. 그는 육진풍의 멱살을 움켜쥐고 당겼다. 육진풍의 신형이 바람에 흔들리는 가랑잎처럼 무진에게 끌려왔다.
자하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여 무진의 팔을 쳐보았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진의 팔에 서린 수라탄강기의 영향으로 충격을 받았다.
“버러지에게 어울리는 대가를 치러주지.”
무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일격에 쳐 죽이는 것은 관대한 처분이었다.
무진은 육진풍을 편하게 해줄 마음이 전혀 없다. 최대한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다. 자존심이던, 그가 지니고 있던 것들이건 상관없다. 최악의 밑바닥을 기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짜아아악! 짜아아악!
육진풍의 얼굴이 좌우로 돌아갔다. 무진이 육진풍의 뺨을 가차 없이 때렸다. 죽일 정도의 위력이 아니라 수치심을 안겨주는 수법이었다.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고, 신선풍의 수염과 머리카락은 봉두난발이 되었다. 더욱이 입술이 터지고, 코피가 흘러내렸다. 고개가 돌아가면서도 육진풍은 어이가 없는 심정이었다.
‘내가……!’
고개가 계속 좌우로 돌아갔다. 막으려고 해도 육진풍은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무진이 육진풍의 몸을 옥죄고 있었기 때문이다.
육진풍은 무방비 상태로 싸대기를 연거푸 맞았다.
“멈춰라!”
외침과 동시에 무진을 향해 검강과 암기가 날아왔다. 지켜보고 있던 창천검왕 남궁훈과, 금편독왕 당사혁도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한동안 망설이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이 자리에 오면서도 조금은 불만이 있었다. 한 사람을 상대하는데, 팽관혁의 일방적인 말만 믿고 합공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었다.
하지만 무진의 믿지 못할 무력을 보자 그런 생각은 저 멀리 하늘로 승천해 버렸다.
‘괴물 같은!’
‘저런 자가 있을 수 있다니!’
스스로의 무(武)에 대해 가졌던 자부심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자신감은커녕 괴물을 보자 소름이 돋는다. 명색이 천하최강의 고수들이라고 하는 그들이 두려움과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남궁훈은 남궁세가의 최강 검법인 제왕검법(帝王劍法)의 제왕군림강기(帝王君臨剛氣)를 출수하였고, 당사혁은 비뢰혼(飛雷魂)이라고 불리는 암기를 날렸다.
비뢰혼은 만년한철을 제련하여 만들어낸 암기로,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는 절대암기에 속했다.
무진은 뻗어오는 암기와 강기를 보며 귀찮다는 듯이 권을 뻗었다.
“꺼져라.”
응축된 기운이 나선의 용권풍을 만들어내었다. 작은 회오리에서 시작된 기운은 활화산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폭풍을 형성했다. 무진이 뻗어낸 용권풍에 주변의 모든 것들이 휩쓸렸다.
휘이이이이잉!
퍼퍼퍼펑! 타타타탕!
검의 절대경지에 해당하는 검강이 뒤틀려져 버리고, 12개의 비뢰혼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권풍의 위력은 멈추지 않았다. 남궁훈과 당사혁의 신형을 덮치려고 했다.
그들은 용권풍에서 뻗어 나오는 기류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휘말렸다가는 갈가리 찢겨 버릴 수도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남궁훈은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을 극성으로 끌어 올려 제왕검법의 제왕천하(帝王天下)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당사혁도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을 운용하여 만류귀원신장(萬流歸元神掌)을 뻗었다.
푸아아아아아앙!
귀를 찢는 파공성이 사방을 울리고, 폭풍과 부딪친 천지사방이 부서져 가루로 변했다. 흙먼지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벼락이 내리친 것처럼 수목들이 갈가리 찢기고 쪼개져 버렸다.
흙먼지 사이로 드러난 당사혁과 남궁훈의 모습은 참담한 그 자체였다. 충격을 와해하면서 느낀 무진의 권력에 소름이 돋았다. 내면에서부터 조금씩 기어 올라오는 불안감의 정체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자는 인간이 아니다!”
“죽여야 한다!”
남궁훈과 당사혁이 필사(必死)의 의지를 되새겼다.
무진이 살아서 중원을 활보한다는 것 자체가 재앙이었다. 이자의 무지막지한 힘은 인간의 능력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그런 자는 인간 세상에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기필코 죽여야 하는 자였다.
푸아아아앙!
금빛의 서기(瑞氣)가 서린 장력이 무진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훈과 당사혁의 합공 이후에 이어지는 연환격이었다.
무진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상황 속에서 출수된 시기적절한 장력이 아닐 수 없었다.
공오대사의 손바닥에서 뻗어나간 대력금강장(大力金剛掌)이 천지개벽을 일으켰다. 소림 역사상 10성 이상 익힌 자가 없을 정도로 난해하고, 어려운 장법이 대력금강장이다.
소림칠십이종절기(小林七十二種絶技)에 속하는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의 위력이 무진에게 펼쳐진 것이다.
육진풍의 싸대기를 갈기고 난 후 무진의 신형이 바람처럼 흩어졌다. 떨어지는 낙엽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산개했다.
신형이 좌우로 10개로 늘어났다. 어느 것이 허상(虛像)이고, 진상(眞像)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대력금강장을 맞은 흙더미가 하늘 위로 솟구칠 뿐이다.
“이형환위!”
공오대사는 방심하지 않고 무상대능력을 일으켜 대력금강장을 연속적으로 출수하였다.
퍼퍼퍼퍼펑!
대력금강장에 부딪친 바윗덩어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소림의 최강보법이자 신법인 금강부동신보(金剛不動身法)을 펼쳐 무진의 신형을 추격하였다. 잔상을 남기는 무진의 신형은 귀신보다 더 빨랐다. 기기묘묘하지도, 현란하지도 않지만 그 어떤 보법과도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빨랐다.
무진이 어느새 공오대사의 뒤를 잡았다. 공오대사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을 파악했다.
풍차처럼 돌아서 금강복호신권(金剛伏虎神拳)을 뿌렸다. 소림의 진산절기가 무진의 명치를 노렸다. 찰나의 간격을 뚫고 들어오는 공오대사의 권격이 웅후하면서도 강했다.
파파파팟!
무진의 권격과 공오대사의 권격이 부딪쳤다. 산을 진동시키는 파공성이 울리고, 사방으로 권력의 힘이 분출되었다. 파편처럼 날아간 충격의 여파가 20장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를 쓰러뜨렸다.
“그나마 좀 낫군.”
천하16대고수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불성 공오대사에 대한 무진의 평가였다.
중원무인들이 들었다면 어이없다고 할 말이다. 무척이나 오만하고, 거만한 말이었지만 공오대사는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편이 맞았다. 무진의 권격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무진의 강권에 맞아 쓰러질 수도 있었다.
공오대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이제껏 상대한 자 중에서 가장 강한 이는 흑룡성주였다. 무진은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매화검제 육진풍, 벽력도제 팽관혁, 창천검왕 남궁훈, 금편독왕 당사혁 그리고 자신까지 합공을 하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천외천(天外天)의 무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이 어찌하여 이런 자를!’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존재도 아니고, 이런 엄청난 자가 나타난 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천하무림고수에 속하는 5명이 합공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신기수사 제갈수혁은 이가 저절로 떨려왔다. 그의 동공이 열려 있었다. 세상의 어떤 일도 머릿속에서 계획한 대로 굴러간다고 여겼다.
그런데 무진은 제갈수혁의 머리로도 측정할 수 없는 자였다. 치명적인 독과, 산공독을 사용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모조리 다 막아 버렸다. 진으로 사방을 차단했기에 도망갈 곳이 없다 여겼는데, 그것이 오히려 족쇄처럼 다가왔다.
“진…을 풀어야 한다!”
정천맹에서 데려온 3개의 당을 전부 동원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무진을 죽여야 한다.
우선은 진을 풀고 그들을 불러야 한다. 이곳 주변에 설치한 진은 만상원형금쇄진(萬狀原形禁鎖陣)이었다. 상고시대의 원형진법을 제갈세가에서 수백 년간 연구한 끝에 만들어낸 절진이다.
이 진의 특징은 안에서 걸어 잠그게 되면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밖으로 벗어날 수 없도록 되어졌다. 원래는 적의 침입을 방비하기 위한 진이지만 이번에는 무진을 안에서 가두기 위해서 설치를 했다.
제갈수혁은 진을 풀어 청룡당, 무천당, 명현당을 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설마 일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무진의 괴물같은 무력에 이가 갈릴 뿐이다. 제갈수혁이 진을 풀기 위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슈웅!
“응?”
순간 바람이 불었다. 시원한 바람이 제갈수혁의 머리카락을 흔들거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배에 강력한 충격이 느껴졌다.
퍼어어억!
“크어어억!”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제갈수혁의 몸이 가랑잎처럼 허공으로 붕 떴다가 흙바닥에 처박혔다. 단 한 방에 제갈수혁의 이성은 저 멀리 허공을 비상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몸의 진력이 가닥가닥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당분간 일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공오대사와 접전을 벌이고 있던 무진이 날린 권풍에 당한 것이다. 무진의 입가가 뒤틀려 있었다.
“그럼 안 되지.”
일부러 놈들의 수작에 걸려들어, 한곳에 모이도록 한 것이다. 평생 되도 않는 연기까지 했다.
여기서 진을 풀게 되면 조금 귀찮게 된다. 진은 이놈들을 정리한 후에 풀어야 했다. 그전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조금쯤은 유희를 즐겨보고 싶은 무진이다.
무진의 비위를 거스르는 짓을 한 것이 제갈수혁의 불운이었다. 가만이나 있었으면 배때기에 권풍을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어랏!”
공오대사는 자신을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는 무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대력금강장과 더불어 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을 펼쳤다.
무진의 바로 앞에서 장의 중첩된 힘이 뻗어 나왔다. 무당의 심단금(十段錦)에 비견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천수여래장이었다.
“중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무진은 여유로웠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무진에게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무진의 주먹이 대기를 가볍게 쳤다. 권에서 뻗어 나온 무극(無極)의 절대적인 기운이 무형의 권을 형성했다.
퍼퍼퍼펑!
천수여래장과 무형의 권이 부딪치자, 굉음이 울렸다.
공오대사는 공력에서 밀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진의 권이 이제까지의 권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맹해졌다.
팽관혁과의 대결에서 사용한 무형권강(無形拳剛)이었다. 공오대사가 아니었다면 나가떨어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다.
‘어미 뱃속에서부터 공력을 쌓았다 해도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백보신권을 능가하는 권풍을 아무렇지 않게 날리는 것도 부족해서, 권의 극강 경지인 심권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쭙잖은 수작으로는 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자 계속 밀리게 되었다. 무공만 강한 게 아니라는 것을 공오대사는 전신으로 생생하게 느꼈다. 전투에 대한 감각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권을 뿌리는 가운데서도 주변의 반응에 날카롭게 반응하고 있었다.
무진의 권격이 바람을 갈랐다.
공오대사는 온 힘을 집중하여 금나수법인 금룡십이해(金龍十二解)를 펼쳤다. 12마리의 용이 비상하며 무진의 권격을 감싸는 듯한 형상이었다.
무진의 권격이 용의 아가리에 잡히는 것처럼 보였다. 공격을 잡아채고 반격을 가하려던 공오대사는 흠칫 놀랐다.
‘아니!’
무진의 권격은 허상이었다. 어느새 공오대사의 사각으로 벗어난 무진이 주먹을 뻗었다.
공오대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금룡십이해를 펼치던 틈을 뚫고 들어왔다.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금룡십이해가 무진의 빠른 권격에 어이없이 뚫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