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지존기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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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9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대륙지존기 40화
제3장 연전연승(連戰連勝) (2)
파아앗!
고개가 돌아갔다.
홍불기의 왼쪽 주둥아리가 돌아가고 선명한 자국이 생겨났다.
“분명…느꼈는데!”
“계속 느껴보도록.”
청룡곤이 휘둘러졌다. 홍불기는 감각에서 전해져 오는 대로 회피를 했다. 그런데 청룡곤이 여지없이 그의 얼굴과 몸을 가격했다.
홍불기는 우선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러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무진의 청룡곤이 실에 연결된 것처럼 홍불기를 따라와서 구타를 했다.
파파파파팟!
청룡곤의 파괴력은 굉장했다. 전신을 갑옷처럼 단련했다 자부한 홍불기가 신음성을 내질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볍게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뼈를 울리고 내공을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청룡곤을 맞은 부위가 움푹 들어갔다가 부풀어올랐다. 충격을 받은 홍불기의 전신이 붉게 물들어 가면서 울퉁불퉁해졌다.
퍼어억!
“크아아앗!”
청룡곤에 힘이 점점 더 실리자, 홍불기는 맞는 즉시 나가떨어졌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무진을 찾았지만 무진은 이미 감각의 영역 밖에서 청룡곤을 휘두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건 말도 안 돼!”
“같잖은 실력으로 덤빈 대가다.”
“으윽!”
무진의 말이 비수가 되어 홍불기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의 성격이 삐뚤어지고, 괴팍해진 것은 전적으로 외모와 체형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멸시와 냉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강해지는 것뿐이다.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강함을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제는 그 누구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런데 무진은 홍불기를 여전히 쓰레기로 치부하고 있었다. 심장이 무참히 짓밟히는 지독한 고통이다.
“죽…인…다!”
“훗! 가슴 아픈가. 그래서 위로받고 싶은가.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지. 강자라면 주변 따위는 의식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세상이 나를 의식해야 한다.”
무진은 홍불기가 과거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던지 없던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도전을 했다면 그에 걸맞게 상대를 해주면 되었다. 패배로 인해 다시 일어서지 못해도 무진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홍불기가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무진의 청룡곤이 또다시 휘둘러졌다. 그리고 홍불기의 다리, 몸통, 머리를 어김없이 가격했다. 위력은 좀 전보다 훨씬 강했다.
뿌드드득! 빠가각!
휘청! 덜커덩!
다리뼈가 으스러지고, 곱사등이처럼 휘어진 몸이 더 휘어졌다.
“으아아악!”
홍불기가 비명성을 내질렀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쓰러져야 했다. 무진의 공격을 무방비 상태로 줄기차게 맞았다.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무진은 바닥에 엎어진 홍불기를 내려다보았다.
파팟!
“크아아아악!”
“같잖은 수가 통할 것이라 여긴 것인가.”
소매 안에는 장착된 작은 쇠궁이 있었다. 끈을 풀고, 손바닥을 피게 되면 발사가 된다. 무진이 방심하는 마지막 순간에 쏘려던 것이다. 하지만 무진은 이미 홍불기의 의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꿰고 있었다. 발사는커녕 무진의 발에 밟힌 오른손이 으스러졌다.
“어쭙잖은 수를 쓰면 대가가 쓰다는 것을 알려주지.”
무진은 홍불기의 단전을 발로 서서히 내리눌렀다. 조금만 힘을 쓰면 단전이 박살날 것이다.
“제…발…안…돼!”
푸욱!
“크어어억!”
홍불기의 단전이 박살났다. 무인으로서의 생명이 다한 것이다. 홍불기는 거대한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무공밖에 없다. 그런데 그마저도 잔인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무진은 인정을 두지 않고 홍불기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비무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쿠다다다당!
무진의 잔인한 수법은 비무대 위에 모인 이들 모두 치를 떨게 만들었다.
“저…렇게까지!”
“너무 잔인해!”
“단전은 무인의 생명인데!”
비록 홍불기가 괴물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무진이 더 괴물처럼 보였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와 같았다. 그렇다 한들 어느 누구도 무진을 상대로 도발하는 자가 없었다. 그저 속으로 분노를 터뜨릴 뿐이다.
무진은 좌중을 한심하게 바라본 후 비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비무대 아래 땅바닥에는 아직까지도 홍불기가 미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홍불기를 도와주지 않았다.
‘잔인하다 욕을 하면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게 바로 네놈들이 가진 본성이다.’
무진은 그들을 비웃었다. 무진을 욕하기에 앞서 홍불기를 데리고 가서 치료를 해야 했다. 말로는 떠들면서 정작 자신들에게 피해가 올까 봐 누구 하나 나서지 못했다.
무진이 청풍장원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의 고요함이 자리했다.
중원무인들이 연일 패했다. 도전하는 자가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이렇게 계속 지는 건가?”
“좀 속 시원하게 이겨야 하는 것 아냐!”
“젠…장!”
사람들끼리 웅성대봤자 소용없는 짓에 불과했다.
15일간의 비무는 끝이 났다. 이제 다시 15일이 흘러야 비무가 시작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중원의 무인들은 무진을 이길 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원으로 들어온 무진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소년이 있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과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소년이었다.
소년의 눈빛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지녔다. 또한 소년의 눈은 무심의 극치를 이루었다 자부할 수 있었다.
무진은 소년을 마주하고 의자에 앉았다. 소년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표정의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이구나.”
“그렇습니다.”
소년의 음성은 딱딱했다. 무진과 마찬가지로 감정의 변화가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소년의 이름은 강소천이다. 무진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부자 관계라고 보기에는 기이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아버지와 아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방 안을 감도는 정적이 숨 막힐 지경이었다.
“내가 원망스럽느냐.”
“원망스럽습니다.”
“그렇겠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무진이다. 지금까지 무감각했던 소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버지의 무관심한 태도,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어머니를 대할 때 아버지는 냉정함 그 자체였다. 어찌 부인을 대하는데 조금의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것이 아버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천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아버지는 자신을 태어나게 만드는 대상으로 어머니를 선택했다는 것을 말이다.
“네 말대로 나는 네 어미를 그저 너를 낳기 위해서 선택했다. 허나 그렇다 한들 내가 잘못한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나는 연화 이외의 여인을 택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것은 다 해줬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사랑한다 말해야 하는 것이냐.”
목적을 위해서 여인을 선택했다. 살다 보면 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무진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연화를 부인으로서 인정할 뿐 그 이상도 아니었다.
무진의 여인이었던 연화는 사랑을 그리워했다. 그러면서도 무진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랑을 강요하면 무진이 버릴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숨긴 사랑은 곪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나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소천이 여섯 살이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그때까지도 무진은 계획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집을 찾지 않았다. 무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소천이 일곱 살이 되던 해였다.
“너는 하늘이 내린 재능과 오성을 지녔다.”
“아버지가 그렇게 만들었으까 그렇다 할 수 있겠지요.”
소천의 능력은 하늘이 내렸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대단했다. 이제 막 열 살이 되었지만 소천의 학식은 대학자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인간의 잣대로 잴 수 없는 깊이를 지녔다.
“무공을 수련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궁금하겠지.”
“아버지의 계획에 들어가 있는 겁니까?”
“나는 너를 대계에 관여시킬 생각이 없다.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이다.”
무진은 소천을 보았다.
확실히 뛰어나다. 무진보다 뛰어난 성취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천이라면 대계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소천을 대계에 참여시키지는 않았다. 대륙정벌 따위는 무진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했다. 소천은 무진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자라주면 되었다.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나약한 마음 따위는 버려야 한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간들은 때론 불가능한 일을 실현시키기도 하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들이 너를 성장시켜 줄 것이다. 그때를 위해 너는 대륙의 끝자락에 머물러야 한다.”
“또 저를 떨어뜨려 놓으시는군요.”
“네가 강해져서 나를 능가한다면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까지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어차피 마음대로 하실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
파팟!
소천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무진이 점혈을 가했다. 소천은 눈을 부릅떴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소천의 머리에는 방대한 양의 무공지식이 있지만 익히지 못했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무진이 제어해 놓은 기운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전까지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무진은 소천을 점혈시켜 놓은 후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상자를 꺼내 밀봉을 열었다. 그 안에는 투명하면서도 상서로운 기운을 발하는 영롱한 구슬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사도욱의 몸에서 빼낸 한극지정과 열화과의 화극지정을 융합하여 만들어낸 음양무극신정이었다.
“이것이 너의 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소천은 그저 무진을 원망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무진은 소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음양무극신정을 복용시켰다. 음양무극신정을 무작정 먹는다고 해서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잘못 복용하면 몸이 터져 버릴 수 있다. 그 정도로 막강한 능력을 지닌 신단이다.
우우우웅!
상서로운 기운이 발하면서 황금빛이 소천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무진은 소천의 전신요혈과 혈맥 속으로 음양무극신정의 기운이 흡입될 수 있도록 추궁과혈을 시전했다. 수라혼원심공의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무진의 본래 능력은 이제껏 한 번도 발휘된 적이 없다. 그럴 이유도 없을뿐더러, 적수도 만나지 못했다. 수라혼원심공의 공능으로 발휘된 무상의 기운이 음양무극신정의 기운을 다스렸다. 그 어떤 기운도 무진의 공능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소천의 몸 안으로 스며든 기운이 점점 갈무리되어갔다. 기운은 사지백해로 스며들어가 혈맥과 세맥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단전으로 끌어 쓰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소천의 몸은 변화를 하지 않았다. 소천은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후우우!
10번의 호흡을 끝으로 소천이 깨어났다. 소천은 몸 안으로 스며든 음양무극신정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신에 흐르는 충만한 기운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을 두드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개안(開眼)을 한 소천이 무진을 보았다. 막대한 내력을 소모했지만 무진은 평소와 같았다. 소천은 음양무극신정을 융해할 때 안으로 스며든 무진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강…하다!’
막연히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무진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부터 들었다. 그러나 곧 나약한 마음을 지웠다. 그런 정신상태로는 절대 아버지를 넘을 수 없다. 소천은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이제 떠나라.”
“그럼 후일 다시 뵙겠습니다.”
소천은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다. 돌아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본 무진은 그 어느 때와 다른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강해지거라.’
되도록 감정을 보이려 하지 않았지만 소천에게 마음이 기우는 것은 아버지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후일을 위해 단호히 떠나보냈다. 무진이 가르친다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세상 누구보다 강해질 수는 있어도 무진을 넘어설 수는 없다.
소천이 나가고 난 후 대기하고 있던 밀영1호 차중천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도제가 움직였습니다.”
“흠!”
이제야 정천맹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무진은 비무를 하는 동안 중원무림을 지속적으로 자극했다. 도를 넘어서는 짓을 서슴없이 한 것은 정천맹이 나설 계기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럼 지금부터 나도 본 실력을 보여줘야지.”
지금까지 무진은 상대의 실력에 맞추어서 대결을 벌였다. 무진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면 일초지적도 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덤벼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천맹도 다른 방식으로 덤벼들 것이 분명하다. 힘이 되지 않으면 떼거리로 덤비는 것들이 중원놈들이다.
“밀영100호는 어떻게 하고 있지?”
“사파무인들을 비동으로 이끌고, 마단(魔丹)을 복용시켰다 합니다.”
“이제 곧 때가 되겠군. 그때까지는 조용히 있으라고 해.”
“알겠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서 사파무림은 발버둥을 치고 있다. 그들에게 발판만 마련해 주면 알아서 날뛸 것이다.
변황무림에 대한 파악이 끝나게 되면 정청맹은 사파무림을 토벌하기 위해서 나설 것이 분명하다. 아직은 정천맹의 무력부대가 직접 나서면 곤란했다. 정천맹의 수뇌부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